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3
354화
쪼르륵!
잔에 따라지는 소주를 보던 이효정이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애들 아빠가 김치찌개를 잘 끓여줬어요.”
이효정의 말에 김충호가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딸들도 모두 이효정을 보고 있었다.
그런 딸들을 보며 이효정이 말했다.
“애들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일 끝나고 오면 애들 재워 놓고 참치 넣고 끓인 김치찌개에 한잔하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나도 아빠가 끓여 준 김치찌개 좋아했어.”
“아빠가 두부를 참 좋아했는데.”
두 딸이 김치찌개와 두부를 보며 하는 말에 김충호가 찌개를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김정아를 보았다.
“이렇게 맛있게 끓이셨니?”
“맛있었어요.”
김정아의 말에 이효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이 손재주가 있어서 음식을 잘했어요. 나보다 더 잘했던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김충호가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전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저렇게 미소 지으며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충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는 주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김충호의 부름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저 이 김치찌개 레시피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레시피요?”
“나중에 집에서…….”
김충호가 이효정을 보았다.
“효정 씨와 같이 소주를 하려면 안주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김충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적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김진배가 소주를 마시며 홀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남자 분,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김진배가 소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남자더군요. 매너 있고…… 능력 있고.”
강진은 씁쓸한 얼굴로 말하는 김진배를 보며 먼저 따라 놓았던 소주잔의 소주를 빈 그릇에 붓고는 새로 따라주었다.
‘JS에서 소주도 좀 사다 놓을까?’
가끔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 오는 귀신들이 소주를 한 잔씩 하곤 했는데, 이승 소주라 그 맛을 완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새로 채운 잔을 그의 앞으로 밀자, 김진배가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다시 홀을 보았다.
그런 김진배를 보던 강진이 종이와 볼펜을 꺼내서는 참치김치찌개 레시피를 적었다.
“한 2년 됐습니다.”
강진이 글을 적다가 김진배를 보았다. 김진배가 홀을 씁쓸한 눈으로 보다가 말했다.
“저 충호 씨가 우리 효정이 앞에 나타난 것이요.”
“그렇군요.”
“효정이가 병원 앞에서 약국을 하는데 충호 씨가 박카스를 사러 왔더군요.”
‘약사? 직업 좋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진배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박카스를 사러 왔더군요.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렇게 두 달인가 지났을 때 아내가 물었어요. 환자분이 병원에 오래 계셔서 걱정이 크시겠다고요. 그랬더니 충호 씨가 ‘아, 네.’하고 가더군요.”
“흠…….”
‘목적은 박카스가 아니라 효정 씨인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의 귀에 김진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제 감에, 충호 씨가 약국에 오는 이유가 박카스가 목적이 아닌 것 같더군요. 그래서 충호 씨 나갈 때 따라 나가 봤습니다. 뭐 하는 사람인지 보려고요. 충호 씨가 박카스를 트렁크에 넣는데…… 그 안에 박카스 상자가 가득하더군요.”
“아…….”
“박카스를 트렁크에 어떻게 넣나 고민하던 충호 씨가 박카스 상자를 이리저리 정리하는데 아내가 그것을 봤어요.”
잠시 말을 멈췄던 김진배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웃더군요.”
작게 한숨을 쉰 김진배가 소주잔을 보자, 강진이 잔에 든 소주를 덜고는 다시 따라주었다.
“우리 효정이가 예쁘다 보니 그동안 남자들이 많이 들이대고는 했어요.”
김진배의 말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효정은 미인이었다.
약사라는 직업을 떠나서도 남자들이 많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마다 싸늘하게 싫다고 하던 효정이가 웃는 것 보고 감이 오더군요. 저 사람이라면…… 효정이가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
강진이 말을 하지 않자 김진배가 웃었다.
“다행입니다. 충호 씨가 좋은 남자라.”
김진배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종이를 그의 앞에 밀었다.
“레시피를 적었는데 고칠 부분 있나요?”
강진의 말에 김진배가 글을 보다가 말했다.
“소주는 한 병만.”
김진배의 말에 강진이 종이에 한 줄 더 적었다.
강진이 적은 것을 확인한 김진배가 미소를 지었다.
“효정이는 소주 한 병을 넘으면 취하거든요.”
김진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이를 들고 홀로 나왔다.
그러고는 김충호에게 종이를 슬며시 주었다.
“맛있게 해 보시고 혹시라도 잘 모르겠으면 전화 주세요.”
강진이 명함을 주자, 김충호가 감사히 그것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더니 슬쩍 이효정을 보았다. 이효정은 소주를 마시며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지금쯤 출발해야 방탄을 볼 텐데.’
코엑스가 여기서 가깝기는 하지만, 지금쯤 출발해야 예능 시작하기 전에 도착해서 피디에게 부탁해 방탄 사인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충호가 시간을 슬쩍 확인하는 것에 김정아가 말했다.
“방탄은 다음에 볼래요.”
“응? 왜?”
“여기 음식 맛있어요. 시간 쫓기면서 밥 먹고 싶지 않아요.”
김정아의 말에 김충호가 미소를 지었다.
‘착하네.’
