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93
◈ 393화 서로 다른 생각 (2)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빠지겠다고 했습니다.”
구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어차피 앞으로 2일 후면 출구가 열리지 않습니까. 그때까지 버티면 되는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아니, 저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안에만 가만히 있겠다고요?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그렇게 쉽게 말합니까.”
“정체불명의 습격자들이 뭘 하려는지 모르지만, 전초 기지 바깥에서 그들이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신비 현상이 가득한 곳으로 도주했으니 이미 죽었겠죠. 우리는 그저 외부 방벽만 공고히 쌓고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저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걸 대비하지 않고 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합니까? 당연히 방법이 있겠죠!”
“그 방법이 뭡니까? 저희 구 마탑이 모르는 걸, 저들이 알고 있다고요?”
“당신들이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구 마탑 마법사들은 오히려 기분이 팍 상했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지나친 건 그쪽이 아닙니까.”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누구라고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싶겠는가.
다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하지만 구 마탑 소속 마법사들은 위험을 전혀 무릅쓰려 하지 않으니, 다른 마법사들의 빈축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겁이 나는 겁니까?”
“뭐라고요? 우린 당연한 판단을 내렸을 뿐입니다!”
“겁쟁이처럼 고개를 숙이는 게 뭐가 당연하다는 겁니까!”
“뭐? 당신 말 다 했어?!”
언성이 점차 높아졌다.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헐뜯으며 싸우고 있었다.
“그만! 적당히 하세요!”
예카테리나가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구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다.
평소의 태도도 거만한데, 지금은 악재가 여러모로 겹쳐 극도로 예민해지기까지 했다.
예카테리나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들을 반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빈정댔다.
“누가 구태의 잔재들 아니랄까 봐, 하는 행동도 항상 안정 지향적이군. 그러니 저렇게 퇴보하지.”
“우리 마탑의 이름을 달고 생긴 분파 주제에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군.”
분파라는 말은 구 마탑이 신 마탑을 비웃을 때 흔히들 하는 말이었다.
너희는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다는, 근본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의미였다.
학파 연합회도 의견이 갈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들은 결국, 크고 작은 중소규모의 여러 학파의 집합체.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당연히 일치하지 않았다.
“하아.”
예카테리나가 말리려 해도 마법사들의 신경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랫동안 쌓여 온 해묵은 감정이, 하필이면 최악의 상황에서 터져 버린 것이다.
‘어쩌죠. 이대로라면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히고 말겠어요.’
예카테리나는 골치가 아팠다.
마법사들은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 자존심이 강했다.
이쪽이 일국의 여왕이라 하더라도, 저들 모두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 수는 없었다.
카사르 분지가 바깥과 단절된 공간이라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적어도 신비의 밤에서, 예카테리나 본인보다 마법사들이 아는 것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여기서 누군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요.’
그 마음을 누군가 읽기라도 한 것일까.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회의실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버텨 봤자 소용없을 겁니다.”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
그렇기에 이질적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꼴이 됐다.
모두의 시선이 말을 꺼낸 남자, 흑발의 미청년을 향했다.
“루드거 첼리시.”
루드거를 알아본 누군가 그 이름을 읊조렸다.
루드거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다들 제 이름을 아는 것 같으니, 구태여 자기소개까지 할 필요는 없겠군요.”
“방금 한 말은 무슨 의미지? 버텨 봤자 소용없다니.”
구 마탑의 마법사 중 한 명아 목소리에 날을 세우며 물었다.
“이번 일을 꾸민 자들은, 우리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습니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저택에 갔던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비밀의 저택이 어떻게 됐는지.”
그 말에 회의실 곳곳에서 동요가 일었다.
미처 소식을 듣지 못한 몇몇 마법사는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저택은 붕괴했습니다. 지맥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폐허가 돼 버렸죠. 문제는 저택이 무너진 자리에, 지맥이 흘러넘치고 있다는 겁니다.”
“설마, 숲 너머에 보이던 그 기둥이…….”
그는 현장에 없었는지 꽤 놀란 기색이었다.
지맥의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것은 전초 기지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마법사들은 그게 어찌 된 일인지 몰랐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문제가 됩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죠. 지맥 중 하나가 저렇게 된 것이, 과연 우연이라고 보십니까?”
“저들이 설마 그걸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현자 림레이, 그는 의도적으로 저택 내부에 흐르는 지맥의 흐름을 꼬아 저택을 붕괴시켰습니다. 목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죠. 지금 숲 너머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그 결과물입니다.”
구 마탑의 대표자이자 나이가 지긋한 늙은 마법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자네가 림레이와 함께 있었다 했지. 그거참 믿음직한 정보로군. 하지만 우리가 그걸 믿어야 할 이유가 있나?”
루드거가 그게 무슨 의미냐는 시선으로 응시했다.
늙은 마법사는 코웃음을 쳤다.
“그쪽도 림레이의 일에 가담을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지.”
“그 말은, 반대로 저를 비롯한 저희 팀원들을 의심하는 말입니다.”
