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73
174화
포메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짐승들은 바로 승천한다는데 애는 왜 이러고 있어?”
“어떻게 알았어?”
“전에 이혜선이 이야기해 줬어. 이혜선도 귀신 개는 처음 본다고 했거든.”
전에 이혜선도 황구를 보고 귀신 개는 처음 본다고 했었다.
사람들과 달리 짐승들은 죽으면 바로 승천하는 것이다.
“귀신 개?”
“황구…… 아! 너는 모르겠구나.”
황구가 왔을 때는 배용수가 가게에 있지 않아 보지 못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황구에 대해 짧게 말해주었다.
“그럼 앞으로 개하고도 같이 사는 거야?”
“귀엽고 착해. 보면 마음에 들 거야.”
“그래도 식당에 개를?”
청결함을 가장 중시하는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던 배용수 입장에서는 가게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이 껄끄러운 것이다.
“식당에 귀신도 사는데 개는 못 살겠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귀신은 더럽지는 않지.”
나름 만족스러운 답을 떠올리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포메에게 다가갔다.
“안녕.”
가볍게 인사를 하며 강진이 몸을 숙이자 포메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꼬리가 가볍지만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헥헥헥!
그러고 혀를 내미는 포메의 머리에 손을 대려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얘 물어?”
“만져 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러고는 배용수가 포메를 보다가 말했다.
“근데 개들은 다 물지 않냐? 본능이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에 슬쩍 주먹을 쥐고는 앞에 내려놓았다. 어디선가 개에게 다가갈 때 손바닥 말고 주먹으로 다가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손바닥 물리는 것보다 주먹 물리는 것이 덜 아프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주먹을 내밀며 살짝 흔들자, 포메가 살며시 나와서는 손으로 강진의 주먹을 핥았다.
스륵! 스륵!
그리고…… 포메가 뭔가 놀란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사람의 손이 핥아진 것이다.
가끔 정자에 오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핥아도 혀에 닿는 것이 없었는데 강진의 손에는 혀가 닿는 것이다.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사람 손이냐는 듯 포메가 미친 듯이 혀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 혀 날름거림과 함께 꼬리 역시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휙휙휙!
마치 풍차처럼 꼬리를 흔들어 대는 포메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착하네.”
포메를 보며 강진이 살며시 그 몸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쓰다듬었다.
강진의 손이 자신의 몸을 쓰다듬자 포메의 꼬리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포메를 쓰다듬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살가죽 사이로 앙상한 뼈가 느껴진 탓이었다.
“배가 많이 고팠구나.”
강진이 손으로 포메의 몸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너 나 따라갈래?”
어차피 황구도 곧 키워야 할 판이니 한 마리 더 기른다고 해도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손을 쓰다듬는 포메가 귀엽기도 했고…… 어쩐지 안쓰러웠다.
자신의 손을 핥으며 꼬리를 흔드는 것이 정에 굶주려서 자신을 봐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강진의 말에 포메가 멈칫하고는 몸을 돌려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가서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사람 정이 그립고 너를 좋아하지만 너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듯 말이다.
“응?”
강진이 의아한 듯 포메를 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저 녀석도 지박령이야.”
“지박령? 왜?”
지박령이라는 건 장소나 물건에 한이 있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가 왜 지박령이 됐나 싶었다. 그것도 정자 밑에 말이다.
“그거야 모르지. 얘가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포메를 보았다. 포메는 강진을 보며 혀를 내민 채 헥헥거리고 있었다.
그런 포메를 보던 강진이 손을 몇 번 내밀었지만, 포메는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여전히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면 자신에게 오고 싶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전에 JS 편의점에서 사온 식재 좀 남았지?”
“계란하고 소시지 몇 개 있을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렸다.
“가게 가자.”
“왜, 얘 먹을 것 해 주게?”
“배고픈 건 사람이나 귀신이나 다 똑같으니까.”
말을 하며 가게로 돌아온 강진이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한쪽에 따로 빼놓아져 있는 JS 편의점 봉지를 꺼냈다.
봉지에는 계란 몇 개와 소시지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개가 사람 먹는 걸 먹어도 되나?”
계란은 상관없을 것 같은데 소시지는 사람이 먹는 거라 먹어도 되나 싶은 것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죽었는데 건강 걱정하냐?”
배용수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살아 있는 개라면 사람이 먹는 것이 몸에 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죽어 귀신이 됐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람이고 개도 두 번은 죽지 않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소시지를 썰어 프라이팬에 올리고는 계란도 섞어 볶았다.
‘이 정도면 되려나?’
간단하게 소시지 계란 볶음을 만든 강진이 그것을 그릇에 담았다.
그러고 가게를 나선 강진이 포메가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멍! 멍!
강진이 다가오는 것에 포메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짖었다. 한 번 봤다고 자신을 기억하고 짖는 것이다.
그런 포메를 보며 강진이 가지고 온 그릇을 정자 밑에 놓아주었다.
“배고프지? 먹어.”
강진의 말에 포메가 코를 벌렁거리며 그릇 냄새를 맡다가 급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걱! 우걱!
빠르게 소시지 계란 볶음을 먹는 포메를 강진이 보았다.
‘이래서 개를 키우나?’
포메가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든 강진이 손으로 등을 쓰다듬었다.
스윽! 스윽!
앙상한 뼈마디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강진이 포메를 볼 때, 어느새 포메는 그릇에 있는 음식을 싹 다 먹고는 강진의 손을 핥다가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런 포메의 배를 쓰다듬을 때 한 아줌마가 작은 카트를 끌고 오다가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자신에게 말을 거는 아줌마의 모습에 강진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아줌마가 웃으며 정자에 앉았다.
