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7
◈ 237화 우연한 마주침 (4)
“그래서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무슨 사이?”
반강제적인 합석을 시도한 케이시는 곧바로 셀리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던 셀리나는 속사포처럼 날아오는 질문 세례에 자기도 모르게 휘말리듯 대답했다.
“저, 저와 루드거 선생님은 같은 세오른의 교사인데요.”
“와! 그래요? 혹시 무슨 전공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저, 정령학이요.”
“오! 멋지네요! 정령이라니. 보통 그런 쪽은 친화력을 타고나지 않는 이상은 배우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 렇죠?”
원래라면 화를 내야 했는데, 기가 약한 셀리나다 보니 케이시의 말에 자연스럽게 휩쓸렸다.
루드거는 그런 케이시의 행동을 못마땅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케이시는 루드거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저 인간, 그러니까 루드거 선생님과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에요? 진짜 데이트 맞죠?”
“아, 아뇨! 데이트라뇨! 그런 거 아니에요!”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는 셀리나의 모습에 케이시는 감을 잡았다.
셀리나는 딱 봐도 루드거에게 호감이 있어 보였다.
케이시는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딱 봐도 참하고 예쁜 아가씨가 어쩌다 저런 나쁜 남자에게 빠져 버려서는.’
정작 루드거의 행동을 보면 직장 동료를 대하는 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보답받지 못할 사랑을 하는구나.
하물며 루드거의 진짜 정체는 겉보기처럼 얌전한 사람이 아니었다.
‘안 되겠다. 사람 하나 구한다 생각하고 도와줘야지.’
케이시는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열정적으로 루드거의 데이트(?)를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때 셀리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 그보다 두 분은 어쩌다 알게 된 사이인가요?”
셀리나는 루드거와 케이시의 사이에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루드거를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케이시의 행동도 그렇지만,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누구에게도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루드거가 노골적으로 싫다는 티를 냈으니까.
‘루드거 선생님이 저렇게 반응하실 정도라면 평범한 관계는 아닌데.’
루드거가 보인 반응이 비록 짜증 어린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셀리나는 그것이 서로 친한 친구 사이에서 보여 주는 행동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이겠지? 착각일 거야.’
부디 그러길 속으로 간절히 기도할 때 케이시가 말했다.
“아. 이 녀석……이 아니라! 이 사람 말이죠? 그냥 우연히 알게 됐어요. 물론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고요. 뭐, 그 정도?”
“제게 민폐만 끼치는 쓸모없는 사람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루드거의 대답에 케이시가 발끈했다.
“뭐? 아니 잠깐. 말이 좀 지나치지 않아? 민폐라니!”
“나는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다.”
“아. 그건 저도 공감 가네요.”
가만히 듣고 있던 베티도 루드거의 말을 거들었다.
“진짜 웃겨. 민폐의 단위를 따지면 네가 더 심하거든?”
“흥. 그거야 그쪽 개인 감상이 아닌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셀리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 둘이 되게 친한 사이셨구나.”
힐끔.
셀리나의 시선이 일순 손에 쥐고 있는 포크로 향했다.
‘뭐지?’
케이시는 갑자기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뭔가 방금, 목숨의 위협을 느낀 것 같았는데.
케이시는 셀리나를 바라봤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일순 어둠을 품은 것처럼 공허해 보였다.
‘아니겠지? 착각이겠지?’
케이시가 그렇게 생각할 때 루드거는 자기도 모르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그마한 생쥐 하나가 입에 쪽지를 물고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스?’
루드거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볼 새라 자연스럽게 쥐에게서 쪽지를 받아들었다.
쪽지 안쪽의 내용물에는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내게 미행이 붙었나?’
루드거는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여기서 티를 내면 미행하는 사람이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챌지도 모른다.
‘잘했다.’
루드거는 쪽지를 물어다 준 쥐에게 수고했다며 견과류 하나를 건넸다.
쥐는 그것을 앞니로 물더니 이내 쪼르르 물러났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주인에게 돌아가려는 쥐는 자연스럽게 테이블 아래로 움직였다.