“셈파스와 로이나 파블리니 말인가? 의심 못 할 것은 또 뭔가.”
“뭐요?!”
거기서 발끈하고 나선 것은 학파 연합회 소속의 마법사였다.
로이나가 학파연합회 소속이자 그곳을 대표하는 렉서러 등급 마법사인 걸 이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구 마탑은 우리를 의심한다는 겁니까!”
“그저 가능성을 열어 두려는 것뿐이네만.”
늙은 마법사는 그렇게 둘러대며 루드거를 응시했다.
“아니면 내 말이 틀렸나?”
“이해합니다.”
틀렸냐고 묻는 말에 나온 루드거의 대답은 꽤 생뚱맞은 것이었다.
“뭘 이해한다는 거냐.”
“무지는 죄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에둘러서 말했지만, ‘네가 멍청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다’라는 의미였다.
지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마법사에게 그 말은 매우 모욕적인 언사 중 하나였다.
카운터를 얻어맞은 마법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뭣이!”
“카사르 분지에 몇 개의 지맥이 흐르는지 아십니까?”
루드거는 그 분노에 응하는 대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또 무슨 꿍꿍이냐!”
“모르십니까?”
“이……!”
늙은 마법사는 무어라 소리를 치려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화를 가라앉혔다.
“……5개다.”
“다행히도 알고 계시군요. 카사르 분지는 5개의 지맥이 한곳에 고이면서 만들어진 별세계. 그리고 이번에 터진 것이 그중 하나로, 비밀의 저택 아래에 흐르던 지맥입니다.”
넘치는 에너지는 지금 바깥으로 흘러나오며 점점 퍼지고 있었다.
주변 일대는 아주 쑥대밭이 됐을 거다.
“카사르 분지는 방대한 마나를 담은 댐과도 같습니다. 그것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가 무너졌죠. 저들의 속셈은 뻔합니다. 다른 기둥도 똑같이 무너뜨릴 생각인 겁니다.”
“뭐? 그렇다면 이곳은…….”
“무너져 내릴 겁니다. 지맥의 흐름이 꼬이는 순간 그 거대한 에너지는 서로 충돌하겠죠. 그 이후에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끔찍한 재앙이 벌어지겠지.”
그것이 바로 검은 여명회가 노리는 바였다.
그리고 카사르 분지가 붕괴하면서 벌어지는 사태는 단순히 분지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파괴의 연쇄는 지맥의 흐름을 따라 퍼질 것이고, 이 근방 일대가 모조리 붕괴하는 사태를 맞이할 것이다.
“근처에 있는 도시만 셋. 그 외에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도 있죠. 과연 이 사태가 벌어지면 얼마나 되는 사람이 죽을 것 같습니까.”
“…….”
마법사들은 침묵했다.
그제야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 그리고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은 것이다.
“놈들이 바깥으로 나갔다 했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지맥을 노리는 겁니다. 한시라도 빠르게 저지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지겠죠.”
“잠깐. 그렇다면 이상하군. 비밀의 저택이야 그렇다 쳐도 다른 곳은 언제 갑자기 신비 현상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야. 그런 곳을 저들이 자신의 앞마당처럼 움직인다고?”
오랜 세월 많은 마법사가 모여서 연구를 거듭해도 깨닫지 못한 현상이다.
그것을 정체도 모르는 놈들이 알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저들이 움직인 타이밍이 정확히 언제입니까.”
“뭐? 그건 갑자기 왜…….”
“혹시 저택의 지맥이 뒤틀리기 시작한 이후, 놈들이 반응하지 않았습니까?”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예카테리나였다.
“맞아요. 숲 너머에서 무언가 벌어졌고, 엄청난 짐승들이 전초 기지를 향해 달려들었죠.”
“그리고 내부에서 놈들이 본색을 드러냈죠. 무차별적인 파괴 행각을 벌인 뒤,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바깥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데릭이 침음성을 흘렸다.
“지맥 중 하나가 불안정해지는 걸 처음부터 노렸다는 건가?”
“예.”
“……그렇군. 신비 현상도 결국엔 지맥의 흐름 위에서 벌어지는 현상. 지맥 중 하나가 꼬여 버린다면,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로군.”
“우리가 전초 기지에서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저들이 바라는 바겠죠.”
루드거는 구 마탑의 마법들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구 마탑은 그 한심하다는 시선에 발끈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이 조금 전 벌인 짓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달은 바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놈들이 지맥을 어떤 방식으로 파괴하려는 거죠? 계획은 있다 해도, 지맥에서 흐르는 에너지는 감히 인간이 건드릴 수 없는 거예요.”
학파 연합회의 마법사 중 하나가 의견을 냈다.
실제로 이 땅이 거대한 지맥의 흐름 때문에 만들어진 걸 알고서 그것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마법사들의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실패했다.
그만큼 땅 아래에 흐르는 에너지는 거대했다.
적당한 시냇물의 물꼬는 바꿀 수 있어도, 거대한 강물은 바꿀 수 없었다.
