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5
356화
강진은 수출대행 2팀을 배웅해 주고 난 뒤 가게로 돌아오자, 이아름과 장현희가 소주를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맛 괜찮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이아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아주 좋아요.”
이아름의 말에 장현희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콩나물에 고소한 돼지기름이 스며들어서 맛이 좋아요. 그리고 살짝 아삭거리는 식감도 좋고.”
“거기에 대패 삼겹살은 부드럽고 고소해.”
“맞아. 그걸 같이 집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와…… 너무 맛있다.”
두 사람이 음식 평을 하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웃었다.
“결론은 맛있다네요.”
그러고는 태광무역 사람들이 먹던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긴 강진의 눈에 할아버지 귀신이 한쪽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아름을 따라다니는 할아버지 귀신이 주방에서 돼지고기 콩나물찜에 한잔하고 있는 것이었다.
찜을 먹는 할아버지 귀신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돼지고기 콩나물찜과 소주 모두 JS 편의점 것이었다.
저녁 장사하기 전에 잠시 JS 편의점 가서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오지 못하는 귀신들이 먹을 술과 식재들을 사 왔는데, 할아버지 귀신이 온 김에 해 준 것이다.
할아버지 귀신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맛 좋죠?”
“정말 맛이 좋습니다.”
“저승 식재료로 만들어서 그래요.”
“정말…… 신기한 곳입니다.”
할아버지 귀신이 음식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계란 프라이 하나 해드릴까요?”
“반숙으로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부탁을 하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란 프라이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강진이 준 계란 프라이를 후루룹 먹은 할아버지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음식을 잘하십니다.”
“음식 장사 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사장님은 여자 친구 있으세요?”
“아직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슬며시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아름이가 참 성격이 좋은데 말입니다.”
“아름 씨요?”
“아름이도 이제 스물여섯인데 슬슬 남자도 만나고……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스물여섯이면 아직 젊으신데요. 앞으로 만나시겠죠.”
“혹시 제 손녀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은?”
“에이! 그런 것 아니에요.”
“한 번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름이가…… 가족이 없는 것 빼면 어디 가서 빠지는 신붓감이 아니에요.”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가족이 없다니요. 저기 저렇게 자매가 있는데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홀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이에게 현희는 친자매와 같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주저주저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까지 보듬어 주는 좋은 분 만나실 겁니다.”
“그래야 할 텐데.”
이아름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남자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은 결혼이나 연애를 꼭 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하고 싶으면 하거나, 좋은 사람 만나면 그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 생각은 다르시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짓을 주자, 그가 웃으며 할아버지 앞에 앉았다.
“저하고 반주나 하시죠.”
“그럽시다.”
두 귀신이 싱크대에 기대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홀을 보았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황민성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강진이 홀로 나오자 황민성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오셨어요?”
“형 라면 하나 주라.”
“라면만요?”
“가볍게 소주 한 잔만 먹고 갈 거야.”
“그러세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라면 물을 올리고는 거기에 김칫국물을 넣은 뒤 매운 고추도 썰어 넣었다.
잠시 후 라면이 다 끓자, 면발을 건져내고는 국물을 휘저은 뒤 계란을 하나 탁 깨서 넣었다.
휘리릭!
회오리치는 국물 사이에서 계란이 동그랗게 감싸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슬쩍슬쩍 국물을 휘저어 회오리를 유지했다.
계란이 하얗게 익어가자 강진이 국물을 면 위에 부었다.
그리고 면발 위에 계란을 살며시 올렸다.
겉은 잘 익고 속은 촉촉한 반숙 계란을 살짝 째면 안에서 황금색 노른자가 퍼져 면과 함께 섞이며 맛있어질 것이다.
딱 황민성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계란이었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라면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홀에서는 황민성이 어느새 소주를 한 병 가져다가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반찬이라도 좀 가져다 드시죠.”
“됐어. 용수는?”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슬쩍 그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이미 옆에 앉아 있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의 옆자리를 보고는 웃으며 소주잔을 그 옆으로 밀었다.
그에 배용수가 그것을 받아 마시자 강진이 말했다.
“한 잔 마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소주를 마저 마시고는 라면을 후루룩! 먹었다.
“크윽! 좋다.”
“맛있게 드세요.”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눈치 빠르네.”
황민성이 자주 오기는 했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산 후에는 분식을 잘 먹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분식을 먹으러 오는 건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였는데, 지금은 자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이 라면을 부탁하는 것에 무슨 일이 있다 생각을 한 강진이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입양 반대하시네.”