루드거의 테이블 아래를 지나가려던 쥐는 옆에 앉은 케이시 셀모어의 발목을 스치고 말았다.
“……!”
케이시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머리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토록 싫어하는 쥐가 자신의 몸에 닿았다.
그 사실을 머리보다 몸이, 나아가 본능이 아주 찰나의 순간에 인지해 버렸고.
동시에 뼛속 깊이 새겨진 행동을 끌어내고 말았다.
마력을 끌어 올린 것이다.
그리고 단일 속성 마법 사용자인 케이시가 끌어 올린 마력은 단 하나의 결과만을 자아냈다.
퍼어엉!
대기 중에 수분이 순식간에 케이시의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성대한 물보라로 치환됐다.
레스토랑 바깥까지 뿜어져 나간 커다란 물보라.
식기가 날아가고 탁자가 뒤집혔다.
레스토랑 내부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고, 바깥의 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뭐지?”
“하수도라도 터졌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릴 때, 물에 젖은 생쥐 한 마리가 거리를 가로지르며 한스에게 돌아왔다.
쥐는 물고 있는 견과류를 당당하게 내보이며 한스에게 칭찬해 달라는 듯 앞발을 들어 올렸다.
“어…….”
한스는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 * *
“이거 참.”
케이시 셀모어가 물보라를 일으키기 전.
그녀의 몸에서 마력의 반응이 나오기 무섭게 루드거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셀리나에게 다가가, 즉석에서 [소스코드]로 마법 술식을 생성.
그대로 셀리나와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방호 마법을 둘렀다.
곧이어 물보라가 터졌으나 루드거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두 사람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셀리나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네? 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셀리나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늦었다.
뒤늦게야 마법이 터졌고 루드거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의 한쪽 어깨를 쥐고 있는 따스하면서도 억센 손은 분명 루드거의 것…….
퍼엉!
셀리나의 얼굴이 붉다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저, 저. 루, 루드거 선생님. 손이…….”
“그보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겠군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레스토랑을 보며 루드거는 셀리나를 잡아 이끌었다.
지금이 아니면 저 귀찮은 여자를 떼어 낼 기회가 없던 것이다.
‘딱히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잘됐어.’
케이시도 아마 쥐 때문에 발작하듯 저렇게 행동한 것이리라.
즉, 지금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우연에 의한 사건.
루드거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겼다.
한스는 경고했다.
바깥에 미행이 붙은 거 같다고.
지금 소동이 일어난 틈을 타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루드거는 곧바로 셀리나를 데리고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그 행동은 너무나도 은밀하고 자연스러웠지만, 단 한 사람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앗! 잠깐만!”
케이시는 곧바로 셀리나를 데리고 사라지는 루드거를 붙잡으려 했지만, 상황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손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요!”
가게 내부에 물 폭탄을 터뜨린 케이시는 자신을 질책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당혹스러웠다.
“아, 아니 그러니까 쥐가…….”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희 가게가 얼마나 청결한데 쥐라뇨! 제대로 보신 게 맞습니까?”
“아니, 그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반사적으로 행동한 거긴 한데.”
“그럼 확신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셨다는 겁니까?”
케이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분명 그녀의 발을 스치듯 지나간 그것은 쥐의 감촉이 맞았다.
그런데 이미 쥐는 사라지고 없었고, 지금 와서는 그게 진짜 쥐가 맞는지도 애매했다.
‘설마 이 인간이?’
케이시는 곧바로 루드거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을 떼어 내기 위해 루드거가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친 것이다.
아니, 그게 분명했다.
하지만 당장에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식사를 방해받은 손님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케이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큰일 났다.
“베티! 나 좀 도와줘!”
결국 베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에게서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베티?”
자세히 보니 베티는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케이시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설마 몸에 물이 들어간 건가?!’
베티는 저렇게 보여도 매우 정밀한 기계들로 구성되어 있는 오토마톤이다.
