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0
251화
맛있게 돼지갈비를 뜯어 먹은 강진이 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손을 씻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받아서는 매실 액기스를 탔다.
“진하게 일 대 이 정도로 해 주세요.”
장은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매실 액기스를 따뜻한 물에 탄 강진이 젓가락으로 휫휫 젓고는 강상식에게 가져다주었다.
“따뜻한 매실차입니다.”
강진의 말에 막 돼지갈비를 집던 강상식이 매실차를 보았다. 매실차를 보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매실차를 보았다.
“여기 오면…… 이상하게 제가 좋아하는 것만 나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매실차 좋아하세요?”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강상식이 매실차를 잠시 보다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멸치볶음하고 밥 한 공기, 그리고 대접 하나 주십시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멸치와 밥, 대접을 가져다주었다.
대접을 받은 강상식이 밥을 그 안에 툭 하고 놓고는 멸치와 남은 반찬들을 넣고는 비비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참기름과 고추장을 가지고 나왔다.
“비비실 거면 이것도 같이 넣고 비비시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추장을 살짝 넣고 참기름을 슬쩍 한 바퀴 둘렀다.
반찬 양념이 있어 고추장을 많이 넣음 짜니 말이다.
스스슥! 스슥!
젓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비비던 강상식이 말했다.
“어릴 때 말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은옥 누나가 가끔 이렇게 남은 반찬들을 모아서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그걸 보면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옆에서 같이 먹고는 했는데 아빠가 그걸 그리 싫어했습니다.”
“그러셨어요.”
“천하게 왜 그렇게 먹냐고…… 근데 음식에 천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맛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어렸을 때 반항심이었는지 자주 이렇게 먹었습니다. 물론 은옥 누나는 이렇게 해 주면서 아버지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먹을 때는 같이 참 맛있게 먹었죠.”
“도련님이 좋아하시니까.”
장은옥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슥슥!
밥을 이리저리 비비던 강상식이 한 술 크게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멸치볶음이 들어가서 그런지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멸치볶음 좀 살 수 있겠습니까?”
“사신다고요?”
“집에서 입맛 없을 때 비벼 먹으면 맛있겠어서요.”
“팔기는 그렇고 조금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상식이 다시 밥을 떠서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여튼 밥은 진짜 맛있게 먹네.’
자신이 만든 음식들이지만 이렇게 비벼 먹는 것을 보니…… 절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따 손님들 오면 대접 하나씩 드려야겠네.’
이렇게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신 강진이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들어온 강진은 배용수가 대접에 밥을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해?”
“강상식 저 사람 음식 진짜 맛있게 먹네.”
대접에 김치를 가위로 잘라 넣고, 멸치와 다른 반찬들도 이것저것 넣은 배용수가 참기름과 고추장을 살짝 넣었다.
스슥! 스슥!
젓가락으로 밥을 비빈 배용수가 장갑을 벗고는 반투명한 수저로 밥을 떴다.
스륵!
반투명한 밥 한 숟가락을 배용수가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어?”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접을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수저를 들고는 밥 한 숟가락을 먹어 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강상식이 먹는 것을 봐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맛있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
강진이 배용수와 비빔밥을 먹고 있는 사이, 강상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먹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입을 닦고는 홀로 나왔다. 강상식은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음식을 깨끗이 먹어 치운 상태였다.
강상식이 먹은 것을 보니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식사 맛있게 하셨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임 가기 전에 여기 오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배부른 얼굴로 입을 닦으며 강상식이 지갑을 꺼냈다.
“얼마입니까?”
“육천 원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만 원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잘 먹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사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돈을 받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강상식이 남은 매실차를 마시고는 몸을 돌려 가게를 나가려 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멸치볶음 가져가셔야죠.”
“아!”
강상식이 몸을 돌리자 강진이 주방에서 멸치볶음이 담긴 비닐을 가지고 나왔다.
“많지는 않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강상식이 비닐을 들고 나가자 장은옥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런 장은옥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분도 안쓰럽네.”
강상식을 정말 사랑으로 키웠기에 수호령으로 그의 곁에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강상식이 사람들에게 미움 받으니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것이다.
“어쩌겠냐? 다 자기 하는 대로 돌아오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기 하는 대로 대접받는 거지.”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며 다른 손님들을 받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 장사를 끝낸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을 비트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오늘은 손님이 좀 적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말이라 그런가 보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여자 귀신들은 홀을 정리하고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주방에서는 선주와 여자 귀신 한 명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과 배용수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우려고 하면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일하는 것이 다 그들의 잔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강진은 점심에 손님들을 맞아 서빙을 했고, 배용수는 음식을 만들었으니 좀 쉬어도 될 일이었다.
귀신들이 정리를 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매실차를 한 모금 마시며 TV를 틀었다.
연말 분위기를 내는 방송들을 보며 채널을 돌리던 강진이 한 채널에서 멈췄다.
[신림 고시원 방화 사건의 범인이 잡혔습니다. 범인은 놀랍게도 고시원 사장이자 피해자였던 A 씨의 남편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신림 고시원 방화 사건을 재조사하던 중……]뉴스에서는 신림 고시원 방화 사건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가 경찰에게 양손을 잡힌 채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잡혔네.”
강진이 뉴스를 볼 때 최호철이 매실차를 들고는 다가왔다.
“걸려들었나 보네.”
“걸려들어요?”
