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4
355화
“저 때는 이런 것 안 했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건 미안. 근데…… 너하고 동해야 어떻게 될지 몰랐고, 저 녀석은 우리하고 오래 일을 할 거잖아. 그래서 미리미리 파악해 두는 거지.”
“다른 부서도 하는 거예요?”
“다른 부서에서도 하는 거면 정보가 누출될 것 아니겠어? 이건 우리 부서만 하는 극비리 신입 테스트 같은 거야. 뭐, 방법은 다르겠지만 신입 길들이기는 어디나 하는 법이지.”
“다른 부서는 뭐 하는데요?”
강진의 물음에 이상섭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다 비밀이지.”
“저는 거기 직원도 아닌데요?”
“우리 직원은 아니더라도 태광무역 단골집 사장한테 정보를 줄 수는 없지.”
“비밀 유지 확실하시네요.”
“신입들이 알면 안 되니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사람들도 이건 기업 비밀처럼 비밀 유지한다.”
강진이 감탄을 토하자 이상섭이 말했다.
“동해한테는 비밀이다.”
“동해가 태광무역에 들어올지 못 들어올지 모르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다가 잔에 소주를 따라 입에 넣었다.
“우리 누나가 다이어트 하는 것 봐서 아는데, 살 빼는 것은 정말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겠죠.”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살을 뺐는데 뭔들 못하겠냐? 살 빼면 우리 회사 들어올 수 있을 거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상섭이 작게 말했다.
“그리고 동해 정도 스펙이면 어지간해선 붙을 거야.”
“그래요?”
“너하고는 전혀 다르잖아. 4개 국어 하지, 숫자에 강하지. 살만 빼면 떨어질 일이 없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충격을 받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저 상처받았어요.”
“상처는 무슨.”
웃으며 이상섭이 소주병을 들고 일어나서는 정민에게 다가갔다.
“우리 부사수, 사수의 사랑을 받자.”
“감사합니다.”
정민이 잔을 들어 소주를 받자, 이상섭이 짠을 하고는 마셨다. 그리고 다시 잔을 채워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주사 부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주의 주고 다음부터는 우리가 컨트롤해야지.”
잔에 소주를 따른 이상섭이 한 모금 마셨다.
“잘못을 알아야 고칠 것 아니겠냐?”
“그런가요?”
“실수를 할 거면 초반에 하는 것이 가장 좋아. 중후반 되면 고치고 싶어도 못 고치니까. 그리고 우리 쪽 일이 사람들 만날 일도 많고 술 먹을 일도 많은데 술 먹고 거래처에 실수하면…… 몇 억 순식간이야.”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처 사람들과 술 마실 때 편하게 마시며 편하게 인맥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쨌든 일적으로 만난 자리다.
주사 한 번 부려서 일 틀어지면 몇 억에서 몇 십억 사업이 날아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리고 평소 조용한 사람도 주사가 더러울 수도 있으니 한 번 봐 두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먹고 내일 출근 잘 하겠어요?”
“내일 지각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
“좋아요?”
“그동안 내가 너무 잘 해주기만 했거든. 한 번쯤 실수를 해 줘야 이 사수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지.”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정민을 힐끗 보고는 이상섭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이상섭이 소주를 받을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강진은 이아름과 장현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손님 와서 저는 이만.”
몸을 일으킨 강진이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이아름과 장현희가 손님들을 보다가 한쪽에 자리했다.
“연락 기다렸는데 안 하시더라고요.”
“연락요?”
“봉사 활동요.”
이아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번 주에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봉사 활동을 못 갔습니다.”
“전화 기다렸는데.”
“기다리셨어요?”
“지금은 저도 먹고사는 일 때문에 봉사 활동 잘 못하는데, 학교 다닐 때는 선배님들하고 낙도나 달동네에 의료 봉사도 자주 갔었어요.”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이아름이 장현희를 보았다.
“현희도 봉사 활동 시간 맞으면 같이 가고 싶대요.”
“현희 씨도요?”
강진이 장현희를 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봉사 하신다면서요. 저도 명색이 요리사인데 같이 가면 도움 안 되겠어요? 그리고 저 중식 전문 요리사지만, 한식하고 제과 제빵 자격증 있어서 어지간한 요리는 다 할 줄 알아요.”
“오, 좋네요.”
그렇지 않아도 보육원에 음식 봉사를 가서 혼자 요리하는 데에 조금 버거움을 느끼는 강진이었다.
여기에서야 배용수가 주방에서 가림막 치고 음식 만드는 것을 돕지만, 거기에서는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조금씩밖에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다.
확실히 장현희가 음식 할 때 도와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제가 가는 날이 토요일하고 일요일 둘 중 하나인데 시간 되겠어요?”
“저희 가게도 일요일에는 쉬어요.”
“일요일에 쉬나요?”
한끼식당처럼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는 주말에 쉬기도 하지만, 보통 음식점은 주말 장사를 하고 평일에 쉬는 것이다.
“저희 사장님이 기독교시라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야 하거든요.”
“그렇군요.”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일요일에는 가족과.’라는 지론이 있는 분이세요. 토요일 장사가 평일 장사보다 더 잘 되지만 않으면 토요일도 문 닫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하실 분이세요.”
“좋은 분이시네요.”
“상당히 특이하기는 한데 좋은 분이세요.”
“음……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봉사를 잡아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뭘 준비하면 되나요?”
“몸만 오시면 됩니다.”
“저희 가게에서 몰래 재료 가져올 수 있는데.”
“괜찮습…… 아, 고량주나 몇 병 가져오실 수 있으면 가져오시고요.”
