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01
1002화
임형근과 진세영은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끼식당에 도착했다.
덜컥! 띠링! 띠링!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이 잠겨 있자 임형근이 의아한 듯 가게를 보았다.
“문이 닫혀 있네?”
임형근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직원들 쉬고 있을 때라 문을 잠가 놓은 거야. 사장님이 이제 문을 열어 줄 거야.”
임정숙이 말을 마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진세영이 말했다.
“보니까 저녁 장사는 일찍 끝내고 쉬는 모양이더라고.”
“그럼 우리 때문에 어제 장사를 오래 한 건가?”
“그런 것 같죠?”
두 사람이 마주 보던 찰나, 강진이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어, 그래.”
강진이 문 옆으로 비켜서자 두 사람과 임정숙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강진이 입을 뻐끔거렸다.
‘오늘 재밌었어요?’
강진의 입 모양을 읽은 임정숙이 웃으며 엄지를 세웠다.
“정말 즐거웠어요. 서울 타워가 정말 높네요.”
임정숙이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으셨겠어요.”
강진은 임정숙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임형근을 보았다. 그와 진세영은 가방을 내려놓고 시원한 물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냥 물 말고 매실차나 오미자차 시원하게 드릴까요?”
“아니야. 물이면 돼. 서울 엄청 덥네.”
“오늘 날씨가 좀 덥죠.”
“옛날에는 구월 되면 좀 시원했는데 요즘은 구월도 더위가 한창인 것 같아.”
“요즘 계절이 좀 그렇기는 하죠. 긴 겨울과 여름, 짧은 봄가을이라잖아요.”
“그래도 실내는 시원해서 좋네.”
임형근이 웃으며 식당 안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에어컨이 어디 있어?”
“에어컨요?”
“에어컨 틀은 것 같은데 안 보여서.”
임형근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시스템 에어컨이 있나 싶어서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식당에는 에어컨이 없어요.”
“없어? 이렇게 시원한데?”
“이상하게 저희 식당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해요. 그래서 여름에도 겨울에도 냉난방을 따로 안 해요.”
“그래? 왜 그러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밖이 엄청 더워도 가게 안은 시원해요.”
“정말 신기하네.”
“그러게요. 어쩜 여름에 이렇게 시원해?”
두 사람이 신기해하는 것에 강진은 웃었다.
시원한 이유는 딱 하나, 귀신들이 자주 모이다 보니 음기가 쌓여서 그런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겨울에는 밖보다 실내가 좀 더 따뜻했다. 마치 산속 동굴처럼 말이다.
신기한 듯 가게를 보던 임형근이 말했다.
“일단 우리 좀 올라가서 씻고 내려올게.”
“씻고 위에서 쉬시지 않고요?”
“오늘이 마지막인데 쉬는 것이 어디 있어. 좀 개운하게 씻고 내려와서 한 잔 더 하자고.”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말했다.
“술은 그만.”
“왜?”
“어제 많이 마셨잖아. 오늘은 그냥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올라가서 일찍 자.”
진세영이 임형근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자, 강진이 문득 임정숙을 보았다.
“전에도 의아했는데 두 분이 혹시 동갑이세요?”
부부끼리 말을 편하게 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임정숙이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그래요?”
“일 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아빠가 엄마를 무척 괴롭혔대요. 그러다가 중학생 되면서 떨어졌다가 엄마가 대학생 되고 연락을 했나 봐요.”
“어머니가 먼저요?”
“네. 어머니가 졸업 앨범으로 연락을 먼저 해서 만나셨대요.”
임정숙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자기 괴롭히던 사람한테 연락을 한 거야?”
“나 괴롭히던 놈 어떻게 됐나 싶었대요. 근데 그때 아빠가 엄마 보고 반해서 계속 연락하고 그랬나 봐요.”
말을 하던 임정숙이 문득 웃었다.
“왜?”
“그때 엄마가 무척 이뻤대요. 그래서 일부러 연락을 한 거예요. ‘나 이렇게 예뻐졌는데 어때, 후회되지?’ 하고요.”
임정숙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그 후로 계속 만나신 거야?”
임정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 후로 아빠가 연락을 하고, 연락이 오면 만나줬대요.”
“왜? 어머니도 아버님에게 마음이 있으셨나?”
“그건 아니었대요.”
“그럼 왜 만나?”
“복수하려고요.”
“복수?”
이혜미와 귀신들이 의아한 듯 보자, 임정숙이 말을 이었다.
“만나고 잘 해 주다가 아빠가 고백을 하면 세상 비참하게 뻥 하고 차려고 했대요. ‘네가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마.’ 이렇게요.”
“하!”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차려고 잘 해 준 겁니까?”
“네.”
“그런데 어떻게 결혼까지 가신 거예요?”
“차려고 만났는데 고백을 안 하더래요. 그냥 친구처럼 대하고 손도 안 잡고.”
“그래서요?”
“그게 참 당황스러웠대요. 엄마가 한 말이기는 한데, 대학 때 자기 좋다고 다가오는 남자들이 많았대요. 그런데 아빠는 전혀 그러지 않으니까 엄마가 물었대요. 너 나 안 좋아하냐고.”
-너 나 안 좋아해?
-뭐?
-나 안 좋아하냐고.
-그…… 음…… 좋아해.