“어머니가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입양한다고 하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아직 젊은데 왜 입양하냐고 반대하시더라.”
“아…… 하긴 두 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시죠.”
“그렇기는 한데…… 소희 아가씨가 나한테 해 준 말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분도 아니고 소희 아가씨가 해 준 말이잖아.”
황민성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자신이나 김이슬 둘 다 아직 젊고 건강하니 임신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김소희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려서 입양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귀신이 한 말이다. 거기에 강진이 해 준 말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귀신 중에서는 최고로 센 귀신 중 한 명이기도 했고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힐끗 천장을 보았다.
“소희 아가씨 지금 2층에 계신데.”
“2층에?”
“2층에서 드라마 보고 계세요.”
“드라마?”
“옛날 생각이 나시는지 임진왜란 관련 드라마 보고 싶다고 하셔서 틀어드리고 있어요.”
“임진왜란 때 의병이셨다고 하셨지?”
“그래서 보통 처녀 귀신이 아니라 무신이기도 하시대요.”
“무신이라…… 대단하신 분이네.”
“대단하시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음…… 이따 손님들 가시면 이야기 좀 해 보시겠어요?”
이야기라는 말에 황민성이 천장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소희 아가씨 좋아하는 것 뭐 있니?”
“좋아하는 거요?”
“뭐라도 선물을 드려야 환심도 사고 그러지 않겠어? 원래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쪽 바닥도 여기와 비슷하지?”
귀신 세계와 이승을 비교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선물을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선물이라…….”
황민성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다.
“글 쓰는 것 좋아하시니 벼루하고 먹, 그리고 붓과 종이 좋은 것으로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문방사우?”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내 그것을 적었다.
“또?”
“옛날 노리개 있잖아요.”
“사극에서 여자들이 앞에 걸고 다니는 거?”
“그것도 좋아하시던데요.”
“노리개라…….”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것도 적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정도면 됐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장 사장님, 혹시 좋은 문방사우 있습니까? 그래요? 그럼 죄송한데 퀵으로 배송 좀 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귀한 분에게 선물 드리는 것이니 최고급으로 잘 해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여자들이 사용하는 노리개 있습니까? 아, 그럼 그것도 색 예쁜 거로…… 아! 조선 시대 양반 규수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주소는…….”
그렇게 전화를 끊은 황민성이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제가 말을 하는 주소로 내일 TV 한 대하고 그…… 서라운드라고 하나요? 집에서 TV 볼 때 사운드 좋게 해 주는 거? 그렇죠. 그거하고 해서 제가 말해주는 주소로 내일 설치 좀 시켜주세요. 가격대는 최고급으로 해 주면 됩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TV요?”
“드라마 보시는 것 좋아하신다면서?”
“그건 그렇지만…… 이미 있는데.”
“저만한 것 아냐?”
황민성이 홀에 있는 TV를 가리키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죠.”
“이번에 바꿔 봐. 그리고 이따 내가 선물 드릴 때 TV 이야기도 살짝 해 주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문방사우는 지금 배달시키신 거예요?”
“퀵이니까 삼십 분이면 올 거야.”
“시간 늦었는데 내일 보내시지.”
“지금이 거기 영업시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퀵 기사님들도 돈 받고 하시는 거니까.”
“그럼 TV는 배송 시간이 지나서 내일이군요.”
“내가 배송해 주라고 하면 오겠지만…… 쉬는 분들 강제로 일 시킬 수는 없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일리 있는 이유였다.
“좋아하실까?”
“말은 좀 차갑게 하셔도 좋아하실 겁니다.”
황민성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아름과 장현희가 몸을 일으켰다.
“사장님, 그럼 일요일 시간 비워 놓을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요일에 저희 가게로 일곱 시쯤에 와 주세요.”
“알겠어요.”
“잘 먹고 가요.”
이아름과 장현희에게 돈을 받은 강진이 아크릴 통에 넣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두 여자가 가게를 나가자, 할아버지 귀신이 급히 그 뒤를 따라 나가며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그리고 아름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 손녀라서가 아니라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입니다.”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내가 너무 외로워 보이나?’
자신을 아는 사람들도 종종 소개해 주려고 하던데, 이제는 귀신도 소개팅을 주선해 주려고 하니 말이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이만…….”
웃으며 할아버지 귀신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가게 문을 잠그고는 황민성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귀신?”
“방금 나가신 분 수호령이세요.”
“수호령?”
수호령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문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