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02
1003화
김치전을 맛있게 먹고 매실차로 입가심을 한 임형근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토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올라가서 쉬세요.”
“자네는 안 쉬고?”
“저는 오늘도 밤 예약이 있어서요.”
“힘들겠네. 어제도 하더니.”
“손님이 오시는데 마다할 수 있나요.”
“그럼 어떻게, 내가 도와줄까?”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야 늘 하는 일인 걸요. 올라가서 쉬세요.”
강진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우리 올라가는 게 강진이 일하는 데에 더 좋을 거예요.”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해.”
“쉬세요.”
임형근이 진세영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자, 강진이 임정숙을 보았다.
“정숙 씨도 올라가서 쉬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 말대로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 그냥 고맙다 생각하고 다음에 잘 해 주면 되지.”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
강진과 이혜미가 보자, 강선영이 웃으며 임정숙의 손을 잡았다.
“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지. 말 안 해도 알 거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고마우면 고맙다고 표현을 해야지. 암! 입이 밥 먹으라고만 뚫려 있는 건 아니잖아.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면 그게 초능력자지. 우린 초능력자 아니잖아.”
그러고는 강선영이 임정숙을 보았다.
“그런 의미로 정숙이는 올라가. 고맙다는 표현도 여러 번 하면 받는 사람 민망하니까.”
강선영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임정숙을 보던 이혜미가 웃으며 강선영을 보았다.
“언니는 언제 봐도 늘 똑 부러지는 것 같아요.”
“똑 부러진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편이지. 하고 싶은 말 안 하면 병 생겨.”
“그래도 맞는 말만 하시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피식 웃었다. 그 말대로 틀린 말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언니 말대로 사람은 마음을 표현해야죠. 가까운 사이라면 더욱더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한 일에 고맙다는 말을 안 하면 상대가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요.”
친한 사이에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 있나 싶겠지만, 상대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작은 것에 더 화가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끼식당 직원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계를 보고는 하나둘씩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강진과 배용수는 주방에 음식을 하러 들어가고, 이혜미와 강선영은 TV를 보러 갔다.
2층에서 부부는 TV를 보고 있었다. 뒤따라 올라갔던 임정숙도 소파에 앉아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하하하!”
“그러지 말아요.”
TV를 보던 임정숙은 고개를 돌려 계단 쪽을 보았다. 1층 식당에서 사람들…… 아니, 귀신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임정숙이 부모님을 보았다.
부모님은 이야기를 나누며 TV를 보고 있었다. 마치 밑에서 들리는 이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들리기는 들릴 것이다. 밑에 귀신들이 잔뜩 있다 보니 인지를 못 할 뿐이었다.
그 예로 지금 TV 소리가 무척 컸다. 귀신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TV 소리가 잘 안 들려서 키워 놓은 것이다.
“아빠 엄마 안 피곤해?”
임정숙이 가만히 말을 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TV를 보며 평소보다 좀 더 큰 소리로 대화를 할 뿐이었다.
“이번에 서울 오기를 참 잘 한 것 같아.”
“그러게. 강진이가 참 우리 위해서 좋은 생각을 해 줬어.”
“그러게 말이야. 서울이라고 하면…….”
진세영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좋은 기억만 있던 곳인데.”
그들에게 있어 서울이란 딸이 죽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올 일이 있어도 오지 않았다.
친한 친구 딸 혹은 아들이 서울에서 결혼을 한다고 버스를 대절해서 사람들이 타고 갈 때도 그녀는 봉투만 하고 가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건 임형근도 마찬가지였다. 나이는 있지만 아직 현역으로 일을 하는 임형근은 어쩌다 서울로 출장을 갈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을 대신 보냈다. 정말 중요한 사업일 경우에는 임형근이 아닌 사장님이 대신 가기도 했었다.
임형근과 오래 일을 한 사장님은 그의 사정을 알기에 그를 보내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갔던 것이다.
그렇게 피했던 서울에 딱 한 번, 두 사람이 뛰어올라온 적이 있었다.
바로 딸을 죽인 나쁜 놈,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그놈이 잡혔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올라왔던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도시가 서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좋은 추억이 생겼다.
“앞으로는 가끔 와요.”
“그렇게 하자고.”
임형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정숙이 자취방 있는 동네에도 가 보자고.”
“그렇게 해.”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손을 내려 그녀의 발을 들어 올렸다.
“뭐해?”
“뭐하기는. 우리 아내 오늘 많이 걸어서 다리 아플 테니 좀 주물러 주려는 거지.”
임형근이 발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진세영이 웃었다.
“좋네.”
