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7
348화
입맛을 다시며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비를 보던 오자명이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도 그런 것이 아닐 텐데…… 내가 미안하네.”
“아닙니다. 형님도 답답해서 그러신 건데 제가 그 마음 모르겠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 자네 당 의원이 소방복지법 추진하는 건 좋은 일이야.”
오자명의 칭찬에 이유비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밝아졌다. 이유비도 마음에 드는 법안이었다.
소방관들의 복지를 위한 법안이니 말이다.
“그 법안은 저희 당에서 힘을 싣고 있는 거라 잘 될 겁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소방병원 설치 근거법이 국회를 잘 통과할 겁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뜻이 통하는 의원들도 그 법안이 통과되는 걸 돕기로 말이 됐으니 잘 될 거야. 아! 그리고 이번 법안은 여당 쪽에서도 트집 안 잡을 거라는 것 알지?”
“그쪽에서 소방관 국가직을 추진하는데 소방관 복지 법안을 방해할 일이 없죠. 방해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죠.”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소방 복지법요?”
“정확히는 소방공무원 보건 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라고 하지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유비가 말했다.
“이 사장님은 소방관들을 위한 병원이 따로 없는 것 아십니까?”
“소방관 병원이 없어요?”
경찰은 경찰 병원, 군인은 국군 병원이 있는 것을 보면 소방관도 소방 병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강진이었다.
‘그런데 없다고?’
강진이 의아해할 때,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보통 분들은 다 이상하게 생각하시죠. 경찰 병원도 있고 국군 병원도 있는데 소방 병원이 없으니 말입니다.”
“몰랐습니다. 근데 왜 없죠? 소방관들도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같은데?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나요?”
소방관들은 불만 끄는 것이 아니라 재해, 재난, 사고 현장에 출동도 한다.
일반인들은 위험해서 도망치는 곳에 일부러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 다칠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우리나라에는 소방관을 위한 전문 병원이 없었습니다.”
“아…….”
강진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경찰과 군인을 위한 병원은 있는데, 더 위험한 일을 하는 소방관을 위한 전문 병원은 이때까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당에서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소방 전문 병원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국가에서 하는 일을 이쪽에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방해하지 않고 같은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와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우리 당에서 먼저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건 그렇지.”
말을 한 오자명이 이유비를 보았다.
“올해 첫 삽 뜨는 건가?”
“부지는 확보가 됐고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예산 확보가 되는 대로…… 일단 22년 완공이 목표입니다.”
“아직도 예산 확보가 안 된 건가?”
“미리 예산 확보하고 시작하는 일이 몇 개 되겠습니까? 일 시작하고 차근차근 모아보는 거죠. 그나마 소방 병원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행안부에 기초 설계비 58억을 정부 예산으로 지급받았으니 설계는 들어갔을 겁니다.”
“너무 주먹구구식이 되면 안 될 텐데.”
“오랜만에 여야가 손잡고 추진하는 일이니 문제 안 생기고 잘 진행이 될 겁니다. 여야가 손을 안 잡아서 그렇지, 잡으면 일 진행 속도야 빠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두 사람이 웃으며 소주를 나누는 것에 강진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오자명이 소주를 따라주자 강진이 말했다.
“여야가 손잡고 일을 잘 했으면 좋겠네요.”
“저희도 그러면야 좋겠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 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여러 소리를 내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니 쉽지는 않지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한 소리만 내는 것도 문제는 문제지. 그건 독재니까.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좀 없어져야 해. 여든 야든 왜 이리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지 모르겠어.”
오자명의 투덜거림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형님이 당에 안 들어가시는 거죠.”
“맞아. 쪽수가 부족해서 법안 하나 만들려면 도장 찍어 달라고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하는 것이 좀 서글프기는 하지만…… 덩어리 속에 안 들어가니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되잖아.”
“대신 제가 많이 힘들죠.”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사실 맞는 말이다. 무소속인 그가 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그것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필요하다.
그럴 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유비였다.
필요한 의원들 그쪽 당에서 끌어다 도장도 찍어주고 당에 말해서 지지 좀 해 달라고 부탁도 하고…… 당론에 휘둘리는 것 하나 빼면 좋은 국회의원이었다.
“내가 너 대선 나갈 때 지원 확실하게 해 준다니까.”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피식 웃을 때, 강진이 놀란 눈으로 이유비를 보았다.
“대선 나가세요?”
강진의 말에 이유비가 재차 웃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대선의 꿈이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잠룡에 들어갈 자격도 없는 미꾸라지고…… 한 십 년 후쯤에 봐서 도전은 해 봐야죠.”
“십 년이라…….”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강진을 보았다.
“정치 이야기 재미없으시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재밌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소주를 따라 마셨다.
얼큰하게 취한 오자명과 이유비는 고개를 테이블에 박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 두 사람을 강진이 난감하다는 듯 볼 때, 배용수가 나왔다.
“곧 영업시간인데 어쩌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술을 너무 많이 드셨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말했다.
“그 보좌관들한테 전화하지그래?”
“지금 전화해서 언제 데리러 와.”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오자명 옆에 섰다.
“어떻게 하게?”
“일단 2층에 눕히려고.”
“여기서 재우게?”
“가게에서 재우는 것은 아니니 문제 될 것은 없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끼고는 나왔다.
“왜?”
