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34
335화
쿵!
뭔가 찧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옆에 이아름이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세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소주를 잔에 따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술버릇이에요. 취하면 자죠.”
한숨을 토한 장현희가 강진을 보았다.
“미역국 해 주셨는데…… 애가 한 숟가락도 안 먹었네요.”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깨끗하게 남아 있는 미역국을 보았다.
“그러네요.”
“저희 하는 이야기 들으셨죠?”
장현희의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들은 것은 아니지만…… 조용하다 보니 듣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죠.”
웃으며 장현희가 소주를 따르다가 문득 말했다.
“괜찮으면 옆에서 한 잔 같이 하실래요?”
“친구 분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한 삼십 분 있으면 일어나요. 그리고 지금 완전 골아 떨어져서 저 혼자 데리고 가기도 힘들고.”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았다.
장현희와 이아름 옆에 빈자리가 있지만, 처음 본 여자 옆에 자리하기가 좀 그러니 말이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장현희가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강진이 잔을 들자 장현희가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마셨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블로그에 집 밥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글을 봤어요.”
“감사한 글이네요.”
강진이 장현희를 보자 그녀가 소주를 마시고는 말했다.
“음식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오색 찹 스테이크, 단호박 찹 스테이크 맛있다고 하던데.”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손님들이 좋아하더군요.”
“맛있겠다.”
“다음에 한 번 오세요. 맛있게 해 드릴게요.”
“그래야겠어요.”
웃으며 장현희가 강진에게 소주를 따라주고는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려 했다. 그에 강진이 그녀가 들고 있던 병을 슬쩍 잡아 들어 소주를 따라주었다.
“고맙습니다.”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아름을 보았다.
“그나저나 아름 씨가 미역국을 손도 안 대서 자존심이 좀 상하네요.”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얘가 사정이 좀 있어서요.”
“들었습니다. 그…… 생일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아름을 보았다.
“제 잘못이에요. 나 때문에…….”
한숨을 쉬는 장현희를 보던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이아름을 보았다.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내일요?”
“괜찮으시면 내일 11시쯤에 이아름 씨하고 같이 와 주시겠어요?”
“왜요?”
“내일 맛있는 음식 먹게요.”
강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장현희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오늘 처음 본 손님에게 너무 친절한 것이다.
‘혹시 우리한테 관심 있나?’
그런 생각을 하던 장현희가 슬쩍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알겠어요.”
강진은 우울해하는 장현희에게 뭔가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해 줄 말이 없었다. 어설픈 한 마디 위로를 하느니 그냥 술 한 잔 같이 마셔줄 뿐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술을 몇 잔 나눌 때, 이아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 아파.”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깼네. 아름아, 집에 가자.”
“집? 가야지.”
이아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장현희가 그녀를 부축하고는 말했다.
“얼마예요?”
“내일 와서 주세요.”
“내일요?”
“내일 11시에 보기로 했잖아요.”
“아…… 제가 안 오면 어쩌려고요?”
“그럼…… 저는 밥값 떼이고 그쪽은 무전취식범이 되는 거겠죠.”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내일 올게요. 아, 아까 12시 넘었으니 오늘인가.”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러네요. 그럼 오늘 11시입니다.”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아름을 부축해 가게를 나섰다.
그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문을 잠그고는 홀의 불을 껐다. 혹시라도 다른 손님이 오면 영업을 더 해야 하니 말이다.
문을 잠그고 불도 끈 강진이 식탁에 놓인 그릇들을 빠르게 주방에 가져다 놓고 설거지를 마쳤다.
귀신 직원들이 모두 2층에 가 있으니 그냥 강진이 마무리를 한 것이다.
그렇게 주방을 모두 정리한 강진이 목을 좌우로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은근 취하네. 마지막 세 잔은 먹지 말 걸 그랬나?’
조금 취기가 올라오는 것에 입맛을 다시며 강진이 2층으로 올라갔다.
***
이아름과 장현희는 조금 푸석푸석한 얼굴로 논현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제 술을 잔뜩 마셔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얼굴은 무척 좋지 않았다.
“그냥 더 자고 싶은데.”
“사장님이 특별히 맛있는 음식 먹자고 불렀는데 어떻게 안 가냐?”
“어제 처음 갔는데 무슨 특별이야.”
“모르지. 네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무슨…….”
말을 하면서 이아름이 슬쩍 머리를 귀 옆으로 넘겼다. 그 모습에 장현희가 피식 웃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속 쓰려.”
“꺾여서 그런가?”
올해 이아름과 장현희 둘 다 스물여섯이 된 것이다.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가 한숨을 쉬었다.
“나이도 꺾이고 속도 꺾이고. 나이 먹으니 처량하네.”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옮기던 둘은 곧 한끼식당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업 안 하는 거 아냐?”
“오늘 오라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 토요일이었잖아?”
“그러네.”
어제도 영업 쉬는 날인데 자신들은 거기서 식사를 한 것이다.
의아한 듯 가게를 보던 장현희가 문을 잡아당겼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장현희의 눈에 TV를 보고 있는 강진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늦지 않게 잘 오셨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와 이아름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 두 사람의 뒤에 있는 할아버지 귀신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강진이 주방에서 블랙커피 두 잔과 석청 두 조각을 들고 왔다.
