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8
259화
정주현이 강진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은 노부부 귀신이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귀신한테 밥을 주는 식당?”
“저승식당이라고 합니다.”
강진이 작게 속삭이며 황민성 쪽을 보았다. 황민성은 기분 좋은 얼굴로 조순례가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황민성으로서는 엄마가 요리를 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다. 요리를 하는 순간만은 엄마가 예전의 엄마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진즉에 요리를 하게 해 드릴 것을…….’
치매에 관해서는 어지간한 의사만큼의 지식을 가진 황민성이다.
치매 예방에는 머리를 쓰는 것이 좋다.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뇌가 움직인다는 것이니 치매 예방이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이나 마찬가지였다.
흐뭇한 얼굴로 조순례가 하는 요리를 지켜보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노부부로 시선을 돌렸다.
“왜 여기 계세요?”
강진의 물음에 노부부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라고 여기 있고 싶어 있겠나?”
“지박령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한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고는 할머니를 보았다.
“나는…… 우리 마누라의 곁에 있었네.”
강진이 쳐다보자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내가 먼저 죽어 버리니 이 여편네가 걱정이 돼서 어떻게 혼자 가겠나? 정신 차려 보니 우리 마누라 옆에 있더군.”
“수호령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았다.
“할망구가 잘하는 것이 없어서 걱정이 됐나 봐.”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가 피식 하고는 말했다.
“어쨌든 마누라 옆에 있다가 죽으면 같이 가려고 했는데…… 할망구가 이렇게 되어 버렸단 말이지.”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럼 수호령에서 지박령으로 바뀌신 건가요?”
“그런 것 같아.”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신한테도 수호령이 붙어요?”
“처음에는 할망구가 살아 있었으니 귀신한테 붙었던 건 아니지. 그리고 내가 수호령인지 지박령인지도 나중에 한 처녀귀신이 이야기를 해 줘서 알았을 뿐이야.”
“처녀귀신?”
“한복 입고 검을 든 처녀귀신이 지나가다가 가엽다고 이야기를 해 주더군.”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소희 아가씨를 만나신 모양이군요.”
“자네 아는 귀신인가?”
“한복 입은 귀신이 흔하지 않아요. 그리고 검을 들고 다니는 귀신은 더 흔하지 않으니 제가 아는 분이 맞을 겁니다.”
한복을 입고 검을 들고 다니는 처녀귀신에 해당하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는 생각이 안 나니 말이다.
“이름은 뭔지 모르네.”
“그런데 소희 아가씨가 좀 무서우셨을 텐데……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에 두려움이 어렸다. 김소희를 만났던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두려운 것이다.
그런 두 귀신의 반응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귀신인 둘이 김소희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했는데, 생각을 해 보니 이 두 분은 지박령이라 도망을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 할머니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눈을 찡그리고는 할머니 대신 말했다.
“조카 놈 때문이야.”
“조카요?”
“할망구하고 나하고 자식이 없어.”
강진이 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래서 나이 먹고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자주 갔어.”
“좋은 일 하셨네요.”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나이 먹으니 어디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것 먹는 것보다, 보육원 가서 아이들하고 놀고 아이들 맛있는 것 해 주고 그걸 지켜보는 것이 즐겁더라고.”
“남들은 봉사한다, 좋은 일 한다 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재밌어서 한 거예요.”
그러고는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친구들이 새끼들 먹는 것 보면 배부르다는 말을 이해 못 했는데 보육원 가서 애들이 내가 해 준 음식 맛있게 먹는 것 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다음에는 더 맛있는 것 가지고 와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두 노부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노부부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자네가 감사하다고 하나?”
할아버지의 물음에 강진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저도 보육원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보육원에 이런 분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가족의 정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
그에 대한 말은 하지 않고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조카 때문이라는 건?”
“남편 죽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슬며시 보고는 말을 이었다.
“조카 녀석이 혼자 있는 고모라고 가끔 찾아와서 살펴주고 집도 관리를 좀 해 줬어요.”
“착하신 분이네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화가 난다는 듯 땅을 발로 강하게 찼다.
쿵!
“근데 그게 속셈이 있던 게지!”
“여보.”
“그래도 조카라고 편을 드는 거야?”
“그게 아니라…… 그래도 고맙기는 하잖아요. 그래도 먹고 싶은 것 챙겨주고 보육원 갈 때 태워다 줬는데.”
남편을 먼저 보내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을 때, 가끔씩 찾아와서 말동무도 해 주고 심부름도 해 준 고마운 조카였다.
“고맙기는! 그게 다 우리 재산 노리고 그런 거였어!”
“그 아이도 서운해서 그런 거겠죠.”
“귀신이 돼서도 이렇게 순진해 빠져서야.”
“미안해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저승 가면 내 손 꼭 잡고 다녀. 무서운 곳이라니까.”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슬며시 그 손을 잡았다. 그런 할머니를 보던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착하기만 해서는…….”
그러고는 할아버지가 강진을 보았다.
“자식도 없으니 재산 물려줄 사람도 없지. 그래서 할망구하고 나하고 죽으면 우리 재산 보육원에 모두 기부할 생각이었어.”
“아…… 그럼 혹시 조카 분이?”
무슨 상황인지 바로 짐작을 한 강진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묻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할망구가 자기 죽으면 이 집은 처분해서 보육원에 기부해 달라고 했는데 그놈이 쓱싹 해 버렸어.”
