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강진은 고기볶음과 일본식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좋아할 맛인 것 같고, 계란말이라 금방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빠르게 음식을 두 개 만들어 낸 강진이 음식들을 나눠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늘 그렇듯이 김소희와 처녀귀신들의 상을 따로 차린 강진이 슬며시 이혜선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근데 혜선이는 요즘 뜸하던데? 바빴어?”
“애들하고 인천에 바다 보러 갔었어요.”
“인천? 너희 멀리 못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인천까지는 갈 만해요.”
웃으며 이혜선이 소주를 따라 주자 강진이 한 잔 마시고는 잔을 다시 내밀었다.
쪼르륵!
강진이 다시 잔을 받을 때, 이혜선이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먹다가 눈이 커졌다.
“맛있어.”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
“이거 계란말이인데 맛이 특이해요. 달달하면서 감칠맛도 있고…… 푹신한 것도 같고.”
“맛 잘 아네.”
“나도 입 있어요.”
말을 하며 이혜선이 계란말이를 하나 더 집어먹자, 다른 여자들도 하나씩 집어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카스텔라를 우유에 찍어 먹는 것 같아요.”
“정말 부드럽다.”
여자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기를 하나 집어먹었다.
“이보게.”
그때 들려온 김소희의 부름에 강진이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슬쩍 그릇을 가리켰다.
“더 주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릇을 보았다. 김소희는 혼자 먹을 것이라 계란말이를 세 개 정도 예쁘게 담아냈는데 어느새 다 먹어 비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몰라 한 덩이 더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서 잘라 오기만 하면 되니 어렵지 않았다.
강진이 그릇을 들자 김소희가 작게 말했다.
“좀 넉넉히 내오게.”
“네?”
“세 개로 누구 입에 붙이겠나.”
“아…… 알겠습니다.”
가볍게 웃은 강진이 계란말이를 잘라서는 반은 김소희의 그릇에 담고, 반은 따로 담아 내왔다.
그리고 그릇을 강진이 내려놓자 그것을 보던 김소희가 다른 그릇에 있는 계란말이를 보았다.
그건 왜 안 주나 싶었는데, 그것을 이혜선 테이블에 놓자 김소희가 작게 입맛을 다시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 탁주는 없는가?”
“탁주…… 막걸리요?”
“전에 탁주가 괜찮던데.”
“지금은 떨어지고 없습니다.”
“그런가.”
조금 아쉬운 듯한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내일 그곳에 가니 받아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몸을 돌리려 할 때, 문이 열렸다.
디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의 눈에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에 이혜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우와…… 사람이다!”
이혜선이 놀람에 찬 눈으로 황민성을 보는 것에 강진이 힐끗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전혀 관심 없는 얼굴로 계란말이를 집어먹고는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신기해하지 않으시네.’
다른 귀신들은 이 시간에 사람이 들어오면 이혜선처럼 놀람과 황당함을 느끼는데, 김소희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소주와 계란말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계란말이가 마음에 드시나 보네.’
일본식이라는 어감이 김소희에게 안 좋을 수도 있다. 김소희는 임진왜란 때 왜구들과 싸운 무신이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이 싫다고 일본의 맛까지 싫어하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맛있는 건…… 그냥 맛있는 것이니 말이다.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술을 한잔하니 음식이 그리워서 또 왔습니다.
“해장에는 라면만 한 것이 없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빈자리로 가서 앉으며 주위를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앉던 것을 멈추고는 다시 일어났다.
“사장님.”
“뭘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미성년자한테 술을 파시는 겁니까?”
“네?”
강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황민성을 보자 그가 인상을 쓰며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학생.”
황민성의 목소리에도 김소희는 고개를 들지 않고 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시고…….”
실망이라는 듯 보는 그의 모습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사정을 모르면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딱 봐도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사정을 알면…… 다시 가게에 오지 않고 바로 도망을 칠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에 머리를 빠르게 굴린 강진이 결단을 내렸다.
‘당당하게 나가자. 그것밖에는 답이 없다.’
이건 어떻게 변명을 해도 변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진도 처음에 김소희가 술을 마시려 하자 미성년자가 까분다고 했었으니 말이다.
결정을 내린 강진이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미성년자한테 술을 팔면 가게 영업이 정지당하는데, 제가 술을 팔겠습니까?”
“지금 저보고 저 학생이 성인이라고 믿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게다가 여기 교복 입은 학생도 둘이나 있잖습니까.”
쿵!
천둥이 떨어지는 듯한 황민성의 일침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려 처녀귀신들을 보았다.
이혜선과 다른 처녀귀신들은 그래도 이십 대로 보이지만, 이예림과 최가은은 아니다. 게다가 황민성의 말대로 교복까지 입고 있었다.
거기에 이예림과 최가은 앞에는 소주잔이 있으니 이것도 소위 말해 ‘빼박’이었다.
‘당당하게 나가자. 당당하게…….’
속으로 다시 뻔뻔하게 나가자고 결심한 강진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혜선아.”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그를 보자 강진이 말했다.
“이 손님이 아가씨가 미성년 같다고 하는데?”
그리고 강진이 눈짓을 하자 이혜선이 그것을 눈치채고는 웃었다.
