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46
447화
강진에게 고개를 숙인 어머니 귀신이 입을 열었다.
“이분이 우리 두준이 도와주실 저승식당 분이신가요?”
김소희가 이미 말을 해 놨는지 어머니 귀신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어머니 귀신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야기를 했던 이강진일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어머니 귀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승식당 영업하고 있는 이강진입니다.”
“아가씨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오미진이에요.”
귀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혈색이 하나도 없는 오미진은 많이 마른 모습이었다.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지.’
병상에서 고생을 많이 한 듯한 오미진을 보는 강진에게 이번엔 장두준의 형이 고개를 숙였다.
“두준이 형 장명준입니다.”
장명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장명준은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유 배달 중에 사고라.’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두준이가 유도를 잘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준이가 유도를 잘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를요?”
보통 어릴 때는 유도를 잘 하지 않는다. 유도하면 키 안 큰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릴 땐 보통 태권도를 하지 않나 싶을 때, 장명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께서 유도 2단이셨습니다. 그분 꿈이 저희하고 같이 유도하면서 땀 흘리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하고 두준이 모두 어릴 때부터 유도를 했습니다.”
“아버님 꿈이 좋네요.”
자식과 같은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 아마도 아들이 있는 아버지라면 한 번쯤 꿈꿔 봤을 일이었다.
강진의 말에 장명준이 쓰게 웃었다.
“아버지 건강하셨을 때는 온몸이 돌덩어리처럼 단단하고 체구도 좋으셨습니다. 지금은…….”
말끝을 늘이는 장명준을 볼 때, 그와 오미진의 몸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옆으로, 뒤로 흘러갔다.
장두준과의 거리가 멀어지자 저절로 그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수호령이 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말을 걸었다.
“그럼 형이 보기에 동생 유도 실력은 어때요?”
강진의 물음에 장명준이 웃었다.
“실력이 아주 좋지요.”
“형 입장에서요? 아니면 유도를 한 사람 입장에서요?”
“둘 다입니다.”
장명준이 웃으며 앞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장두준을 보았다.
“저 녀석하고 세 살 차이 나는데 중학생일 때 제가 이겨 본 적이 없습니다.”
“중학생이면 체구가 작았을 텐데…….”
“실력이 비슷하면 체구가 큰 쪽이 유리하지만, 실력이 아주 좋으면 체격 정도는 씹어 먹죠. 그리고 힘이 아주 좋고 몸이 아주 유연해요. 유도하기에 딱 좋은 몸이죠.”
미소를 짓는 장명준을 보며 강진이 계단을 내려갔다.
“대회에서 상도 탔나요?”
강진의 말에 장명준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초등학교 대회에는 나가서 상을 좀 탔습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대회를 나가지 않습니다.”
장명준의 말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유도 선수라고 했는데?’
선수면 대회를 나가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강진의 시선에 김소희가 말했다.
“두준이가 다시 유도를 시작한 건 작년이었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 사정이 있으니 유도를 그만뒀던 모양이었다.
“그럼 그 담임 선생님이 두준이 유도를 다시 시킨 건가요?”
강진의 말에 오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한 분이세요. 작년에 마음 못 잡고 돈 벌겠다고 학교 안 나갈 때 선생님이 다독여주셔서 이렇게 학교도 다니고요.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분이세요.”
오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물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면 유도부 감독은 아닌 것 같은데?”
운동부 감독은 반 담임을 맡지 않는다는 사실이 생각난 것이다.
“학교에 유도부가 없습니다.”
“유도부가 없어요?”
“두준이 다니는 학교에는 정식 유도부가 따로 없습니다.”
“그럼 유도를 어떻게?”
“운동부는 없고 유도 동아리가 있습니다.”
“그럼 담임 선생님은?”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세요.”
장명준의 설명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운동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네요.”
강진의 말에 장명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모습에 강진이 장두준을 보았다.
‘어떻게 보면 희섭이보다 환경이 더 안 좋은 건가?’
장희섭의 경우, 감독은 나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
같이 훈련을 할 재능 있는 선수들도 있었고 후보라도 나갈 대회가 있었다.
반면 장두준은 좋은 선생님이 있지만,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
특히 유도 같은 경우는 실력 좋은 선수와 붙으면서 훈련을 해야 기량이 늘어나는데, 동아리 수준의 유도부라면 장두준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상대도 없는 것이다.
강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장명준이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대련해 주셔서 훈련은 잘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유도를 잘하시나 보네요?”
“대학에서 유도를 전공하셔서 잘하십니다.”
“저 썩을 놈들 또 왔네.”
대화하던 도중, 오미진이 눈을 찡그린 채 어딘가를 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러곤 곧장 장명준과 함께 서둘러 밑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에 강진이 보니 계단 밑에 정장을 입은 남자 몇이 서 있었다.
“조폭?”
이마에 조폭이라고 써 놓은 것은 아니지만 강진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술집이 조폭 사장이 운영하던 곳이라 조폭들을 자주 봤기 때문이었다.
조폭을 본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아까 이야기한 왜구의 검?”
검은 누가 드느냐에 따라 사람을 지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던 김소희의 말이 떠오른 것이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준이를 쥐고 싶어 하는 놈들이지.”
