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98
299화
“그 시작은 너처럼 타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소스를 부은 것에서 시작이 되었다.”
“그런 걸로 싸움까지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별것 아닌 탕수육이지만, 붓느냐 찍느냐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네. 나는 찍먹이 좋은데 왜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소스를 붓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기에서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네.”
김소희가 소스를 들어 탕수육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나는 부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귀하들은 괜찮소? 싫다면 내 몇 개만 소스에 담가서 건져 먹겠소.”
김소희의 진지한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먼저 상대의 의사를 물으라는 것이군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붓느냐 찍느냐는 별것 아니지만…… 이 안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것이네.”
그리고는 김소희가 소스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예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왜 다시 예가 나오나 싶어 볼 때, 김소희가 말했다.
“예절이란 타인을 배려하는 기본자세이니…….”
김소희의 화법에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탕수육 부먹에서 여기까지 이야기를 끌어낸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띠링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던 것이다.
문을 열고 황민성이 들어오고 있었다.
“강진아!”
반갑게 손을 드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일어났다.
“오셨어요?”
“오늘 손님 진짜 많네.”
안으로 들어오던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저녁에 손님이 좀 많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김소희를 슬쩍 가리켰다.
“김소희 아가씨 와 계신데 인사드리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 쪽을 보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황민성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것에 김소희가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보는군.”
“어머니를 집에 모셨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당께서 좋아하시겠군.”
“아가씨의 말씀대로 제가 어머니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머니를 외롭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어린애한테 무슨 아가씨냐 하던 황민성이지만 지금은 김소희를 깍듯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이예림이 강진을 툭 치고는 작게 물었다.
“자당이 뭐예요?”
이예림의 물음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고는 속삭였다.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거야.”
“아…….”
이예림이 고개를 끄덕일 때, 김소희가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예림이 슬며시 고개를 숙이자 김소희가 한숨을 쉬었다.
“공부해야 할 것이 많군.”
김소희의 말에 이예림이 작게 한숨을 쉬며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음식 뭐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소희에게 말했다.
“식사하십시오.”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리는 황민성의 모습에 김소희가 이예림과 최가은을 보았다.
“저것이 바로 예다.”
“네?”
“자신보다 위의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할 때에도 인사를 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네.”
고개를 숙이는 두 귀신을 보며 김소희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예의를 배우는 것…… 즐거울 것이다.”
김소희의 말에 두 귀신이 입맛을 다셨다.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데요.’
‘조선시대도 아닌데…… 조선시대 양반한테 예절이라니!’
두 귀신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황민성이 강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소희 아가씨 앞에 있는 애들 어려 보이는데…… 어린 건 아니지?”
황민성이 최가은과 이예림을 보았다. 딱 보기에도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김소희도 어려 보이니 황민성이 묻는 것이다.
“어리기는 한데 술 마셔도 괜찮아요.”
‘귀신이니까.’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황민성이 둘을 보았다. 둘은 전에 강진이 사다 준 한복을 입고 있어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소희 아가씨와 비슷한 일 하시나 보군.”
황민성이 보기에 강남에서 한복을 입고 있는 김소희와 두 귀신은 일반인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소희가 키우는 제자 무당인가, 하는 눈으로 둘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나 라면 줘. 아! 혹시 김밥 되면 김밥도 한 줄 주고.”
“알겠습니다.”
황민성이 좋아하는 라면 스타일이야 알고 있으니 강진이 두 말 하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구석에 배용수가 쭈그려 앉아 짜장면을 소주와 먹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밖에 자리 없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민성 형 왔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급히 먹던 것을 챙겨서는 주방을 나갔다.
“형!”
“용수 오랜만이다.”
“요즘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집에 어머니 모셨어. 어머니 있는데 일찍 들어가야지.”
말을 하던 황민성이 배용수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왜 우리 집에 안 놀러 오냐? 형 이사했다는 건 들었지?”
“듣기는 했는데…… 제가 일이 좀 있어서요.”
“일? 뭐 형이 도울 것 있으면 말해.”
“아니에요. 형, 탕수육에 소주 한잔하세요. 방금 튀긴 거라 바삭하고 맛있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김치 국물 많이 들어간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반숙 계란을 삶아놔서 다행이네.’
황민성이 반숙 계란을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강진이 라면을 끓이면서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5분도 되지 않아서 라면과 김밥을 만든 강진이 쟁반에 음식을 담아 홀로 나왔다.
