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이태문이 만든 요리는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JS 도시락에 있는 고기와 반찬에 조금 더 간을 하거나, 조리를 조금 더 한 정도였다.
불고기는 살짝 더 볶고 간을 본 후, 간을 조금 더 하고 JS 편의점에서 사온 계란과 함께 내 놓았다.
간을 조금 더 해서 맛이 강해졌으니 계란을 그릇에 풀어 거기에 찍어 먹게 한 것이다.
거기에 소시지와 떡갈비에는 계란 옷을 입혀 튀겼다.
마지막으로 밥은 JS 편의점에서 사온 마늘과 파로 살짝 볶아 마늘볶음밥을 만들었다.
거기에 JS 편의점에서 사온 계란과 삼겹살로도 요리를 해서, 테이블에는 JS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식사하시지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자신의 앞에 차려져 있는 테이블을 보았다.
김소희가 합석을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이태문이 상을 두 개 차린 것이다.
김소희가 밥상을 볼 때 이태문과 강진은 옆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자리를 했다.
그런데 밥상을 보던 김소희가 몸을 돌려 강진을 보았다.
“태문이 옆으로 가게.”
“네?”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눈으로 이태문의 옆을 가리키자, 강진이 일어나 이태문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김소희가 강진이 앉았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았다.
자신의 앞에 앉는 김소희의 모습에 이태문이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아가씨?”
“죽은 귀신이 내외를 할 필요는 없겠지. 나도 여기서 먹겠네.”
“아가씨……?”
김소희의 말에 이태문이 그녀를 볼 때,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녀의 몫으로 차려졌던 테이블에서 밥과 국을 가지고 왔다.
“그럼요. 음식은 같이 먹어야 맛있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젓가락과 그릇들도 JS 편의점에서 일회용으로 사온 거라 그녀는 현신했을 때와 같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불고기를 집어 계란을 풀은 그릇에 담갔다가 입에 넣은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군.”
김소희의 말에 이태문이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제가 아가씨와 겸상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죽고 나니 좋은 일도 생기는군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밥이나 먹게.”
“알겠습니다.”
웃으며 이태문이 수저로 김치콩나물국을 떠서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만들기는 했지만 맛이 아주 좋습니다.”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조금씩 비우세요. 비우시다 보면 새로운 즐거움도 생기실 겁니다.’
김소희가 편하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문득 의아함이 어렸다.
자세히 보니 김소희는 다른 사람의 젓가락이 닿았던 곳을 피해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의 젓가락이 간 곳에 손을 대기에는 아직 불편한 모양이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지. 이것도 많이 발전한 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최대한 자신이 손을 댔던 곳에만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이태문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기간 음식 장사를 하며 손님들을 보아 온 그이기에 김소희의 행동을 바로 눈치챈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배려에 김소희는 아직은 어려운 식사를, 조금은 편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맛있게 한 김소희는 이태문과 황구를 데리고 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태문이 말을 한 대로 금강산에서 유람을 하고 올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소희의 뒤를 따라가는 이태문의 얼굴은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마치 첫날밤을 기대하는 신랑의 얼굴 같았던 것이다.
물론 정말 첫날밤을 기대한다면 죽고 또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을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태문은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김소희를 보내고 난 강진은 배용수와 지박령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배용수가 들어오자 강진이 싱크대에 광어와 우럭이 담긴 비닐을 올렸다.
투명한 비닐 사이로 보이는 물고기를 살핀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고기 좋네!”
배용수의 말대로 물고기는 활발했고 크기도 큰 것이 좋아 보였다.
물고기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야, 내가 너한테 선물을 하나 가지고 왔다.”
“선물? 사내놈들끼리 무슨 선물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배용수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한쪽에서 봉지를 던졌다.
휙!
강진이 갑자기 봉지를 던지자 배용수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잡았다.
덥석!
자신의 손에 잡히는 봉지에 배용수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JS 물건이야?”
“그러니 네 손에 잡히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봉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은 고무장갑이었다.
“고무장갑이네?”
“변탕지옥에서 청소할 때 쓰는 거래.”
“변탕지옥?”
변탕지옥은 처음 들어보는 듯한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열탕지옥에 속해 있는 지옥인데 거기서는 그…… 똥물에 사람을 튀긴대.”
“똥물에 사람을 튀겨? 으…… 드러워.”
질색을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거기서 튀겨지다가 육 일에, 그러니까 이쪽으로 따지면 일요일에 자기가 튀겨지던 솥 안의 변들을 닦는다고 하더라.”
“왜? 그냥 거기다 계속 튀기면 되잖아.”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그와 비슷한 질문을 JS 편의점 직원에게 했었다.
변탕지옥에서 튀겨질 정도면 나쁜 놈들인데 왜 청소라는 휴식을 주나 해서 말이다.
하지만 직원이 한 말은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강진이 그 이야기를 배용수에게 해 주었다.
“매일 더러운 곳에 있으면 익숙해지잖아. 사람이란 것이 익숙해지면 지옥도 살 만해지니까. 깨끗하게 청소하고 다시 똥물 붓고, 또 청소하고 다시 똥물 붓고 하는 것 같더라.”
