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나쁜 놈요?”
“나쁜 놈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제가 말을 한 놈과 같은 놈인 모양입니다.”
강영강, 얼마 전에 죽은 바로 그 연쇄 살인마의 이름이었다.
“그놈 아세요?”
“이 사장님이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아서 좀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본사에서 들은 건데, 강영강 그놈을 서로 데려가려고 각 지옥의 영업부장들이 영업을 하느라 난리가 났답니다.”
“영업부장요?”
“강영강이 지은 죄가 여럿이라, 걸려 있는 지옥이 여럿입니다. 그래서 그 걸려 있는 지옥의 영업부장들이 먼저 그를 끌고 가려고 난리입니다.”
“지옥…… 영업부장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순서대로 지옥을 도는데, 이놈은 지은 죄가 있다 보니 서로 먼저 재판하려고 난리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재차 물었다.
“순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한쪽에서 백 년 이백 년 때리면 다음 지옥은 그 기간을 기다려야 하니 먼저 징역을 때리고 싶어 하는 거죠.”
“아…… 매를 먼저 때리고 싶어 하는 거군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승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저승에서도 화제성 짙은 사건은 먼저 처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인사고과에서도 점수가 좋아지고 저승의 언론에서도 좋게 다뤄지니까요.”
“저승에도 신문 같은 게 있어요?”
“그럼요. 나중에 JS일보 한 부 드릴게요. 아! JS일보에 일일 만화가 올라오는데, 그거 엄청 재밌습니다.”
“재밌겠네요.”
그렇지만 지금 강진이 궁금한 건, JS일보에 만화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 지금 그놈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한빙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빙지옥요?”
“저승에서 가장 크게 보는 죄 중 하나가 효인데, 한빙지옥이 그 효를 다룹니다. 그래서 첫 타는 한빙지옥에서 재판한다고 하더군요.”
“효? 그놈이 불효를 했나요?”
“그놈이 죄를 지었으니 부모님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아…….”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말했다.
“나쁜 짓을 하면 그 행동에 가장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것은 그 부모님입니다.”
“괴로운 건 피해자 아닙니까?”
“물론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해를 받은 건 피해자지만, 심적으로는 부모들의 속이 먼저 썩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승의 법도는 이승의 가치관을 따라갑니다. 한국은 조선 시대 때부터 불효를 가장 큰 죄로 생각을 했으니, 저희 한국 저승에서도 불효를 가장 크게 보는 겁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가면 가장 속이 아픈 것은 부모이기는 할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피해는 피해자가 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그럼 한빙지옥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빨리 도착해서 죄받고 벌 받았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여기 편의점에서 한빙지옥 대비 물품 보셨죠?”
“내복요? 아! 재판 받으러 가는 길이 엄청 춥다고 했죠?”
“그놈은 돈도 없으니 맨몸으로 한빙지옥을 지금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텐데…….”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강두치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고통스러운 거죠?”
물음이었지만 말에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아주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후회를 할 겁니다.”
그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힘들다고 멈출 수도 없죠. 사방이 다 눈이고 얼음이니 말입니다.”
그러고는 그가 라면 뚜껑을 열었다.
“일단 저 식사 좀 하겠습니다. 식사 시간이 빠듯하네요.”
말과 함께 강두치가 서둘러 라면과 반찬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나쁜 놈이 거기서 고생하고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한 수천 년 지옥에 처박혀서 피똥이나 싸라.’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빠르게 라면과 반찬을 먹는 강두치를 보니 식사 시간이 빠듯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승이나 저승이나, 직장인의 생활은 별로 다르지 않네.’
시간에 쫓기며 밥을 먹는 강두치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
“시간 되시면 저희 가게 오세요.”
“가게요?”
“월급이 막 엄청 많진 않으신 것 같은데, 저희 가게에서 식사하세요.”
“공짜로 먹어도 제 월급에서 압류가 될 텐데…….”
강진이 공짜로 줘도 JS 금융에서는 강두치의 잔고에서 알아서 돈을 뽑아 갈 것이다.
이승에서는 공짜라는 것이 있지만, 저승에서는 공짜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공깃밥에 반찬 드세요. 공깃밥이야 시세대로 천 원은 받아야겠지만, 반찬은 무료잖아요.”
