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덜컹! 덜컹!
지하철을 탄 강진은 나쁜 놈을 힐끗 보았다. 나쁜 놈은 지하철 문 옆에 몸을 기댄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는 겁니까?”
“경화대.”
“경화대?”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최호철이 나쁜 놈을 노려보았다.
“범행 대상을 찾고 있어.”
“또?”
“한 번 맛을 본 이상 저런 놈은 못 끊는다.”
“맛?”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맛이라 표현하기는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폭력, 성욕, 가학…….’
전에 범죄 심리학에 대한 임상옥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람을 가장 흥분시키는 감정에는 폭력, 성욕, 가학성이 있다. 그리고 폭력, 성욕, 가학성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범죄가 바로 성폭력이다. 성폭력이 나쁜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니, 굳이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성폭력이 가장 최악인 이유는……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이기 때문이다.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 중 하나가 바로 성폭력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약한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이었고, 재물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의 욕망만을 다루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놈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살인의 욕망에도 맛을 들였어. 절대 끊을 수 없어.’
“개자식.”
강진의 중얼거림에 순간 그의 발을 누군가 찼다.
탓!
세지는 않지만 분명 의도적인 발길질에 강진이 앞을 보았다.
앞에 앉은 삼십 대 정도의 남자가 기분 나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어이! 그거 나한테 한 소리야?”
남자의 말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한 것 아냐?”
“그럴 리가요. 제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속으로 한다는 것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진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나한테 한 줄 알고…… 미안해요.”
남자의 사과에 강진이 고개를 다시 숙일 때, 최호철이 혀를 찼다.
“걸렸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최호철이 나쁜 놈이 있는 곳을 보았다.
“저 자식이 너 봤어. 고개 돌리지 마.”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나쁜 놈을 보려다가 급히 고개를 멈췄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귀에 가져다댔다.
“그냥 시선 한 번 받은 건데요?”
사람들 시선을 안 받을 때야 혼잣말처럼 귀신에게 말을 해도 되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남자와 주변 몇 사람이 강진을 보고 있다.
그러니 귀신에게 말을 그냥 걸면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본 놈을 우연히 길 가다가 다시 보게 될 확률이 몇이나 될 것 같아?”
“그건…… 그렇네요.”
“게다가 저놈은 경찰 수백이 쫓아도 증거 하나 흘리지 않은 놈이야. 그런 놈이 미행을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그럼 형은요?”
“나는 놈의 뒤를 따라가야지.”
“그럼 저는요?”
“용수 데리고 갈 테니까. 경화대 도착해서 용수 불러. 내려.”
지하철이 다음 역에 서자, 강진이 발을 찼던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는 내렸다.
지하철에서 내린 강진은 힐끗 창문을 통해 안을 보았다. 나쁜 놈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저놈을 어떻게 하지?’
덜컹! 덜컹!
지하철이 출발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확 조져?”
사실…… 강진은 싸움도 좀 한다. 노가다판에서 거친 노가다 형들하고 부대끼다 보면 주먹다짐을 할 때가 있었다.
세상을 거칠게 살아온 현장 사람들이라 그런지 주먹도 거칠었다. 그래서 강진도 어디 가서 욕이나 싸움으로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죽일 것 아니면 주먹으로 해결이 될 일이 아니야. 게다가…… 연쇄 살인마잖아.”
지금 생각을 해 보니…… 조금 무서웠다.
나쁜 놈의 체격을 보면 싸움은 그리 잘할 것 같지 않지만…… 놈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을 말이다.
사람을 죽여 본 놈과 안 죽여 본 놈의 차이는 크다. 일반인이 싸울 때 상대의 눈에 손가락을 넣는다거나, 손가락을 물어뜯어 잘라낸다거나 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고민을 하던 강진이 머릿속을 정리했다.
‘하지만 저놈을 가만두면 안 돼. 지금도 희생자를 찾고 있는데…… 이번에 못 잡으면 희생자가 더 늘어나게 돼.’
귀신도 있고 지옥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쁜 놈이 죽으면 이승에서 못 받은 죄를 죽어서 받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지옥이 정말 끔찍하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죽어서 받는 벌과 이승에서 받는 벌은 다른 벌이다.
게다가 희생자는 무슨 죄인가.
나쁜 놈이 죽으면 지옥에서 처벌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 나쁜 놈 때문에 추가로 희생이 될 사람들이 문제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생각이 길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사이에 놈이 일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한창 꽃 필 나이의 여대생이 희생이 될 것이다.
생각과 함께 강진이 지하철이 오는 통로를 보았다.
“왜 이렇게 안 와?”
경화대에 도착한 강진은 배용수를 불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스윽!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말했다.
“어디 있어?”
“따라와.”
배용수가 서둘러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배용수를 따라간 강진은 빌라가 가득한 골목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저기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앞을 보니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는 최호철을 볼 수 있었다.
“형.”
최호철이 서둘러 자신의 옆을 가리키자 강진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어딨어요?”
“저기.”
최호철이 한쪽에 있는 편의점을 가리켰다. 범인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골목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자들이 지나가면 핸드폰을 들었다.
“뭐 하는 거죠?”
“사진을 찍고 있어.”
“사진?”
“타깃으로 삼을 여자 사진을 찍는 거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놈을 보았다. 잠시 놈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언제 저지를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본 걸로는 두 명 정도로 범위를 좁혔어.”