“우리 큰언니가 동안이기는 하죠.”
“큰언니?”
황민성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이혜선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여기 있는 분이 우리 큰언니예요.”
“여기 학생이 그쪽 큰언니라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럼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동안이시기는 하지만 아가씨가 연배가 있으십니다.”
“그게 무슨?”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믿기 어렵다는 듯 김소희를 보았다. 누가 봐도 중학생 정도로밖에는 안 보이는 소녀를, 이십 대 중반은 될 만한 여자가 큰언니라고 하니 믿기 어려웠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아가씨가 미성년자라면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큰언니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술 마시는 미성년자를 감싸려고 하겠습니까?”
“그건…… 아는 일행이라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는 사이라면 더 못 마시게 하겠죠. 어떤 어른이 아는 꼬마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만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얼굴에 미심쩍어하는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 보이는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계신 분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여기 김소희 아가씨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다고요?”
“황민성 씨보다 나이가 더 많으십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그러고는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았다.
자신이 삼십 대 중반인데, 여기 있는 소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니?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강진의 말에 믿음이 갔다.
거짓말을 하려고 했으면 이십 대 초반이라고 했겠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황당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상에 저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야 하는 것 아냐?’
그런 생각을 하며 황민성이 김소희를 놀람과 황당함이 어린 눈으로 볼 때, 김소희의 눈썹은 굳어진 채 살짝살짝 꿈틀거리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은 듯한 표정으로…….
물론 강진은 황민성을 설득하느라 못 봤지만 말이다. 어쨌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진짜입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제 양심이 소주 몇천 원에 팔 정도로 싸지는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그를 보다가 이예림과 최가은을 보았다.
“그럼 저 두 분도 고등학생이 아니겠군요.”
“물론입니다.”
거짓은 아니다. 죽은 지 몇 년 돼서, 살아 있다면 대학생은 될 나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교복을?”
황민성의 말에 이예림이 투덜거렸다.
“아저씨, 왜 그런지는 알겠는데…… 밥 먹으러 왔으면 그냥 밥이나 먹죠.”
그녀의 입장에서는 1시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방해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이예림의 말에 황민성이 뭔가 말을 하려 할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입.”
예의 없는 말에 김소희가 주의를 준 것이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이예림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잔을 들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살며시 보았다.
‘정말 나이가 많은가?’
딱 봐도 이예림이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김소희의 말에 바로 꼬리를 말아 버리니 말이다.
소주를 한 잔 따른 김소희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말했다.
“사람을 잘못 보기는 했으나…… 어른이 아이들의 잘못을 보고 지적하지 않고 나서지 않음은 아이들을 망치는 것이니 잘하였네.”
“네? 네.”
김소희의 목소리에 담긴 기품과 위엄에 황민성은 자기도 모르게 공손하게 답을 했다.
그런 황민성을 슬쩍 눈을 돌려 본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한 잔 받게.”
말을 하며 김소희가 병을 들자 이혜선이 급히 잔을 하나 황민성에게 내밀었다.
그에 황민성이 이걸 어찌해야 하나 싶은 얼굴로 김소희를 보다가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잔을 든 그의 손은…… 둘이었다. 생긴 것은 분명 아주 어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자기도 모르게 공손하게 두 손이 나간 것이다.
그런 황민성에게 김소희가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황민성이 잔을 받자 김소희가 소주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못을 하는 사람에게 잘못됐다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게나.”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왜 감사하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황민성은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마시게.”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잔을 비웠다. 자기도 모르게 말이다.
황민성이 잔을 비우자 김소희가 말했다.
“가서 식사하시게나.”
“네? 아…… 네.”
황민성을 아는 사람들이 지금 이런 그의 모습을 봤다면 황당해하고 의아해했을 것이다.
나이도 어린, 아니 어려 보이는 소녀에게 이렇게 공손히 대하니 말이다.
황민성이 슬며시 몸을 돌려 자리로 가자 김소희가 소주잔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입에 대지 않고 들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이보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소주잔을 지긋이 보며 말했다.
“여인의 나이는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닐세.”
“아…… 죄송합니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소주잔을 기울여 잔을 비웠다. 그 모습이 ‘나 기분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강진이 슬며시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 옳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휴!”
강진의 한숨에 황민성이 멍하니 김소희를 보다가 말했다.
“정말 나이가 많으십니까?”
아직도 조금 못 미더운 듯한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살짝 속삭였다.
“여자의 나이는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시랍니다.”
“아…… 혹시 기분 나빠하시던가요?”
“그러신 것 같습니다.”
“죄송하네요.”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이제는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것을 믿으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말투에, 저런 분위기를 내는데 어떻게 안 믿겠습니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살며시 물었다.
“그럼 나이가 대체 얼마나 많은 겁니까? 한 사십?”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급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쉿!”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 쪽을 보았다. 거리가 있어서 속삭이는 소리가 안 들릴 것도 같지만, 귀신이니…….
그리고 강진의 시야에 김소희가 싸늘한 눈으로 이쪽을 힐끗 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시선은 황민성을 향하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그 시야에서 멀어졌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여름에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데…… 보스 처녀귀신이 한을 품으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