“그래도…….”
“반찬은 기본으로 나가는 것이니, 그 정도야 가게 인심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해도 되나 싶은 것이다.
공짜 개념이 없는 저승은 일한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라 이런 적이 없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죄송하지만 가끔 가서 밥 좀 먹겠습니다.”
해 보고 안 되면, 먹은 만큼 돈을 내면 될 일이다.
“그렇게 하세요.”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강두치가 라면을 다 먹고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요즘 고객님들 마중하러 나가면 날씨가 춥던데.”
“12월 날씨가 이 정도는 되어야죠.”
“그건 그렇죠. 옷 좀 사 가지 그러세요?”
“옷요?”
“거기가 강원도 산속이라 좀 많이 추울 겁니다. 그렇게 입고 있으면…….”
강두치가 강진을 위아래로 보았다. 강진은 보통 남자들이 집 밖에 나갈 때 입는 패션이었다.
즉 편한 트레이닝복 바지에 면 티, 거기에 패딩을 하나 입고 있었다. 패딩을 벗으면 잠옷이고, 패딩을 입으면 외출복이 되는 그런 패션 말이다.
“제가 강원도로 이 사장님을 마중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얼어 죽는다는 말이었다.
“그 귀신 기운 덕에 추위를 많이 안 느낄 거라고 하던데요?”
“하긴 저승식당 주인분들이 감기 같은 것은 안 걸리기는 하시죠. 하지만 추위를 많이 안 느끼는 것이지, 추위를 아예 안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거기는 귀신들만 살아서 더 춥고 난방도 아예 안 하는데…… 이 추위에 괜찮으시겠어요?”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밤새도록 있어야 하는데 지금 옷차림으로는 추울 것 같았다.
게다가 강원도 산속이라 더 추울 테고 말이다.
‘한빙지옥 내복을 사면 안 추울 것 같은데…… 한 벌 살까?’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편의점을 보자 강두치가 말했다.
“내복 한 벌 사 가세요. 감기 걸려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한빙지옥에서 쓰는 물건이라 이승에서는 엄청 과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과하기는 한데, 장소가 장소니…… 추운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낫죠. 그리고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되잖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내복을 골랐다.
불타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는 열화내의를 본 강진이 사이즈를 보다가 말했다.
“이거 사이즈는 따로 없는 건가요?”
“프리 사이즈라서 남녀노소 다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네.”
점원의 말에 강진이 내의를 집어 가격을 보았다.
‘가격 미쳤네.’
내의 한 벌에 37만 원이다. 확실히 지옥 필수품들은 가격이 남달랐다.
착한 일을 할 때마다 JS 금융에 얼마나 적립이 되는지는 몰라도, 좋은 일을 꽤 많이 하지 않는 이상 지옥 필수품들을 골고루 다 구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가격이 부담돼서 보고만 있을 때, 강두치가 다가왔다.
“안 사세요?”
“가격이 조금…… 부담되네요.”
“어차피 죽으면 한 벌 사야 할 텐데, 지금 사면 죽을 때까지 입고 죽어서도 입을 수 있으니 이익 아닙니까?”
“어? 저도 한빙지옥을 가야 하나요? 나쁜 놈들만 가는 것 아닌가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재판은 착한 사람도 나쁜 놈도 다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재판 결과에 따라 지옥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재판장이 있는 지옥들에는 일단 다 가시기는 해야 합니다.”
“그럼 저도 그 고생들을 다 해야 하는 겁니까?”
말을 들으니 재판을 받으러 가는 길 자체가 지옥이라고 들었는데, 그 길을 다 가야 한다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착한 일 해서 돈 모은 분들은 지옥 필수품들을 사가는 겁니다. 착한 사람은 지옥 가는 길까지 돈으로 편하게 가니까요. 반대로 돈 없는 나쁜 놈들은 추위에 떨고, 칼에 찔리고, 뱀에 물리며 험난하게 가는 겁니다.”
“그럼 저도 그 지옥들을 모두 들르기는 하는 거군요.”
“이 사장님은 저승식당 운영하시는데 뭘 걱정하세요. 한빙지옥도 설상차 타고 편하게 가실 겁니다.”