“잠은 어디서 주무셨어요?”
“저기 앞에 있는 호텔에서 잤어요.”
“집에 안 들어가시고요?”
“술 마시고 집에 언제 가요. 편하게 호텔에서 잤어요.”
쿨하게 답을 하는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장 안 하셨죠?”
“음식 해 주신다고 해서 여기서 해장하려고요.”
“그럼 일단 이것부터 드세요.”
강진이 블랙커피와 석청 두 조각을 내려놓는 것에 두 여자가 의아한 듯 석청을 보았다.
“이건 뭐예요?”
“석청이라고 하는데 흔히들 꿀이라고 하죠.”
“벌집 아니에요?”
“벌집째 먹는 겁니다. 드셔 보세요.”
“으…… 좀 이상하게 생겼는데.”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색도 좀 시꺼멓고 이상한데 상한 것 아니에요? 원래 벌집 하면 노란색이잖아요.”
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이것도 원래는 노란색이었겠죠. 강원도 깊은 산속 절벽 사이에서 자연 숙성이 돼서 이렇게 색이 변한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말했다.
“일단 피부에 좋습니다.”
“피부에요?”
“꿀 하면 비타민, 무기질, 미네랄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다 피부에 아주 좋죠.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두 여자가 석청을 보다가 포크로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이빨에 좀 달라 붙는데?”
“몸에 좋은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벌집을 꼭꼭 씹어 삼켰다. 그런 이아름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 날에는 간이 술을 해독하기 위해서 많은 열량을 소모하죠. 그래서 숙취에는 꿀 같은 달달한 게 좋은 거죠.”
“커피는요?”
“꿀만 먹으면 너무 달잖아요. 단 것 먹고 쓴 것 먹으면 더 좋죠. 그리고 커피도 숙취에 좋아요. 이뇨 작용을 해서 몸에 있는 알코올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죠.”
“아…….”
장현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아름이 그를 보았다.
“잘 아시네요?”
“요리사는 음식으로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사람이죠. 반은 한의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대단하시네요.”
이아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천천히 석청을 먹었다. 석청을 다 먹고 나선 커피를 마셨다.
“먹다 보니 괜찮네요.”
“그렇죠?”
“맛있어요.”
“몸에도 좋아요. 그리고…… 그거 엄청 귀한 겁니다.”
“이게요?”
“아마 지금 두 분이 먹은 거, 원가로 따져도 오천 원은 할걸요.”
“이 조금이요?”
놀란 눈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돈은 안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포크로 싹싹 드세요.”
강진의 말에 두 여자가 포크로 접시 밑바닥에 남은 꿀을 긁어 먹었다.
“자! 그럼 일어나시죠.”
“네?”
“밥은요?”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맛있는 것을 사야겠죠. 자! 일단 갑시다.”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재밌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웃었다.
“그럼 가시죠.”
이아름의 말에 강진이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온 강진이 장현희와 이아름을 데리고 마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 오늘 생일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그녀들과 함께 마트에 들어섰다. 마트 한쪽에 있던 카트를 꺼낸 강진이 말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음식요?”
“오늘은 두 분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맞춤해서 만들어 드리려고요.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말하세요. 그럼 그 음식의 재료를 사고 같이 만들어서 먹읍시다.”
“같이요?”
의아한 듯 보는 이아름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시장에 가서 같이 장 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오늘은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하죠. 재밌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웃었다.
“그래! 오늘 한 번 내가 중화요리 실력을 보여주마! 가자!”
장현희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카트를 끌고 그 뒤를 따라갔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잠시 머뭇하다가 말했다.
“겉절이가 먹고 싶네요.”
“겉절이, 오케이!”
말을 하며 강진이 야채 코너로 가서 배추를 하나 골랐다.
“배추 고르는 방법 아세요?”
“글쎄요?”
이아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현희가 웃었다.
“좋은 배추는 푸른 잎이 많고, 껍질이 얇고 신선한 것이 좋지. 그리고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해야 싱싱한 거야.”
“잘 아시네요?”
“저도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니까요. 이 사장님하고 동종 업계 종사자라고 할 수 있죠.”
“대단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웃으며 배추를 몇 개 집어 보다가 하나를 골라냈다.
“제철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겉절이 하기 좋겠어요. 어때요?”
“좋네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배추를 보다가 하나를 더 집었다.
“이걸로 짬뽕 국물 해 먹자. 시원하고 좋겠다.”
장현희의 말에 강진이 배추를 카트에 넣고는 다른 재료들을 골랐다.
식재를 고르다 보니 먹고 싶은 게 더 생각이 났는지, 이아름이 말했다.
“저 잡채도 좀 먹고 싶은데.”
“잡채 좋죠!”
웃으며 강진이 당면을 파는 곳에 가서 당면을 사고 다른 재료들도 골랐다.
그렇게 재료들을 고르던 강진이 한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봉지에 담긴 마른 미역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멈칫!
미역들을 본 이아름이 걸음을 멈추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미역을 사야겠죠.”
“저는…….”
주저하는 이아름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미역을 집었다. 그러고는 이아름을 보았다.
“음식을 한다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음식요?”
강진의 물음에 이아름이 그를 보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미역을 카트에 넣었다.
“자! 이제 고기 사러 갑시다.”
강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이아름이 미역을 한 번 보고는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