“요즘은 애들이 많이 안 보이죠?”
“애들요?”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강진의 모습에 아줌마가 웃으며 바닥에 놓인 그릇을 보았다.
“애들 밥 주러 온 것 아니에요?”
“밥을 주러 오기는 했는데…….”
물론 귀신 강아지 밥이지만 말이다.
“깨끗하게 잘 먹고 갔네요.”
아줌마가 그릇을 보며 웃고는 카트에서 그릇을 세 개 꺼내서는 두 개에는 사료를 담고, 하나에는 생수를 부었다.
그러고는 정자 밑에다 살며시 놓았다.
‘아…… 캣맘인가?’
전에 뉴스로 본 적이 있다. 유기묘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살해를 당한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였다.
범인이 잡히기는 했는데, 살해를 한 이유가 유기묘에게 밥을 챙겨줘서 고양이들이 시끄럽게 해서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이유였지만 어쨌든 그때 뉴스로 캣맘에 대한 것을 조금 알고 있었다.
“애기들 밥 매일 주세요?”
“사람도 밥을 매일 먹잖아요.”
싱긋 웃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그런데 총각은 처음 보네요. 동네 애들 밥 주는 분들은 대부분 아는데.”
“오늘 처음 나왔어요.”
“그래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아! 우리 번호 교환할래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쾌활한 듯 아주머니는 말을 참 밝았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번호 교환하자고 해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강진은 선선히 번호를 교환했다.
아주머니의 밝은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유기 동물 밥 주려고 이렇게 카트까지 끌고 다니시는 분이면 선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먹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 살아요?”
“저는 저기 밑에 한끼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한끼식당?”
“저 밑에 핸드폰 가게 옆에 있는 건물입니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주머니가 웃었다.
“한 번 밥 먹으러 갈게요.”
“그러세요.”
웃으며 말을 하는 강진을 보던 아주머니가 카트에서 작은 보온병을 꺼냈다.
“차 한잔 할래요?”
“주시면야 감사히 먹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보온병을 흔들어서는 플라스틱 컵을 꺼내 한 잔 따라주었다.
쪼르륵!
막걸리처럼 조금은 탁하면서 따뜻한 차가 따라졌다.
“이건?”
“견과류, 꿀, 우유 넣고 갈은 거예요.”
“말만 들어도 고소할 것 같네요.”
“그럼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보온병 뚜껑에 자기도 한 잔 따라서는 입에 가져갔다.
“맛있다.”
“고소하면서 달고 좋네요.”
“여름에는 여기에서 브런치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해요.”
“애들 밥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가 봐요?”
“많지는 않아요.”
웃는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문득 그녀의 발을 보았다. 어느새 포메가 아주머니의 발에 머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혹시 여기에 살던 포메 보신 적 있으세요?”
“흰둥이요?”
흰둥이라는 말에 포메가 귀가 쫑긋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이름이 흰둥이예요?”
“하얗게 생겨서 우리가 흰둥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총각은 어떻게 흰둥이를 알아요?”
“아는 사람이 여기 하얀 포메 하나 있는데 귀엽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뻤지.”
아주머니가 웃으며 정자 아래를 가리켰다.
“애가 늘 여기에 엉덩이 깔고 앉아 있었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포메가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원래 자신이 있던 곳에 엉덩이를 깔고는 혀를 내밀며 헥헥거렸다.
그 모습이 ‘웃상’이라고 해야 하나? 웃는 얼굴이라 무척 귀여웠다.
비록 꼬질꼬질하고 군데군데 털이 빠지기는 했지만 확실히 귀여운 얼굴이었다.
정자 아래를 보던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작년에 죽었어요.”
“주인이 없는 개였나요?”
“그렇게 이쁜 애인데 가족이 없었겠어요?”
주인이 아닌 가족이라 표현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은 그녀가 정말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머니가 정자 밑 포메가 앉아 있던 곳을 보며 말했다.
“두고 간 거지.”
“두고 가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아주머니에게 들으니 더 기분이 나빴다.
‘가족을…… 버려?’
강진의 마음을 짐작한 듯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을 데려가면 가족처럼 책임감 있게 잘 키워야 하는데…….”
“흠…….”
침음을 내뱉은 강진이 차를 마시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다 두고 가서 다행이에요.”
“왜요?”
“어디 산속 같은 데나 시골에 두고 가는 애들도 있는데, 사람한테 키워진 애들은 거기서 못 살아남아요.”
“그렇군요.”
“여기는 우리처럼 애들 밥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배는 안 곯으니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 낫죠. 그리고 가끔 마음 착한 분들이 자기 집에 데려가서 키우기도 하고요.”
그러고는 아주머니가 포메가 있는 곳을 보았다.
“흰둥이는 보니까 나이도 많고 해서 제가 데려가 키우려고 했는데…… 밥 줄 때는 다가오고 쓰다듬으면 좋아하는 녀석이 데리고 가려고 하면 발버둥을 어찌나 치는지.”
“안 따라가겠다고요?”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올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자신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잠시 떨어져 있다고. 그래서…… 다시 주인이 데리러 올 때 자신이 여기에 없으면 못 찾을까 봐 저기에서 멀리 안 가더라고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포메를 보았다. 포메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듯 하품을 크게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기분 좋은 얼굴로 다리 사이에 머리를 숙이고는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 배가 부르니 기분 좋게 자려는 모양이었다.
‘죽어서도…… 주인을 기다리는 거니? 그게 네 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