방수 효과가 갖춰져 있다고 하지만, 조금 전처럼 지척에서 터져 나오는 물보라를 견딜 정도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끼기긱.
멈췄던 베티의 몸이 그대로 옆으로 기울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본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황급히 베티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더니, 놀라서 외쳤다.
“사, 사람이 죽었다!”
“안 죽었어요!”
“숨을 쉬지 않잖아요! 그럼 죽은 거죠!”
“그……!”
그건 그러네?
케이시는 아차 싶었다.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뭐? 사람이 죽어?”
“살인이야?”
“세상에. 대낮에 살인이라니!”
웅성웅성.
가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는 사람들도 그 소식을 듣고 소문이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 글쎄 세상에 가게에서 살인을 벌였다지 뭐에요?”
“이런 대낮에 살인이라니. 얼마나 상대방이 미웠으면.”
“그런 거 아니에요!”
케이시가 항변했지만, 그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아악! 루드거 첼리시!”
셀리나를 데리고 사라지는 루드거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남자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것 말고는 없었다.
* * *
셀리나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루드거가 자신을 지켜 주고, 심지어 손을 잡아 이끌고 있었다.
조금 더 이 손을 잡고 싶다.
이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환상 같은 순간은 결국에 끝나고 말았다.
레스토랑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루드거가 자리에 멈춰서며 그녀의 손을 놓은 것이다.
“아.”
셀리나는 그것이 못내 아쉬워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탄식을 흘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셀리나 선생님.”
“예, 예?”
불현듯 날아온 루드거의 사과에 셀리나가 당황해서 되물었다.
“괜히 저 때문에 식사를 방해받은 것 강군요.”
“아니에요. 루드거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신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처럼의 식사가 방해받은 것은 셀리나로서도 뼈아픈 일이었다.
‘이 다음은 어쩌지?’
원래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면서 다음 목적지를 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그녀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말았다.
셀리나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팽팽 굴리려 애를 썼다.
어떻게든 루드거와 떨어지지 않기 위한 핑계를 만들어야 했다.
루드거는 그런 셀리나를 말없이 응시했다.
‘조금 전 레스토랑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주 순간이지만 셀리나에게서 섬뜩함을 느꼈었다.
설마 아직 에스메랄다의 잔재가 그녀에게 남아있는 건가?
아니. 그녀는 완전히 성불했으니 어쩌면 콰지모도의 잔재가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셀리나 선생님.”
“네. 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축제 이후로, 정령들과의 계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루드거의 질문은 꽤나 두서가 없었지만, 셀리나는 일단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안도를 느꼈다.
“일단은 새로운 중급 정령과 계약은 했지만, 예전에 부리던 아이들은 아직 쉬고 있어요.”
“그렇군요.”
축제의 마지막 날.
셀리나가 부리던 3마리의 중급 정령은 콰지모도와 싸우다가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 휴식기에 들었다.
바꿔 말하면 중급 정령 3마리를 부리던 셀리나에게 큰 공백이 생겼다는 건데.
다행히도 셀리나는 이후 새로운 정령과의 계약을 끝낸 모양이었다.
“혹시 어떤 정령과 계약을 맺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일단 계약을 맺은 정령은 둘이에요. 하나는 물의 정령이고, 다른 하나는…….”
셀리나는 말을 하려다 일순 망설임을 보였다.
루드거는 그 모습에 수상함을 느꼈다.
“다른 하나는 뭡니까?”
“……듣고 놀라지 마세요?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 주지 않았으니까요.”
루드거 선생님에게만 보여 드리는 거예요.
셀리나는 루드거에게만 들리게끔 작게 속삭인 뒤에 눈을 감고 마력을 일으켰다.
셀리나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루드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손바닥으로 향했다.
이윽고 셀리나의 마력이 사라지더니 그녀의 두 손바닥 위에 검은 솜뭉치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이건…….”
“어둠의 정령이에요.”
“어둠의 정령?”
루드거는 의외라는 시선으로 셀리나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검은 솜뭉치를 바라봤다.
그때 검은 솜뭉치가 새하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루드거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