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6
297화
강진과 배용수는 이아영에게 주려고 만든 음식을 같이 먹고 있었다.
이아영 주려고 만들기는 했지만, 그녀는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니 자신들이 먹고 치우려는 것이다.
“확실히 맛있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쌀이 참 좋아.”
“쌀뿐만 아니라 식재가 정말 좋은 것 같아. 신선도는 말할 것도 없고 재료들이 다 살아 있어.”
배용수가 젓가락으로 음식을 슬쩍슬쩍 들어 보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게 맞다. 이승 식재하고는 차원이 달라.”
‘사람 혓바닥이 이렇게 기름진 곳이었나?’
고기는 모르겠지만, 쌀과 야채 같은 식재는 염라대왕의 발설지옥에서 재배가 된다.
그리고 그 재배를 하는 농토는 말로 죄를 지은 자들의 혓바닥을 늘려서 만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괴기해서 꺼림칙했지만…… 식재는 식재일 뿐이니 지금은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배용수가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는 천천히 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달면서도 고소하고…… 쫄깃쫄깃해. 마치 찹쌀떡 씹는 것 같아.”
“이렇게 식재가 좋으면 저승 가서 식당해도 망하지는 않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음식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 도시락이 이 정도 레벨이면 오히려 식당 잡아먹는 것 아니냐?”
“무슨 소리. 너와 내 음식 솜씨면 저승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식당을 만들 수 있지.”
“저승?”
배용수가 강진을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같이 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물었다.
“같이?”
“나 죽으면 저승에서 같이 장사하자.”
“후! 그러면 좋겠지…….”
천생 요리사인 배용수로서는 죽어서도 음식을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저승에 갔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같이 식당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 지옥 가 있으면 어떻게 하냐?”
“지옥? 너 나쁜 짓 많이 했냐?”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했겠냐?”
“농담이야.”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저승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것 없다더라.”
배용수가 쳐다보자 강진이 그를 툭 쳤다.
“내가 돈다발로 지옥 공무원 구워삶아서라도 너 꺼내 줄게.”
“내가 지옥 확정이라는 것처럼 들린다?”
“만에 하나 지옥에 떨어져 있으면 그렇게 해 준다는 거지. 어쨌든 저승에서도 내 식당에 취업시켜 줄게.”
“취업난이라는데 나는 저승 가서도 취직자리는 걱정 없겠네.”
피식 웃으며 하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아! 하고는 그를 보았다.
“혹시 네가 나보다 먼저 가게 되면 오순영 할머니 찾아봐.”
“오순영 여사님?”
“그분이라면 저승에서도 식당 개업하고 있을 거야. JS 선지해장국 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
말을 하던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감당 가능하겠어?”
“감당?”
“나처럼 일 잘하는 직원 다른 회사에 들어가면 나중에 못 빼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쫓겨나지나 마라.”
웃으며 말을 하던 강진의 귓가에 이아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강진이 돌아보니 이아영이 서 있었다.
“사장님 배려로 부모님과 마지막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아영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식사가 되셨습니까?”
“정말…… 좋은 식사였어요.”
환하게 웃은 이아영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아영의 몸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아영이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식사 맛있게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지.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으니 정말 좋은 음식이었을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음식은 그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했다.
펄럭! 펄럭!
강진의 손에 종이가 두 장 떨어졌다.
이아영이 보낸 수표와 편지를 본 강진이 웃었다.
“식대를 내시고 가셨네.”
“돈을 벌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몰라도…… 자식이 돈을 벌었으면 부모님 밥값은 당연히 내야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는 반찬통을 몇 개 꺼내서는 음식을 새로 담았다.
“반찬 드리게?”
“식대를 너무 과하게 받은 것 같아서.”
반찬을 쇼핑백에 담은 강진이 홀을 힐끗 보았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주방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말을 하며 두 분이 일어나자 강진이 쇼핑백을 들고 홀로 나왔다.
“식사 입에 맞으십니까?”
강진의 말에 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먹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거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
“전에 주신 것도 남았는데.”
“드세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쇼핑백을 받았다.
“정말 고마워요.”
어머니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아버지가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잘 먹었습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돈은 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의아해하는 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이아영 씨가 지불하셨습니다.”
사실이다. 이아영이 지불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둘은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이아영의 지인으로서 식사를 대접했다는 의미로 말이다.
“두 분이 편히 식사를 하셨으니 저는 식대를 받은 것과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버지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봉투를 품에 넣었다.
“내가 주려고 하면 그게 사장님 마음 상하게 할 것 같군요.”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강진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자, 그는 강진의 손을 힘주어 잡고는 말했다.
“사장님의 배려를 보면…… 우리 딸이 세상 참 잘 살다 간 것 같습니다.”
“좋은 분이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버지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강진의 손을 놓은 아버지가 그를 보다가 아내를 보았다.
