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4
195화
가게에 들어온 신수호는 바로 강진에게 다가오다가 빈 의자 하나를 끌고 왔다.
그러고는 옆에 놓고는 앉으며 강진을 보았다.
“도시락 장사를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네.”
“이유는 식사 못 하는 귀신들을 위해서요?”
“제가 하는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이곳에 오지 못하는 서울 지역 귀신들도 많습니다. 그들도 다 배고프고 이승을 떠도는 분들인데…… 서울의 저승식당은 여기 하나이니 저라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출장 영업을 하겠다는 저승식당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신수호가 말을 했다.
“이때까지 저승식당 주인의 명의로 된 건물도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말은 명의가 두 개일 수 없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건물이든 뭐든 돈만 있으면 여럿 가질 수 있으니까요.”
“저승식당도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통용되는 건 하나입니다. 돈이 많으면 뭘 해도 다 통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승과 저승의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이승이나 저승이나 없습니다.”
그러고는 신수호가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돈이 있으면 건물을 사서 그곳에 저승식당 간판을 달면 됩니다. 일종의 저승식당 체인점입니다.”
저승식당 체인점이라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저승이나 이승이나 돈이 최고기는 하네.’
저승식당이 체인점이 될 줄은 생각을 못 한 것이다.
“그럼 저승식당이 두 곳이 되는 건가요?”
“이강진 씨의 몸이 두 개라면 동시에 두 곳 오픈하는 것이 되겠지요.”
“아…….”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이 유지되려면 식당과 주인이 필요하다. 음식이 있어도 식당이 없으면 팔 수 없고, 식당이 있어도 주인이 없으면 음식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저승식당을 두 곳을 열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강진은 하나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강진 씨 건물 살 돈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맞는 말이다. 강진이 요즘 돈을 벌기는 하지만…… 다른 건물을 살 정도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
아마 전셋집 하나 구할 돈도 안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일에는 모두 방법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찾기 어려울 뿐입니다. 그리고 변호사란 직업은 그런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입니다. 방법은 제가 찾아보지요.”
그러고는 신수호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런 신수호를 보던 배용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무척…… 믿음직스럽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신수호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배용수를 보았다.
“사람이든 귀신이든 용역을 쓰면…… 돈을 줘야 하잖아?”
“그렇지.”
“그럼…… 변호사를 썼으면 변호사 선임료 내야 하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신수호 변호사 선임료, 엄청 세던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전에 채영호 귀신이 후원하던 아이에게 유산을 주고 싶다고 했을 때 신수호가 받았던 선임료가 이천만 원이다.
귀신이 이승의 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 금액이 비싼 면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한두 푼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띠링!
문자가 오는 것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이야기를 듣고 신수호가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왜?”
“무료래.”
“신수호 변호사가 보낸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잔을 들었다.
“자, 그럼 머리 쓰는 건 신수호 변호사님이 해 주신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먹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다른 곳 귀신들에게 도시락 넘기려고 하지?”
“조리 기구를 가져갈 수 없으니 여기서 해 가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도시락이 쉬울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왜? 도시락 싸서 귀신들 오면 주면 되잖아. 조리 시간도 없으니 금방 아냐?”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심하게 저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
“맛?”
“에이.”
강진의 말에 눈을 찡그렸던 배용수가 말했다.
“맛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는 듯 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뭔데?”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도시락도 당연히 맛이 있어야 해. 일단 음식이라는 건 기본으로 맛이 깔려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맛있는 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온도야.”
“온도?”
“이태문 어르신의 육개장, 맛있지?”
“맛있지.”
“그럼 이태문 어르신의 육개장이 차갑게 식었다고 생각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식은 육개장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먹기 싫다.”
이태문의 육개장은 무척이나 진하다. 뜨거울 때야 맛있지만 식으면 진득진득하게 기름이 굳어지니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암정은 따뜻한 음식은 최대한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그릇에도 신경을 쓰지.”
“따뜻한 음식은 최대한 따뜻하게라…….”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말했다.
“음식에는 맛있는 온도라는 것이 있어. 냉면은 차갑게, 육개장은 따뜻하게.”
“음…… 일리가 있네.”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지. 고기도 일반 그릇이 아니라 따뜻하게 만든 그릇에 올려야 손님이 먹는 동안 온도가 적당히 유지되니까.”
“그렇구나.”
“그럼 여기서 도시락의 문제가 뭔지 알겠지.”
“온도?”
