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7
238화
아주머니가 사우나 때의 일로 미안해하자, 강진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건…… 그냥 서로 잊지요. 저도 좀 부끄러운데.”
“아…… 죄송합니다.”
다시 사과를 하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저 사람은 여기 어떻게 오신 거예요?”
“이강진 씨가 황 사장님하고 사우나를 같이 하러 온 것 보고 어떤 사이인지 좀 알아보셨어요.”
“저를요?”
“황 사장님이 평소 사람과 친하게 안 지내는데, 사우나까지 같이 왔으면 어떤 사이인가 싶어서요.”
“그래서 사람을 사기라도 하신 건가요?”
“아뇨.”
아주머니 귀신이 급히 손을 저었다.
“그냥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이강진 씨에 대해서 알더라고요.”
“저를요? 친구들이 누군데요?”
“그냥 알고 지내는 재벌 3세들이에요.”
“그들이 저를 알아요?”
“한끼식당 이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가 이쪽에서는 많이 돈대요.”
“제 이야기가요?”
“황 사장님이 이강진 씨하고는 친하게 지낸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나 봐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형이 투자하는 것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투자를 결정하거나 회수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형 동향에 관심을 가질 만하네.’
그리고 그 동향에 자신이 끼어 있었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강진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강상식이 온 이유도……. 다만 이건 황민성이 결정할 일이었다.
하지만 아주머니 귀신과의 대화 자체는 유익했다. 일단 강상식이 왜 왔는지는 알았으니 그와 대화를 할 때 당황스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단 음식들을 쟁반에 담아서는 들고 나가 강상식의 탁자에 올려놓았다.
“식사 나왔습니다. 모자란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웃으며 강상식이 수저를 드는 것을 보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배 안 고프세요?”
“네?”
귀신인 자신에게 배고프냐고 묻는 것에 아주머니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국수 좋아하세요?”
“국수요?”
“매콤한 비빔국수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뜨거운 물을 냄비에 담고는 불을 켰다.
그리고 JS 국수를 넣었다.
얼마 전에 그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온 국수가 남아 있었다.
바로 끓어오르는 국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방 입구에 서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주방 안쪽으로 들어오게 한 강진이 말했다.
“여기는 저승식당이에요.”
“저승식당?”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 곳입니다.”
“귀신에게 밥을요?”
강진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위쪽에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 배고프지 말라고 만든 무료 급식소 같은 겁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이런 곳이 있었어요?”
“아는 귀신은 알고 모르는 귀신은 또 모르더군요.”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국수 말고 다른 것으로 해 드릴까요?”
“아니요. 저 국수 좋아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어느새 국수를 다 삶은 배용수가 그것을 찬물에 헹구고 물을 털어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JS 양념들을 꺼내 비빔 양념을 만들었다. 숙성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을 것 같아 강진은 다 만든 양념을 국수에 넣고 바로 비볐다.
스윽! 스윽!
국수를 빠르게 비빈 강진이 그릇에 음식을 옮겨 담고는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넣었다.
스륵!
붉은 비빔국수에 참기름이 흐르는 것을 보며 강진이 JS 편의점 젓가락을 꺼내 아주머니 귀신에게 내밀었다.
“살짝 비벼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젓가락을 받다가 손에 잡히자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라고 손으로 밥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사장님, 여기 계산요.”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드시고 계세요.”
그러고는 주방에서 나온 강진이 식사를 마친 손님들의 계산을 해 주었다.
“삼 인분 해서 만 오천 원입니다.”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또 오세요.”
“이렇게 싸고 맛있는데 또 와야죠. 그런데 내일 점심은 뭡니까?”
입을 닦으며 묻는 손님에게 강진이 웃으며 답했다.
“그거야 내일 아침에 들어오는 식재료 보고 결정해야죠.”
“하하하! 그것도 그러네요. 잘 먹고 갑니다.”
웃으며 손님들이 나가는 것에 강진이 쟁반을 가져다가 빈 그릇들을 챙겨 주방으로 들어왔다.
후루룩! 후루룩!
주방 안에서 아주머니 귀신이 국수를 크게 먹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 트럭은 꼭 해야겠다.’
저승식당에 오지 못한 귀신들은 많았다. 그리고 그 귀신들은 모두 이렇게 배가 고플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음식 장사를 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입에 음식이 들어가고, 그들이 맛있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강진은 좋았다.
아주머니 귀신을 물끄러미 보던 강진이 냉장고에서 JS 편의점 소시지를 몇 개 꺼내 구웠다.
그리고는 소시지를 접시에 담아 아주머니 귀신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감사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소시지를 젓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었다.
“아…… 너무 맛있어요.”
맛있을 것이다. JS 소시지는 먹는 순간 입에서 육즙이 빵 터지면서 고소한 기름의 맛이 입안에 퍼져 나간다.
마치 투 플러스 소고기의 살치살을 먹는 느낌이랄까? 황민성이 귀신만 봐도 상관없다면 그도 먹어 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소시지였다.
어쨌든 맛있어하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게 드세요.”
소시지를 먹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슬쩍 홀 쪽을 보고는 말했다.