“설상차?”
“눈 위나 빙판 위 달리는 차 있잖습니까. VIP들은 그거 타고 편히들 지옥까지 가시더군요. 아! 전에 어떤 분은 검수림도 장갑차 타고 가셨어요.”
“장갑차를 타고 검수림을 가요?”
강진의 의아한 듯 묻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JS일보에 뉴스로 나왔는데…… 시장에서 채소 파시던 할머니가 후원하고 키운 아이들이 백 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좋은 분이시네요.”
“게다가 그 아이들이 모두 착하게 잘 커서 선행이 더 쌓인 모양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쌓는 선행도 할머니에게 조금씩 누적이 돼서 저희 은행에 돈이 많이 쌓이셨습니다.”
“그 무슨, 선행 다단계 같네요.”
“선행 다단계라…… 틀린 말은 아니네요. 어쨌든 장갑차 타고 검수림을 지나가는데 멋지더군요.”
웃으며 말하던 강두치가 내복을 가리켰다.
“하지만 한빙지옥 추위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내복은 챙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거…… 제가 죽을 때까지 입지는 못할 것 같은데.”
“저승에서 만든 물건입니다. 입고 유격 훈련만 안 받으면 저승에 가실 때까지 짱짱하게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내복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때까지 입고, 죽고 나서도 입을 수 있으면 가성비 갑이네.’
비싸기는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좋은 가격이었다.
그에 강진이 내복을 챙겨서는 계산을 하고는 편의점을 나왔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제가 부탁해야죠. 그럼 제가 식사 시간이 끝나서…… 다음에 뵙겠습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서둘러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가자, 강진은 문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덜컥!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은 강원도에 있는 김치 저장소 앞이었다. JS 금융에서 강진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은 그의 기억 속에 있고 그가 들어갈 수 있는 곳뿐이다.
강진 소유의 집이거나,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영업을 하는 상가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강원도에 있는 마을의 집은 강진의 소유도 아니고, 상가도 아니기에 바로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을과 가까운 김치 저장소에서 나온 것이다. 김치 저장소는 강진의 소유이니 말이다.
김치 저장소를 나온 강진은 순간 추위를 느꼈다.
“으아! 춥다!”
확실히 서울보다 강원도의 추위가 더 강했다. 게다가 산속이고 늦은 밤이라 더 추웠다.
순간 심한 추위를 느낀 강진이 짐을 내려놓고는 열화내의 봉지를 뜯었다.
그러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상의를 벗었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둘러 상의를 벗은 강진이 열화내의 상의를 펼쳐서는 서둘러 머리를 집어넣으며 입었다.
후끈!
머리를 집어넣고 팔을 넣는 것과 함께 강진은 곧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두치 씨 말 듣기를 잘했네. 잘못했으면 진짜 그 사람이 나 마중 나올 뻔했네.’
정말 얼어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안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는, 하의도 벗고는 내복을 입었다.
‘따뜻하다.’
따뜻한 기운이 몸에 퍼지자 강진이 벗어 놓은 옷을 입었다. 옷을 다 입은 그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내복을 입기는 했는데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라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척 따뜻하니…….
‘겨울에 난방 안 틀어도 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짐을 들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산길이라 어둡기 짝이 없었지만, 달이 밝아서 그런지 걷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부엉! 부엉!
스르륵! 스르륵!
부엉이 울음소리와 나뭇잎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가 을씨년스러웠다.
“귀신 나올 것 같네.”
말을 하고 보니 좀 웃겼다. 방금 전까지도 귀신들을 상대로 음식 장사를 하고 온 주제에,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서워하니 말이다.
하지만 무섭기는 했다. 정작 귀신이 나오면 인사라도 나누고 할 것 같은데…… 분위기만 귀신이 나올 것 같으니 더 무서운 것이다.
“누구 한 명 불러서 같이 갈까?”
차라리 배용수라도 불러서 같이 가는 것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이런 분위기보다는 덜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려 할 때, 문득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나뭇잎이 밟히는 듯한 소리…….
그에 강진의 고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슬며시 돌아가다가 멈췄다.
‘공포 영화 같은 걸 보면, 이런 상황에서 고갤 돌리면 깜짝 놀랄 일이 생기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