“아…….”
“썩을 놈! 죽일 놈! 나쁜 놈!”
투덜거리는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그 아이도 사는 것이 힘드니까.”
“그래서 시골 땅은 조카 놈 줬잖아! 그 땅만 팔아도 2억은 넘는데 그거면 됐지!”
투닥거리며 다투는 두 노부부를 볼 때, 황민성이 불렀다.
“강진아, 떡볶이 다 됐다.”
황민성의 부름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이야기는 이따 다시 하시죠.”
“뭘 이따 해. 지금 더 해 줄게.”
“저는 식사를 해야 해서요.”
“먹으면서 들으면 되지.”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단호하게 그를 보며 말했다.
“안 됩니다.”
“응? 자네는 그냥 먹어. 먹으며 듣기만 하면 되니…….”
오랜만에 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할아버지는 할 말이 아주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귀신이 사람 근처에 있으면 해롭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몸도 병약해서 더더욱 안 좋습니다. 최대한 멀리 있어 주십시오.”
중요한 일이기에 강진이 정색을 하며 말하자 할아버지가 한발 물러났다.
“우리라고 해를 주고 싶어서 주는 건 아닌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 좋은 건 안 좋은 겁니다. 그리고 여기 할머니 몸 안 좋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조순례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고는 슬며시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갔다. 지박령이라 갈 데가 없긴 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영역은 이 집 전체였다.
그리고 집은 마당까지 포함이었다. 그러니 멀찍이 떨어지기 위해 마당으로 나가는 것이다.
거실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당에 있는 나무 그네에 앉는 것을 보며 정주현이 혀를 찼다.
“저렇게 나가 있을 수 있으면서. 염치도 없는 귀신 같으니라고.”
정주현에게 저 노부부 귀신의 사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집에 같이 머물면서 조순례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귀신들일 뿐이었다.
어쨌든 노부부가 나가자, 강진이 주방으로 다가갔다. 주방에는 어느새 떡볶이와 어묵국이 만들어져 있었다.
“강진아, 어서 먹어.”
조순례가 그릇에 떡볶이를 덜어주었다. 어묵이 많이 들어간 국물 떡볶이였다.
“맛있겠어요.”
“민성이하고 친하게 지내렴.”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떡볶이를 포크로 찍어 먹자, 황민성도 슬며시 포크를 들고 다가와서는 먹었다.
“우리 엄마 음식 솜씨는 여전하시네.”
기분 좋게 웃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이 깊은 맛의 비밀이 뭔 줄 아냐?”
“뭔데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힐끗 싱크대에 있는 봉지를 가리켰다.
“조미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조미료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맛 내는 데는 조미료가 최고죠.”
“요리사가 그런 말 해도 되냐?”
“자연 재료로 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없으면 조미료로 해야죠. 그리고 조미료 몸에 안 나쁘다고 입증도 됐잖아요. 안 먹을 이유가 없죠.”
그러고는 강진이 어묵국 국물을 떠먹고는 조순례를 보았다.
“참 맛있습니다. 어머니도 드세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식탁에 앉자 김이슬이 서둘러 음식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가족들의 식사 장면이었다.
그에 강진이 자신이 가지고 온 아이스박스에서 잡채와 음식들을 꺼냈다.
김이슬이 미리 준비한 음식에 강진이 꺼낸 음식까지 더하니 식탁 전체가 가득 찼다.
음식으로 가득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강진이 슬쩍 황민성을 보았다.
“이 집 어떻게 사신 거예요?”
“이 집 찾느라 고생 많이 했다.”
“그래요?”
“집 좋지, 햇살 좋지, 경치 좋지, 그리고 공기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이 정도면 공기가 좋지.”
북한산 인근에 있다고 해도 서울이라 공기가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외곽 쪽으로 알아보지 그러셨어요.”
“그러려고 했는데 어머니 몸도 있고 해서 병원이 멀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오는 길에 봤지? 병원 있는 거.”
“본 것 같네요.”
“큰 종합 병원은 아니지만 응급할 때는 잠시 숨 돌릴 시간은 벌 수 있겠지.”
황민성이 이곳을 정한 이유는 병원이 가까워서였다. 조순례의 몸이 이러니 병원과 멀면 멀수록 안 좋은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부동산에서 무슨 이야기 안 해요?”
“무슨 이야기?”
의아해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었다던가 하는 이야기요.”
“사고 말하는 거야?”
“집과 터도 중요하지만 집에 누가 살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중요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그런 것도 다 알아봤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집을 보며 말했다.
“원래 이 집을 지은 분이 건축가였대. 말년에 아내하고 은퇴하고 자기가 살려고 집을 잘 지으셨다고 하더라.”
말을 하며 황민성이 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 벽 다 황토를 굽고 바르고 한 거야.”
“황토 좋네요.”
“확실히 건축가가 자기가 직접 살려고 지어서 그런지 재료 하나하나 좋은 것으로 지어서 친환경적으로 참 잘 지었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여기 살던 두 분이 돌아가시고, 그 조카가 살다가 지방으로 이사 간다고 나한테 팔은 거야.”
어머니 모시고 살 집이라 황민성은 집을 지은 사람부터 누가 살았는지도 잘 알아보고 산 모양이었다.
물론…… 귀신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것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