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촤아악!
막 완성된 불고기를 그릇에 담은 강진이 홀을 향해 말했다.
“불고기 됐어요!”
“네!”
강진의 말에 술을 마시던 귀신 한 명이 일어나서는 불고기를 들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불 위에 있는 음식들을 빠르게 살폈다. 불 위에서는 또 다른 불고기가 익어가고, 김치찌개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허리를 폈다.
우두둑!
“끄응!”
작게 신음을 토한 강진이 옆에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는 뭔가를 집중해서 하고 있었다.
배용수는 오미자를 섞어서 만든 설탕 시럽을 수저로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오미자 즙을 섞은 시럽이라 색이 예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설탕으로 실을 만들 거야.”
“설탕 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설탕 녹인 것을 살피다가 포크를 가져다가 설탕을 찍고는 들었다.
주르륵! 주르륵!
포크를 타고 설탕 시럽이 조금씩 흘러내리자, 배용수가 종이로 부채질을 했다.
스륵! 스륵!
그러자 설탕이 길게 늘어지며 붉은 실처럼 변하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신기하네.”
강진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배용수가 설탕 실을 계속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그것을 손으로 살살 모아서는 그릇에 살짝 올려놓았다. 실이라고 해도 단단한 고체라, 조금만 힘을 줘도 으스러지기에 배용수는 집중을 하고 있었다.
“오케이.”
배용수가 냉동고에서 접시를 하나 꺼냈다. 접시 위에는 랩이 씌워져 있었는데, 랩 위에는 시럽으로 하트 모양 틀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하트 모양에 설탕 시럽을 살살 부었다.
주르륵! 주르륵!
하트 모양 안에 붉은 시럽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예쁘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라고 만든 거니까.”
그러고는 접시 바닥을 손바닥으로 살살 두들겼다.
툭툭툭!
그러자 시럽이 좌우로 퍼지며 평평하게 펴졌다.
그것을 구경하던 강진이 불고기와 김치찌개를 확인하고는 홀을 향해 소리쳤다.
“불고기 하나 더, 김치찌개요!”
강진의 말에 귀신 둘이 일어나 오자, 강진이 메뉴를 내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늘 맛있지!”
웃으며 귀신 둘이 메뉴를 들고 자리로 가자, 강진이 손을 닦았다.
“요리 다 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랩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스륵!
랩이 들려 올라가며 붉은 하트가 살며시 올라왔다.
“이야…… 별걸 다 하네.”
“쉿!”
조용히 하라는 배용수의 신호에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얇은 설탕 하트가 깨지지 않게 조심히 든 배용수가 랩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냉동실에 있던 접시에 부은 시럽이라 금방 굳어져 하트 모양이 유지가 되었다.
하트를 떼어낸 배용수가 미리 만들어둔 팬케이크 위에 그것을 꽂았다.
“휴우!”
작게 한숨을 토한 그가 손을 닦고는 팬케이크 위에 붉은 설탕 실을 풍성하게 올렸다.
“어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팬케이크를 보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특제 음식은 바로 팬케이크였다. 들어가는 재료는 일반적인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배용수는 장식에 많은 신경을 썼다.
과일도 예쁘게 썰어 올렸고 그 위에 붉은 하트와 설탕 실이 놓여 있어 무척 보기가 좋았다.
흔히 말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왜 팬케이크야?”
“생일이잖아. 그리고 연인이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생일하고 연인은 케이크기는 하지.”
팬케이크도 넓게 보면 케이크에 속하니 말이다. 그런 배용수를 쳐다보던 강진이 팬케이크를 보았다.
“근데 잘 만들었네. 한식 요리사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팬케이크가 그리 어려운 요리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한식이 아니라 양식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한식 요리사라고 한식만 할 줄 알면, 이 글로벌 세상에 어떻게 성공하냐?”
“그럼 다른 것도 해?”
“깊이 파지는 않았지만 일식, 양식까지 조금씩은 다 할 줄 알지. 여러 요리 방법을 알아야 더 많은 요리를 할 수 있고,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팬케이크를 보다가 홀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가져다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접시를 조심스럽게 들고는 홀로 나왔다.
그런 배용수를 따라 나오던 강진이 주방을 보다가 한쪽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 있는 양초 두 개를 꺼낸 강진이 불을 붙이고는 배용수의 뒤를 따라 나왔다.
양초를 조심히 들고 나온 강진이 최훈과 선주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희 주방장이 두 분의 좋은 날을 위해 특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배 셰프!”
셰프라는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접시를 내려놓았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용수가 정중하게 하는 말에 선주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너무 예뻐요.”
그녀의 말대로 팬케이크가 예쁘기는 예뻤다.
선주의 말에 강진이 양초를 살며시 탁자에 놓고는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있는 최호철에게 말했다.
“형, 불 좀 꺼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불을 끄자, 양초의 은은한 불빛만이 가게 안에 퍼져나갔다.
촛불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생일 축하합니다.”
강진의 선창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강진과 배용수가 노래를 부르자 다른 귀신들이 멀뚱거리며 그것을 보다가, 강진의 눈짓에 하나둘씩 손뼉을 치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사람, 아니 귀신들의 축하에 최훈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소원 생각하고 촛불 끄셔야죠.”
강진의 말에 최훈이 잠시 촛불을 보다가 후 불었다.
휘이익!
