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7
448화
화아악!
김소희가 노려보자, 손을 휘두르려던 조폭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창백해졌다는 게 좀 더 정확했다.
‘으…….’
마치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린 것처럼 조폭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쩍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폭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차갑고 무섭게 느껴진 강진이 속으로 침을 삼켰다.
꿀꺽!
갑자기 한겨울이 된 것처럼 한기가 느껴져 강진이 살짝 몸을 떨 때, 장두준이 입을 열었다.
“선배, 저는 유도를 할 겁니다.”
장두준의 말에 김소희가 흐뭇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몸이 풀린 조폭이 슬며시 손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굳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자신이 순간적으로 굳은 것이 강진의 시선 때문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무슨 위압감이…….’
잠시 머뭇거리던 조폭이 입을 열었다.
“혹시…….”
뭔가 말을 할 듯 머뭇거리던 조폭은 고개를 저었다. 말을 걸면 괜히 자신이 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서였다.
그는 장두준을 힐끗 보았다.
“또 보자.”
그러고는 몸을 돌릴 때, 강진이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그러자 조폭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살짝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이 학생 또 보러 올 거죠?”
“그쪽이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조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디 조직입니까?”
조폭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강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형님이 계신데 이쪽에 발이 넓으십니다.”
“그쪽 아는 형님이 누군데?”
조폭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이름까지 아실 필요는 없고…….”
그러고는 강진이 전화를 걸었다.
‘역시 이 바닥은 형님이 잘 아시겠지.’
이쪽 바닥에서 은퇴한 지 꽤 됐다고 했지만, 전에 보니 아직도 이쪽에 인맥이 있는 것 같고 말이다.
반갑게 전화를 받는 황민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피커 모드를 켠 강진이 조폭 앞에 핸드폰을 두고는 말했다.
“형, 저 용산 쪽인데요.”
[용산?]“혹시 이쪽에 아는 조폭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왜 그런 걸 물어? 혹시 시비 붙었어?]“제가 무슨 시비 걸고 다니는 사람인가요?”
말을 하며 강진이 조폭을 보았다.
“소희 아가씨께서 시키신 일이 있어서 여기 왔는데…… 유도하는 학생을 조폭이 자기 쪽으로 취직시키려고 해서요. 제가 어떻게 그걸 보고만 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조폭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폭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지금 스피커 모드라 그 조폭도 옆에서 듣고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물었다.
[옆에 있는 분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지고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조폭이 황민성의 이름을 물었다. 그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깡 좀 있네요.]“그쪽은 누굽니까?”
[흠…… 용산 쪽이면 두호가 있었는데?]두호라는 이름에 조폭이 놀란 눈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혹시…… 두호 형님을 아십니까?”
[아! 두호가 아직도 현역에 있어요?]“네.”
[두호도 나이가 있는데…… 이제 적당히 가게 하나 차려서 은퇴를 하지.]친한 동생을 부르는 것처럼 자신이 모시는 형님의 이름을 함부로 내뱉는 황민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폭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두호한테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유도한다는 학생 건들지 마십시오.]“네? 그쪽이 누구신데…….”
[예전에 두호가 나한테 형님이라고 했지요.]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고등학생 영입하는 것 보면 그쪽 발 담근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몇 살이에요? 스물? 스물하나?]“스물입니다.”
[나이 어리니까 이쪽이 멋져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작게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린 뒤 이야기는 이어졌다.
[나도 그 나이 때 남이 하는 말 귀에 안 들어왔는데, 얼굴 한 번 안 본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겠네요. 부모님한테 전화나 자주 해요. 나중에 후회합니다.]“네?”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 돼요? 두호한테 말하려면 그쪽 이름을 알아야 할 텐데?]황민성의 말에 조폭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학수입니다.”
이학수의 이름을 들은 황민성이 말했다.
[강진아.]“네, 형.”
[그 유도한다는 학생한테 앞으로 이런 일 안 생길 거라고 해.]“알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런데 소희 아가씨가 무슨 심부름을 시킨 거야?]“누구 좀 도와주라고요.”
[누구?]“저녁에 오세요. 이야기해 드릴게요.”
[저녁에? 그래. 알았다.]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이학수를 보았다.
“이제 된 것 같네요. 가세요.”
강진의 말에 이학수는 당황과 의문이 어린 눈으로 핸드폰을 보다가 장두준을 보았다.
그러곤 강진 쪽으로 작게 턱짓하며 이 사람이 누구냐고 말없이 물었다. 그에 장두준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자신도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다.
그때 이학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핸드폰을 본 이학수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형님.”
[너 이 새끼, 밖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네?”
[이 새끼 빨리 들어와!]“형님, 저…….”
[그리고 그 유도한다는 애 다시는 신경 쓰지 마! 알았어?!]“아니, 저기 형님…….”