“그것을 다루는 것과 멋대로 흐름을 뒤트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당연히 방법은 더 쉽고 단순하겠죠. 가령 지맥이 흐르는 핵심 구역에 폭발을 일으킨다거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왜 불가능하다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 저택이 무너진 것은 전례가 있던 사태입니까? 그게 불가능했으면, 비밀의 저택은 어떻게 지맥의 에너지를 끌어다 썼다고 생각합니까?”
“그, 그건…….”
“모르는 것과 방법이 없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루드거의 그 말이 결정타였다.
“그러니 전초 기지에서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직접 지맥이 있는 곳까지 가서 저들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죽겠죠.”
그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루드거를 응시했다.
대체 네가 어떻게 그걸 다 아느냐는 반응이었다.
루드거는 곧바로 뒷말을 덧붙였다.
“……이상으로, 로이나 파블리니 마법사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로이나 님의 전언이라고?”
“제게 그렇게 전하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모든 의견은 로이나가 낸 것이고, 나는 그저 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
루드거가 그렇게 말하자 마법사들은 곧바로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로이나 님의 분석이라면, 믿을 만하지.”
“그분은 이 순간에도 이 상황을 분석하셨던 건가.”
“아마 지금 자리에 없는 것도, 회의할 시간에 다른 정보를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걸 거야.”
아마 로이나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자기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루드거의 멱살을 쥐었으리라.
적막.
무거운 침묵이 회의실을 짓눌렀다.
결국 눈앞에 닥쳐온 거대한 재앙이, 모두의 마음을 괴롭게 짓눌렀다.
“좋아요. 상황은 그러면 얼추 정리된 모양이네요.”
예카테리나 여왕이 나서며 다시 마법사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우리는 이제 저 정체불명의 집단을 쫓아 지맥을 지켜야 해요. 벌써 5개 중 1개가 부서졌으니, 남은 것은 4개죠.”
“적들도 4개로 갈라져 각기 지맥으로 향했을 겁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아니. 3개다.”
그때 나선 것은 시종일관 불만을 품었던 늙은 마법사였다.
저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모두가 그런 눈빛을 하자 늙은 마법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은 지맥은 총 4개지. 하지만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3개뿐이야. 왜냐면 지맥 중 하나는 바로 우리 아래에 있으니까.”
“아래라면, 전초 기지?”
“그래. 이 전초 기지는 지맥 중 하나의 위에 지어진 곳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이 카사르 분지에서 버틸 수 있는 거였지.”
“설마 적들이 갑자기 내부에서 테러를 일으킨 것은…….”
“이곳의 지맥을 파괴하려던 거겠지. 하지만 놈들은 실패하자 다음 지맥으로 향한 거고.”
검은 여명회가 세운 계획 자체는 그럴싸했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갑작스러운 배신에도 마법사들의 대응이 빨랐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예카테리나의 존재였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 속에서도 예카테리나는 사람들을 모아서 지휘했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됐군.’
만일 예카테리나가 없었더라면, 지맥은 벌써 2개가 부서졌을 것이다.
불행 중 천만다행이었다.
5개의 지맥 중 1개는 지켜 낸 셈이니까.
하지만 스코어는 이제 1대 1이다.
그리고 아직 붕괴하지 않은 지맥은 3개나 남아 있었다.
지맥 하나만으로 카사르 분지의 신비 현상이 옅어졌다.
2개째가 부서진다면,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소한 5개의 지맥 중 3개는 지켜 내야겠네요.”
“그것도 최소입니다. 단 하나도 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팀을 꾸려야 하네. 셋으로 나눠야지.”
“혹시 모를 기습을 대비해 안에도 사람을 남겨 놔야 합니다. 부상자들도 보살펴야 하고요.”
작전 시작은 30분 후.
그때까지 준비를 갖추고 인원을 차출한 뒤 다시 모이기로 했다.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다들 각자의 선택을 위해 텐트를 나와 뿔뿔이 흩어졌다. 그것은 루드거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당장 심각할 정도로 촉박한 건 아니야. 나머지 지맥의 위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니, 놈들도 그걸 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할 테니까.’
지맥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그 흐름의 정확한 핵을 건드려야 한다.
그것도 1개가 아닌, 여러 곳에 동시에 타격을 줘야만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수였다.
‘신비 현상이 막 끝난 지금, 놈들이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할 테고, 이쪽이 서두른다면 저지할 수 있어.’
다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하군. 림레이 영감님이 죽었으니, 놈들의 지휘 체계가 흔들리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저택의 붕괴 이후 전초 기지의 타격과 후퇴의 과정이 너무 빨랐다.
‘아직 지휘를 내리는 놈이 남아 있나.’
루드거가 고민을 하며 로이나와 아르파가 있을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그때 그의 시선에 반쯤 부서진 텐트 너머 한 존재가 보였다.
“너는…….”
텐트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며 루드거를 응시하는 소녀.
밝은 금발을 가진 그녀는, 일전에도 본 적이 있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