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1
362화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부대찌개라 해야 할 음식을 들고 강진은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테이블에 음식을 놓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불편하게 해 드린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가게 모토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드리는 건데, 당연히 드시고 싶은 스타일로 음식 드려야죠.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부대찌개를 보다가 의아한 듯 말했다.
“수제비를 넣으셨네요?”
“예전에는 부대찌개에 수제비를 넣어 먹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넣어 봤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시면 바꿔 드릴까요?”
“아닙니다. 수제비 좋아합니다.”
웃으며 할아버지가 부대찌개를 보다가 말했다.
“옛날에 부산 피난민들이 먹던 꿀꿀이죽이라고 있는데, 거기에도 수제비를 넣어서 먹었지요.”
“그 이야기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요?”
“미군에서 밀가루 배식을 해서 수제비와 칼국수로 음식을 많이 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대찌개에 라면을 넣어서 먹나 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할아버지가 강진을 보았다.
“음식 장사를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음식 이야기를 많이 아시는군요.”
“저도 여기저기서 들은 것뿐입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고개를 숙이고 주방으로 들어온 강진은 정복남이 부대찌개를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제비 좋아하시네요.”
그가 자신의 동생이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수제비를 넣어 준 것이다.
“동생이 밀가루를…….”
말을 할 때, 띠링 하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가게 문은 흔들리기만 했을 뿐, 열리지는 않았다.
그에 강진이 주방을 나와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황태수와 황미소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왔어?”
강진이 반갑게 웃으며 말을 걸자, 황태수가 머리를 긁었다.
“오늘 영업 안 하시는데 죄송합니다.”
“괜찮아. 들어와.”
강진이 문을 열자 황태수가 머뭇거리다가 황미소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아주머니 귀신이 따라 들어오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에 강진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와! 맛있는 냄새.”
음식 냄새를 맡은 황미소가 환하게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을 정민 가족이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식사를 이어나갔다.
자기들처럼 손님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강진이 의자를 빼 황미소를 앉히고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근데 전화하고 오지 그랬어. 왔다가 형 쉬어서 없으면 어쩌려고?”
“전화드리면 가게 여실까 봐…….”
민폐 끼치기는 싫으니 와 보고 없으면 다시 가려고 한 모양이었다.
“노원에서 여기까지 왔다가 형 없으면 다시 돌아가려고 했어?”
“네.”
“뭘 그렇게 해. 그리고 형이 가게에 없는데 설마 너희 온다고 가게로 와서 문 열겠어?”
“죄송해서…….”
“그런 생각 하지 마. 다음부터는 꼭 전화하고 와. 너희 왔다가 그냥 가면 형이 얼마나 미안하겠어.”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전화드리고 올게요.”
“그럼 오늘은 뭐 먹을래?”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동생을 보았다. 황미소는 멍하니 정민 가족이 먹는 음식을 보고 있었다.
얇게 썬 소시지를 집어 먹는 정민을 보며 황미소가 군침을 삼켰다.
꿀꺽!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이 적당히 알아서 맛있게 해 줄게.”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황태수를 보던 강진이 문득 그가 들고 있는 봉지를 보았다.
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봉지 손잡이를 잡고 있는 황태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형 먹으라고 또 컵라면 가져온 거야?”
“전에 라면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황태수가 슬며시 봉지를 내밀자 강진이 그 안을 보았다.
안에는 빵과 주스가 들어 있었다. 강진이 슬쩍 황태수 뒤에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태수가 사장님 드린다고 편의점에서 샀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빵인데 맛있겠다. 고마워.”
강진이 좋아하는 빵이라고 말하자 황태수가 환하게 웃었다.
“저도 그 빵 좋아해요.”
“그래. 고맙다.”
강진이 웃으며 봉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아주머니 귀신에게 눈짓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태수 온 모양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았다. 배용수는 이미 손을 움직여 잡채를 데우고 고등어를 굽고 있었다.
“주문도 안 받고 음식부터 해?”
“애들 이거 싫어한대?”
“좋아하겠지.”
“그럼 됐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배용수는 주문받을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주고 싶은 것이다.
강진의 웃음에 배용수가 힐끗 그를 보았다.
“그래서 주문은?”
“주인 추천 메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주인 추천 메뉴는 뭐야?”
“미소가 부대찌개 소시지 먹고 싶어 하더라.”
“하긴 애들은 소시지를 좋아하지. 그럼 소시지 많이 넣고 끓인 특제 부대찌개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은 정복남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자신도 귀신이지만 북한 군복을 입은 귀신은 처음 보니 말이다.
그런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태수, 저녁 굶고 이거 사 온 건가요?”
“저녁은 집에서 미소하고 먹었어요.”
“그럼 굶고 사 오는 것은 아니네요?”
강진이 다행이라는 듯 하는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 성의니 받아 주세요.”
“그래야죠. 제가 받아야 태수도 마음이 좀 편할 테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정복남을 보았다.
“괜찮으시면 식사 같이 하셔도 될까요?”
