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6
257화
자신이 차린 음식들을 식탁에 놓던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TV 보시면서 드시겠어요?”
“여기서 먹어도 되는데.”
주방에 있는 식탁을 가리키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중고기는 하지만 집에 새 TV도 왔는데 보시면서 식사하시면 좋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거실에 있는 TV를 보았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할머니도 새 TV를 보고 싶기는 했다.
매일 집에 있는 할머니에게 TV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할머니 무릎을 짚으며 일어나자 강진이 그녀를 거실까지 부축을 해 주고는 밥상을 펴서는 음식들을 그 위에다 옮겼다.
밥상을 들고 TV 앞에 가져다 놓은 강진이 리모컨을 집었다.
“리모컨 사용 방법 알려 드릴까요?”
“내가 늙었어도 정신이 멀쩡한데 리모컨 하나 못 다루겠어요?”
싱긋 웃는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자 남자 귀신이 말했다.
“우리 엄마 교회 방송 좋아해요. 65번.”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65번을 켰다.
“자! 식사하시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TV를 보다가 말했다.
“총각도 교회 다녀요?”
“저는 무교예요.”
“그런데 왜 기독교 방송을?”
“아까 목사님 이야기하신 것 생각나서 틀어 봤습니다. 돌릴까요?”
“아니에요.”
웃으며 말을 한 할머니가 밥상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밥이…….”
밥상에는 밥그릇과 국이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사람은 둘인데 밥과 국이 셋이니 의아한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배고파서 미리 좀 떠왔습니다.”
“그런데 수저가 세 벌이네요?”
“식당을 하다 보니 직업병이 발동한 모양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슬쩍 옆을 보았다.
옆에는 어느새 남자 귀신이 자리를 잡은 채 음식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런 남자 귀신을 보던 강진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식사하세요.”
“총각도 먹어요.”
“어르신이 먼저 드셔야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숟가락으로 콩나물 국물을 떠서는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 얼굴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입에 맞으세요?”
‘입에 맞을 리가 없는데?’
콩나물국은 입에 맞을 수가 없었다. 국엔 파와 마늘, 그리고 아주 약간의 소금만이 들어갔다.
옆에서 남자 귀신이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잔소리를 해서 그가 만들라는 대로 만든 것이다.
물론 파와 마늘만 들어가도 콩나물국은 맛있다. 하지만 소금이 너무 조금 들어갔다.
원래 들어가야 할 양에 비하면 10% 정도나 들어갔을까? 아무리 음식을 싱겁게 먹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먹으면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런 콩나물국을 먹으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이 배움이 느려요.”
강진의 시선에 할머니가 콩나물국을 보며 말했다.
“내 몸이 좀 안 좋아서 아들이 밥을 차려주고는 했는데 그중에 콩나물국이 가장 괜찮았어요. 콩나물국이 만들기가 쉬워서 알려 줬거든요.”
“그건 그렇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가 이어 말했다.
“그런데 일 나갔다가 노인들이 음식을 짜게 먹으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이렇게 싱겁게 해 주더군요.”
할머니가 콩나물국을 수저로 뒤적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성을 제가 몰라서 소금 타 드시라고 간을 약하게 했습니다. 소금 가져다드릴까요?”
“아니에요. 오랜만에…….”
잠시 말을 멈춘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국을 떠먹었다.
“좋네요.”
아마 하지 못한 말은 ‘아들이 해 준 것 같아서’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국을 드시는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남자 귀신을 보았다.
남자 귀신은 어느새 수저를 들고는 밥을 크게 떠서 먹고 있었다.
우걱! 우걱!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며 행복해하는 남자 귀신이 분홍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다.”
환하게 웃으며 다시 밥을 먹는 남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 남자 귀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과 자신이 좋아하는 엄마가 있으니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다.
그런 남자 귀신을 보던 강진이 젓가락으로 삼겹살 볶음을 하나 집었다.
다른 음식 맛이야 다 아는 거지만, 이건 맛이 궁금했다.
한 점을 집은 강진이 입에 넣었다. 일단 처음에는 새콤한 초고추장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소한 대패 삼겹살의 기름과 달달함이 입에 느껴졌다.
‘맛있네.’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게다가 이런 음식을 낚시터에서 먹으면…….
‘더 맛있겠는데.’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는 법이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건 레시피도 너무 간단하다. 양파 썰어 봉지에 넣고, 대패 삼겹살 챙기고, 초장만 넣고 볶으면 끝이니 말이다.
‘언제 야외 나가서 한 번 해 먹어야겠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대패 삼겹살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죠?”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먹어 보니 맛있네요.”
“낚시터에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
“그럴 것 같습니다. 레시피가 너무 간단하고 너무 좋네요.”
“고마워요.”
말을 하며 할머니가 TV로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이 TV 늘 바꿔 주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바뀌었네요.”
“멍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웃으며 할머니가 TV를 보는 것에 강진이 슬쩍 남자 귀신을 보았다.
