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6
237화
화르륵! 화르륵!
추운 겨울이지만 아궁이에서 타들어가는 옷 덕에 강진은 춥지 않았다.
다만…….
“콜록! 콜록!”
매연이 엄청 올라왔다. 옷이라는 것이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다 보니 태울 때 검은 연기가 많이 올라오는 것이다.
기침을 하며 강진이 부엌에서 나왔다. 옷이 좀 탈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넣고 나와야 할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강진이 기침을 몇 번 하고는 한쪽에 있는 나무토막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는 슬쩍 방 쪽을 보았다.
‘할머니들은 주무시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은 자지 않는다. 그냥 TV를 보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으신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에 태운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엔 여전히 피가 나고 좀 그렇지만 그 밑으로는 깔끔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의 발을 보았다.
배용수가 신고 있는 운동화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신발도 하나 주워 올 것을 그랬네.’
“옷 안 태우고 뭐해?”
자신을 물끄러미 보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옷 태우니까 연기 엄청 나.”
“그래서 나보고 하라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아니. 심심해서 불렀어.”
그러고는 강진이 옆자리를 가리키자 배용수가 그 옆에 앉았다.
“뭐했어?”
“영화 같은 것 틀어 줘서 그거 보고 있었어.”
“내일 다운 받아서 틀어 줄게.”
“됐어. 그냥 애들 보니까 같이 본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하늘을 보았다.
“여기는 정말 하늘이 맑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하늘을 보았다. 강원도 밤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떠 있었다.
시골인 데다 추운 겨울이라 대기가 맑아서 그런지 별이 더욱 잘 보였다.
“네 덕에 좋은 것 봤네.”
“여기 와서 하늘 한 번 안 봤냐?”
“그러게 말이다.”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입을 살짝 가리고 주방에 들어가서는 서둘러 옷을 집어서는 아궁이에 넣었다.
화르륵! 화르륵!
불씨가 솟구치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장작도 몇 개 더 집어넣고는 옷을 더 넣었다.
후다닥!
그러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오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뭔가를 보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땅에 손을 대던 배용수가 강진에게 다가왔다.
“이제 내가 태울게.”
“네가? 비닐장갑 챙겨 왔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어?”
배용수의 손에 들린 것은 흙이 잔뜩 묻은 나무젓가락이었다.
“JS 편의점 젓가락이야?”
“저기 떨어져 있더라고. 여기서 떨어져 있을 나무젓가락은 JS 편의점 것뿐일 것 같아서 잡아 봤는데 잡히네.”
“그걸로 할 수 있겠어?”
“뭐 어렵냐? 그냥 집어서 던지면 되는데.”
배용수가 양손으로 젓가락을 하나씩 집고는 삽질하는 흉내를 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근데 이거 사람이 태워 줘야 하는 것 아냐?”
“응? 그런가?”
“그렇지 않을까? 사람이 줘야 받을 수 있잖아.”
강진이 말에 배용수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을 태울 때 강진은 그 옷의 주인을 떠올리며 잘 입으라는 생각과 함께 태웠다.
귀신은 사람이 태워준 옷만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냥 내가 해야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에이! 괜히 주웠네.”
배용수가 나무젓가락을 버리며 손을 털자 강진이 웃었다.
“그래도 고맙다.”
“됐어. 가서 옷이나 더 넣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옷을 집어 그 옷을 입을 사람을 떠올리며 아궁이에 넣었다.
“잘 입으세요.”
옷을 다 태운 강진이 손을 털며 집에 들어가 안에 계신 할머니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 나오는 달래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만복 형은요?”
집에 만복이 없었던 것이다.
“산에 갔어. 잠깐 기다려.”
“산에요?”
강진이 산을 보다가 돼랑이가 안 보이는 것에 물었다.
“돼랑이는요?”
“같이 갔어. 기다려 봐.”
달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포대에서 간식을 꺼냈다.
“콜라하고 초콜릿이에요.”
“먹을 것도 사 왔어?”
“돼랑이 애들 먹을 것 사면서 같이 샀어요.”
강진의 말에 달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콜라 뚜껑을 따서는 마셨다.
꿀꺽! 꿀꺽! 커어억!
콜라를 마시고 크게 트림을 하는 달래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맛있으세요?”
“콜라는 너무 맛있어.”
해맑게 웃는 달래를 보던 강진의 귀에 돼랑이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돌리니 돼랑이 등에 탄 만복이 양손에 봉지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어? 저 봉지는…….”
“네가 주고 간 JS 편의점 음식 봉투.”
달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만복을 볼 때, 그가 앞에 와서는 돼랑이 등에서 내렸다.
“다 했어?”
“네. 그런데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너 주려고 도라지 좀 캤어.”
“형이요? 어떻게요?”
강진의 물음에 만복이 웃으며 봉지를 들어 보였다.
“이걸로 캤지.”
“봉지로요?”
만복이 웃으며 봉지에 손을 넣어 움직였다.
“이렇게 이렇게 캤지.”
“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배용수가 JS 나무젓가락으로 옷을 태우려 했던 것처럼 만복도 JS 편의점 봉투에 손을 넣어서 장갑처럼 쓰며 도라지를 캐온 것이다.
“형, 고마워요.”