“앞으로는 내가 종종 주물러 줄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그를 소파 팔걸이 쪽으로 밀었다.
“어?”
의아한 듯 임형근이 보자, 진세영이 그의 배 위로 자신의 발을 올리고는 자신의 배 위로 그의 다리를 올렸다.
그렇게 서로의 다리가 겹치게끔 고쳐 앉은 진세영이 말했다.
“발바닥이나 눌러요. 나도 눌러 줄게.”
진세영의 말에 피식 웃은 임형근이 몸을 꿈틀거리며 밑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조금은 민망한 자세로 내려간 임형근이 아내의 발을 가슴 위에까지 올려서는 손으로 발바닥을 눌러 주었다.
“아 좋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진세영이 작게 탄성을 내뱉고는 남편의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꾸욱! 꾸욱 눌러 주었다.
그렇게 부부가 서로의 발을 주물러 주는 것을 보던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엄마 발바닥을 주물러 주고, 엄마가 아빠 발바닥을 주물러 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부모님 옆으로 다가간 임정숙은 살며시 두 사람의 발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둘이 서로 발바닥도 주물러 주고, 손도 주물러 주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오래오래, 정말 오래오래 있다가 나 보러 와야 해.”
미소를 지으며 아빠 얼굴을 지그시 보던 임정숙이 고개를 돌려 엄마 얼굴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을 눈에 각인이라도 시킬 것처럼 뚫어져라 보던 임정숙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살며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천천히 무릎을 구부렸다.
스르륵!
부드럽게 무릎을 구부리며 임정숙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절을 한 임정숙이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결혼식 때 부모님에게 절을 올리는 신부처럼 인사를 한 임정숙은 고개를 숙인 채 슬며시 눈가를 손으로 닦고는 웃으며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정말 정말 사랑해요.”
화아악!
그 말을 끝으로 임정숙은 희미한 빛과 함께 흩어졌다.
그 순간, 임형근과 진세영이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둘이 보는 곳은 방금 전까지 임정숙이 있던 곳이었다.
“…….”
“…….”
말없이 허공을 보던 임형근이 아내를 보았다.
“혹시 방금 좀 묘한 기분 들지 않았어?”
“당신도?”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임정숙이 사라진 곳을 보며 말했다.
“뭔가…… 가슴 한 쪽이 멍하면서 시린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나도 그랬는데?”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에 의아해하던 임형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발바닥을 주물러 주니 기분이 묘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가?”
“당신도 그런 느낌이었다며. 내가 당신 발바닥 주무르니 서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나 봐.”
임형근은 검지를 구부려서 아내의 발바닥 중간을 강하게 쓸어 올리듯 꾸욱 눌렀다.
“아아아아.”
묘한 탄성을 내뱉는 아내의 모습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시원하지?”
“기분이 묘한데 시원해. 그리고 좀 아픈 것도 같고.”
“그래?”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거래처 사람들하고 발바닥 마사지 받으러 가다 보니 알게 됐어.”
임형근이 자신이 받은 마사지 기술을 동원해 발을 주물러 주자 진세영이 웃으며 그의 발바닥도 주물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보던 방향에서 딸이 웃으며 승천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스르륵! 스르륵!
허공에서 종이가 떨어지는 것에 강진과 배용수, 그리고 직원들이 그 종이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문득 허공을 보다 동시에 떨어지는 종이를 본 것이다.
그에 강진이 일어나 천천히 떨어지는 종이를 잡았다.
스륵!
강진이 종이를 펼치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자 이혜미가 다가와 물었다.
“안 보세요?”
“어쩐지……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천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혜미와 직원들도 천장을 보다가 말했다.
“정숙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종이를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정숙 씨였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잠시 종이를 보다가 말했다.
“보세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종이를 펼치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임정숙이 보낸 편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임정숙이 보낸 편지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 충돌했다.
임정숙이 편지를 보낸 것이 맞다면, 그녀를 다시는 보는 건 수십 년 후 자신이 저승에 갔을 때일 테니 말이다.
강진에게 임정숙은 몇 년을 같이 지낸 식구이자 동생이었다.
생각을 해 보면 어렸을 때 이후로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이 중 한 명이었다. 말 그대로 잘 때 빼고는 거의 늘 같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는 결혼한 부부라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남편이 일을 가든 아내가 일을 가든 낮 시간에는 떨어져 있어야 하니 말이다.
잠시 종이를 보던 강진이 숨을 고르다가 슬며시 이혜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혜미 씨가 먼저 보실래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밀었다.
“정숙이가 보낸 편지면…… 웃으면서 읽어 주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강선영과 배용수를 보았다. 그들 또한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편지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