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1
252화
덕담을 나누는 처녀귀신들과 같이 자리를 한 강진이 소주를 들었다.
“안 오신 지 꽤 되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물음에 이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 좀 다녀왔네.”
“북한에요?”
“아버님 기일이라 겸사겸사 다녀왔지.”
“묘가 북한에 계신 모양이군요.”
“그렇네.”
이지선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나라마다 관할하는 JS가 다르다고 하던데 한국 귀신이 북한에 넘어가도 되는 건가요?”
말을 하며 강진이 이예림을 보았다. 이예림도 북한으로 날아갔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이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한과 북한…… 이름은 다르지만 서로 같은 민족이라 생각을 하지.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같은 JS에서 관리를 하고 있네.”
“아직까지는? 그럼 바뀔 수도 있다는 건가요?”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지.”
스윽!
소주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시는 이지선이 강진을 보았다.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전해 들었네.”
“제 이야기요?”
“자네 덕에 승천한 이들이 있더군.”
“어? 어떻게 아세요?”
“이쪽 세계에도 소문은 도는 법이지. 좋은 일을 하였네.”
“감사합니다.”
이지선과 이야기를 마무리한 강진이 이예림을 보았다.
“영수는 아직도 지리산에 있어?”
“2월 구정에 온다고 했어요.”
“배울 것이 꽤 많나 보네?”
“그런 것 같아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너희는 많이 배웠어?”
“아! 저희 요즘 축지 배워요.”
“축……지?”
“그 홍길동이 했다는 것 있잖아요. 축지법!”
이예림이 굉장하지 않느냐는 듯 팔짱을 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놀란 눈을 하며 말했다.
“축지법! 그걸 배운다고?”
“에헴!”
이예림이 웃으며 뻐기는 모습에 이혜선이 웃었다.
“걸음마도 못 뗐으면서 무슨 자랑을 해?”
“그래도 이 정도면 올림픽에 나가도 금메달은 문제없을걸요.”
이예림의 말에 이혜선이 한숨을 쉬었다.
“귀신이 사람 나가는 대회를 어떻게 나가?”
“말이 그렇다는 거죠.”
두 귀신의 대화에 강진이 물었다.
“정말 축지법을 쓰는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혜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야, 대단하네요.”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다른 귀신들은 축지법 쓴다는 이야기 못 들었는데?”
“보통 귀신들하고 우리는 다르잖아요.”
“그럼 보통 귀신은 축지법을 못 쓰나요?”
“네.”
이혜선의 말에 이지선이 고개를 저었다.
“오래 묵은 귀신도 쓸 수 있다.”
이지선의 말에 이혜선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어? 나는 그런 귀신을 본 적이 없는데.”
“축지를 쓸 정도로 묵은 귀신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언니는 그런 귀신을 본 적 있으세요?”
“몇 보았지.”
이지선의 말에 이혜선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럼 일반 귀신도 축지를 쓸 수 있는 거예요?”
“처녀귀신이 강한 이유는 한이 깊어서다. 이승을 오래 떠돈 귀신도 그만큼 한이 깊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역시 할 수 있다. 귀신의 힘은 한이라 할 수 있으니까.”
“저는 그런 귀신을 본 적이 없는데.”
“다행이 아니더냐. 그만큼 한이 쌓이기 전에 승천을 했다는 것이니.”
이지선의 말에 이혜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네요. 축지 따위야…….”
축지를 할 수 있으면 뭐 하나…… 승천을 하지 못하는데,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해 봐야 주위에 있는 다른 처녀귀신들을 슬프게 할 뿐이니.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강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축지도 쓸 수 있고 대단하네요.”
강진의 말에 이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으로 살면서 가장 쓸 만한 능력이지.”
이지선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드시고 싶은 것 있으신 분?”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스윽 그를 보았다.
“국수가 먹고 싶군.”
“국수요?”
“자네 아나?”
김소희의 물음에 강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녀를 보았다.
“우리 시대 때에는 밀가루가 무척 귀했네. 해서 국수는 무척 귀한 음식이었지. 해서 나도 몇 번 먹어 본 적이 없네.”
“국수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면 자주 해 드릴 것을 그랬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지금은 먹고 싶군.”
“가끔 당기는 음식이 있지요. 그럼 국수는 어떻게, 잔치국수로 해 드릴까요? 아니면 매콤한 비빔국수?”
“비빔국수로 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빠르게 국수를 삶은 뒤, 김치와 오이를 넣고 비볐다.
그렇게 비빔국수를 만들어 김소희에게 서빙을 해 주었다.
“비빔국수입니다.”
“고맙네.”
김소희가 젓가락으로 국수를 스슥 하고는 입에 넣을 때, 이혜선이 슬며시 말했다.
“오빠, 나도 국수 먹고 싶은데.”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오는 강진의 손에는 큰 그릇에 담겨 있는 비빔국수가 있었다.
“어? 국수를 더 한 거예요?”
“이상하게 면 요리를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
“라면처럼요?”
“그렇지.”
라면도 먹을 생각이 없다가도 남이 먹는 것을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래서 하는 김에 조금 더 했어.”
“그러다가 아무도 안 먹는다고 하면요? 음식 버리는 것도 지옥에서 다룬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다 먹지 뭐.”
“돼지 되겠어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사실 오늘 연말 분위기에 취해 많이 먹기는 했다.
배를 쓰다듬던 강진이 접시들을 처녀귀신들에게 내밀었다.