매일 더럽게 사는 것보다 하루는 깨끗하게 살고, 다음날부터 다시 또 더럽고 힘들게 살게 하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독하네.”
“그렇지. 그리고 마음으로도 고통스러울 거야.”
“그야 똥물을 다시 부으니까.”
“그것도 맞는데. 예를 들면 네가 열심히 청소를 했는데…… 그 방을 다시 어지럽혀야 해. 그것도 일부러. 기분이 어떨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안 좋겠지.”
“내가 전에 어디서 인공지능 로봇이 애써서 블록으로 탑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있거든. 근데 그 로봇한테 내려진 다음 명령이 그 탑을 무너뜨리라는 것이었어. 그때 로봇 반응이 ‘이거 애써서 만들었는데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 되냐’는 거더라고. 인공지능도 자신이 애써서 만든 탑을 스스로 부수라고 하니 싫었던 거지. 그럼 사람은 어떻겠어?”
“기분 안 좋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청소시키고 다시 그 안에 똥물을 붓는 거야. 좌절감도 느끼고 엿 먹으라고.”
“좀 치사하다.”
“지옥이잖아.”
“그래서 이거 가지고 나보고 화장실 청소라도 하라는 거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들어 보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야, 그거 하나에 이십만 원이야.”
“이게?”
놀란 눈으로 고무장갑을 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탕지옥 청소할 때 손에 끼고 하는데, 그거 끼면 똥도 안 묻고 좋다고 하더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똥물에 튀겨지던 사람들 말하는 거지?”
“그렇지.”
“그럼 그 사람들은 온몸이 똥투성일 텐데…… 왜 굳이 이걸 끼고 해? 몸에도 묻었으면 손에도 묻었을 텐데?”
이미 똥이 묻었을 사람이 똥을 왜 장갑 끼고 만지나 싶은 것이다.
“몸에 똥을 뒤집어썼더라도 손으로 똥을 만지기는 싫어서 그런 것 아닐까?”
뭔가 이상하기는 해도 이해가 될 것도 같은…… 어쨌든 조금 이상한 논리였다.
“그런가?”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너한테 청소를 시키려고 사온 것은 아니야. 너처럼 중요한 인력에게 화장실 청소라니 말도 안 되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그럼? 뭐, 설거지할 때 쓰라고?”
“설거지도 하고…….”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음식도 하라고.”
“무슨 음식을 고무장갑을 끼고 해?”
“일단 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비닐을 뜯어 고무장갑을 꼈다.
고무장갑을 낀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양파를 하나 꺼냈다.
“고무장갑을 껴야…….”
강진이 양파를 휙 하고 던졌다.
휙! 탓!
배용수가 양파를 잡자 강진이 웃었다.
“이승 식재를 잡을 수 있지.”
“어? 이거 이승 거야?”
“맞아. 축하한다. 보조에서 정식 요리사로 승급한 거.”
JS 편의점에서 이태문의 심부름을 할 때, 그가 사 오라고 한 조리도구들을 고르다가 강진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귀신이 JS 조리도구를 사용해 음식을 할 수 있다면, 배용수도 요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니, JS 식재료가 아니더라도 JS 편의점에서 파는 장갑 같은 것을 끼면 이승의 식재료도 터치가 가능하고 기구들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무장갑과 일회용 장갑 같은 것들을 사 왔다. 그럼 배용수가 그 고무장갑과 일회용 장갑을 끼고 직접 요리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배용수는 이승 식재료를 만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용수가 주방 일을 도와주면 아르바이트 문제는 해결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최훈이 다가와 말했다.
“저…….”
최훈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설거지라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설거지요?”
“용수 씨 말을 들으니 저승에 가면 돈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저도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배용수와 지내며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묻고 듣다 보니 저승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은 모양이었다.
최훈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말했다.
“너도 알바 필요하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최훈을 보았다.
“아시겠지만, 가게에 귀신이 있으면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용수 씨도 일을 하는데…….”
“귀신 하나와 둘은 차이가 있죠. 용수 한 명 정도는 있어도 손님들이 들어올 수 있지만, 둘이 되면…… 손님들이 찾아오기가 힘듭니다.”
“아…….”
최훈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일하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최훈이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용수 씨 말로는 저승엘 가면 돈 들어갈 데가 많다고 하는데…… 저희는 돈이 없습니다.”
최훈의 말에 강진이 힐끗 선주를 보았다. 최훈의 말을 들으니 아마 그 자신보다도 선주에게 돈이 없을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던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영업시간이 끝나고 나서, 가게 뒷정리와 청소 같은 것을 하시겠어요?”
“하겠습니다.”
“조금씩 하는 거라 돈이 많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강진도 배용수에게 정확히 얼마나 돈이 지출되는지는 몰랐다. 다만 저승의 법도대로라면 일을 한 만큼 돈이 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배용수에게 지불하는 돈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일을 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훈은 잡일 정도만 잠깐씩 하게 될 것이니 받는 돈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 그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강진의 말에 최훈이 웃었다.
“노는 것보다는 한 푼이라도 버는 것이 좋습니다. 시켜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아니 잘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앞으로 잘해 보죠.”
강진의 말에 최훈이 환하게 웃으며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사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