“저도 얻어먹는 처지인데요, 뭐.”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저도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이건 전에 드셨던 것보다 더 맛이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다가 그것이 그대로 입에 들어오는 것에 환하게 웃었다.
“너무 맛이 좋아요.”
“소주도 드세요. 소주 맛 정말 오랜만이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음식 먹었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재차 환하게 웃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육수를 꺼내 불에 올리자, 배용수가 햄을 빠르게 썰기 시작했다.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햄은 굵은 것보다 조금 얇게 써는 것이 더 맛이 좋다.
‘양념이 더 잘 배여서 그런가?’
강진이 문득 햄의 두께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접시를 내밀었다.
“잡채부터 좀 가져다줘라. 애들 배고프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잡채를 애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잡채 먹자.”
“와! 잡채다.”
“고기만 골라 먹지 말고 야채하고 같이 먹어야 해.”
“난 야채도 잘 먹어요.”
“그래?”
“그럼요. 그리고 잡채는 골라 먹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크게 먹어야 맛있는 거예요.”
황미소가 젓가락으로 잡채를 크게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양 볼이 튀어나올 만큼 잡채를 입에 넣은 황미소가 맛있다는 듯 미소를 짓자 강진이 웃었다.
“미소가 내가 아는 형보다 낫네.”
“누구요?”
“있어. 잡채에서 고기만 골라 먹는 편식하는 형.”
아들이 고기를 좋아한다고, 잡채에서 고기만 덜어 담아 주던 어머니가 생각이 난 강진이었다.
그리고 그 편식하는 아들을 떠올리며 웃은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이 열렸다.
띠링!
고개를 돌린 강진은 한 남자가 들어오는 것에 웃었다.
“호랑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보았다.
“호랑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잖아요.”
“내 이야기 하고 있었어? 무슨 이야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은. 지나가다가 불 켜져 있길래 밥이나 먹고 가려고 들어왔지.”
“주말 영업 안 하시는 것 알면서.”
“그럼 나가?”
“농담이에요. 앉으세요.”
황민성도 황태수처럼 따로 연락하지 않고 온 것이다. 가게 닫혀 있으면 다른 곳에서 먹고 열려 있으면 여기서 먹으려고 말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강진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것은 같았다.
황민성이 자리를 하자, 강진이 말했다.
“형 좋아하는 잡채 했는데 그거 드릴까요?”
“오! 잡채 맛있겠다.”
“고기만 건져 드시면 안 돼요.”
“내가 애냐?”
황민성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서 잡채를 덜어 왔다.
‘하는 김에 좀 많이 하기를 잘 했네.’
정민 가족 먹을 만큼만 했으면 모자를 뻔했다는 생각을 하며 잡채와 반찬들을 담은 강진이 황민성에게 서빙을 해 주었다.
“그리고 부대찌개하고 고등어 드릴게요.”
“맛있겠네.”
황민성이 잡채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기다리세요.”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이미 새 냄비에 부대찌개를 끓이고 고등어를 한 마리 더 굽고 있었다.
“애들 음식 나왔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등어를 보았다. 고등어는 바삭하고 윤기가 흐르게 잘 익어 있었다.
꿀꺽!
“맛있어 보이지?”
“맛있어 보인다. 여기에 맥주 한 잔 먹었으면 좋겠다.”
“손님들 가고 나면 한잔하든가.”
“그래야겠다.”
촉촉하게 잘 구워진 고등어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접시에 고등어와 부대찌개를 담아 홀로 가지고 나왔다.
“음식 나왔다.”
강진이 음식을 테이블에 놓자 황태수가 그릇을 받아 내려놓았다.
“뜨거워. 형이 할게.”
강진이 부대찌개도 조심히 놓고는 앞그릇을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았다.
“뜨거우니 태수가 잘 덜어서 미소 줘.”
“알겠습니다.”
황태수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잡채를 어느새 깨끗이 먹은 상태였다.
“잡채 더 드릴까요?”
“부대찌개 나오면 그거 먹어야지.”
“금방 될 거예요.”
“너 밥은 먹었어?”
“아직요.”
“그럼 같이 먹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민 가족을 보았다. 식사는 얼추 마무리된 것 같고, 할아버님이 기분이 좋은 듯 부대찌개에서 수제비를 건져 먹으며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더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더 주시면 저희 가족 배 터지겠습니다.”
아버님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저 아이들 둘이 온 것 같던데?”
“부모님이 일을 다니셔서 둘이 밥 먹으러 왔습니다.”
“아…… 집이 가까운가 보군요.”
아버님의 말에 강진이 힐끗 황태수를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집이 노원이에요.”
“노원?”
노원이라는 말에 할아버지도 놀란 듯 아이를 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노원에서 여기까지 애들 둘이?”
“네.”
“그러다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큰 애가 똑똑하고 당차서 길은 안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안쓰러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인데.”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황태수가 똑똑하고 당차다고 해도…… 저만한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
할아버지가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막걸리를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을 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황민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