“따로 그릇에 담아 드리면 좋겠지만, 만든 양이 적어서 조금씩 덜어 드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고맙네.”
접시를 받은 이지선이 국수를 덜어 입에 넣었다.
“맛이 좋군.”
“감사합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일 때, 김소희가 일어났다.
스륵!
“가시게요?”
강진이 급히 일어나자 김소희가 고개를 젓고는 이지선의 맞은편에 앉았다.
“괜찮으면 같이 하세.”
“아가씨?”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이지선의 모습에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자네와도 백 년인가?”
“정확히는…… 98년입니다.”
“98년이라…… 자네와도 참 오래되었어.”
“그리 된 듯합니다.”
“앞으로는 편히 지내세.”
“편히?”
이지선이 의아한 듯 바라보는 것에 김소희가 작게 웃고는 강진을 보았다.
“자리 좀 옮겨 주겠나.”
“자리? 아! 알겠습니다.”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녀의 자리에 있던 음식과 술잔을 옮겨 주었다.
“고맙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을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전주 이가식당 주인이 자네를 한 번 보고 싶어 하더군.”
“이가식당이면 이태문 어르신 가게요?”
“맞네.”
“거기 사장님이 저를 왜?”
“현 이가식당 주인의 나이가 자네와 비슷하네. 게다가 자네가 저승식당 선배이니 궁금한 것도 있는 모양이야.”
“제가 선배입니까?”
“태문이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아…….”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김소희를 보았다.
“이가식당 주인은 이태문 어른과 어떤 관계입니까?”
“내 알기로는 태문이 할아버지의 작은형의 자손으로 알고 있네.”
“이태문 어르신의 할아버지의 작은형의 자손이면…….”
몇 대가 더 내려가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남 아냐?’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면 이태문에게는 손주나 증손주 뻘이었다.
거기에 이태문의 할아버지의 작은형까지 거슬러야 하니…….
그럼 자신과 김복래처럼 남이나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태문 어르신은 가족이…….”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없겠구나.’
“없네.”
자신의 생각대로 김소희가 답을 해 주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김소희만 보고 짝사랑을 해 온 이태문이니 가족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는 물었다.
“그런데 저승식당 후계자들은 다 이렇게 족보가 복잡하게 올라간 쪽에서 뽑는 건가요?”
“그런 듯하더군.”
“왜 이렇게 하는 거죠?”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쉬는 날에 한 번 내려가던가 아니면 그쪽에서 한 번 올라오라고 해 주세요.”
“그리 하지.”
강진이 소주를 들어 김소희에게 소주를 한 잔 따라주고는 처녀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
중국요리 몇 가지와 한국 제사상에 흔히 올라가는 음식들로 가득한 탁자 앞에 왕강신 가족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맨 앞에 선 왕강신이 탁자 맨 뒤에 놓인, 왕강준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바라보았다.
그 위패를 보며 왕강신이 절을 올렸다. 절을 올린 왕강신이 입을 열었다.
“형님,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
왕강신은 무어라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위패를 물끄러미 보았다. 할 말은 많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던 왕강신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 맛있게 많이 드십시오.”
이거면 됐다는 듯 왕강신이 제사상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는 앉으며 왕대문과 중년 남자 둘을 불러 같이 자리를 했다.
“식사하자구나.”
왕강신의 말에 왕대문이 의아한 듯 말했다.
“아버님, 제사 절차가…….”
왕대문의 말에 왕강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이 오셨다면 가족끼리 한 상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습니까?”
왕강신이 왕강준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쪽을 보았다.
혹시나 해서 봤는데 왕강준은 오지 않았다.
‘승천을 하면 제삿날에도 오지 못하시나 보구나.’
왕강준이 오면 맛있게 먹으라고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하긴 이승에서 귀신으로 몇 십 년을 사셨으니 지겹기는 하시겠네요.’
왕강준의 빈자리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왕강준이 오지 않았지만, 왕강신은 그가 있는 것처럼 왕대문과 가족들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
“이 녀석이 제 장남 대문입니다. 돈 많이 벌면 큰 대문이 있는 집을 사서 살자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이 녀석 이름을 대문이라고 지었습니다.”
왕강신이 웃으며 왕대문과 가족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왕소령을 보았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침울해하던 그녀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왕소령은 무척 밝아 보였다.
그리고 왕소령의 뒤에 있는 정대령 역시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그런 두 여자를 보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며 정대령에게 눈짓을 주자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소령 씨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어제 별에서 온 남편 촬영지 구경하고 왔어요.”
“재밌으셨어요?”
“드라마 장면하고 촬영지 비교해서 보니 아주 재밌더라고요.”
그리고는 정대령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군산 가기로 했어요.”
“군산요?”
“9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가 거기 있잖아요.”
“그거 옛날 영화인데 그것도 보셨어요?”
“그럼요. 한국 드라마 좋아하면 그 정도는 봐야죠. 그리고 군산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에는…….”
정대령의 입에서는 일주일간의 한국 여행 계획이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 드라마 촬영지와 관련이 있고, 맛집 위주의 여행지들이었다.
“일주일 동안 맛있는 것도 먹고 관광도 하고 즐거우시겠네요.”
강진의 말에 정대령이 환하게 웃었다.
“네.”
정대령의 미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여행 하시고…… 편하게 올라가세요.’
웃으며 정대령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말에 정대령도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