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4
325화
11시가 돼서 귀신들이 들어오자 강진은 짜장면과 짬뽕을 바로 내놓았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미리 주문을 받았다가, 들어오는 것에 맞춰서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짬뽕과 짜장, 거기에 탕수육들로 세팅이 된 테이블 중 하나에 강진과 영수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영수는 강진이 주는 소주잔을 받았다.
“한잔해.”
“고맙습니다.”
생긴 것이야 고등학생이지만 귀신이 술 먹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게다가 생긴 것만 그렇지, 생년월일로 따지면 이미 성년이니 이승이든 저승이든 미성년자 법에 걸릴 일도 없었다.
영수가 소주잔을 받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에 영수가 한잔 단숨에 마시고는 잔을 내밀었다.
“이제는 술 잘 마시네?”
처음에 마셨을 때는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쭈욱 마시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영수가 웃으며 말했다.
“지리산에서 형님들하고 가끔 전주 저승식당에 가서 마셨어요.”
“전주하고 지리산하고 멀지 않아?”
“멀기는 한데 태풍 형님이 손 잡고 당겨 주시면 한 시간이면 도착해요.”
“자동차보다 빠르네.”
“귀신이잖아요.”
“그래서 전주 저승식당은 좋아?”
“거기 맛 좋아요.”
“거기 무슨 요리 주로 하는데?”
“딱히 메뉴는 정해진 것 없고요. 그냥 백반으로 주세요.”
“백반?”
“그날그날 주인이 주고 싶은 걸로 음식 만들어서 반찬 열 개 정도 나와요. 아! 오징어젓갈 맛있어요.”
“오징어젓갈?”
“시중에 파는 것 다시 양념해서 주시는데 밥에 물 말아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백반 반찬들도 맛있어요.”
“전주 백반이라…… 맛있겠다.”
전주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들하고 일을 할 때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다.
일단 양념이 맛있다고 해야 할까?
‘이태문 어르신의 닭발하고 육개장만 봐도…… 맛은 있겠다.’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이가식당에도 요리 연습장이 있으려나?’
자신이 보고 배운 요리 연습장 같은 것이 이가식당에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다.
“거기 주인은 어때?”
이태문이 죽고 난 후 왔을 새로운 주인이 궁금한 것이었다.
“수정 누나요?”
“수정 누나? 여자 분이야?”
“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
“궁금해서 한 번 물어봤는데 여자 나이 묻는 것 아니라고 혼났어요.”
“젊어?”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웃었다.
“오빠.”
“응?”
강진이 보자 이예림이 말했다.
“묻고 싶은 건 나이가 아니라 다른 거지 않아요?”
“다른 거?”
“이뻐? 이게 가장 궁금한 것 아니에요? 남자들은 어리나 늙으나 여자 이야기 나오면 이뻐? 가 첫 번째 물음이잖아요.”
“누가 그런 말을 해?”
“혜선 언니가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혜선이가 쓸데없는 말 하기는 했는데…… 그것도 궁금하기는 하네. 예뻐?”
강진의 물음에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쁘세요.”
“그런데…… 여자 혼자 장사하기 힘드실 텐데.”
“왜요?”
영수가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전에 여기 하시던 분도 할머니셨다고 하던데요.”
“그건…… 그렇지.”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강진이 귀신들을 스윽 보았다. 귀신들은 좀 짓궂은 구석이 있다.
특히 남자 귀신들은 여자한테 살짝 작업을 걸기도 한다. 죽으나 사나 남자들이란 여자에게 관심을 주기 마련이다.
처음에 최호철과 온 여자 귀신들에게 말도 걸고 농도 걸려다가 크게 혼도 났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귀신들이 수정이라는 분에게 짓궂은 장난을 칠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강진의 표정에 영수가 웃었다.
“귀신들이 장난칠까 봐 그러시나 보네요.”
“수정 씨도 나처럼 가게 맡은 지 얼마 안 되셨을 테니까. 내가 조언이라도 해 줘야 하나?”
자신이 그녀보다 저승식당 선배이기도 하고, 그녀도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영수가 고개를 저었다.
“수정 누나한테 장난치는 귀신들 없을걸요.”
“없을걸요?”
“성격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누나한테 장난을 쳤다가는…….”
입맛을 다신 영수가 말했다.
“욕바가지로 먹을걸요. 욕도 엄청 잘해요.”
“욕?”
“그래서 우리 형님들도 누나한테 장난 안 걸어요.”
“지리산에 총각귀신들이 많아?”
영수가 고개를 저었다.
“많지는 않고 네 명 정도 같이 살고 계세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동안의 근황을 물었다.
영수는 지리산에서 장태풍이라는, 병자호란 당시 의병이었던 총각귀신의 밑에서 수행을 쌓았다고 했다.
그리고 귀신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모두 배워서 이제 지리산을 내려온 것이다.
일종의 졸업이라고 할까?
“구정 때 집에는 다녀왔어?”
강진의 말에 영수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가서 인사드리고 왔어요.”
“잘 했네.”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한숨을 쉬고는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러고는 말없이 한 모금 마시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명절이니…… 부모는 죽은 자식들 생각에 더 슬퍼했을 것이고, 그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보고 싶어 가기는 했는데, 보고 오면 울적해진다고 할까?
그에 강진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주를 따라주었다. 소주를 마신 아이들이 짬뽕과 탕수육을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거야?”
“뭐가요?”
“영수는 총각귀신이라 다른 처녀귀신 분들하고는 같이 다니는 것 불편해하잖아. 그리고 그분들도 너하고 같이 있으면 불편할 텐데?”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저희들끼리 다닐 생각이에요.”
