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8
229화
호텔 10층은 전체가 사우나였다.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가며 카드를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두 사람입니다.”
여직원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카드를 받고는 열쇠를 두 개 주었다.
“갈아입을 옷 좀 올려주세요.”
“옆에 분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여직원의 말에 황민성이 강진을 위아래로 보다가 말했다.
“내 옷 입어도 사이즈 괜찮을 것 같은데.”
“저는 이거 입고 가도 돼요.”
“개운하게 씻고 그거 입으면 다시 안 개운해지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편한 추리닝이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편하게 입는 거라 더럽다고는 못 해도 깨끗하다고도 하기 어려웠다.
강진을 보던 황민성이 여직원을 보았다.
“제 옷으로 두 벌 올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황민성이 강진을 데리고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마주 숙이고는 구두를 벗고 올라가자 강진도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신발을 주우려 할 때, 황민성이 말했다.
“그냥 두면 돼.”
“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잠가야 하지 않나 강진이 생각을 할 때, 직원이 두 사람이 벗은 구두와 운동화를 집어서는 어딘가로 가지고 갔다.
“어?”
“갈 때 다시 줘.”
“따로 관리해 주는 거예요?”
“구두는 닦아주고, 신발은 건조기로 건조해서 방취제 뿌려 줘.”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황민성의 뒤를 따라간 강진은 사우나가 고급스러운 것에 살짝 놀랐다.
‘동네 목욕탕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옷을 올려 주라는 건 무슨 말이에요?”
“여기에 형이 쓰는 룸이 하나 있어. 거기에 형 옷이 몇 벌 있으니 갈아입게 가져다 달라고 한 거야.”
“룸이 있어요?”
“일하다가 늦거나 술 많이 먹으면 여기서 자고 가거든. 가끔 직원들하고 여기서 회의도 하고 기획도 하고…… 그래서 룸이 하나 있어.”
“그럼 안 쓸 때는요?”
“비워 두는 거지.”
“안 쓴다고 돈 안 내는 것은 아닐 텐데…… 아까워요.”
“투자지.”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탈의실로 가서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옷을 벗은 황민성이 마찬가지로 옷을 벗은 강진을 보았다.
“몸 좋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형 몸이 더 좋은데요.”
“술 먹어서 많이 죽었지. 형 옛날에는 10킬로 정도 더 나갔는데 그때는 장난 아니었다.”
웃으며 황민성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도 그 뒤를 따라갔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어쩐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일반 목욕탕은 조금 눅눅하고 습한 공기인데, 여기는 상쾌한 느낌이었다.
“좋네요.”
“시설 좋다고 했잖아.”
웃으며 황민성이 샤워 부스에 가서는 물을 틀었다.
촤아악!
가느다란 물줄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샤워기도 좋은 건가 보네. 음이온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물을 틀은 강진이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마치고 황민성이 뜨거운 탕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옆에 슬며시 들어갔다.
“아! 좋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미소를 짓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돈 벌어서 잘 했다, 싶은 순간이 여기서 목욕할 때야.”
기분 좋은 얼굴로 탕에 머리까지 담갔다가 나온 황민성이 강진을 보며 슬며시 말했다.
“용수 어디 아파?”
“용수요?”
“요리도 잘하는데 오래 쉬는 것 같아서.”
“그건 아니고…… 그냥 지금은 좀 쉬고 싶대요. 열심히 살았거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하긴 사람이 좀 쉴 때도 있기는 해야지. 너무 빨리 달리기만 하면 지치니까.”
스륵!
이야기를 나눌 때 엘리베이터서 본 강 이사가 탕 안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음! 좋다.”
들으라는 듯 살짝 목소리를 올린 강 이사가 슬며시 황민성에게 말을 걸었다.
“올해도 다 갔습니다.”
강 이사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며칠 후에 저희 회사에서 연말 파티를 하는데 황 사장님 시간 되시면…….”
“약속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 이사가 웃으며 물을 손으로 떠서는 얼굴을 훔쳤다.
얼굴을 훔치는 순간 강 이사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개자식! 날짜도 이야기 안 했는데…….’
마치 여자 친구한테 아직 개봉 안 한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는데, ‘미안. 나 그거 이미 봐서…….’라는 답이 온 것과 같았다.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황민성의 모습에 강 이사가 속으로 이를 갈 때, 강진은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 강 이사의 옆에 붙어 있는 수호령 때문이었다. 귀신이기는 해도 여자인데…… 그 앞에 발가벗고 있으니 말이다.
꾸루룩!
슬며시 물속에 몸을 담그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진이 힐끗 여자 귀신을 보았다.
여자 귀신은 안타까운 눈으로 강 이사를 보고 있었다.
‘이거 불편하네.’
나가지도 못하고 물에 몸을 담가 두고 있을 때,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촤아악!
“냉탕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도 급히 물에서 나오며 몸을 돌렸다. 앞을 보이는 것보다는 엉덩이가 낫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황민성이 냉탕으로 풍덩하고 뛰어들고는 가볍게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냉탕에 뛰어들었다.
“으!”
작게 진저리를 치며 위아래로 몸을 첨벙첨벙한 강진이 가볍게 물을 가르며 몸을 움직였다.