촛불이 꺼지자 최호철이 불을 켰다.
가게가 밝아지자 강진이 주방에서 칼을 가져왔다.
“이왕 하는 것, 할 것은 다 해 보죠.”
말을 하며 강진이 식칼을 주자 최훈이 식칼을 받았다.
그러고는 최훈이 선주를 보았다.
“같이 자르자.”
최훈의 말에 선주가 식칼을 같이 잡고는 팬케이크에 칼을 가져다 댔다.
팬케이크 커팅까지 한 두 귀신이 서로를 보며 웃는 것을 보면서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생일 축하를 해 준 후, 강진과 배용수는 허연욱과 함께 자리를 한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안 보이시던데 어디에 계셨어요?”
며칠 허연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강진의 말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일을 하던 병원에 며칠 있었습니다.”
“병원에는 갑자기 왜요?”
“제가 진료하던 환자들이 어떻게 잘 있나 싶기도 하고, 또 나 죽은 후에 새로 나온 논문 같은 것이 있는지도 보고 싶기도 해서 겸사겸사 가서 있다 왔습니다.”
“죽으셨는데도 의학 연구를 놓지 않으시네요.”
“죽어서 좋은 점 하나가 시간이 남는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연구하던 마늘과 쑥으로 병원에서 약을 만들었더군요.”
“마늘과 쑥요?”
“일단 건강을 보조하는 역할이기는 한데…… 장복하면 몸에 아주 좋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곰이 사람이 되게 만든다는 마늘과 쑥인데, 당연히 몸에 좋겠죠.”
“맞습니다. 그러고 보면 선조들은 참 대단한 듯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마늘과 쑥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아셨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마늘과 쑥으로 만든 약은 많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늘과 쑥에서 좋은 성분만 추출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게 잘 됐더군요.”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귀신들이 순간 가게 문을 돌아보았다.
“다들 일어나자고.”
한 귀신의 말에 귀신들이 서둘러 먹던 것을 마시듯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가게를 나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일어나는 배용수를 보았다.
“처녀귀신 와?”
귀신들이 한 시도 되지 않았는데 나가는 이유는 처녀귀신밖에 없었다.
“요즘 너무 자주 오지 않냐?”
배용수가 작게 투덜거리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매일 오는 너도 있는데 무슨…….”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허연욱과 함께 가게를 나서려다가, 고개를 돌려 최훈 쪽을 보았다.
최훈과 선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한끼식당이 처음이니 이런 경우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에 배용수가 말했다.
“지금 처녀귀신이 와서 가게에서 나가야 합니다.”
“가게를 나가요?”
“일단 따라오세요.”
배용수의 말에 최훈과 선주가 급히 그를 따라 뒷문으로 가게를 나섰다.
남은 음식을 아쉬워하는 선주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낸 강진이 식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디링!
풍경 소리와 함께 김소희가 이예림과 최가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것은 그들 셋만이 아니었다. 그 뒤를 따라 이혜선 패밀리도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
처녀귀신이 여섯이나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들을 보다가 슬쩍 문을 보았다.
“영수는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잠시 총각귀신에게 맡겼네.”
“총각귀신요?”
“처녀귀신의 삶은 내가 알려줄 수 있으나, 총각귀신의 삶은 내가 알려줄 수 없지.”
“아…… 유학 보내신 거네요.”
“유학?”
강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소희를 대신해서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뭐 대충 그런 셈이죠.”
“그럼 총각귀신이라는 분은?”
“나도 멀리 몇 번 봤는데 좋은 사람이에요. 나하고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드실래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힐끗 시간을 보았다. 12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만들 수 있는 걸로 주게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한나를 보았다.
“한나야,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좀 도와줄래?”
전에 보니 강한나가 요리를 조금 할 줄 알았던 것을 떠올린 강진이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
“알겠어요.”
순순히 답을 한 강한나와 함께 강진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는 바로 마늘과 고추를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마늘과 고추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꺼냈다.
“전 뭐 할까요?”
“파하고 고추 좀 썰어줘.”
강진의 말에 강한나가 재료를 썰 때, 조명희가 음식 그릇들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놔두면 내가 할 텐데.”
“오빠 혼자 언제 다 해요?”
그러고는 조명희가 남은 음식들을 음식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싱크대에 그릇을 놓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고마워.”
말을 하며 강진이 홀을 보았다. 홀에서는 이혜선이 이예림과 최가은을 데리고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소희는 어느새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혼자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반찬 몇 개를 꺼내며 강한나를 보았다.
“이것 좀 봐 줘.”
“네.”
강한나에게 고기볶음을 부탁한 강진이 반찬을 덜어서는 김소희에게 가져다주었다.
“빈속에 드시면 속 아픕니다.”
“고맙군.”
그러며 김소희가 소주를 잔에 따르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이혜선 씨와는 어떻게 같이 오셨어요?”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더군.”
“아!”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세대가 너무 다르다 보니, 김소희가 이혜선을 불러 가르치는 것을 맡긴 모양이었다.
‘하긴 아가씨가 가르치면 두 녀석도 긴장돼서 잘 배우기 어렵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소주병을 들어서 김소희에게 한 잔 따라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시간을 힐끗 본 강진이 빠르게 요리에 집중을 했다. 최대한 빠르게 음식을 내야 한 시 전까지 처녀귀신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