“너희들끼리?”
“저희들은 상관이 없는데 영수는 언니들 보면 무서워하고, 언니들도 영수하고 있으면 불편해해요.”
이예림과 최가은, 그리고 영수는 총각과 처녀귀신이지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죽어서 그런지 서로 불편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처녀, 총각귀신들은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저희들끼리 다니려고요.”
“괜찮겠어?”
강진은 귀신이라고 하지만 아직 어린 셋이 다니는 게 걱정이 되었다. 그에 이예림이 고개를 저었다.
“귀신 중에서 처녀하고 총각이 가장 세다고 하잖아요. 우리 셋이 같이 다니면 뭐가 무섭겠어요. 그리고 저희도 귀신 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은 많이 배웠어요.”
이예림의 말에 최가은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같이 다니면 심심하지 않잖아요.”
둘의 말에 영수가 웃으며 말했다.
“애들하고 전국 일주하려고요.”
“전국 일주?”
“나중에 대학 가면 여름에 애들하고 같이 전국 일주하자고 했었거든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 보려고요.”
“전국 팔도에 저승식당 있으니까, 배고프면 가서 밥 잘 챙겨 먹어.”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아가씨한테 전국 저승식당 위치 다 들었어요.”
“다행이네.”
그러다가 강진이 셋을 번갈아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사고 치면 안 돼. 귀신도 사고 치고 나쁜 짓 하면 JS에서 잡아간다.”
“저희도 그 이야기는 들었어요.”
강진의 말에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귀신들에게 강진이 술을 따라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강진은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졸업 축하해요.”
손님들이 들어오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잘 졸업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들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어제 술 좀 드셨어요?”
“조금 먹었습니다.”
“졸업 날인데 조금으로 돼요? 나 때는 옆에 짝으로 놓고 죽어라 마셨는데.”
“일해야죠.”
설핏 웃은 강진이 손님들에게 물을 주며 말했다.
“메뉴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딱 봐도…… 저거네요.”
손님 한 명이 태광무역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보며 말했다.
오늘 점심은 갈치조림에 담백하고 연하게 끓인 된장국이었다.
“갈치조림 감자와 무, 두 종류가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갈치조림에는 감자를 넣어도 되고, 무를 넣어도 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게끔 두 개를 따로 준비한 것이다.
“저는 무요.”
“저는 감자로 주세요.”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메뉴를 종이에 적어서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무 두 개, 감자 하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 위에 놓여 있던 양은 냄비들을 스윽 보더니 그중 세 개를 꺼내 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다 찼으니까 불 좀 줄이자.”
그에 배용수가 가스레인지의 화력을 조절했다.
조림은 조금 오래 끓이는 것이 맛이 있기에 미리 올려놓고 끓이다가 손님이 오면 내주는 것이다. 지금은 테이블에 손님들이 다 찼으니 불을 좀 줄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배용수가 냄비를 꺼내주자 강진이 반찬과 음식을 쟁반에 담고는 가지고 나갔다.
손님들이 바로 나오는 음식에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잘 되는 집은 비결이 있어요. 엄청 빨리 나오네요.”
“직장인들 점심시간이 얼마나 귀한데 기다리게 하겠어요. 맛있게 드세요.”
“언제나 잘 먹고 있습니다.”
웃으며 손님들이 갈치조림 국물을 슬쩍 떠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습니다.”
“가시 조심해서 드세요.”
고개를 돌린 강진이 가게 안을 보고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화이트보드에 글을 적었다.
화이트보드를 잘 세워둔 강진이 몸을 돌릴 때, 누군가가 탄식하는 게 들렸다.
“이런!”
고개를 돌리니 이유비 의원이 도영민과 함께 서 있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화이트보드를 힐끗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자리가 없나 봅니다.”
“방금 전에 만석이 돼서요. 지금부터 20분 걸리는데…….”
강진이 미안하다는 듯 하는 말에 이유비가 재차 입맛을 다셨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문득 주위를 보았다.
“오자명 의원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
“형님하고 오면 자리가 생기는 겁니까?”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다만 늘 같이 오셔서요.”
“형님은 오늘 의리당 사람들하고 약속 있다고 거기 갔습니다.”
“바쁘시네요.”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셨다.
“또 우리 당 뒤통수 칠 계획 짜고 계시겠지요.”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이유비와 오자명이 서로 친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이유비 당 입장에서는 오자명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두 사람의 관계가 딱 그 짝이었다.
“어떻게, 기다리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도영민의 귀신 할머니가 눈을 찡그렸다.
“자네는 정말 너무하는군. 어떻게 나랏일 하시는 귀한 분을 기다리게 하는 건가! 어서 자리를 내게나!”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분은 여전하시네.’
국회의원을 하늘처럼 보는 할머니 귀신 때문에 강진이 웃을 때, 이유비가 말했다.
“갈치조림이 먹고 싶어서 왔는데 기다려야지요. 자리 나면 바로 불러 주십시오.”
이유비의 말에 도영민이 강진을 보았다.
“저기…… 안에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죄송한데 안에 빈자리가 없어서요.”
“그냥 서 있어도 되는데…….”
“죄송합니다.”
식당 안에서 사람이 기다리면, 먼저 온 손님들이 불편해할 것이다.
게다가…… 국회의원이다. 이유비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더 불편해할 수도 있었다.
“제가 손님들 나가시면 바로 모시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가게 앞에 이유비를 세워 둔 강진이 안으로 들어가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챙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