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바스락!
고개를 돌리지 말까 하던 강진의 귀에 다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그에 망설이던 강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사람은 호기심 때문에 죽는다고 하던데…….’
돌리지 말라는 이성과, 무엇인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은 호기심…… 둘의 싸움은 호기심의 승리로 끝났다.
스윽!
그리고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강진의 얼굴은 굳어졌다.
어두컴컴한 숲에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송아지만 한 멧돼지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아악! 화아악!
컴컴한 밤, 멧돼지의 눈만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에 강진은 벌어지려는 입을 필사적으로 다물었다.
‘소리 지르면 안 돼. 소리 지르면 안 돼.’
자신이 놀란 것처럼 지금 멧돼지도 무척 놀랐을 테고 흥분을 한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자극하면 안 된다.
자극을 하는 순간 돌진을 할 테고 결과는 물론 안 좋을 것이다.
입술을 꼭 깨물며 강진이 멧돼지를 지그시 보았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개가 쫓아온다고 돌아서 도망가면 바로 물린다. 개가 쫓아올 때는 똑바로 서서 눈을 노려보며 대응하는 것이 덜 물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 물리고 끝나지만 말이다.
어쨌든 멧돼지를 노려보는 강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달려들 것 같은 기분에 발이 움직이지도 않았고 움직일 생각도 없었다.
‘에이 씨…… 이런 거지같은…….’
강진이 속으로 계속 욕을 할 때, 목소리가 들렸다.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진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과 함께 멧돼지가 땅을 박찼다.
팡!
투다다닥! 투다닥!
땅을 박차며 달려오는 멧돼지의 소리에 강진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강진의 고개가 천천히 멧돼지가 달려오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성적으로는 멧돼지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몸을 날려 피해야 하지만, 그놈의 호기심과 반사 신경이 달려오는 멧돼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강진의 시선에는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멧돼지가 보였다.
‘이빨이 뭐 저래? 영화야?’
마치 영화 속 괴물처럼 송곳니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멧돼지의 모습을 보는 것과 함께 강진이 필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파앗!
하지만 그건 강진의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일 뿐, 그의 몸은 지박령이라도 된 것처럼 땅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 강진의 앞에 만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멈춰!”
만복의 외침에 달려오던 멧돼지가 급히 멈추다가 바닥을 뒹굴었다.
우당탕탕!
달리던 속도를 못 이기고 그대로 자빠지며 굴러오는 멧돼지의 모습에 만복이 소리쳤다.
“피해!”
만복의 외침에 강진이 그제서야 급히 옆으로 몸을 피했다.
강진이 옆으로 몸을 날리는 것과 함께, 멧돼지가 그가 있던 곳을 자빠지며 굴러갔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나무에 부딪히며 멈추는 멧돼지의 모습에 강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완전 갈 뻔했네.’
정말로 죽을 뻔했다. 송아지만 한 멧돼지가 전력으로 달려와 부딪힌다면 소형차가 때리는 것 그 이상의 충격일 것이다.
게다가 그 멧돼지의 이빨은 날카롭고 컸다.
어쨌든 멧돼지를 피한 강진이 주춤거리며 근처에 있는 돌을 집어 들었다.
멧돼지가 어느새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돌을 주워 드는 강진의 모습에 만복이 웃었다.
“그걸로 찧게?”
“뭐라도 있어야죠.”
강진의 말에 만복이 피식 웃으며 멧돼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쟤 나쁜 애 아니니까, 괴롭히지 마.”
꿀! 꿀꿀!
멧돼지가 뭐라고 소리를 내자 만복이 그 머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괜찮아.”
그러고는 만복이 강진을 보았다.
“와서 인사해.”
“인사요? 멧돼지한테?”
“앞으로 여기 자주 오려면 인사해야지. 얘가 너 못 알아보고 박아 버리면 어떻게 해?”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움찔한 눈으로 멧돼지를 보았다. 멧돼지는 만복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강진을 보고 있었다.
‘멧돼지 눈에는 귀신이 보이는 건가? 하긴 만복 형이 멈추라고 했을 때 알아들었으니 멈추기는 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조심스럽게 멧돼지에게 다가갔다.
“달려들지 않겠죠?”