-근데 왜 고백을 안 해?
진세영의 물음에 임형근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네가 너무 예뻐서. 고백해서 안 되면 너 다시 못 볼 것 같아서.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임정숙이 웃었다.
“그래서 엄마가 고백하라고 해서 고백했고 받아줬대요.”
“나중에 차 버리려고요?”
“그때는…… 이 남자 괜찮게 잘 컸네, 싶었대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도 그때는 아버님에게 마음이 있으셨나 보네.”
“그러신 것 같아요. 엄마가 잘 해 주니, 아빠도 엄마한테 잘 하고 그렇게 둘이 잘 하다 보니 마음이 생기셨대요. 그래서 지금도 두 분은 친구처럼 대화하세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어디 어디 가셨어요?”
“서울 타워하고…….”
임정숙이 오늘 간 곳을 주르륵 이야기하자,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어제 서울 타워 다녀오셨다고 했는데 오늘 또 가셨어요?”
“마음에 드셨나 봐요. 오늘도 거기부터 들렀다가 오셨어요.”
임정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저녁은 드셨겠지만, 간단하게 뭐 드실 것 좀 만들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오징어 넣고 김치전 어때?”
“좋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가다가 한숨을 쉬었다.
“왜?”
“오징어가 요즘 너무 비싸.”
“옛날이나 오징어가 마리당 천 원이었고 지금은 비싸지.”
요즘은 싸야 만 원에 세 마리고 비싸면 두 마리에 만 원이니 말이다.
“뉴스 보니까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가격이 싸졌다고 하던데…… 왜 우리가 구매할 때는 비싸지?”
“그건 나도 의문이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식탁으로 올라오는 물가는 여전히 비슷한 것이다.
이런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다. 원산지에서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지만 식탁으로 올라오는 건 싸야 백 원, 이백 원 떨어지는 정도로만 체감이 되니 말이다.
반대로 원산지에서 값이 폭등했다고 하면 그 전날에 이미 가격이 반영이 돼 엄청 올라가는데 말이다.
산지에서 오백 원 올랐다고 하면 식탁에는 천 원 오르는 식으로 말이다.
참 알 수 없는 물가였다. 오르는 건 오르는데 떨어지는 건 안 떨어지는…….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주방에 들어가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임정숙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물었다.
“서울 타워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인사동 가서 차도 마시고…….”
임정숙이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많은 곳을 다 돌았어?”
“엄마가 안 잡았으면 아직도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을 거예요.”
임정숙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사장님이 준 돈으로 저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요.”
“그래?”
“길거리 음식 우리 먹어 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하긴. 그건 그러네.”
한끼식당에 사는 그들이니 길거리 음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 하면 배용수와 강진이 해 주니 말이다.
그리고 귀신한테 가장 맛있는 건 역시 강진과 배용수의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길거리 음식도 가끔 먹으면 맛있죠. 맛있었어요?”
주방에서 강진이 머리를 내밀며 하는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김치전을 마저 만들기 시작했다.
김치전 몇 장을 만들어 홀로 가지고 나올 때, 임형근과 진세영이 내려왔다.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툭툭 치며 내려오던 임형근이 강진이 들고 있는 김치전을 보았다.
“맛있겠네.”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드셨을 것 같으니 이거나 좀 드시고 주무세요. 배가 불러야 잠이 잘 오죠.”
“그건 그렇지.”
웃으며 임형근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식탁에 김치전을 내려놓았다.
“김치전이 되게 얇네?”
진세영의 말대로 김치전은 좀 많이 얇은 편이었다.
“저는 김치전이나 파전 다 얇게 만들어 먹는 게 맛있더라고요.”
“하긴, 얇게 부치면 가볍게 먹기 좋겠네.”
진세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늘 어디 어디 가셨어요?”
“일단 서울 타워 갔다가…….”
임형근이 젓가락으로 김치전을 찢으며 오늘 간 곳을 이야기하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서울타워는 어제 갔다 오시지 않았어요?”
“그랬지.”
“그런데 오늘 또 갔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서울타워가 마음에 들어.”
“그래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잖아. 그래서 하늘하고 가까워.”
“하늘하고 가까워서 가신 거예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 있는 곳하고 가깝잖아. 그리고 딸이 살던 서울이 가장 멀리, 그리고 많이 보이잖아. 그래서 좋더라고.”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가셨군요.”
“그리고 한 번 갔던 곳이라도 좋으면 또 갈 수도 있지.”
“하긴, 여행이라고 꼭 많이 볼 필요 있나요. 하나라도 좋은 곳 있으면 그거 즐기면 되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임형근이 김치전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아.”
그는 젓가락을 꺼내 진세영 앞에 놓고는 그 옆에도 젓가락을 놓았다.
빈자리에 젓가락을 놓은 임형근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오늘 자네 말대로 간식 먹을 때 정숙이 것도 사서 옆에 놨는데 좋더라고.”
“그러셨어요?”
“진짜 정숙이가 와서 먹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옆에서 먹는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어.”
임형근은 아내의 옆에 놓인 젓가락을 보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명절이나, 기일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애 먹을 자리를 만들려고 해.”
임형근은 다시 강진을 보았다.
“네가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해 줬어. 우리 딸도 같이 먹어야지.”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이 놓인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임정숙이 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