카운터 앞에서 황민성이 오늘 처음 온 손님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는 것 아냐?’
할아버지가 황민성에게 귀신이나 저승식당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싶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라면을 들고 가며 말했다.
“라면 왔습니다.”
강진이 카운터 위에 라면을 놓으며 배용수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그 표정에 강진의 눈도 찡그러졌다.
‘쓸데없는 소리 한 것 아냐?’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장 사장님이 여기 손님일 줄은 몰랐습니다.”
“장 사장님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예전에 내가 투자를 했던 곳 사장님이셔. 나름 나한테 좋은 수익을 준 좋은 회사지.”
황민성의 말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황 사장님이 투자해 주셔서 저희 회사가 살았습니다.”
“좋은 회사면 투자를 하는 것이 투자자의 당연한 일입니다.”
황민성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한우실업이 베트남에 공장 건설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황 사장님의 투자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제 투자가 아니더라도 잘 되셨을 겁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소주병을 들었다.
“한 잔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잔을 나누는 것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할아버지 귀신하고 아는 사이? 다행히 형은 할아버지 장례식장에는 안 간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아는 사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죽은 것을 황민성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황민성이 잔을 내밀어 술을 받자 강진이 그 앞에 라면과 김밥을 놓았다.
“라면 퍼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맙다는 시선을 보내고는 라면을 먹었다.
그 모습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황 사장님이 라면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싫어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할아버지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싫어하십니까?”
할아버지의 말에 황민성이 아차 싶은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싫어했었고, 지금은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황민성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분식을 싫어했다. 너무 많이 먹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손맛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것이 인연이 되어 강진과도 친해졌다.
황민성의 말에 할아버지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싫어하다가 좋아한다?”
“그런 것이 있습니다.”
집안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작게 웃으며 말을 흐린 황민성이 배용수에게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너도 한잔해.”
“형이 주는 거면 먹어야죠.”
웃으며 배용수가 잔을 받고 소주를 받았다. 그 모습에 그에게 눈짓을 했다.
‘이야기 좀 해.’
강진의 눈짓에 배용수가 황민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형 요즘 왜 안 오셨어요?”
“집에 어머니 오셨잖아. 일찍 들어가야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강진이 할아버지에게 작게 속삭였다.
강진이 할아버지에게 작게 속삭였다.
“죽음이나 저승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그를 보았다.
“네?”
“산 사람이 이 식당에 대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어? 황 사장도 죽은 것이 아닙니까?”
할아버지는 황민성도 죽어서 여기에 밥 먹으러 온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민성과 죽은 사람의 차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밖에서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를 알지만, 이곳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를 못 느끼니 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직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경험치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이 자신과 같은 귀신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늘 그렇듯이 귀신도 배워야 귀신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할아버지에게 작게 속삭였다.
“민성 형은 산 사람입니다. 그러니 말 조심히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산 사람이 어떻게 죽은 자들이 오는 식당에?”
“저도 몰라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황민성이 라면에 소주를 마시다가 말했다.
“그런데 요즘 바빠?”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할 일이 좀 있어서 조금 바쁘네요.”
“전에 토요일에 와 보니 가게 문 닫혔던데?”
“주말에 할 일이 있어서 주말 장사는 쉬려고요.”
“하긴, 사람이 쉬면서 해야지.”
“그런데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가시는 것 같던데 오늘은 늦으셨네요?”
“투자를 좀 받을 것이 있어서 이야기가 늦어졌어.”
“형도 투자를 받으세요?”
“형이 돈이 많아도 내 돈만으로는 회사 굴리기 어렵지. 여기저기서 돈 투자 받아서 그 돈으로 내가 또 투자해. 따지고 보면 나는 그냥 증권 거래소 직원이나 마찬가지지.”
“한 부사장 급 직원 되시겠네요.”
강진의 농에 가볍게 웃은 황민성이 말했다.
“그나저나 요즘 강상식하고 사이좋아 보이더라.”
“어? 형이 어떻게 아세요?”
“강상식한테 내가 좀 관심을 두고 있거든. 그리고…….”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이쪽 바닥에 너하고 내가 친하다고 해서 네 이야기도 몇 개 돌아다니고…… 그렇다 보니 알게 됐지. 그리고 이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자기 때문에 일반인인 강진의 이야기가 강남 투자자들 사이에 떠도는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강진의 이야기는 강남 투자자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지만, 정작 황민성은 귀신들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마실 때, 백발 할아버지 장 사장이 소주를 마시며 황민성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