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7
298화
“잘 먹고 간다!”
기분 좋게 취한 수출 대행 2팀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팔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안 팔아도 어차피 장사 잘 되는데…… 간다!”
직원들이 웃으며 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문을 닫았다.
태광무역의 회식은 늘 일찍 끝난다. 오늘도 7시쯤에 와서 딱 두 시간만 먹고 회식을 마치고 가는 것이다.
아무리 늦더라도 10시 전에는 회식을 끝냈다.
직원 편의를 생각하는 태광무역에서도 회식 문화는 남아 있었다. 밥정, 술정처럼 한국 사회에서 ‘정’만큼 중요한 문화도 없으니 말이다.
다만 회식도 근무의 연장이라는 말처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서 일찍 끝내는 것이다. 일찍 끝나 아쉬운 사람이 있으면 따로 모이던가 하고 말이다.
어쨌든 태광무역 사람들이 가고 난 자리를 귀신 직원들이 나와서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손에 꽤 익어서 그런지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최동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반갑게 전화를 받는 최동해의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살 많이 빠졌다며?”
[15킬로 뺐어요.]“15킬로? 진짜 많이 빠졌네.”
[헤헤! 이렇게 잘 빠지면 다음 주 안으로 100킬로 대 들어가게 될 것 같아요.]정말 기분 좋은 듯 들뜬 목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밥 극단적으로 안 먹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안 먹고 빼는 건 안 좋잖아요. 아침하고 점심 챙겨 먹고 저녁에는 우유 한 잔 마시고 있어요. 그리고 아침마다 차로 산 밑으로 사람들을 데려다주거든요. 밥 먹으려면 학원까지 등산해서 와야 해요.]“그거 아직도 하는구나.”
강진이 전에 아르바이트할 때도 비 오는 날 빼고는 아침마다 강제로 등산을 시켰었다.
산 밑에 내려두고 학원까지 삼십 분 정도 올라와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하고 나면 운동 되는 것 같고 힐링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시 학원에서 반강제적으로 아침 등산을 시키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공부만 하느라 약해진 체력을 단련시킬 수도 있고, 녹색으로 덮인 산속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기 때문이었다.
“배고프겠다.”
[그래도 빠지니까 좋아요.]“다행이다. 그럼 몸은 괜찮은 거야?”
[그…….]뭔가 말을 하려던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말했다.
[조금 몸에 힘이 없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힘이 없어?”
[아무래도 다이어트 한다고 평소 먹던 것보다 덜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그래도 한 번에 너무 확 빼려고 하지 마라.”
[평소 먹던 것보다 적게 먹는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비슷하게 먹어요.]“그리고 혹시 몸에 무리 간다 생각하면 전화해. 형이…….”
[진맥하실 줄 아시죠.]태광무역에 진맥 잘 보는 무면허 인턴이야 유명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래. 몸에 이상 있으면 와.”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상섭 형이 주는 숙제 잘 해라.”
[상섭 형 만나셨어요?]“오늘 우리 팀 회식했거든.”
[형 가게에서요?]“다른 가게에서 하면 서운하지.”
[형네 음식 맛있으니까요.]“그래. 살 잘 빼고, 날씬해져서 보자.”
[형하고 이렇게 통화하니 인턴 때 생각나고 좋네요.]“태광무역 꼭 들어와. 들어오면 팀원들하고 같이 보면 되니까.”
그걸로 최동해와 통화를 마친 강진이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15킬로라…… 몸에 이상 없나 모르겠네.”
허연욱와 지내며 이런저런 의학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나 배운 것이 있다.
체중이 갑자기 불거나 줄어드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동해의 몸에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토요일에 동해 보러 갔다 와야겠다.”
아무래도 최동해가 걱정이 되었다. 허연욱과 함께 최동해 몸 괜찮나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동해 보는 김에 만복 형도 보고 올까?”
고시 학원과 만복 형네 동네 위치가 좀 멀기는 하지만 같은 강원도에 있으니 보고 올 거리는 되었다.
게다가 푸드 트럭이 있으니 만복 형과 그 동네 분들에게 음식을 해 주기도 편할 테고 말이다.
“그럼 일요일 날 가야겠네.”
둘을 하루 만에 만나야 하는 데다, 혹시 술을 마시거나 늦게 되더라도 일요일은 저승식당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아니지. 만복 형네 마을에서 저승식당 푸드 트럭 오픈해도 되잖아.’
그런 생각이 들자 강진이 손뼉을 쳤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만복 형과 할머니들에게 저승식당 음식을 제대로 드시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밤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귀신들로 북적거리는 식당 안에선 오늘도 귀신들이 화목하게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자주 오니까 너무 좋다.”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반숙 계란을 가져다주곤 말했다.
“반으로 잘라서 김치 올려서 먹어도 괜찮더라.”
“고마워요.”
이혜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서는 김소희가 자신의 앞에 최가은과 이예림을 앉혀두고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귀신이라 해도 배움이 부족하면 아니 된다. 그동안에는 내 기운에 너희들이 겁을 먹어 내 가르침을 주고 싶어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음이다.”
딱딱한 말투로 훈계를 하는 김소희를 보며 최가은과 이예림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로서는 다른 곳에 가서 먹고 싶었지만…… 김소희가 직접 자신들을 지목해 앉히니 어쩔 수 없이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장의 배려로 향수를 뿌리면 귀기가 하루는 지워지니, 오늘부터는 너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르쳐주겠다.”
