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
24화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귀신들을 볼 때, 그들은 가게 안을 보고 있었다.
멍하니 가게 안을 보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배용수가 강진을 툭 쳤다.
“손님 받아.”
“그게…… 귀신…….”
“나도 귀신이고 여기 다 귀신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렸다.
‘미쳐버리겠네. 저것들은 왜 현신을 제대로 안 한 거야?’
현신한 귀신들에게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저렇게 희뿌연 귀신들은 처음 보니 무섭기 이를 데가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강진이 숨을 몰아쉬다가 소주병을 들어서는 그대로 입에 넣었다.
꿀꺽! 꿀꺽!
크게 두 모금을 먹은 강진이 몸을 일으키고는 귀신들에게 다가갔다.
귀신은 성인 남자, 여자 그리고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두 아이였다.
‘설마 가족 귀신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남자가 강진을 보았다.
“여기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여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빈자리에 앉았다.
“그럼 뭘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여자와 아이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삼겹살 됩니까?”
“삼겹살요?”
“네. 아이들이……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한 남자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강진이 주방으로 가며 배용수를 손짓했다. 그에 배용수가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왜 뭐 도와줘?”
“삼겹살 달라는데.”
“구워 주기만 하면 되겠네. 그리고 파채하고.”
말을 하며 배용수가 한쪽에서 휴대용 버너를 꺼내더니 불판을 올렸다.
그러고는 귀신 가족을 향해 소리쳤다.
“직접 구워 드실래요? 아니면 구워드릴까요?”
“구워 먹겠습니다.”
“네.”
말과 함께 배용수가 파채와 곁들일 채소들을 손질하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래?”
“뭐가?”
“왜 사람 모습이 아니냐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힐끗 그들을 보고는 말했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래.”
“죽은 지?”
“모습 보니 죽은 지 삼 일이 안 됐어.”
“삼 일?”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사람이 죽고 삼 일 동안은 영혼과 육체가 연결이 되어 있어. 그래서 저렇게 반쪽짜리 귀신인 거야.”
“삼 일?”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조금 불쌍하네.”
“왜요?”
“가족이 한 방에 간 모양인데…… 여기 올 정도면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른 모양이야.”
“장례?”
“사람이 죽으면 삼 일 동안 장례를 치르는데…… 그 기간 동안은 죽은 자가 장례식에 머물며 음식을 먹거든. 그런데 여기 올 정도면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다는 거겠지. 나는 그래도 장례식 때 음식은 잘 먹었는데.”
“그래?”
“그럼! 명색이 한국 제일의 한식당 운암정 요리사였는데…… 숙수님이 장례 음식들 직접 해서 손님들 대접을 해 주셨지. 그때…….”
말 못 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시 말을 길게 하려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칼을 가리켰다.
“빨리 자르기나 해. 시간 얼마 없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힐끗 시간을 보았다.
지금부터 굽기 시작해도 음식을 먹을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이다.
“하긴 이승을 떠도는 내가 누구를 불쌍히 생각해. 내가 제일 불쌍하지.”
작게 중얼거린 배용수가 빠르게 칼질을 하기 시작하며 채소를 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힐끗 가족 귀신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냉장고를 열어서는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를 꺼냈다.
사사삭!
소시지에 칼집을 내고 프라이팬에 올린 강진이 볶다가 배용수가 손질한 양파와 파들을 넣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토마토소스를 부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소시지 야채볶음, 일명 ‘쏘야’를 만든 강진이 접시에 담았다.
간단하지만 맛은 있을 것이다. 요리 연습장에 있는 레시피로 만든 것이니 말이다.
쟁반에 버너와 삼겹살까지 챙긴 강진이 그것들을 탁자로 서빙을 했다.
“삼겹살하고는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소시지볶음을 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버너의 불을 올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소주 한 병 드릴까요?”
“소주를 먹어도 됩니까?”
“그럼요. 다 먹고 있잖아요.”
강진이 주위를 가리키자 남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소주 한 병 부탁드립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소주와 잔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는 사이 여자가 불판에 고기를 올리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익어가기 시작했다.
“어서…… 먹자.”
여자의 말에 아이들이 소시지볶음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배용수는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저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삼 일 후에 저승에서 직원이 나와서 데려가겠지.”
“삼 일 후?”
“보통은 삼 일 후에 화장을 하니까. 그전에 화장을 하거나 땅에 묻으면 삼 일 전이라도 직원이 와서 데려가고.”
“그럼 삼 일 동안 저들은 어떻게 해?”
“자신이 살던 곳이나 관련 있는 곳을 돌아다니겠지.”
“불쌍하네.”
“진짜 불쌍해질지 아닐지는 지금부터지.”
“왜?”