“내가 있잖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멧돼지를 보며 손을 들었다.
“안녕.”
움찔!
강진의 손짓에 멧돼지의 고개가 순간 아래로 향하며 발을 움직였다.
“괜찮아. 괜찮아. 얘 나쁜 애 아니야.”
만복이 달래자 멧돼지가 강진을 보았다.
푸루루! 푸루루!
자기가 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콧김을 뿜으며 말 같은 소리를 내는 멧돼지를 보면서 강진이 슬며시 바닥에 떨어진 JS 편의점 봉지를 집었다.
그러고는 봉지에서 소시지를 하나 꺼내 뜯어 멧돼지에게 슬며시 주었다.
킁킁킁!
냄새를 맡은 멧돼지가 소시지에 입을 가져가자 강진의 몸이 굳어졌다.
커다란 멧돼지의 입이 자신의 손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긴장하지 말자…… 토끼한테 풀을 주는 것과 같은 거야. 그냥 조금 큰 토끼일 뿐이지.’
속으로 자신을 세뇌시키며 강진은 멧돼지가 소시지를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에 멧돼지의 입이 손가락에 닿을 때는 등줄기가 오싹해졌지만 강진은 간신히 그 두려움을 이겨냈다.
소시지를 다 먹은 멧돼지가 강진의 손 냄새를 맡다가 봉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킁킁킁!
계속 냄새를 맡으며 봉지에 눈독을 들이는 멧돼지의 모습에 만복이 말했다.
“먹을 것 가져왔어?”
“형이랑 어른들하고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죠.”
“그럼 얘 좀 줘.”
“줘요?”
“겨울이라 먹을 것도 많이 없어서 얘들은 늘 배고파. 우리야 먹으면 맛은 있겠지만, 안 먹는다고 죽지는 않잖아.”
만복이 멧돼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 녀석, 얼마 전에 새끼들도 낳았거든.”
만복의 말에 강진이 멧돼지를 보았다.
“암컷이에요?”
“얘가 낳았다는 것이 아니고, 얘 마누라가 낳았다는 거지.”
“아…….”
“마누라가 애를 낳아서 먹을 것 찾으러 나온 거야.”
만복의 말에 강진이 멧돼지를 보다가 자신이 만든 음식이 담긴 찬합을 꺼냈다.
“근데 이걸 새끼들한테 어떻게 가져가죠?”
“여기다 두고 가면 얘가 가서 자식들 데려다가 먹일 거야.”
만복의 말에 강진이 찬합을 꺼내 바닥에 펼쳐 놓았다.
“애들 데려다가 먹여.”
만복의 말에 멧돼지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렇게 잠시 그를 보던 멧돼지가 이윽고 몸을 돌려서는 빠르게 숲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만복을 쳐다보았다.
“형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네요.”
“숲에서는 아예 소리를 크게 내고 다니는 것이 안전해.”
“소리를 내요?”
“소리를 내면 짐승들이 알아서 피해 다녀. 다음에 올 때는 호루라기라도 불면서 다녀.”
“알겠습니다.”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만복을 보았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마을에 있는데 네 기운이 느껴져서 왔지.”
“제 기운이 느껴지세요?”
“정확히는 저승식당 기운이지. 가자.”
말을 하며 만복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봉지를 챙겨서는 그 뒤를 따랐다.
확실히 귀신이라도 만복과 함께 가니 무서움이 좀 덜했다.
“아! 형 소시지 드실래요?”
“줘.”
두말하지 않는 만복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JS 편의점에서 사온 소시지를 내밀었다.
강진이 주는 소시지를 만복이 익숙하게 받아서는 비닐을 벗겼다.
“드셔 보신 적 있으신가 봐요?”
“복래가 자주 사 왔어.”
“저도 앞으로 자주 사 올게요.”
“그럼 좋지.”
이야기를 나누며 걷자 강진은 곧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 어른들과 소녀 귀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반갑게 맞이해 주는 귀신들에게 인사를 한 강진이 JS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과 과자들을 나눠주었다.
“뭘 이런 걸 사 와?”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제가 한 음식으로 가져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어느새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은 만복이 말했다.
“음식 해 온 것 같은데, 오는 길에 돼랑이가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주고 왔어.”