“근데 저 사람하고는 어떤 관계세요?”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제가 도련님 유모였어요.”
“유모?”
“아! 제가 젖을 줬다는 것은 아니에요. 입주 도우미로 갓난아기일 때부터 제가 업어서 키웠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유모였던 분이 수호령? 저 사람을 정말 많이 아꼈나 보네.’
강진이 홀을 지긋이 볼 때, 아주머니가 슬며시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도련님이 어릴 때는 아주 착하셨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홀에 나왔다. 다른 손님들도 식사를 다 하고 일어서는 것이다.
강상식을 제외한 손님들이 모두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강상식에게 다가갔다.
“식사 맛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식탁에 놓인 음식들은 대부분 비어져 있었다.
‘정말 맛있었나 보네?’
밥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황민성에게 줄을 대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 음식은 손도 안 댈 줄 알았는데…… 강상식은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특히 갈치는 뼈만 남은 채 싹 비워져 있었다.
“갈치가 입맛에 맞으셨나 보네요.”
“간도 딱 맞고 맛있습니다. 밥 한 공기 더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에서 밥을 한 그릇 더 가져다주었다. 밥에 갈비 양념을 얹고 스슥! 비빈 강상식이 그 위에 반찬을 올리고는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은 그에 대한 반감이 조금 사라졌다.
요리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칭찬은 그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어 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저분 음식 잘 먹네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는 반찬 투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잘 드세요.”
“그래요?”
“네.”
“그럼 계란 프라이 좋아하는 스타일 있으세요?”
갈비도 다 먹고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니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해 주려는 것이다.
이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우리 도련님은 계란 막 휘저어 주는 것 좋아해요.”
그리고는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란 막 휘저어서 찢은 후 간장 살짝 뿌려 주는 것 좋아해요.”
“간장 뿌려도 맛있죠.”
“아! 그리고 간장 계란에 직접 뿌리지 말고요. 접시 가장자리에 동그랗게 휙 해서 주시는 것 좋아하세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는 불을 켰다.
그리고 계란 두 개를 탁! 하고 깨서는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달아오른 팬에 계란이 빠르게 익어가자 강진이 나무젓가락으로 빠르게 휙휙 저었다.
그리고 접시에 담으려 할 때, 아주머니가 말했다.
“조금 더 바짝 익혀 주세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살짝 더 익히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접시에 계란을 담고는 접시 가장자리에 간장을 한 숟가락 정도 둘렀다.
스르륵!
접시 면을 타고 계란을 향해 스며들어가는 간장을 본 강진이 접시를 들고 홀로 나왔다.
“계란 프라이 서비스입니다.”
“고맙…….”
음식을 받으며 말을 하던 강상식이 접시를 잡은 채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이거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
“밥에 비벼 드시기 좋게 해 봤는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니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숟가락으로 계란을 푸고 젓가락으로 간장을 찍어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란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배용수와 함께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다.
그 사이…….
“사장님.”
강상식의 부름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주방에 있던 아주머니 귀신은 강상식의 옆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식사 다 하셨습니까?”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강상식이 입을 닦으며 말을 하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식사만 하러 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았다.
“제가 오신 이유를 아시는 것 같으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연말 모임을 합니다. 연예인들이 와서 축하 공연도 하고 유명 코미디언이 MC도 해서 재밌을 겁니다.”
강진이 보고 있자 강상식이 슬며시 본론을 말했다.
“황민성 사장님하고 같이 오셔서 공연도 보시고 좋은 음식도 드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민성 형이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윽!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진의 모습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밥값은 받으셔야죠.”
“이 인분 해서 만 원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정장 상의 안주머니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런 강상식의 모습에 아주머니 귀신이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만류했다.
“도련님, 하지 마세요. 도련님…….”
아주머니 귀신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이거……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런?’
강상식의 상의에서 나올 것이 뭔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스윽!
강상식이 웃으며 하얀 봉투를 꺼내 식탁에 놓았다.
“밥값입니다.”
웃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는 봉투를 열려 하자 강상식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 가고 보시…….”
말을 하던 강상식이 입을 다물었다. 강진의 손엔 어느새 살짝 하늘색이 도는 종이가 들려 있었다.
“밥값으로…… 천만 원이라.”
강진이 강상식을 향해 웃으며 수표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999만 원 거슬러 드릴 돈이 없네요. 오늘은 제가 식사 대접한 걸로 하겠습니다.”
‘물론 당신 JS 금융 잔고에서는 빠져나가겠지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구를 가리켰다.
“이만 가주시겠습니까?”
“황 사장님이 오시면 하나 더…….”
“여기 음식 맛있게 드셨습니까?”
자신의 말을 끊고 다른 질문을 하는 강진을 보며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맛있게 먹은 것.”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문을 가리켰다.
“더 이야기하시면 다음에 이 맛있는 음식 드시러 오실 때 서로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맛을 다시고는 수표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는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식탁에 놓았다.
“황 사장님에게는…….”
“형이 알아서 기분 좋을 일은 아닌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슬쩍 식탁을 보고는 말했다.
“음식 맛있다는 것은 진심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식탁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요.”
식탁에는 있는 음식들이 모두 비워져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