그 이야기에 강진이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애들 뭐 가르쳐 주시게요?”
“이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쳐 주려 하네.”
“예절……요?”
귀신에게 예절이 무슨 필요인가 싶어 강진이 의아해할 때,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과 짐승을 가르는 중요한 것이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슬쩍 이예림과 최가은을 보았다.
그 둘은 간절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오빠! 제발 말려줘요!’
‘오빠! 제발…….’
그런 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예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귀신이 돼서까지 배워야 할까요?”
“예란 살아서도 죽어서도 중요한 것이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닌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세상이 이리 된 것일세. 예를 알고 예를 행한다면 세상이 이렇게 되었겠는가? 예란 사람이든 귀신이든 알아야 하고, 알면 행해야 하는 것이네.”
김소희의 단호한 모습에 강진이 이예림과 최가은을 보며 말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예의범절을 배우는 것이니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단호해서 나도 더는 안 되겠다.’
작게 속삭이며 고개를 젓는 강진의 모습에 이예림과 최가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물었다.
“그런데 영수는 잘 지내고 있어?”
“2월 구정에 보기로 했으니 오면 데리고 올게요.”
이예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인으로서 다른 귀신 손님들과 잡담을 하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배용수는 주방에서 빠르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메뉴 또 들어왔어?”
“정신없네.”
평소 들어오던 귀신들에 처녀귀신이 포함이 되었다. 그래서 홀에는 귀신들이 앉을 데가 없어 서서 먹는 실정이었다.
거기에 처녀귀신들은 평소 메뉴 하나만 시켜 먹었다. 처녀귀신들은 이상하게 매운 닭발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꼭 그것만 먹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시간이 적으니 하나만 후딱 먹고 가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꽤 있으니 여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이 꼭 닭발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반죽은 왜 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밀가루 반죽을 하다가 말했다.
“짜장면.”
“짜장면?”
“먹고 싶다네.”
배용수가 홀을 힐끗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한 백발 할아버지가 카운터에 기대서 육개장 국물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이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여기는 처음인 모양이더라.”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돌아가셨나 보네.”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은 죽은 곳에서 멀리 가지 못하니 말이다.
“운이 좋은 거지. 저승식당 근처에서 죽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할아버지를 보다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왜 반죽이야?”
“짜장면 해야지.”
“국수로 하지, 반죽까지 해?”
“국수 면발하고 짜장면 면발이 같냐? 할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알겠고…… 그런데 반죽해서 언제 먹어?”
“반죽이 별거냐? 15분이면 된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반죽을 봉지에 담아 주방 따뜻한 불가 근처에 두고는 짜장면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도 그를 도와 재료를 손질하다가 말했다.
“짜장면 하니 탕수육 생각나네. 탕수육 할까?”
“먹고 싶으면 하던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서둘러 돼지고기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탕수육도 별것 없다. 어려워 보여서 그렇지, 돼지고기에 밑간하고 튀김 반죽 바른 뒤 튀기면 끝이니 말이다.
‘30분에는 먹겠네.’
30분에 서빙하면 30분 정도 먹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빠르게 소스를 만들었다.
탕수육은 역시 소스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간단하게 소스를 만들고 끓이며 강진이 탕수육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에 식용유를 부어 빠르게 휘저은 강진이 안에 고기를 넣었다.
식용유를 넣으면 느끼할 것 같지만, 튀겨지는 동안 안에서 기름이 나와 그렇게 느끼하지 않고 튀김이 더 바삭하며 맛이 좋다.
어쨌든 탕수육을 기름에 튀기며 강진이 익은 것을 하나 집어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튀김은 바로 먹어야 맛있어.”
“어떤 음식도 다 똑같다.”
“어쨌든 말이야.”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탕수육 튀김을 건져 페이퍼타월에 올려서 기름이 빠지게 두었다.
그리고 그 사이 강진이 옆을 보니 배용수가 어느새 짜장을 다 만들고는 홀을 향해 소리쳤다.
“짜장면 드실 분! 일곱 그릇 나오니까 선착순으로 오세요!”
짜장면을 시킨 사람은 한 명이지만, 짜장면이라는 것은 누가 먹는 것을 보면 먹고 싶은 것이라 몇 그릇을 더 만든 것이다.
배용수의 외침에 귀신들이 서둘러 일어났다. 그중에는 최가은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에 배용수가 귀신들에게 짜장면을 주고는 음식을 받으러 온 백발의 할아버지에게도 음식을 건넸다.
“단무지 드릴까요?”
“짜장면은 단무지하고 먹어야죠.”
할아버지의 말에 배용수가 단무지를 덜어 주다가 탕수육을 가리켰다.
“탕수육도 좀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웃으며 단무지와 짜장면을 들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이 탕수육을 접시에 담아 홀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김소희의 자리에 탕수육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탕수육 좀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가은이 소스를 집어 탕수육에 기울였다.
“무엇 하는 것이냐?”
김소희의 말에 최가은이 그녀의 눈치에 슬며시 소스를 내려놓았다.
“소스 부어 드시는 것 안 좋아하세요?”
최가은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부어도 좋고 찍어도 좋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럼 부어서…….”
다시 최가은이 소스를 집어 들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탕수육이라는 음식이 조선에 들어오고 난 후……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싸움?”
강진이 의아한 듯 김소희를 보자, 김소희가 굳은 얼굴로 소스를 보았다.
“그 시작은 너처럼 타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소스를 부은 것에서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