“뭘. 옷도 받았는데.”
그리고는 만복이 봉지를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석청도 좀 캐 오려고 했는데…… 그 애들도 먹고살아야 해서 안 가져왔어.”
벌들도 겨울을 나려면 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만복이 더 캐오지 않은 것이다.
“잘하셨어요. 벌도 배는 고프면 안 되죠.”
“맞아.”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지를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럼 또 올게요.”
“그래. 잘 가. 옷 고마워.”
만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돼랑이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돼랑이가 알아서 몸을 낮췄다.
“고마워.”
강진이 봉지를 포대 안에 넣고는 돼랑이 위에 올라탔다.
“용수야, 가게 가서 부를게.”
“그래.”
같이 가도 되지만 JS 금융을 통해야 하기에 배용수는 편치 않을 것이었다.
배용수가 지금은 일을 해서 돈을 번다고 해도, 귀신들에게 JS 금융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곳이니 말이다.
타타탓!
돼랑이가 빠르게 치고 나가자 강진이 몸을 숙였다.
‘이것도 몇 번 하니 괜찮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돼랑이의 움직임에 슬며시 흐름을 맞추는 강진이었다.
***
월요일, 강진은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매운 돼지갈비와 갈치구이였다.
태광무역 사람들이 가고 몇 테이블을 더 받은 강진이 슬슬 마무리를 지으려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강 이사였던가?’
얼마 전 황민성과 함께 간 호텔 사우나에서 본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강상식의 얼굴을 보고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강상식과 함께 들어오는 중년 아주머니 수호령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의 알몸을 본 여자는 엄마와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저 아주머니 수호령이 유일하다 보니 인상이 기억에 남은 것이다.
안으로 들어온 강상식이 강진을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강상식이 아는 척에 강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십니까? 며칠 전에 사우나에서 봤는데.”
“네.”
“아직 영업하시지요?”
“그럼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빈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기가 맛집이라고 요즘 소문이 났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
“그러세요.”
“오늘 점심은 어떤 메뉴인가요? 들으니까 메뉴가 매일 바뀐다고 하던데.”
강상식이 슬쩍 주변 손님들이 먹는 것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돼지갈비 정식하고, 갈치구이 정식인데 어떻게 해 드릴까요?”
“둘 다 맛있겠네요. 둘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양이 꽤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배고픈데 잘 됐습니다.”
“그럼 공깃밥은 한 그릇만 드릴 테니 혹시 밥이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밥 한 공기 값은 빼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돼지갈비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그리고 살짝 초벌을 한 갈치구이도 다른 프라이팬에 올렸다.
“민성 형 때문인가?”
오성그룹 계열사 오성화학의 이사가 뭔가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왔다면…… 황민성 빼고는 답이 없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야?”
황민성의 이름에 배용수가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에 강진이 힐끗 가림막 사이로 강상식을 보고는 말했다.
“원래 싸가지 없는 사람이 갑자기 친근하고 예의 있게 행동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렇지.”
배용수의 말에 잠시 있던 강진이 아차 싶었다. 물도 가져다주지 않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프라이팬을 배용수에게 넘기고는 따뜻한 야관문 차와 물을 가지고 나왔다.
“야관문 차입니다. 뜨거우니 천천히 마시세요.”
“고맙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리다가 힐끗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은 안절부절못한 얼굴로 강상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련님, 그냥 가요. 안 좋은 소리 들을 것 같아요.”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을 텐데도 아주머니 귀신이 말을 걸었다.
당연히 강상식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다만…….
‘도련님?’
강진은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의아할 뿐이었다. 중년 아주머니 수호령이라 강상식의 죽은 어머니 되나 싶었는데…… 도련님이라니?
의아한 눈으로 아주머니 귀신을 볼 때,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강진과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아주머니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뒤에 누가 있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뒤에 아무도 없는 것에 아주머니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을 눈으로 가리켰다.
스윽!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아주머니 귀신이 강상식을 한 번 보고는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주방에 들어온 아주머니 귀신은 깜짝 놀랐다. 주방에서 귀신이 프라이팬을 흔들며 돼지갈비와 갈치를 굽고 있으니 말이다.
“어!”
놀란 눈을 하는 아주머니 귀신의 탄성에 강진이 작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헉! 제가 보여요?!”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보입니다.”
그리고는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에게 살며시 물었다.
“강 이사님 여기 밥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민성 형에 관해 저와 무슨 이야기하려는 거죠?”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 귀신이 멈칫했다. 그러다가 아주머니 귀신이 급히 말했다.
“도련님이 나쁜 의도는 아니세요.”
“무슨 의도신데요?”
“회사에서 연말 모임을 하는데 황민성 씨 초대를 하려고 하세요. 그룹에서 회장님도 잠시 들르는 모임이니 황민성 씨도 오시면 인맥도 넓히고 좋으실 거예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건 형이 이미 거절한 일이라 제가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형을 초대하려면 형에게 가셨어야죠.”
“그건…… 그렇네요.”
“그런데 왜 여기를 온 거예요?”
강진이 힐끗 홀을 보며 하는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말했다.
“그날 사우나…… 아, 죄송해요. 일부러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강진이 자신을 본다는 것은, 자신이 사우나에 있다는 것을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