“돼랑이가 강진이 덕에 배부르겠구나.”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돼랑이요?”
“돼지와 호랑이를 섞은 이름인데…… 그 녀석이 여기서는 제일 세거든. 그래서 돼지 호랑이 라고 해서 돼랑이야.”
“아…….”
만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동물들은 귀신을 볼 수 있나요?”
“다는 아니고, 볼 수 있는 애들은 보더라.”
“그렇군요.”
말을 한 강진이 도시락을 들고 있는 어른들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일단 식사하세요.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어도 JS 편의점에서 사온 거라 입에는 맞으실 겁니다.”
“그럼 맛있게 먹겠네.”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주위에서 마른 가지들을 모아다가 불을 피웠다.
춥지는 않았지만 어두우니 불이라도 피우려는 것이다.
“강진아, 일어나.”
다음날 아침,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강진이 눈을 떴다. 눈을 뜬 강진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만복을 볼 수 있었다.
“……왜요?”
“집에 가야지.”
“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진은 작은 방 안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귀신들이 텔레비전 앞에 둥글게 모여 아침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에고! 저 죽일 년…….”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
무슨 드라마인지는 몰라도, 귀신들은 드라마를 보며 욕을 하거나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귀신이나 사람이나 아줌마들은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우두둑!
“끄응!”
내의를 입고 자서 춥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딱딱한 바닥에서 그냥 자서 그런지 허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편의점에 침낭도 팔려나? 아니면 텐트를 좀 사다 놓을까?’
밖에서 자기는 좀 그래서, 귀신들이 TV를 보는 방에서 잤는데…… 사실 많이 좁았다.
그래서 다음에 여기서 잘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텐트와 침낭을 가져다 놓을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허리를 편 강진이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다.
쌀쌀하고도 맑은 공기에 강진은 몸을 부르르 떨고는 기지개를 크게 켰다.
“끄으윽!”
우두둑! 우두둑!
전신에서 뼈마디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더 소리를 낸 강진이 개운하다는 듯 고개를 비틀었다.
우두둑!
마지막으로 우두둑 소리를 한 번 낸 강진이 몸을 돌리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한쪽에 다 무너져 가는 초가집 밑에 뭔가가 웅크린 채 그를 보고 있었다.
‘돼랑이?’
초가집 밑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바로 멧돼지였다. 그리고 대낮에 본 멧돼지는 더 육중하고 커 보였다.
게다가 길게 솟아 있는 송곳니 두 개는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꿀꺽!
‘아침부터 나한테 왜 이래?’
강진이 굳은 얼굴로 돼랑이를 볼 때, 돼랑이가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바닥에 놓인 나무토막을 이빨로 물고는 다가왔다.
주춤! 주춤!
강진이 뒤로 물러나려 하자 돼랑이가 그를 보다가 물고 온 나무토막을 내려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칡 가져왔네.”
옆에서 들리는 만복의 목소리에 강진이 돼랑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칡요?”
“너 먹으라고 가져왔나 보다.”
“돼랑이가요?”
“성의 생각해서 좀 먹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돼랑이를 보다가 슬며시 나무토막을 집었다.
나무토막인 줄 알았는데 들어 보니 두툼한 칡뿌리였다. 그에 칡뿌리를 들어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돼랑이를 보았다.
돼랑이는 멀뚱히 그를 보고 있었다.
‘이거 사람하고 표정이 다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잠시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칡을 일단 입에 넣고는 뜯어냈다.
으드득! 으드득!
생각보다 잘 뜯겨 나오는 칡을 손으로 뜯은 강진이 씹었다.
‘흙 맛이네.’
칡 고유의 단맛과 쓴맛은 흙 맛에 가려져서 느껴지지 않았다. 멧돼지가 칡을 씻어서 가져왔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돼랑이가 몸을 돌려 산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사라졌다.
“휴우!”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강진의 모습에 만복이 눈을 찡그렸다.
“너 이빨에 흙 끼었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눈을 찡그렸다. 진한 흙 맛과 함께, 입안에 흙이 돌아다니는 껄끄럽고도 기분 나쁜 식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은혜 갚은 호랑이나 까치는 돈 되는 걸 가져다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