“너도 술 먹었는데 업고 올라가다 자빠지면 사고 난다. 업어. 내가 뒤에서 받칠게.”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오자명의 앞에 몸을 숙이자,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오자명을 부축해 강진의 등에 업혔다.
“끄응!”
축 늘어진 오자명을 업은 강진이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서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잘 올라가네.”
그 모습에 배용수가 놀란 듯 말했다. 늘어진 사람 업고 걷는 것은 힘들다.
게다가 그런 사람을 업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더 많이 힘든 것이다.
“내가 옛날에 노가다 할 때 사십 킬로짜리 시멘트 포대 들고 계단을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 한 사람이야. 이 정도쯤이야.”
그렇게 말하며 2층 자신의 방에 오자명을 눕힌 강진이 다시 내려와 이유비를 업었다.
뒤이어 이유비도 자신의 방에 눕히고는 양말과 외투를 벗기고 허리띠도 살짝 풀어 놓았다.
그러고는 베개를 목에 넣어 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흠…….”
작게 신음을 토하는 이유비가 작게 중얼거렸다.
“나쁜 놈들…….”
이유비가 잠결에 누군가를 욕하는 것을 들은 강진이 피식 웃고는 보일러를 틀고는 방문을 열어놓았다.
잔뜩 술에 취한 두 사람이 뿜어낼 술 냄새에 그 둘이 또 취하지 않도록 말이다.
두 사람을 잘 재운 강진이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서는 이미 배용수가 두 사람이 먹던 그릇들을 다 치우고는 저승식당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쉬는 날이라고 알 텐데, 손님들 오려나?”
둘의 결혼과 승천을 축하하기 위해 영업을 한다곤 했지만, 휴무 날인 오늘 영업 안 하는 줄 아는 귀신 단골들이 많을 것이다.
“호철 형이 오는 길에 근처 귀신들한테 이야기한다고 했으니까, 올 사람들은 오겠지.”
“하긴. 귀신들 입 싸니 한 명한테 말해도 주변에 금방 퍼지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치국수에 들어갈 육수를 살피고는 잡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료 준비를 모두 다 해두어서 볶기만 하면 끝이었다.
11시가 되자 귀신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최훈하고 선주 씨 결혼했다면서요?”
들어오는 중년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은 없지만…… 저희끼리라도 축하 자리 만들고 싶어서 쉬는 날이지만 영업을 합니다.”
“두 사람 덕에 오늘도 맛있는 것 먹네요.”
중년 귀신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 귀신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죽어서라도 결혼하고, 부럽네.”
결혼을 안 하고 죽은 듯한 청년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지금이라도 좋은 분 만나서 하시지 그러세요.”
“그게 어디 쉽나?”
그렇게 말하던 청년 귀신이 주위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혜미 씨 안 보이네?”
이혜미를 찾는 청년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영화 보러 가셨어요.”
“영화 무슨 영화?”
“그건 모르죠.”
“아…… 최호철하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 귀신이 질투가 나는 듯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오늘 메뉴는 결혼식에 어울리는 잔치국수와 잡채,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입니다. 특별히 따로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셔도 오늘은 이걸로 드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오늘 같은 날은 이 사장도 편하게 식사해야지.”
“옳소!”
기분 좋게 승낙을 해 주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 가서 큰 그릇에 담겨 있는 잡채와 수육을 올려놓았다.
“오늘은 결혼식 뷔페처럼 접시에 드시고 싶은 만큼 담아서 먹는 걸로 할게요. 잔치국수는 여기 옆에 있고 면도 넉넉히 준비했으니 그릇에 담아서 드시고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접시에 음식들을 담았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혹시 정말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은 분이 계시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왕 먹는 것 드시고 싶은 걸로 먹어야죠. 대신 간편한 걸로 말씀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은 그저 웃으며 음식들을 덜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과 배용수가 미리 접시에 담아 놓은 음식들을 들고 식탁으로 다가갔다.
식탁 네 자리에 네 개의 접시를 놓은 강진과 배용수가 자리에 앉았다.
비어 있는 두 자리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쪽으로 와라.”
“왜?”
“두 사람이 같이 앉아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비어 있는 옆자리를 보고는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사이 강진이 맥주와 소주로 폭탄주를 말아 빈자리에 놓고는 자신과 배용수 앞에도 술을 놓았다.
강진이 잔을 들자 배용수도 잔을 들었다.
“결혼 축하합니다. 그곳에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귀신은 나이를 먹지 않으니 최소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걱정은 없겠네요.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
두 사람이 선주와 최훈을 축복해 줄 때, 옆을 지나가던 귀신 한 명이 웃으며 빈자리를 보았다.
“두 사람은 좋겠습니다. 이렇게 결혼을 축하해 주는 좋은 사장님과 직장 동료도 있고요.”
강진이 그를 보자, 귀신이 술이 담긴 잔을 들어 원 샷을 하고는 술을 따라주었다.
“결혼 축하합니다. 귀신이 애를 낳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애 낳을 수 있으면 아들딸 두셋 낳고 행복하게 사세요.”
귀신이 덕담을 해 주고는 빈자리로 가자, 그 모습을 본 다른 귀신들도 와서 비어 있는 자리의 술을 마시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
“최훈 씨하고 자동차 이야기 하는 것 재밌었는데…… 앞으로는 못 하겠네요. 행복하세요.”
“선주 씨 행복해요.”
“결혼 축하해요.”
귀신들이 지금은 없는 두 사람, 아니 귀신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