밥과 국의 내용물은 바뀌지 않았지만 남자가 멍하니 숟가락만 빨고 있는 것을 보니 귀신이 먹을 밥과 국은 다 먹은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자신의 것과 바꾸어 주었다.
TV를 잠시 보던 할머니가 밥을 뜨더니 콩나물국에 밥을 담갔다가 입에 가져갔다.
“엄마, 이것도 먹어요.”
남자 귀신이 반투명한 소시지를 들어 할머니의 밥 위에 올렸다. 물론 할머니는 보지 못하고 맛보지 못하지만…….
스윽!
할머니가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며 웃었다. 어쩐지 아들하고 같이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할머니가 소시지를 집자 남자 귀신이 웃었다.
“엄마, 맛있어.”
남자 귀신의 웃음과 함께 할머니가 소시지를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할머니가 소시지를 먹는 것에 남자 귀신이 해맑게 웃으며 밥을 떴다.
소시지를 하나 올려 입에 넣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소시지 정말 맛있으니까, 앞으로 소시지하고 밥 맛있게 많이 먹어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시지 반찬을 엄마도 많이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고는 남자 귀신이 TV를 보았다.
“헤! TV 바꾸니까 너무 좋다.”
화아악!
남자 귀신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으윽!
남자 귀신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펄럭! 펄럭!
강진이 떨어져 내리던 종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타앗!
종이를 잡은 강진이 힐끗 할머니 눈치를 보았다. 할머니는 남자 귀신이 있던 곳을 보며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 시선이 좀 이상해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할머니?”
“아…….”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슬쩍 눈가를 훔쳤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저리네요.”
“가슴이요?”
“뭔가 소중한 것이 사라진 것처럼…….”
할머니가 방금 전 남자 귀신이 있던 곳을 지긋이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엄마의 직감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남자 귀신이 있던 곳을 보았다.
‘소시지 제가 가끔씩 챙겨 드리겠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손에 쥐어진 수표를 보았다.
‘이름이 장복남이셨나 보네. 그런데 육만 천오백 원?’
백 원 단위까지 기재가 되어 있는 수표를 보던 강진이 종이를 뒤집었다.
떨어질 때 뒤에 뭔가 그림 같은 것이 그려져 있던 것을 본 것이다.
수표 뒷면에는 강진이 본 대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밥을 먹는 세 사람이었다.
연필로 그린 것 같은데…… 무척 잘 그린 그림이었다. 밥상의 반찬들도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고 자신과 할머니도 특징을 잘 잡아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그림 밑을 보았다. 그림 밑에는 글이 써져 있었다.
자신에게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는 수표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육만 천오백 원이라…….’
정확하게 계산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TV와 슈퍼에서 산 음식 가격을 정산을 해서 보낸 모양이었다.
수표를 잠시 보던 강진이 TV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가실 때 멍 자국도 같이 데리고 가셨나 보네.’
아까까지만 해도 TV에 선명하게 나 있던 멍 자국이 사라져 있었다.
식사를 다한 강진은 설거지도 깨끗하게 하고는 할머니에게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혹시 어디 아프시거나, 음식 뭐 드시고 싶으신 것 있으면 전화 주세요.”
“안 그래도 되는데…….”
“그래도 가지고 계세요.”
강진이 웃으며 명함을 쥐여 주자 그것을 받아 든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총각은 우리 아들이 보내 준 것 같아요.”
“아드님이요?”
“총각이 말을 한 남자…… 꼭 우리 아들 같거든요.”
웃으며 말을 한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죽은 아이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는 총각이 우리 아들이 보내 준 것 같아요.”
할머니가 식탁에 비닐에 싸여 있는 소시지를 보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 내가 가장 좋아한다 생각을 했던 단팥빵…… 그리고 TV까지…… 우리 아들이 나한테 보내 준 선물 같아요.”
“아드님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그럼요. 세상 착하게 살은 아이인데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그리고는 할머니가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싱크대에 놓인 잔을 들었다.
잔에는 할머니가 탔던 커피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먹으려고 하다가 바로 슈퍼로 식재 사러 가서 못 마시고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잔을 든 강진이 단숨에 커피를 마셨다.
꿀꺽! 꿀꺽!
달달한 커피의 맛을 느끼며 강진이 웃으며 할머니를 보았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마시러 와요.”
“자주 오겠습니다.”
강진이 컵을 씻어 싱크대에 놓고는 할머니에게 인사한 뒤 집을 나섰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문은 잠그고 지내시지 그러세요?”
“가져갈 것도 없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싱긋 웃는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시거나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고마워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온 강진이 닫힌 철문을 잠시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무슨 맛이디?”
남의 집이라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뭐가?”
“삼겹살 초장 볶음 말이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가게에 대패 삼겹살 있지?”
“있지.”
그렇지 않아도 저녁에 삼겹살 콩나물찜을 하려고 하기도 했고 말이다.
“가자.”
강진이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무슨 맛이었냐니까.”
“직접 먹어 보면 알지. 뭘 물어보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생각을 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자신도 먹어 보면 되는 것이다.
그에 배용수도 서둘러 강진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