“여보.”
그의 부름에 이번엔 어머니가 강진의 손을 잡고는 가게를 보았다.
“아영이가 여기 오면 자주 앉던 자리가 어디인가요?”
강진이 그녀가 앉아 있던 맞은편을 가리켰다.
“바로 여기입니다.”
“진짜요?”
자신이 무심코 들어와서 고른 자리가 딸이 앉았던 자리라 하니 놀란 것이다.
아까 이아영이 이 자리에 앉았던 것은 맞기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네.”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이아영이 앉았던 자리를 손으로 쓰다듬다가 말했다.
“아영이 보고 싶으면 가끔 와도 될까요?”
“언제든지 오세요.”
“고마워요.”
미소를 지은 부부가 가게를 나서는 것을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다가 식탁을 보았다.
그러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식탁에 놓인 그릇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다행이네.”
“뭐가?”
배용수가 다가와 묻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자식 잃은 슬픔을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영 씨를 마음으로 잘 보내신 모양이야.”
“음식을 다 먹어서?”
“마음이 안 좋으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으니까.”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짓던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영 씨 살았을 때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에게 더 잘해 줘야겠다.’
***
한끼식당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오늘 태광무역 수출 대행 2팀이 신년 첫 번째 회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 올해도 열심히 하고. 상섭이는 올해 진급 대상이지?”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두들기고는 말했다.
“실수하지 말고…… 음…….”
잠시 생각을 하던 임호진이 슬쩍 강성수를 보자 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밀어줄 수 있는 건 밀어 주겠습니다.”
강성수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밀어주고 당겨 줘야지.”
무역 회사라 인사 고과 점수도 중요하지만 사업 매출도 인사 점수에 중요했다.
이상섭이 진급할 연차가 됐으니 괜찮은 사업 몇 개 밀어주면 진급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팀에서도 그쪽 진급 대상자에게 매출을 밀어 줄 것이니…….
진급 연차 됐다고 다 진급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수출 대행 팀은 자잘한 사업들이 많아서 매출 점수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강성수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충성.”
소주를 따라준 뒤, 임호진은 이상섭에게 말했다.
“방심하지 마. 네 동기들이 다 경쟁자니까.”
“물론이죠.”
회사원에게 진급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태광무역이 일하기 좋은 분위기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해도 내부 경쟁은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어묵탕을 내놓았다.
“이건 이상섭 사수님의 진급 확정을 기원하는 어묵탕입니다.”
“진급하고 어묵탕하고 무슨 관계야?”
이상섭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서비스라는 단어를 길게 표현한 겁니다.”
“하! 그래, 고맙다.”
웃으며 이상섭이 테이블에 남아있던 잔을 내밀었다.
“너도 한잔하자.”
“그럼 딱 한 잔만 하겠습니다.”
강진이 잔을 받자 이상섭이 웃으며 술을 따라주었다. 그리곤 그도 자신의 잔을 들었다. 그에 팀원들이 전부 잔을 들었다.
“수출 대행 2팀을 위하여!”
“위하여!”
기분 좋게 이상섭이 선창을 하자 팀원들이 웃으며 따라 외친 뒤 소주를 마셨다.
강진도 기분 좋게 소주를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수출 대행 2팀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동해야, 살 열심히 빼서 태광무역 꼭 들어가라. 여기 참 좋은 회사다.’
지금쯤 강원도 고시학원에서 열심히 다이어트하고 있을 최동해를 떠올린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 한번 해 볼까?’
강원도에 간 지 한 40일 넘었으니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강진이 전화를 하러 주방으로 가려 하자, 이상섭이 말했다.
“어디 가?”
“제 소중한 동기한테 전화 한번 해 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었다.
“동해 그 녀석 살 많이 뺐던데.”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동해하고 연락하세요?”
“그래도 명색이 사수였고 내가 데리고 있던 애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은 하고 있지.”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핸드폰을 꺼내 톡을 보여주었다.
톡을 본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이건?”
“아…… 가끔 숙제 내 주고 있지.”
“숙제요?”
“동해도 살 빼면 바로 입사 준비할 거 아냐. 업무 감각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가끔 업무 지시 내려주고 있다.”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은 정말 좋은 분이군요.”
“그럼. 이제 알았어?”
웃으며 말을 한 이상섭이 톡을 올리다가 최동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십 킬로 뺐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사진을 보았다. 조금 빠진 흔적이 있었다.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십 킬로요?”
“살이 원래 많았으니…… 초반에는 잘 빠지는 거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런가 싶어서 핸드폰을 보다가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1월 초?’
사진을 보낸 날짜가 1월 초였다.
‘10킬로가 이렇게 빨리 빠진다고?’
마른 사람이 1kg 빼는 것과 살찐 사람이 1kg 빼는 건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20일도 안 돼서 10kg 빠지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