‘부자들 다니는 사우나도 별거 없네.’
냉탕에서 수영하는 것은 부자든 가난하든 다 똑같았다. 첨벙거리며 냉탕을 오가던 강진이 슬쩍 온탕 쪽을 보았다.
강 이사는 온탕에서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그런 강 이사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근데 저 사람 누구예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힐끗 강 이사를 보고는 말했다.
“강상식이라고 오성화학 이사.”
“오성화학? 오성그룹요?”
“맞아. 거기 강 회장님 손자.”
“오…… 금수저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강상식 쪽을 보고는 말했다.
“금수저는 금수저인데…… 중간에 금이 좀 갔지.”
“금요?”
“오성그룹에서 내놓은 개차반이거든. 그러니 계열사 중에 가장 떨어지는 오성화학, 그것도 사장도 아니고 이사로 박아 놓은 거지.”
마음에 안 든다는 의미가 강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저 사람 형한테 친한 척 많이 하던데요?”
“개차반이라도 멍청한 것은 아니니까.”
황민성이 냉탕 난간에 팔을 올리고는 몸에 힘을 빼 축 늘어지며 말했다.
“성격 나쁜 주제에 욕심까지 많은 놈이니 자신을 배제한 회사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 거지. 그래서 자신한테 힘을 실어 줄 사람들에게 친한 척하며 다가가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대단?”
“오성그룹이면 한국에서 최고인데 저 사람한테 형이 도움이 된다는 거잖아요.”
“내가 대단하다기보다는 나한테 투자를 한 사람들의 돈이 대단한 거지.”
그리고는 황민성이 강 이사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야.”
“성격 안 좋아 보이기는 하네요.”
“안 좋지.”
황민성이 냉수에 몸을 한 번 담갔다가 일어났다.
“사우나 들어가자.”
황민성이 냉탕을 나와 사우나에 들어가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강진은 조금 어색한 얼굴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았다.
강진이 입고 있는 것은 황민성이 입은 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이었다.
위아래 모두 명품이었고 벨트와 넥타이, 양말까지도 명품이었다.
강진이 입은 것을 보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리네.”
“집에 가서 드릴게요.”
“됐어. 너 입어라. 잘 어울리네.”
“이거 비싼 것 같은데…….”
“비싸 봤자 옷이지. 가자.”
강진이 급히 자신이 벗어 놓은 옷을 챙기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냥 둬.”
“옷을요?”
“두면 직원들이 회수해서 세탁해서 내 룸으로 가져다 놓을 거야. 형이 다음에 가져다줄게.”
“저는 그냥 집에 가서 빨면 되는데.”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
그리고는 황민성이 직원에게 쇼핑백을 하나 받아와서는 건네고 사우나 입구로 향했다.
두 사람이 사우나 입구로 나오자 직원이 구두와 운동화를 가져왔다.
정장과 운동화의 언밸런스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구두도 하나 줄까?”
“요즘은 정장에 운동화도 잘 신더라고요.”
황민성이 구두를 신고는 나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호텔 로비로 나온 황민성이 카운터로 향했다.
“카드 하나 더 발급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서류 하나를 주자 황민성이 사인을 하고는 돌려주었다. 그러자 직원이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직원이 카드를 주자 황민성은 그걸 받아 강진에게 내밀었다.
“뭐예요?”
“뒤에 보면 방 호수 있거든. 거기 룸 카드인데 사우나도 이걸로 이용할 수 있어. 사우나 하고 싶을 때나 애인 생기면 이거 써.”
말을 하며 황민성이 어서 받으라는 듯 카드를 재차 내밀자 강진이 일단 카드를 받았다.
“이거 형한테 계속 받기만 해서.”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나는 너한테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아서 오히려 미안하다.”
“제가 뭘 준 것 있나요?”
“마음을 줬잖아.”
“마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어색하게 웃었다.
“남자끼리 이런 말 하니 민망하다.”
더 말하기 민망하다는 듯 황민성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VIP 카드는 아닌데 VIP 엘리베이터 사용 못 하는 것 빼고는 똑같으니까 편하게 써.”
“음…… 감사히 받는다고 해야겠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호텔을 나섰다.
***
집에서 옷을 갈아입은 강진은 조금 늦은 흰둥이의 도시락을 들고 공원으로 서둘러 가고 있었다.
‘흰둥이 배 많이 고프겠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공원에 들어선 강진은 바로 정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자에 도착한 강진이 밑을 보았다. 정자 밑에는 밥통 두 개와 물통이 놓여 있었다.
강진이 오질 않으니 이강혜가 와서 사료를 두고 간 모양이었다.
‘연락이라도 할 것을 그랬나?’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할걸, 하고 생각하며 강진이 정자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흰…….”
흰둥이를 부르려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흰둥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
강진은 급히 고개를 들어, 놀람과 걱정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흰둥이는 지박령이라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데 사라졌으니 말이다.
“승천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마지막 이름을 강하게 말하자, 그의 옆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소희라면 흰둥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 요즘 그녀는 흰둥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스으윽!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나타난 김소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잘못 불렀나?’
그녀의 기분이 나쁠 때 부른 것이 아닌가 싶을 때, 김소희가 강진을 보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아가씨.”
“따라오게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일단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