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9
250화
“잘 먹고 갑니다.”
강진은 얼큰하게 취한 채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술 많이들 드셨으니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하하!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자명이 웃으며 족자를 들어 보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알겠습니다.”
족자를 하나씩 가지고 기분 좋게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던 강진이 왕강신을 보았다.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른 왕강신은 왕소민과 왕소령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가게를 나서던 왕강신이 왕소민과 왕소령을 보았다.
“소제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너희 먼저 나가 있거라.”
왕강신의 말에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가자, 왕강신이 강진을 보았다.
“예약하신 것은 제가 잘 준비하겠습니다.”
제사에 관한 말을 할 줄 알고 강진이 먼저 말을 하자 왕강신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고맙네.”
“어르신, 왜 이러세요.”
강진이 놀라 급히 그를 일으키려 하자 왕강신이 그의 손을 잡았다.
“한국에 온 건 형의 제사도 있지만…… 소령이가 친구가 죽은 후 너무 힘들어했는데, 혹시 한국에 오면 좀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네.”
그렇게 말하는 왕강신이 강진을 따스하고 고마움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자네의 음식이라면 소령이의 마음이 움직일까 싶었지.”
“제 음식요?”
“자네의 음식을 먹은 내 마음이 따스해졌던 것처럼…… 우리 손녀의 마음도 따스해지기를 바랐네.”
웃으며 문을 열고 나온 왕강신의 눈에 홀 한쪽에서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웃으며 보고 있는 왕소령이 보였다.
“웃는 저 아이를 보게 해 줘서 정말 고맙네.”
말을 한 왕강신이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손님들이 떠난 자리를 여자 귀신들이 청소하고 있었다.
“강진아.”
주방에서 저녁 귀신 장사 준비를 하던 강진은 TV를 보고 있던 배용수의 부름에 고개를 내밀었다.
“왜?”
“이리 와 봐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손을 닦고는 홀로 나왔다. 배용수는 카운터에 있는 아크릴 통을 보고 있었다.
“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아크릴 통을 눈으로 가리켰다. 그에 아크릴 통을 본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통 안에 이상한 종이가 네 개 들어 있었다.
“뭐지?”
강진이 뚜껑을 열어 종이 하나를 꺼냈다.
종이는 운암정 백만 원 식사권이었다.
“이건?”
“숙수님이 넣고 가셨나 보다.”
“그야 숙수님이 넣으셨겠지. 근데 이거 너무 액수 큰 것 아냐? 백만 원짜리 네 장이면 사백이잖아.”
“도라지 가격 아시니 그냥 드시기 미안하셔서 넣고 가셨나 보다.”
“그냥 드셔도 되는데…….”
돈 받으려고 도라지를 꺼낸 것이 아니었다. 김봉남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자 의지를 하는 배용수의 스승이자 마음속 아버지다.
친구 아버지가 식당에 왔으면 가장 좋은 식사를 대접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돌려 드려야 하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써.”
“액수가 너무 큰데 써?”
“돈으로 주면 안 받고 돌려줄까 봐 상품권으로 두고 가신 모양인데 이 정도는 마음으로 받자.”
“그래도 액수가 너무 많은데?”
“운암정 정식도 비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상품권을 흔들었다.
“이렇게 비싸?”
강진이 상품권을 흔들자 배용수가 말했다.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결혼할 때 상견례 거기서 그걸로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순간 움찔했다.
‘이놈 요즘 계속 이러네.’
배용수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하는 것 같은 뉘앙스의 말을 가끔 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었다.
“야!”
“왜?”
“형수 생기면 네가 밥을 잘 차려서 대접을 할 생각을 해야지, 귀찮다고 운암정 가라고 하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상견례를 여기서 하려고?”
“당연하지. 한국 제일의 요리사가 여기 있는데 왜 다른 곳 가서 밥을 먹냐? 당연히 네가 해 준 밥을 먹어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내가 해 줘야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저녁 장사 준비나 하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직 너한테 배울 것이 많은데…….’
잠시 주방 쪽을 보던 강진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은 야채들을 비닐장갑 낀 손으로 살피고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잘 썰지 않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혀를 차고는 당근 썰어 놓은 것을 도마에 주르륵 놓았다.
“이게 잘 썬 거냐?”
“왜, 이 정도면 잘 썰었고만.”
“모양이 일정하지가 않잖아. 이렇게 썰어 놓은 건 운암정에서 직원들 점심 식사에도 못 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당근을 보았다.
‘잘 썬 것 같은데…….’
요즘 강진은 요리 연습장을 떠올리지 않고, 직접 식재를 다듬는 방법을 배용수에게 배우고 있었다.
요리 연습장을 통해 칼질을 하면 완벽하지만, 아무래도 강진의 본 실력이 늘어야 더 좋은 요리가 나올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막 썰어도 되는 재료들은 강진이 연습 삼아 썰고 있었다.
그 덕에 실력이 많이 늘기는 한 상태였다. 다만…… 운암정 기준으로 보는 배용수의 눈에는 성이 안 찰 뿐이었다.
재료들을 하나씩 보며 잘못된 것을 지적해 준 배용수가 칼을 잡았다.
“잘 봐.”
그러고는 배용수가 재료들을 썰기 시작했다.