“직원이 안 데려가면…… 우리 꼴이거든.”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는 말에 강진이 굳은 얼굴로 귀신 가족을 보다가 물었다.
“직원이 왜 안 오는 거야?”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몰라?”
“몰라.”
시큰둥한 얼굴로 주방을 정리하던 배용수가 귀신 가족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한.”
“응?”
“한이 있으면 그게 무거워서 승천을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귀신이 된대.”
“된대? 너도 자세히는 모르나 보네?”
“나도 오다가다 들었어. 하지만 아무도 어떤 한 때문에 승천을 못 하는지 몰라.”
“자기 한인데도 몰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정리를 멈췄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너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야?”
“후회?”
“응. 말해 봐.”
“글쎄…….”
강진이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한테…… 짜증 낸 것.”
“짜증?”
“아침에…… 엄마가 늦게 깨워서 짜증냈어. 오 분 늦은 건데…… 웃으면서 괜찮다고 할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18살 때 아침에 엄마가 5분을 늦게 깨웠다.
학교에 늦었다고 짜증을 냈었다. 단 5분…… 그것도 5분이라도 더 자고 가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날 강진은 담임선생님에게 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리고 그날의 짜증은 강진에게 큰 아픔이 되었다.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 때문이었다.
-학교 지각하면 다 엄마 때문이야.
‘왜…… 고마워, 사랑해라고 못했을까.’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배용수가 말했다.
“그것이 한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건?”
“친척들한테 욕을 왜 못했을까 하는 것?”
“욕?”
“보육원에 보내졌을 때 쌍욕이라도 좀 할걸, 하는 생각이지.”
“다른 건?”
“다른 건 그리 생각 안 나는데.”
“그래도 있기는 하겠지?”
“있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살면서 후회될 일은 한두 개가 아니야. 그중 어떤 것이 한이 되는지 알지 못해.”
“그렇구나.”
“그래서…… 이렇게 귀신들이 많은 거야.”
배용수가 식당 안의 귀신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들 모두 자신의 한이 뭔지 모르는 거야.”
“한을 풀어야 하는데 한이 뭔지 모른다?”
“그래서 귀신이 승천하기 어려운 거야.”
고개를 저은 배용수가 시간을 보고는 홀로 나갔다. 그 역시 한 시까지 먹고 마시려면 시간을 함부로 쓰면 안 되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도 홀로 나와 귀신들과 합석하고는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귓가로 흘려듣다 보니 어느새 12시 55분이었다.
미리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자 강진이 일어났다.
“12시 55분입니다. 다들 드시던 것 마무리하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빠르게 먹고 마셨다. 그리고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귀신 가족들을 보았다.
그들 역시 먹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식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얼마죠?”
“돈 내시게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먹었으니 내야죠.”
말과 함께 귀신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이걸로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카드?’
귀신이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처음 봤다. 아니 돈을 내려는 귀신도 처음이었다.
그에 강진이 카드를 받았다.
‘역시 JS 금융이네.’
카드를 받은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는 따로 가격을 정하지 않습니다. 고객께서 주시는 만큼만 받습니다. 주시고 싶은 대로 주시면 됩니다.”
“식당에서 돈을 주는 대로 받습니까?”
“저희 식당은 죽은 자를 위한 곳입니다. 그리고 죽은 분들은 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는 대로 받습니다.”
“그럼…… 삼겹살은 3만 원에 쏘야 만 원, 소주 두 병 8천 원해서 4만 8천 원 내겠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카드를 받고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지방에서는 아직도 소주 한 병에 3천 원 받으니 저도 3천 원 받겠습니다. 그리고 삼겹살은 7천 원, 쏘야가 무슨 만 원이에요. 그냥 5천 원만 받으면 되지.”
강진이 카드기에 3만 2천 원을 결제했다.
드드득! 드득!
카드기에서 영수증이 나오자 강진이 그것과 함께 카드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저승 가시면 돈 쓸 일이 많을 겁니다. 아껴 쓰세요.”
“혹시…… 저승에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사람인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여기 있는 귀신들도 저승에는 못 가 본 이들이라 그 귀신들도 잘 모를 겁니다.”
“사람?”
사람이라는 말에 남자가 급히 물었다.
“사람이십니까?”
귀신들이 오는 식당이라 주인도 귀신일 것이라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네.”
“사람이 어떻게 귀신들에게 밥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럼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네. 그게…….”
화아악!
남자가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와 가족 귀신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1시가 되는 것과 함께 그들이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아직 안에 계실 겁니다. 무슨 부탁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일 저녁 11시에 다시 오세요. 그때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디 갈 데 없으면 여기 안에 있던가 하세요. 밖을 떠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그래도 여기가 편할 겁니다.”
그것으로 말을 멈춘 강진이 가족 귀신들이 있던 곳을 보다가 가게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