“두 명?”
“놈이 집 위치를 확인한 여자가 둘이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나쁜 놈을 보다가 말했다.
“저 사진 찍는 것도 어떻게 보면 도촬인데, 경찰 불러서 잡아가게 하면 안 돼요?”
“공공장소에서의 사진 촬영은 성적으로 수치를 느낄 만한 내용이 안 담겨 있으면 제재가 어려워.”
“저 핸드폰에 여자 사진들이 많을 텐데?”
“많긴 해도, 찍힌 여자가 직접 신고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사진작가라 길거리 배경 찍다가 여자가 찍혔다고, 죄송하다고 지우면 경찰로서도 어쩔 수 없어.”
“그렇군요.”
“그리고 어떻게 걸어서 잡아간다고 해도 이걸로는 얼마 안 있다가 나오게 돼.”
강진이 나쁜 놈을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저놈 매일 여기로 와요?”
“이 시간이면 늘 여기에 있어.”
“언제까지요?”
“한 이십 분 정도 더 여기에 있다가 자리 이동하고 다시 저녁때쯤에 이곳으로 와.”
“그리고요?”
“편의점 도시락하고 라면으로 밥 먹으면서 사람들 지켜봐.”
“늘요?”
“늘.”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나쁜 놈을 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전화번호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주르륵! 주르륵!
전화번호부를 위로 계속 올리던 강진이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진아! 오랜만이다.]중년 사내의 수더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형 잘 지내셨죠?”
[나야 우리 에이스 빠져서 힘들지.]“에이스는 무슨…… 형 요즘도 경화대 편의점 쪽 업주님들하고 친하시죠?”
[당연하지. 우리 편의점 업주들도 상생을 해야지. 서로 죽자고 싸우면 더 힘들어.]“그럼 혹시 경화대 빌라촌 AS 편의점 점주님하고 아세요?”
[빌라촌 AS 편의점…… 아! 강 사장님.]“친해요?”
[친하다기보다는 편의점주들끼리 회식할 때 몇 번 본 적 있지. 근데 왜?]“저 오늘 거기서 아르바이트 좀 할 수 있을까요?”
[아르바이트? 얼마나?]“오늘 하루만요.”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루만 해?]“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이 근처 살아서요. 지나가는 거라도 좀 보려고요.”
[그냥 고백을 해. 네가 스토커도 아니고, 여자 보겠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오늘만 부탁할게요.”
[미친놈…… 그럼 몇 시부터 몇 시까지?]“4시부터 새벽 아르바이트 올 때까지요.”
[일단 내가 전화는 해 보겠는데…… 거기 아르바이트 있으면 어려울걸.]“대신 아르바이트비는 안 받을게요.”
[그렇다면야…… 일단 전화해 볼게. 기다려 봐.]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을 최호철이 보았다.
“잠복하려고?
“시간 끌면 뭐 하겠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나 어디 좀 다녀올게요.”
“어디?”
“먹을 것 사러요.”
강진이 몸을 돌려서는 어딘가로 달려갔다.
***
강진은 AS 편의점에서 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 사장이 보증한다고 해서 쓰기는 하는데…… 빵꾸 나면 네가 책임지고 메꿔야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녁 아르바이트하는 애가 새벽 1시에 오니까, 그전까지 자리 비우면 안 되고.”
“네.”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 다루는 건 알지?”
“그럼요.”
“이거 계산해 봐.”
사장이 껌을 하나 집어 내밀자 강진이 바코드를 찍고는 능숙하게 계산을 했다.
“천 원입니다.”
그 모습에 사장이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카드 계산까지 마무리하자 사장이 말했다.
“정산해 봐.”
사장의 말에 강진이 정산을 하기 시작했다. 카운터에 있는 돈과 오늘 판 돈을 정산해서 장사할 돈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맞습니다.”
강진의 말에 사장이 카운터로 들어와 직접 정산을 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해.”
“네.”
사장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물건들의 수량이 적혀 있는 종이를 들고는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물건 확인요.”
“잠복하는 건데 굳이 그런 것까지 해야 해?”
“뭐가 됐든 일하기로 했으면 일은 해야죠.”
말을 하며 물건들을 정리하고 수량을 확인하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르게 해야지.”
“어떻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 밑에 있는 가방에서 봉지를 꺼냈다.
스륵!
가방에서 나온 것은 JS 편의점 봉투였다.
“JS 편의점?”
“죄를 지었으면, 죄를 지은 사람한테…… 처벌을 받아야지.”
“처벌?”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봉지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봉지에는 JS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과 간식들이 있었다.
“이거 뭐야?”
“먹일 거야…… 그놈한테.”
“죄를 지은 놈한테 왜 먹을 걸 줘?”
“죗값을 받으려면 피해자들을 봐야지.”
“피해자?”
배용수가 음식들을 보며 묻자 강진이 사과를 들었다.
“저승 음식을 먹으면 귀신을 볼 수가 있거든.”
“아…….”
배용수가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강진이 음식들을 카운터 밑에 내려놓았다.
혹시라도 일반 다른 손님이 사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가서 그놈 나타나면 이야기 좀 해 줘.”
“알았어.”
배용수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자세로 돌아가 청소를 하고 물건을 진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