***
강진은 올해 마지막인 12월 31날 점심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돼지갈비 김치찌개였다. 날씨가 쌀쌀해서 선택한 메뉴기도 했지만, 오늘 신수용이 챙겨온 식재 중 돼지갈비가 좋아서 김치찌개를 하기로 한 것이다.
돼지갈비 김치찌개가 끓어오르는 것을 보며 강진이 파를 썰고 있었다.
재료 준비도 하고 식재 써는 연습도 할 겸 말이다.
서걱! 서걱! 서걱!
파에 이어, 강진의 손에서 마늘이 빠르게 썰려 나갔다.
“최대한 얇게 썰어.”
배용수의 지적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얇게 썬 마늘은 나중에 볶음 요리 할 때 넣으면 된다.
그리고 마늘은 작고 단단하니 칼질 연습하기에 좋은 식재였다.
띠링!
마늘을 썰던 강진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강상식과 그의 수호령인 장은옥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강상식이 가게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아직 영업 전입니까?”
“손님이 오셨으면 영업시간입니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 앞자리에 앉았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그의 뒤에 있는 장은옥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한 강진이 강상식에게 말했다.
“오늘 점심은 돼지갈비 김치찌개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다른 메뉴는 안 됩니까?”
“곧 손님들이 오시는 시간이라 여러 메뉴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 주시고…… 혹시 계란 프라이 하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그 정도야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작은 냄비에 김치찌개를 덜어 불에 올렸다.
김치찌개가 끓어오르자 고춧가루를 살짝 넣고 파와 마늘을 넣고 휘저은 강진이 조금 더 끓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음식들을 쟁반에 담아 강상식에게 서빙을 해 주었다.
“그런데 점심 드시기에는 좀 이른 시간 아닙니까?”
아직 11시도 안 된 시간이니 점심이라 하기에는 시간이 이른 편이었다.
“황 사장 초대했다가 거절당한 회사 모임이 오늘입니다.”
“그럼 거기서 식사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회사 모임이면 먹을 것을 주지 않나 싶어 묻는 강진을 보며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밥을 먹고 가야 거기서 먹다 체하지 않습니다.”
“모임이 불편하신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숟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떠선 후루룩 먹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란이 부드럽게 잘 익었네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고개를 살짝 숙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상식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장은옥이 슬며시 주방에 들어왔다.
“사장님.”
장은옥의 부름에 강진이 마늘을 썰다가 그녀를 보았다.
“식사하실래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장은옥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혹시 매실 액기스 있나요?”
“있습니다.”
“그럼 매실 액기스 좀 진하게 타서 차 한 잔 부탁해도 될까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강상식 씨가 좋아하는 건가요?”
“속이 안 좋으신지 도련님께서 시험을 보는 날이나 어려운 사람을 보는 날에는 많이 체하셨어요. 그럴 때 매실차를 드시면 괜찮으셨어요.”
장은옥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실을 먹으면 침이 고이고 위산이 나와서 체할 때 먹으면 좋지. 속도 편하게 만들어 주고.”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잘 아네?”
“여기 뭐라고 쓰여 있냐?”
배용수가 가림막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약식동원?”
“약과 음식은 같다. 나 정도 되는 요리사는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반쪽 한의사쯤 된다고 볼 수 있지.”
자기 자랑이 담겨 있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배용수 정도 되면 식재들의 효능들을 거의 한의사처럼 아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장은옥을 보며 말했다.
“따듯하게 드릴까요? 차게 드릴까요?”
“따듯하게 주세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매실 액기스가 담긴 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힐끗 식사를 하는 강상식을 보았다.
“식사 어느 정도 하고 난 후에 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회사 모임 가면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잘 해주지.”
“가족들하고 사이가 안 좋은가 보네요?”
장은옥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이…… 심성은 고우신 분인데.”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우리 애가 착한데 애를 잘못 만나서…….
라는 식의 변명이었다.
‘자기가 못되게 굴어서 미움을 받는 모양이고만. 하긴…….’
스윽!
강진이 갈비를 잡고 뜯고 있는 강상식을 보았다. 처음 봤을 때 이미지를 생각하면 애정 받을 상은 아니었다.
‘그나마 밥 먹을 때는 참 맛있게 잘 먹기는 하는데.’
강진이 유일하게 강상식을 좋게 보는 것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것뿐이었다.
음식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만 한 손님이 또 없기는 했다. 강상식이 먹는 것을 가만히 보던 강진이 침을 삼켰다.
강상식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강진도 입맛이 도는 것이다.
그에 잠시 그것을 보던 강진이 끓고 있는 김치찌개에서 돼지갈비를 집게로 하나 슬며시 꺼내서는 뜯기 시작했다.
“손님 드실 음식을 누가 그렇게 꺼내 먹냐?”
배용수의 타박에 강진이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잘 익었는지 한번 먹어 보는 거지.”
그러고는 강진이 돼지갈비를 후딱 먹어치우고는 하나 더 꺼내 배용수에게 내밀었다.
“너도 먹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돼지갈비를 보다가 홀을 한 번 보았다.
확실히 강상식이 먹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돌았다. 그에 배용수가 강진이 내미는 돼지갈비를 받았다.
스으윽!
반투명한 돼지갈비를 손에 쥔 배용수가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손에 들린 돼지갈비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귀신하고 밥을 먹으니 이건 좋네.’
귀신과 나눠 먹는다 해도 음식이 줄어들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