[빨리 와!]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기자 잠시 당황스러운 눈으로 핸드폰을 보던 이학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말했다.
“안 가요? 그쪽 형님이 급하게 찾는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이학수가 그를 보다가 장두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잠시 장두준을 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 이쪽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 네가 마음에 들어서야. 그리고 네 사정에 운동보다는 이쪽이 돈 벌기도 더 쉽고.”
장두준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런 장두준을 보며 이학수가 재차 고개를 저었다.
방금 한 말은 진심이었다. 주먹도 강하고 의리도 좋은 놈이라 이학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장두준을 눈여겨봤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일진 클럽, 몬스터에도 장두준을 끌어들이려 했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금메달 따라.”
“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쪽으로는 오지 말고.”
그러고는 이학수가 같이 온 부하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이학수가 멀어지자 장두준이 강진을 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두준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학수를 보았다.
“저 조폭 놈이 학생을 어지간히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입니다.”
강진의 말에 장두준이 입맛을 다시며 이학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형인데…….”
장두준의 말에 옆에 있던 친구가 눈을 찡그렸다.
“좋은 형이 너를 그렇게 두들겨 패냐?”
“그래도 1학년 때 도움 많이 준 형이야.”
“도움 두 번 받았다가는 병신 되겠다. 앞으로 학수 선배하고는 연락도 하지 마.”
친구의 말에 장두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하고는 갈 길이 다르니 다시 볼 일이 없을 거야.”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유도해요?”
“네? 네.”
“저 조폭이 금메달 따라고 한 것 보면 실력이 대단한 모양이에요?”
“잘합니다.”
자신감 넘치는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바빠요?”
“저녁요?”
“사실 학생 도와준 건 내가 아닌 것 알죠?”
강진이 핸드폰을 들어 보이자, 장두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금 통화한 형이 오늘 저녁에 우리 가게 올 건데 감사 인사 직접 하는 것이 어때요?”
“가게요?”
“제가 식당을 하거든요. 미래의 금메달리스트를 위해 제가 음식 하나 해 드릴게요. 친구들도 같이 올 수 있으면 오고.”
강진의 말에 오미진이 급히 말했다.
“두준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아르바이트 가야 하는데…….”
오미진의 말에 강진이 약속을 바꾸려 할 때, 장두준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되나요?”
“혹시 할 일 있으면 다음에 와도 되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장두준의 말에 오미진이 그의 아르바이트 걱정을 할 때, 장명준이 웃었다.
“두준이는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갚는 애입니다. 감사 인사를 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생각이 있겠죠.”
장명준의 말에 오미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장두준을 보았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한 여섯 시쯤 오세요.”
“정말 친구들하고 같이 가도 되나요?”
“같이 오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친구들을 보았다.
“친구들이 의리가 있어요.”
강진의 말에 친구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어렸다. 처음에는 빠졌지만, 그래도 친구 구하겠다고 무서운 선배에게 대들은 것이니 말이다.
장두준이 강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럼 이따가 봐요. 내가 맛있는 것 해 줄게요.”
강진의 말에 장두준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근데…… 혹시 저를 아세요?”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슬쩍 웃었다.
“오늘 처음 봅니다. 그런데…… 앞으로 자주 보고 친해지고 싶네요.”
강진의 말에 장두준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고 별다른 인연도 없는 사람이 너무 친하게 구는 것이다.
장두준이 슬쩍 경계하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제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니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강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장두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봐요.”
그러고는 강진이 슬쩍 장명준과 오미진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김소희도 장명준과 오미진을 스윽 보고는 강진의 뒤를 따랐다.
조용히 뒤를 따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그냥 가도 되는 건가?”
“인연은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따 저녁에 저희 가게 온다고 했잖아요.”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애 스타일 보니 온다고 한 이상 올 것 같으니, 저희 가게 오면 이야기 좀 더 해 보려고요.”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런데 아까 건달이 무섭지 않았나?”
“건달요?”
“그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조폭이라고 해도 스무 살밖에 안 되는 애한테 겁먹을 정도로 화초처럼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강진은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곤 말했다.
“그리고 저도 주먹 세요.”
“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내 한마디 하자면…….”
김소희가 강진을 위아래로 보고는 말했다.
“자네와 그 건달이 싸웠다면…… 자네가 참 많이 맞았을 것이네.”
“제가 싸움을 좀…….”
“많이 맞았을 것이야.”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입니까?”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강진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길 줄 알았는데…… 싸움 안 나서 다행이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말했다.
“그리고…… 도와줘서 고맙네.”
강진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아가씨께서 하신 부탁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네.”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왜란 때 도운 백성 중에 저희 조상님이 계실 수도 있는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하는 부탁인데 그걸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김소희의 부탁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성질인 것이다.
물론 그러한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강진은 그녀가 처음으로 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