강진의 말에 장현희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고량주요?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하는 것 아니었나요?”
“원장님이 술을 즐기지는 않으시는데 가끔 한 잔씩 하시거든요. 고량주 가져다드리면 좋아하실 겁니다.”
“알겠어요. 제가 몰래 챙겨 갈게요.”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강진이 이아름과 장현희를 보았다.
“자,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시고…… 주문 받겠습니다, 손님.”
강진의 말에 이아름이 슬며시 옆 테이블을 보았다.
“콩나물하고 같이 먹는 저 음식 뭐예요?”
이아름의 물음에 강진이 수출대행 2팀이 먹는 음식을 보고는 말했다.
“찜통에 대패 삼겹살과 콩나물을 겹겹이 쌓아서 만든 음식입니다. 삼겹살하고 콩나물을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처음 보는 음식이에요.”
“어떤 손님께서 알려주신 레시피인데, 맛이 좋아서 저희 가게에서 미는 베스트 음식입니다.”
“그럼 저거하고 미역국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금방 해드릴게요.”
두 사람의 주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이아름의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준 강진은 수출대행 2팀의 자리에 앉았다.
수출대행 2팀을 나오기는 했지만 마음만은 같은 팀이라 생각을 했고, 팀원들 역시 그를 같은 팀처럼 생각을 하고 편하게 대했으니 말이다.
강진이 앉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음식 봉사 해?”
“들으셨어요?”
“살짝 들리더라고. 그래서 음식 봉사?”
“보육원에 음식 봉사를 하고 있어요. 근데 몇 번 안 돼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하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니까요.”
“그게 좋은 일이지.”
그러고는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상섭이는 아직 어린이 단체에 기부하나?”
“삼만 원밖에 안 내는데 기부라고 할 것 있겠어요.”
“그래도 그게 어디야.”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기부를 하세요?”
“삼만 원이라니까.”
기부라는 말에 어색한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젓는 이상섭의 모습에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대단하세요.”
“대단하기는. 그냥 술 먹고 술김에 했다가 계속 하는 거지.”
“술김에요?”
“일요일이었나? 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TV 보는데 아픈 애들 후원해 주는 방송을 하더라고. 그거 보니까 애들 불쌍하기도 하고 술김이기도 하고 그래서 전화 한 번 걸었다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야.”
“술 마시고요?”
“기부라고 해도 별것 없더라고. 전화해서 기부하겠다고 하고 계좌번호 불러주면 끝이야. 정해진 날짜에 삼만 원씩 빠져나가.”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말했다.
“그런데 좀 그렇지 않아요?”
“뭐가요?”
“전에 보니까, 기부 단체에서 기부 받은 것으로 횡령도 하고 이상한 곳에 돈 쓴다는 기사도 봤는데. 내가 낸 돈이 이상한 놈들 배 채워 줄까 걱정되잖아요.”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피식 웃었다.
“삼만 원 내는데 그 정도 걱정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내고만 있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다 그런 놈만 있겠어요? 좋은 일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건 그렇겠죠.”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놈들 때문에 기부 안 하면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 더 도움을 못 받지 않겠어요?”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레군요.”
“벌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쓰는 놈들은 돈 냄새 맡고 꼬인 벌레인 거죠.”
적의가 담겨 있는 강진의 거친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벌레라…… 그건 너무한데.”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너무해요?”
“벌레들이 무슨 죄가 있냐? 그런 놈들하고 비교하면 벌레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겠어? 나는 그냥 태어난 것밖에 죄가 없는데 왜 자신들을 그런 새끼들하고 비교하느냐고 말이야.”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네요. 벌레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쓰레기들하고 비교하면 안 되죠.”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임호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번호 하나 줘.”
“번호요?”
“말 나온 김에 나도 그 기부라는 것 좀 하지.”
“술김에 하시면 후회하실 텐데요.”
“자네도 술김에 했다며.”
“그건 그렇죠.”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찾아 불러주었다.
그것을 임호진이 받아 적을 때, 최미나가 힐끗 자신의 핸드폰을 이상섭에게 내밀었다.
“대리님도 하시게요?”
“술을 먹어서 그런지 해 보고 싶네요.”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번호를 찍어주었다. 그것을 본 다른 직원 둘도 번호를 받아 가자 강진도 슬며시 번호를 보고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 달에 삼만 원…… 이 정도쯤은 어려운 것 아니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기부 단체에서 하라는 대로 계좌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를 끝냈다.
9시가 넘어갈 때쯤 태광무역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이 시간 정도에 회식을 끝내는 편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정민의 모습이 멀쩡했다.
정민 혼자 마신 것만 해도 소주 세 병에 맥주도 한 병은 되는 것 같은데 얼굴만 달아오를 뿐 행동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지 회식을 끝낸 것이다. 태광무역 사람들이 가게를 나설 때, 정민이 마지막으로 나가며 강진에게 말했다.
“저 주말에는 장사 안 하시죠?”
“안 하기는 하는데 제가 가게에 있을 때는 합니다.”
“아…… 그럼 혹시 이번 주 토요일 점심에 식사 될까요?”
“전에 말씀하신 가족 식사요?”
“네.”
“첫 월급 받으시면 하시지?”
“부모님이 저 일하는 회사 건물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토요일에 모시고 회사 보여드리고 식사하려고요.”
정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토요일 점심에 네 분?”
“부모님하고 할아버지, 저하고 동생 이렇게 다섯입니다.”
정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재차 끄덕였다.
“그럼 토요일 점심에 다섯 분 예약 받겠습니다.”
정민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수출대행 2팀을 배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