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8

449화

스윽! 스윽!

강진의 손길을 따라 미나리가 양념에 버물려지고 있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나는 미나리를 한 가닥 집어 먹어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미나리 무침을 그릇에 담아서는 홀로 나왔다.

“아가씨, 미나리 무침 맛이 좋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향이 좋군.”

“드셔 보시면 맛도 좋을 겁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미나리 무침을 내려놓았다. 그에 김소희가 젓가락으로 미나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참 단아하셔.’

음식을 집어 먹을 때의 김소희의 모습은 단아했다. 젓가락으로 미나리를 집고, 한 손으로는 소매를 잡고 있는 김소희는 사극에서나 볼 법한 양반집 규수 같았다.

‘하긴, 진짜 양반집 규수기는 하시지.’

강진이 김소희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볼 때, 미나리를 먹은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군.”

“감사합니다.”

작게 고개를 숙인 강진은 차달자의 옆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김밥과 미나리 무침, 그리고 육개장이 놓여 있었다.

김밥은 김소희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이고, 육개장은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한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식사를 하며 소주를 마실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띠링!

고개를 든 강진은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가볍게 손을 든 황민성이 차달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황민성의 인사에 미소를 지으며 차달자가 일어났다. 그러고는 김소희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소희 아가씨 와 계세요.”

차달자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텅 빈 자리에 젓가락과 술잔이 놓여 있는 것을 본 황민성이 옷을 가다듬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황민성이 예를 갖추어 인사하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도와준 것 고맙네.”

김소희의 말을 강진이 전달해주려 할 때, 황민성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목소리가?”

“응?”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자신의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볐다.

“방금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아가씨 목소리를요?”

강진이 의아한 듯 김소희를 보았지만, 그녀는 말없이 젓가락으로 김밥을 들어 입에 넣을 뿐이었다.

“사람한테 말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은 못 하던데?”

강진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김소희는 황민성을 보며 말했다.

“이리 와 앉게.”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민성이 자리를 보았다.

김소희의 맞은편에는 이미 차달자와 강진이 앉아 있어 남은 자리는 그녀의 옆자리뿐이었다.

감히 김소희의 옆에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한 황민성이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으려 할 때, 김소희가 말했다.

“옆에 앉게.”

“옆에요?”

“불편하지 않다면 앉게.”

“알겠습니다.”

황민성이 김소희의 옆에 자리를 하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이지선 씨 외에는 옆에 아무도 앉히지 않으셨는데.’

김소희는 늘 혼자 앉아서 술을 마셨다. 처녀귀신들과 같이 있을 때도 감히 그녀의 옆자리엔 아무도 앉지 못했다.

그러다가 강진이 편하게 지내라는 말을 하고 나서부터는 처녀귀신들과 같이 합석을 했다.

하지만 그런 처녀귀신들도 감히 그녀의 옆에는 앉지 못했다.

처녀귀신 No. 2라 할 수 있는 이지선 정도만이 자리가 없으면 김소희의 옆에 앉았을 뿐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자네도 사정이 된다면 학생 하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인지요?”

황민성이 슬쩍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김소희가 말을 한 유도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 아버님을 제가 아는 병원으로 이송을 하겠습니다.”

학생이 운동을 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픈 아버지를 낫게 돕는 것이 가장 중한 일일 것이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이는 얼마 못 살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조선 제일 처녀귀신이자 무신인 김소희가 이렇게 말을 하니…… 정말 내일모레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습니까?”

“지금 그이는 몸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명줄을 잡고 있는 것이네. 두준이가 잘 사는 것을 보면 편히 떠날 것이네.”

“그럼…… 저희가 돕는 것이 그 학생에게는 아버지를 뺏는 것이 아닌지요.”

“갈 사람은 가야 하는 법일세.”

김소희는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입을 열었다.

“만남은 길면 좋고, 이별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네.”

김소희가 작게 읊조리자 황민성이 재차 입맛을 다시며 강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 한 모금 마셨다.

꿀꺽!

황민성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던 김소희가 물었다.

“자네 생각은 다른가?”

김소희가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며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 말씀이 옳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별은 최대한 미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눈 뜨지 못하는 아버지라도 그 학생에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입니다.”

편찮은 어머니를 둔 황민성으로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옥난 덕에 치매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기력이 많이 떨어져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은 없기에 더더욱 그랬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마음 편히 해 드리게.”

“그러려고 하고 있습니다.”

황민성의 답을 들으며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아이 아버지가 가는 곳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네. 편히 보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을 보며 김소희가 말했다.

“재능이 넘치는 아이이니 잘 도와주게.”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식을 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던 중이라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다.

그에 황민성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조금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실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소희 아가씨께서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황민성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하고는 있지만, 황민성은 그녀를 볼 수 없으니 말이다.

강진의 설명에 김소희가 그를 한 번 보고는 김밥을 집어 먹었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웃고는 황민성에게 말했다.