“내가 가끔 그 고시원 가서 살폈거든. 임상옥 교수님이 치시는 작업 어떻게 되나 보려고.”
“작업이 잘 됐나 보네요.”
작업이 잘 되고 증거를 잡았으니 경찰이 잡아들였을 것이다.
최호철이 말없이 매실차를 한 모금 마시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맛있어요?”
최호철이 마시는 것은 제삿술과 같은 것이었다. 강진이 마시던 차를 들어서 마시는 것이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불투명한 찻잔을 보며 말했다.
“맛이 약하기는 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에서 JS 믹스 커피하고 음료수 좀 사다가 놔둬야겠다.’
생각을 해 보면 가게에서 하루 종일 있는 귀신들은 저녁 11시가 아니면 딱히 먹을 것이 없다.
사람도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씹을 것을 찾곤 하니 귀신들도 입이 심심할 것이다.
귀신들 간식거리를 사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강진에게 최호철이 말했다.
“어딜 어떻게 건드려야 불안해하는지 바로 찍어서 작업하시더라고. 확실히 배운 사람은 달라.”
“어떻게 했는데요?”
“폭음탄 보내고 며칠 밤 동안 그 벽에 폭음탄을 던지셨어. 그리고 밑에 작게 불도 좀 내고. 그러다가 연락을 했지. 당신이 폭음탄을 던지던 영상 내가 가지고 있으니 5천 현금으로 가지고 오라고.”
“5천요?”
“액수가 너무 크면 고민을 할 것 아니겠어? 그래서 5천 정도로 정하신 모양이야. 5천 정도면 바로 줘 버리고 끝나게 말이야.”
“하긴 액수가 크면 고민을 했겠네요.”
5천도 큰돈이지만 그가 지은 죄를 생각하면 싸게 막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놈 입장에서는 5천 정도면 후딱 주고 입 막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어쨌든 돈 들고 올 때 몰카하고 녹음으로 자백 받아 낸다고 했는데 그게 잘 됐나 보다.”
“그럼 증거는 다 된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방송에서 때리고 범인 보여 줄 정도면 자백 말고도 경찰에서 이미 물적 증거를 찾았을 거야.”
“하긴 자백만으로는 유죄 때리기 어렵죠.”
“알아?”
“임상옥 교수님한테 수업 듣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
TV를 향해 고개를 돌린 강진은 사건 내용을 브리핑하는 경찰을 보다가 말했다.
“어쨌든 나쁜 놈 잡아서 다행이네요.”
“다행이지.”
최호철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TV를 보았다.
“저승 가면 죗값 치르겠지만 그건 그거고 여기서도 죗값은 치러야지.”
***
강진은 TV를 틀어 놓고 귀신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TV에서는 연말 방송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자! 이제 새해까지 20초 남았습니다. 방송을 보시는 모든 분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면서 모두 외쳐 봅시다! 5! 4! 3! 2! 1! 해피 뉴 이어!]방송에서 ‘해피 뉴 이어’를 외치자 강진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외침에 귀신들도 일어나서는 잔을 들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뉴 이어!”
귀신들의 외침에 강진이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강진이 맥주를 마시자 다른 귀신들도 맥주를 마셨다.
“크악! 좋다!”
“호철 씨도 올해는 승천해요.”
“아저씨도 올해는 승천하세요. 너무 오래 계시네요.”
“용수 씨도 올해는 승천해요.”
귀신들이 서로 보며 승천하라는 덕담을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에게는 승천만 한 덕담이 없기는 하겠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귀신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일 생기세요.
강진도 귀신들에게 덕담을 해 줄 때 귀신들이 자리에서 하나둘씩 일어났다.
“잘 먹고 갑니다.”
아직 1시가 되려면 멀었지만 귀신들은 깔끔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는 하나였다.
새해가 되기 전 한 시간은 보통 귀신들이 오고, 새해가 된 한 시간은 처녀귀신들이 오는 것이다.
귀신들이 나가는 것에 직원인 여자 귀신들이 서둘러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처녀귀신들이 오는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일단 홀을 정리하는 것이다.
홀을 빠르게 정리하고 치우던 배용수가 말했다.
“오나 보네요. 우리도 나갑시다.”
배용수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처녀귀신들이 오는 것을 느끼던 귀신들이 그릇들을 마저 들어 주방으로 가져다 놓고는 서둘러 뒷문으로 나갔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음식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준비한 강진이 그것들을 홀로 가지고 나갈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문을 잡고는 섰다.
이혜선이 열어 놓은 문으로 김소희가 스윽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이지선도 안으로 들어왔다.
서열대로 처녀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강진이 웃으며 반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덕담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도 새해에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네.”
“감사합니다.”
다른 처녀귀신들과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눈 강진이 주방에서 음식들을 가지고 나왔다.
강진이 음식들을 차리기 시작하자 최가은과 이예림이 다가와 도와주었다.
음식들이 하나둘씩 차려지자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소주를 잔에 채운 김소희가 처녀귀신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올해에는 한을 버리고 승천들 하시게나.”
김소희의 말에 이지선이 대표로 잔을 들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께서도 올해에는 좋은 일이 생기시기 바라겠습니다.”
두 처녀귀신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작게 숙이고는 소주를 마셨다.
‘확실히 소희 아가씨를 따르는 처녀귀신들이라 뭔가 절도가 있네.’
편한 분위기의 일반 귀신들과 달리 처녀귀신들은 예의 같은 것을 지키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