“그렇지. 도시락은 일단 조리해서 담는 순간부터 온도가 떨어지니까. 게다가 따뜻한 음식과 차가운 음식이 한곳에 담아지니 온도도 섞이게 되고 그럼 맛이 떨어지지. 게다가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면 음식 온도도 팍팍 떨어질 테고. 여럿 생각해야 할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냥 도시락을 귀신들에게 배달해 주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했는데 배용수 말을 들으니 여럿 생각할 것이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
“일단 음식 식는 것은 아이스박스에 넣고 가면 조금 줄어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도시락보다는 차라리 음식들을 가지고 가서 배식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배식?”
“군대에서 야외 훈련할 때 짬통에다가 밥하고 반찬 담아 가서 배식해 주는데 생각보다 온도가 많이 안 떨어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나 군대 안 갔다.”
“아…… 뭐 어쨌든. 짬통에 음식 싸가서 배식하면 음식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을 거야.”
“배식이라…….”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말했다.
“하지만 뭐 자동차 안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하면 배식이든 도시락이든 꽝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저승식당을 옮길 수는 있지만 영업은 그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영역은 강진의 명의여야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건물을 사기도 그렇다. 일단 살 돈도 없고…… 산다고 해도 강진의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두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 건물은 안 되고 할 만한 건 역시 자동차 정도였다.
‘큰 차를 사야 하나?’
승용차 말고 큰 차를 사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또 한숨을 쉬었다.
큰 차가 어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역시 공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큰 차 공간이라고 해도 그것이 그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소주잔을 들었다.
“해결 안 되는 일로 고민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소주를 마셨다.
‘신수호 변호사님이 방법을 찾아오면 그것 듣고 생각을 해 보자.’
***
강진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하루쯤 늦잠을 자도 되겠지만 습관이란 무서움에 강진은 늘 일찍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온 강진이 홀에서 TV를 보고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오늘 재료는 어때?”
“오늘도 좋지. 아! 배추 왔더라.”
“배추?”
“겨울에 배추가 맛이 좋지.”
“배추라…….”
강진이 배추에 대한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말했다.
“배추 된장국하고 배추전 어때?”
“평범하지 않나?”
“때로는 평범한 것이 맛있는 거다.”
“그런가?”
“늘 외식하는 분위기 말고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하면 되지. 그리고 가격은 사천 원 정도면 되지 않겠어?”
“사천 원이라…… 싸기는 하네.”
“싸지만 맛있다. 좋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춧국이면 속도 편하고 좋겠네. 그럼 그걸로 가자.”
“오케이.”
쿵짝을 맞춘 두 사람이 곧 주방으로 들어가서 점심 메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원래는 메인 메뉴만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 오픈톡에 올리지만 오늘은 점심 한상을 차렸다.
메인 메뉴들만으로도 맛은 있었지만, 사진으로 보았을 때 좀 더 맛있고 든든해 보이는 한 끼가 될 수 있도록 반찬들도 추가해 아예 한상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강진도 밥은 먹어야 하니 말이다.
오늘 들어온 배추로 만든 겉절이, 어묵볶음, 배추무침, 배추된장국, 배추전, 거기에 계란말이를 곁들이자 그럴듯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다음에는 젓갈도 좀 가져오라고 하자.”
“젓갈?”
“젓갈도 밥도둑이지.”
배용수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카메라로 밥상을 찍어서는 오픈톡에 올렸다.
오픈톡을 올린 강진이 그 밑에다 배추된장국과 배추전을 만드는 방법을 올렸다.
“됐다.”
그러고는 강진이 밥을 퍼서는 자리에 앉았다.
“먹…….”
띠링!
먹자고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그쪽을 보았다. 이 시간에 들어올 손님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들어왔다.
“으 춥다!”
몸을 떨며 들어오는 황민성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형.”
물론 배용수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황민성이 들어오자 강진이 일어났다.
“형, 일찍 오셨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다가왔다.
“지나가다가 가게 불 켜져 있기에 들어와 봤다. 밥 먹는 중이야?”
“이제 먹으려고요. 식사하셨어요?”
“아직.”
“그럼 같이 드세요.”
“그럴까?”
웃으며 자리에 앉는 황민성의 앞에 국과 밥을 퍼서 담아 가져다준 강진이 말했다.
“근데 형수님이 아침 안 줘요?”
형수라는 말에 황민성이 숟가락을 집다가 잠시 멈칫했다.
“차려주기는 하는데…… 바빠서 일찍 나왔어. 먹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국에 밥을 말아서는 겉절이와 함께 먹었다.
황민성과 아침밥을 먹은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고는 말했다.
“바쁘세요?”
“왜?”
“여기 공원 좋던데 같이 산책이나 하실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힐끗 시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기다려 달라 말을 하고는 프라이팬에 흰둥이가 먹을 음식들을 만들고 개 사료도 따로 담았다.
그러고 야관문 차를 보온병에 담아서는 홀로 나왔다.
“가시죠.”
황민성이 코트를 걸치고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