“김밥 좀 드셔 보세요.”

황민성이 김밥을 하나 집어 먹고는 말했다.

“그런데 나한테 왜 미리 이야기 안 했어?”

김소희가 눈여겨보는 아이를 돕는 일이니 자신이 미리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원래 제 생각에는 강상식 씨 그룹에 운동 계열 팀들이 있으니 그쪽으로 좀 알아봐 주려고 했어요.”

“강상식?”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됐어. 이건 형이 도와줄게.”

“막 대놓고 도와주는 것보다는 은근히 도와줬으면 하는데…….”

“형이 생각이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나저나 뉴스에 그 불화수소인가 대체 성공했다고 나오던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강상식이 의외로 추진력 있어.”

“그래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잔을 쓰다듬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좋은데…… 강상식은 의외야.”

“좋다는 의미?”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 있는 사람한테 아부하고 인맥이나 쌓을 줄 아는 사람인 거 같았는데…… 의외로 추진력이 있고 회사 내 자기 라인을 잘 만들어 놨더라고.”

“라인?”

“그룹 내 라인까지는 아니고 오성화학 쪽 라인이기는 한데…… 일하면서 직원들 몇 봤는데 능력 있는 직원들을 옆에 두고 있더군.”

황민성의 말에 강진도 의외라는 듯 그를 보았다.

“사람이 따를 만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던데?”

처음 봤을 때 자신의 복장을 보고 무시를 했던 강상식이었다.

보통 그런 사람은 인덕이 없다. 외면만 보고 무시를 하는 사람에게 인덕이 있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좀 알아봤는데, 자기가 부족한 것을 알아서인지 능력 있는 사람들을 기용할 줄 알더라고.”

“그래요?”

“그리고 자기 라인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잘 해 줘. 들어 보니 라인에 속한 사람들 경조사 잘 챙기고 어려운 일 있으면 도와주는 모양이야.”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작은 것에 감동받기 마련이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그녀를 보았다. 둘의 시선에 김소희가 작게 입을 열었다.

“오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문 쪽을 보았다. 그리고…….

띠링!

문이 열리며 학생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들이 서 있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어요?”

“초대해 주셔서 오기는 왔는데…… 저희 때문에 영업을 안 하시는 겁니까?”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입구에 있는 아크릴 판에는 ‘금일 저녁 영업은 예약이 있어 다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원래 저희 가게는 일요일에는 영업을 쉬어요.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장두준이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두 사람만 왔어요?”

장두준과 함께 온 이는 괴롭히던 애 이빨을 날렸다는 학생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일이 있어서 저희 둘만 왔습니다.”

“잘 왔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장두준의 뒤에 있는 수호령 둘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그리고…….”

강진이 황민성을 보자, 그가 일어나 다가왔다.

“아까 통화로 학생 도와주신 분입니다.”

강진의 소개에 장두준과 친구가 급히 일어났다.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둘이 인사를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 황민성이라고 해요.”

“장두준입니다.”

“최영만입니다.”

두 학생과 악수를 한 황민성이 자리를 가리켰다.

“앉아요.”

둘이 자리에 앉자 황민성이 앉으며 말했다.

“유도 선수라고요?”

황민성이 장두준을 보았다. 체격과 얼굴만 봐도 이 친구가 유도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

“네.”

“운동선수들한테는 여러 유혹이 있죠. 특히 그쪽 바닥에서 운동선수를 좋아해요. 주먹 강하고 의리 있고 위아래 확실하고.”

그쪽 바닥이 뭘 말하는지 아는 장두준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장두준을 보며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통화한 것 들었어요?”

“네.”

“그럼 내 전직이 그쪽인 것도 알겠네요?”

장두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나도 어릴 때 그쪽에 있었는데 그쪽 안 들어간 것 잘 선택한 겁니다.”

“감사합니다.”

장두준의 답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운동하기 어때요?”

“힘들지만 재밌습니다.”

장두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내가 작은 사업을 하나 합니다.”

“사업요?”

“괜찮으면 내가 학생을 후원했으면 하는데.”

“후원?”

장두준이 놀란 눈으로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운동 용품과 생활비, 그리고 장학금을 지원하고 싶은데 어때요?”

황민성의 말에 최영만이 장두준을 보았다.

“두준아.”

최영만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장두준이 놀란 눈으로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저에 대해서 모르시는데 왜 그렇게까지…….”

말을 한 장두준이 황민성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두 사람 다 왜 자신에게 잘 해 주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장두준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내가 어렸을 때 지금의 나처럼 손을 내밀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황민성의 말에 장두준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후원이라고 하면 자신도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장두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운동만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커서 두준 학생도 도움이 필요한 후배나 아이들을 보면 도와주세요. 나는 그거면 됩니다.”

황민성의 대답에 장두준은 얼떨떨했다. 지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