그녀는 엄마가 맛있게 찌개를 먹으며 한잔하는 것을 보고 방탄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걸 요즘 말로 츤데레라고 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던 김충호가 주방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김충호의 부름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상 좀 한 번 갈아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강진이 쟁반을 들고 와서는 빈 그릇들을 치우고는 모자란 반찬들은 채워주었다.
얼큰하게 취한 이효정을 김정아와 김수아가 양쪽에서 부축하며 가게를 나가자, 김충호가 강진에게 돈을 내밀었다.
“오늘 잘 먹었습니다.”
김충호가 계산을 하자, 강진이 돈을 아크릴 통에 넣었다.
“언제든지 또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저기 그리고…….”
김충호가 문을 한 번 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혹시 시간 되실 때 저 요리 좀 배우러 와도 되겠습니까?”
“요리요?”
“아무래도 제가 음식은 잘 못해서…… 이거 좀 배우고 싶어서요.”
김충호가 레시피를 살짝 흔들어 보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 시간 때는 어렵고…… 오후 3시 이후에 한 번 전화 주고 오세요. 시간 되고 일이 없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강의 비용은 드리겠습니다.”
“편하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김충호가 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김충호가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 문을 보다가 명함을 보았다.
“기자셨네.”
명함을 보던 강진이 홀을 보았다. 홀에는 어느새 배용수가 나와서 그릇들을 치우고 있었다.
“혜미 씨는?”
평소라면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여자 귀신들이 나와서 홀을 정리하는데 지금은 배용수만 나와서 치우는 것이었다.
“김진배 씨 이야기하느라 정신없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여자 귀신들이 김진배를 두고 소란스럽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와! 진짜…… 나 그렇게 잘생긴 귀신 처음 봐요.”
“진짜 잘생겼더라.”
“혹시 살았을 때 연예인 아니었을까요?”
“그럴 수도……. 근데 너무 착하지 않아?”
“자기 아내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다니…… 나 그 말 듣고 울 뻔했잖아요.”
“저 사람이면 효정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와,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 대사 아니에요?”
여자 귀신들이 계속 김진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배용수가 작게 한숨을 쉬며 강진을 보았다.
“왜?”
배용수의 시선에 강진이 왜 그러냐는 듯 보자, 배용수가 재차 한숨을 쉬었다.
“아니다.”
“왜?”
“우리가 참…… 저분들한테 잘 해준 것 같은데.”
“못 해 주지는 않았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다시 한숨을 쉬고는 주방을 보았다. 그러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든 귀신이든…… 역시 얼굴인가?”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같이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간식 먹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먹는 것이 남는 거다. 뭐 먹을까?”
“김치전이나 먹자.”
“오케이.”
배용수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온 강진은 소파에 앉아 있는 김소희와 조금 떨어진 바닥에 앉아 있는 최호철을 볼 수 있었다.
두 귀신은 2층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점심 영업시간에는 1층에 있는 TV를 틀기가 좀 그래서 2층에 올라와 보는 것이었다.
“김치전 먹을 건데 올려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드라마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한창 중요한 대목이라 내가 일어나기가 어렵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올려다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소주도 한 병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형도 소주 한 잔 드시겠어요?”
“나는 맥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TV를 보았다. TV에서는 오랑캐들과 조선 관병이 싸우고 있었다.
“왜구가 아니네요?”
“이순신 장군님이 북방에서 여진족하고 싸우는 장면이야.”
“해전만 잘하신 것이 아니군요.”
“그런 셈이지. 근데 이거…… 어떻게 된 게 외부의 적은 허접한데 내부의 적이 이순신 장군님을 더 괴롭히고 위협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요?”
“이순신 장군님이 적이 쳐들어 올 것 같다고 무기와 병사를 보내라고 했는데 위에서 들은 척도 안 한다.”
최호철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조용히 보시게나.”
“죄송합니다.”
김소희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숙이고는 슬쩍 눈짓을 하자, 강진이 웃으며 1층으로 내려왔다.
***
강진은 태광무역 수출대행 2팀과 합석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수출대행 2팀의 신입사원 환영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손님이 조금 없을 때를 기다린 듯, 수출대행 2팀은 7시 넘어 들어왔다. 그 덕에 가게는 일부 손님 외에 태광무역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월요일에 회식을 하세요?”
강진이 묻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 달은 내내 바쁠 예정이라 오늘밖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맞습니다. 정말 몇 년 만에 생긴 우리 팀 막내인데 환영식을 다음 달로 미룰 수는 없죠.”
이상섭이 뒷말을 받으며 하자, 강진이 정민을 보았다. 정민은 팀원들이 따라주는 소주를 먹느라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좀 다르네?’
수출대행 2팀은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첫 잔이야 의례적으로 따라주지만 그뿐이었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니 알아서 따라 마시거나 한 잔 정도 누가 따라줄 뿐, 억지로 마시게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술을 따라주니 의아한 것이다.
정민은 하나지만 팀원들은 일곱이니 그들이 따라주는 것만 받아도 거의 한 병인 것이다.
강진이 정민을 보고 있자, 이상섭이 슬쩍 그를 툭 치고는 작게 속삭였다.
“주사 보려는 거야.”
“주사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장인어른이 사위 면접 볼 때 술을 먹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장 동료들이 주사를 보려고 술을 먹인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최동해와 자신은 이런 행사를 치르지도 않았으니 더더욱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