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3
324화
오정수가 다가와서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황민성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강진 형 동생, 오정수입니다.”
“어…… 그래.”
자신에게 인사를 하기에 황민성은 별다른 생각 없이 인사를 받아 주었다.
아니, 살짝 기분이 좋았다. 강진을 형이라고 표현하니 예뻐 보인다고 할까?
황민성이 오정수를 좋게 보는 것 같자 강진이 차갑게 말했다.
“이 녀석이 형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나 보네요.”
“응?”
“학교 다닐 때는 알지도 못했는데 오늘 이상하게 말을 걸더라고요. 왜 그러나 했는데…… 이제 답이 나오네요.”
강진의 말에 오정수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어렸다.
“형! 왜 그러세요. 학교 다닐 때 밥도 몇 번 먹었잖아요.”
밥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래? 어디에서?”
“그…… 학생 식당요.”
오정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난하니까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생각한 모양인데…… 나는 그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가난한 학생이었거든.”
“네?”
그래도 밥은 먹었지 않느냐는 오정수의 시선에 강진이 웃었다.
“삼각 김밥만 먹었어.”
그 삼각 김밥마저도 저녁에 일을 하는 편의점에서 나온, 폐기 음식들이었다.
“그…… 그거 같이 먹었잖아요.”
오정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형하고 친하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학교까지 퍼졌는지 모르겠네요.”
강진의 말을 듣고도 술기운에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던 황민성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편한 상태로 술을 먹다가 훅 들어온 불쾌감에 황민성이 오정수를 노려보았다.
그 날카로운 시선에 오정수가 급히 물러났다. 단 한 마디의 욕설이나 직접적인 위협도 없었지만, 전직 조폭이자 냉정한 사업가인 그의 살기 어린 시선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느껴지는 시선에 오정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던 황민성이 오정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두둑!
“크윽!”
어깨뼈가 탈골될 것 같은 고통에 신음을 토하는 오정수를 보던 황민성이 그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꺼져.”
“네…… 네.”
황급히 몸을 돌린 오정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서둘러 자리를 피하자,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미안하다.”
“파리 꼬이는 것이 뭐가 미안해요.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그리고 잘난 형 둔 제 죄 아니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시고는 웃었다.
“그래. 나처럼 잘난 형 둔 네 잘못이다. 가자! 오늘은 잘난 형이 쏜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한편, 최광현은 둘과 함께 걸음을 옮기면서도 저 멀리 도망가는 오정수를 노려보았다.
‘개자식.’
최광현이 오정수를 노려볼 때, 강진 역시 그쪽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오정수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중학생에게 닿았다.
‘하아! 너는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런 놈을 따라다니는 거니.’
마음 같아서는 이야기라도 들어 보고 싶지만…… 강진은 고개를 돌렸다.
불쌍하다고 자신이 다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강진이 도울 수 있는 귀신은 그의 손이 닿는 범위 내의 귀신들뿐이었다.
‘다음에…… 다시 본다면 그때 이야기나 해 보자.’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형들과 함께 학교 밖의 술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강진은 일곱 시가 될 무렵 한끼식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강진이 들어오는 것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았다.
“멀쩡하네?”
“왜, 네 발로 기어 오기를 바랐냐?”
“그런 것은 아닌데…… 졸업식인데 술 좀 먹지 그랬어?”
배용수가 보기에 강진은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것 외에는 술을 먹은 흔적이 없었다.
“장사해야지.”
오늘 사람 영업은 졸업식이라 쉰다고 공지를 해 놨지만, 11시에 하는 귀신 장사가 남은 것이다.
“내가 해도 되니 들어오기만 하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야 있나.”
웃으며 몸을 비튼 강진이 말했다.
“별일 없었지?”
“너 없는데 여기에 별일 있을 것 있나. 아! 처녀귀신하고 총각귀신이 왔다 가긴 했어.”
“누구?”
“우리 같은 귀신이 그들 오는데 여기 있을 수 있나? 우리는 나가 있어서 누가 왔다 갔는지는 모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각귀신…… 영수 왔다 갔나?”
처녀귀신은 누군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아는 총각귀신은 영수가 유일하니 말이다.
잠시 영수를 떠올린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 올라가서 씻고 올게.”
“음식 할 수 있겠어?”
“술 깼어.”
1차로 먹은 고량주가 조금 강하기는 했지만, 학교 밖에서 먹을 때는 술을 자제했다.
그래서 지금은 취했다기보다는 조금 몸이 따스한 정도였다. 원래 술이 조금 강하기도 해서 이 정도인 모양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간 강진은 간단하게 샤워를 하며 남은 취기를 털어내고는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일층으로 내려왔다.
“장사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TV를 보다가 말했다.
“재료 준비는 다 해 놨어.”
“나하고 같이 하지.”
“할 것도 없고, 미리 해 놨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음식 재료들이 가지런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진이 재료를 살펴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그걸로 하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꺼내져 있는 야채들을 보다가 한 쪽에 놓인 돼지고기를 보았다.
“고기는 왜 꺼내놨어?”
손질을 해 놓은 고기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쓸 때 꺼내야 신선도가 안 떨어진다. 그런데 고기가 꺼내져 있자 물은 것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재료들을 보며 말했다.
“봐.”
“무슨 말이야?”
“재료 보면서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라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재료들을 보았다.
“시험 보는 것 같은데?”