“확실히 조폭 쪽에 들어가면 남을 해치는 검이 되겠네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밑을 보았다. 장두준은 계단 밑에 있는 정장들을 보고는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친구들을 돌려보내는 모양이었다.
“학수 선배는 졸업도 했으면서 왜 저런데.”
“선배가 학교 다닐 때도 두준이 몬스터에 들어오라고 계속 그랬잖아.”
“조폭 할 거면 지 혼자 하지. 왜 멀쩡하게 사는 애 괴롭히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두준이 괜찮을까?”
“전에도 많이 맞았던데.”
걱정스럽게 뒤를 돌아보며 계단을 오르던 학생들이 자신의 근처를 지나갈 때, 강진이 입을 열었다.
“걱정되면 가 보지 그래요?”
그에 학생들이 걸음을 멈추곤 강진을 보았다.
“네?”
“친구한테 나쁜 사람들이 가는 것 같은데…… 그럼 옆에 있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강진의 말에 학생 중 한 명이 장두준을 보고는 말했다.
“두준이가 괜찮다고 가라고 해서요.”
그리고는 하나둘씩 서둘러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곧 그의 눈이 반짝였다.
계단을 오르던 학생 중 한 명이 잠시 가만히 있더니 계단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 이를 깨버렸다는 그 학생이었다.
그 모습에 계단을 오르던 친구들이 그를 불렀다.
“영만아 어디 가?”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뒤 한 번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그 모습에 친구들이 서로를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슬며시 계단을 오르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에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한 학생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에 다른 학생들도 서로를 보고는 급히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자신이 말을 해서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를 돕겠다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다.
“계단 오르기가 생각보다 더 효과가 좋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계단을 뛰어 내려간 학생들이 장두준 뒤에 서는 것을 보며 김소희가 미소 지었다.
“정말 강한 사람이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강진의 눈에 조폭이 장두준의 어깨를 손으로 두들기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기엔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행동인 것 같지만 엄연한 위협이었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퍽퍽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어깨를 치지는 않으니 말이다.
“형이 너 좋게 봐서 이러는 거야. 몰라?”
“알고 있습니다.”
“그럼 형이 좋게 이야기할 때 형 밑으로 들어와라. 너희 아버지 병원비도 내야 할 것 아냐.”
조폭의 말에 장두준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형이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쪽도 사람 사는 곳이야. 형 옷 봐. 이거 명품이야.”
조폭의 말에 장두준의 뒤에 있던 학생이 말했다.
“선배님, 두준이 유도 선수 할 겁니다.”
학생의 말에 조폭이 그를 보았다.
“너희들은 가.”
“두준이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하! 이 새끼, 내가 졸업하니까……. 야, 너 내가 누군지 기억 안 나?”
싸늘하게 웃으며 조폭이 학생에게 다가가려 하자, 장두준이 급히 옆으로 걸음을 옮기며 가로막았다.
“선배, 그만하십시오.”
“…….”
장두준의 말에 조폭이 그를 보았다.
“선배 말대로 저 돈 필요합니다. 그래서…… 유도로 돈을 벌 겁니다.”
“운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 쉬운 줄 아냐? 특히 한국처럼 돈으로 운동하는 곳에서?”
“선생님이 도와주신다고 했습니다.”
“이 새끼가 정말…….”
말을 하며 조폭이 장두준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조폭의 힘에 장두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장두준은 신음 한 번 토하지 않았다. 그런 장두준을 보며 조폭이 눈을 찡그렸다.
‘독한 새끼.’
그리고 조폭이 입을 열려 할 때, 강진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강진의 부름에 조폭이 힐끗 그를 보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러자 조폭이 장두준을 힐끗 보고는 그를 보았다.
“후배들하고 이야기 좀 하는 겁니다. 별일 아니니 가실 길 가세요.”
“갈 길 가기에는 여기 학생들 표정이 많이 안 좋은데요. 학생들 이쪽으로 와요.”
강진의 말에 학생들이 그를 보고는 장두준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장두준이 강진을 보았다.
“별일 아닙니다.”
“도움을 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장두준이 머뭇거리는 것에 강진이 조폭을 보았다.
“제가 들으니 이 학생을 그쪽 세계로 취직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강진의 말에 조폭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꺼져.”
조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장두준을 보았다.
“학생, 가지.”
그런 강진의 모습에 조폭이 눈을 찡그렸다.
“이 새끼가.”
스윽!
조폭이 다가오자 강진이 슬쩍 자세를 잡았다. 조폭처럼 매일 치고받고 살지는 않았지만, 강진의 삶도 결코 정원에 핀 화초 같은 것은 아니었다.
현장 일을 했을 땐 숙소에서 거친 현장 일꾼들과 부대끼며 살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제 갓 졸업한 조폭 똘마니 정도의 위협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강진이 자세를 잡으며 피식 웃자 조폭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웃어? 이 새끼가!”
조폭이 강진에게 성큼 다가가며 손바닥을 들었다.
휘익!
그에 강진이 반응을 하려 할 때, 조폭의 손을 장두준이 낚아채서는 움켜쥐었다.
덥석!
“선배…… 그만하세요.”
장두준의 말에 조폭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휘익!
반대 손을 강하게 휘두르는 조폭을 보며 장두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맞아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조폭의 손은 미처 다 휘둘러지지 못했다.
화아악!
김소희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