“시험이라기보다는 이제 너도 음식에 맞춰서 재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보고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지.”
“문제 보고 답을 내라는 건가?”
“답은 아니지. 여기 있는 재료들이 문제라고 하면…… 답은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백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꺼내진 걸로 할 수 있는 음식들을 생각해 봐.”
“냉장고에 있는 다른 재료들은 못 쓰고?”
“양념이나 그런 것은 쓸 수 있는데, 다른 야채나 고기 같은 것은 쓰면 안 되지.”
“김치는?”
“김치를 쓸 거면 내가 꺼내 놨겠지.”
“면은?”
“면은 써도 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료들을 보았다.
“조개 국물 내서 칼국수나 조개탕, 제육볶음. 그리고 오징어볶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고기 손질한 것을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손질된 고기를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제육볶음은 안 되겠네.”
배용수가 손질해 놓은 고기는 길쭉하고 가느다란 모양이라 제육볶음을 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튀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재료라고 해도 어떤 모양, 어떤 굵기로 잘랐느냐에 따라 용도가 다르지. 잡채와 찜에 들어가는 야채 모양이 다른 것처럼.”
잡채에 들어가는 것은 가늘게 자르지만, 찜에는 좀 묵직묵직하게 들어가니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야채 썰어 놓은 것을 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혹시 중화요리 할 생각이야?”
“중화요리에서 뭐?”
“고기 잘라 놓은 걸 보니 탕수육 할 것 같고, 조개는 짬뽕, 나머지야 짜장에도 넣을 수 있겠지.”
“맞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가끔 짜장면이나 짬뽕 먹고 싶다는 귀신들이 예약을 하면 미리 준비를 해서 내놓기는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강원도에서 먹은 중화요리, 마음에 들었나 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 맛에 비할 수는 없지만…… 여기 손님들한테도 맛을 보여 주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들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열 시쯤에 시작하면 되나?”
“좀 쉬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꺼내져 있는 재료들에 랩을 씌우고는 냉장고 안에 넣었다.
10시부터 시작할 요리의 재료들을 상온에 보관하면 안 좋으니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의 손에서 웍이 크게 움직였다.
촤아악! 촤아악!
그리고 강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웍 안에서 야채와 재료들이 빠르게 볶아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중국집 화력보다는 약하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뜨거워 죽겠는데 이게 약해?”
“중국집 화로는 이것보다 세 배는 더 세.”
말을 하며 배용수가 웍을 달구는 가스를 보았다. 일반 가정집과는 달리 음식점 가스라 화력이 더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집 화력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화력을 보던 배용수가 슬며시 강진을 보았다.
“왜?”
“신수조 씨한테 여기에 중국식 화구 하나 설치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중국식 화구?”
“여기다가 하나 설치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배용수가 구석진 곳을 가리키자 강진이 그곳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화구만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 않아? 중화요리 할 때, 재료들 옆에 쌓아 놓고 바로바로 넣고 흔들어야 하는데…….”
“그거야 신수조 씨한테 말하면 알아서 해 주지 않겠어?”
“그야…… 그렇겠지만 그럼 공사가 커지잖아.”
“그것도 신수조 씨가 알아서 해 주지 않겠어? 일단 말은 해 보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화구를 보다가 말했다.
“근데 화력이 너무 강하면 녹지 않겠어?”
강진이 자신이 끼고 있는 고무장갑을 보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대단하기는 한 물건이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웍 옆을 감싸고 있는 불길에 고무장갑을 낀 손을 가져다 댔다.
화르륵! 화르륵!
불길에 좌우로 손을 흔든 배용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고무장갑은 변형 하나 없이 멀쩡했다.
“괜찮아?”
“보다시피.”
웃으며 고무장갑을 만지작거리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웍 안을 보고는 말했다.
“육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국자로 육수를 떠서는 그 안에 부었다.
촤아악!
육수가 부어지자 곧 붉은 국물이 우러나왔다.
“이제 끓으면 짬뽕 국물은 완성.”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말했다.
“처녀 총각 귀신 온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배용수가 국자를 받아 짬뽕 국물을 섞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홀로 나와 카운터에서 향수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역시 처녀 총각 귀신이 오고 있어서 그런지, 가게 밖에 모여 있던 귀신들이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강진이 잠시 주위를 볼 때, 음산한 기운과 함께 그의 앞에 최가은과 이예림 그리고 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귀신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그 셋의 모습에 강진이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형 안녕하세요.”
순박한 얼굴의 영수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그제야 웃었다.
“귀신처럼 나타나서 놀랐잖아.”
“귀신인데 귀신처럼 나타나야죠.”
싱긋 웃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다른 분들은 이렇게 갑자기 안 나타나시던데?”
“언니들은 그냥 걷는 것 좋아하기도 하고, 급한 일 아니면 능력 안 사용해서 그래요.”
“너희들은?”
“이런 재밌는 기술 배웠는데 써먹어야죠.”
싱긋 웃는 이예림의 모습에 강진이 따라 웃었다. 재밌는 능력을 얻었는데 써먹지 못하다가 선배들이 없으니 쓰면서 온 것이다.
“다른 분들은?”
“언니들이 오늘은 우리끼리 놀라고 하셨어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향수를 꺼내 그들에게 뿌려 주었다.
그러고는 영수의 어깨를 손으로 두들겼다.
“잘 왔다.”
강진의 환영에 영수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