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6
457화
강상식이 안내해 주는 곳으로 걸어간 강진은 마사지 룸이라 적힌 문을 볼 수 있었다.
강상식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사람이 눕는 베드와 여러 용품들이 보였다.
한쪽에는 향초도 피워져 있고 대나무가 벽을 감싸고 있어 사우나 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웠다.
“좋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누우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때밀이 침대에 눕자 곧 근육이 좋은 청년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청년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사님.”
청년의 인사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잘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말을 한 청년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청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청년의 옆에 아주머니 귀신이 붙어 있는 것이다.
‘귀신 참 많아.’
어디를 가도 귀신이 있다는 것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며 슬며시 하체를 손으로 가렸다. 그 모습에 청년이 다가오다가 말했다.
“손 편하게 내리시면 됩니다.”
“그게…….”
말을 하며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 시선에 아주머니 귀신이 강진을 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시 쳐다보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제가…… 제가 보여요?!”
아주머니 귀신의 외침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밖을 향해 고갯짓을 하자, 아주머니 귀신이 급히 다가왔다.
“아니, 어떻게 제가 보여요?”
‘으…… 환장하겠네.’
귀신이라고 해도 여자 앞에 발가벗고 베드에 누워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난처해하는 강진의 모습에 강상식이 물었다.
“때 안 밀어 보셨어요?”
“그게 아니고…….”
강진의 말에 청년이 수건을 하나 꺼내 하체에 덮어주었다.
“외국에서 사시던 분들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십니다. 괜찮습니다.”
청년은 강진이 외국에서 살다 왔다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워낙 고급 호텔이다 보니 외국 유학 생활을 하던 이들도 자주 오는 것이다.
청년이 수건으로 하체를 가려주자 그제야 강진이 손을 떼어냈다.
그에 청년이 세신 타월로 그의 몸을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
청년의 손길을 받으며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힐끗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은 정신없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보여요? 정말 내가 보여요?”
아주머니 귀신이 계속 말을 하는 것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답답했다. 때를 미는 것을 남에게 보이는 것 자체도 부끄러운데, 귀신이라고 해도 여자 앞에서 때를 밀고 있으니 말이다.
“뭐 불편하십니까?”
강진의 한숨에서 불편함을 느낀 듯 청년이 작게 물었다.
“아닙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이 정도면 눈치를 채서 나갔으면 했다.
눈이 마주치자 다시 말을 하려는 아주머니 귀신에게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눈짓을 연신 했다.
그 시선에 아주머니 귀신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
“나가라고요?”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주머니 귀신은 그를 보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아주머니 귀신이 나가자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휴우!”
강진의 한숨에 강상식이 웃었다.
“그래요. 그렇게 릴렉스 하고 몸을 원 실장에게 맡기면 됩니다.”
강진의 한숨을 긴장을 푼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긴 맞기는 맞았다.
아주머니 귀신이 나가서 안심한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원 실장이라는 사람의 손길이 부드럽기도 했다.
스윽! 스윽!
세면 타월이 몸을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졌다.
‘시원하네.’
어릴 때는 아프다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때를 미는 것이 시원하다고 느꼈다.
“아…….”
강진이 작게 탄성을 내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 실장이 마사지를 전공으로 한 사람이라 근육 결을 따라 때를 잘 밉니다.”
강상식의 말에 원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원 실장 손맛은 내가 잘 알죠.”
그러고는 강상식이 원 실장에게 말했다.
“이건 저한테 다세요.”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식사도 상식 씨가 사는데 이건 제가 할게요.”
“아닙니다. 편히 받으세요.”
웃으며 강상식이 룸을 나서자, 원 실장이 부드럽게 때를 밀었다.
그리고 그 손길에 강진은 시원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마사지를 전공했다고 하더니…… 정말 잘하시는구나. 고급 사우나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정말 시원하게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원 실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때를 시원하게 밀었다.
때를 다 밀고 강진은 마사지를 받았다. 온몸에 무슨 기름을 바른 후 원 실장은 손으로 근육의 결을 따라 문지르고 압력을 주었다.
그리고 그 손길은 강진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마치 뼈에서 근육과 살이 모두 떨어져 나간 듯한 노곤함을 느끼며 강진이 멍하니 있을 때, 원 실장이 수건에 비누 칠을 하고는 부드럽게 몸을 닦아주었다.
그에 너무 편안함을 느낀 강진이 더욱 멍하니 있을 때, 원 실장이 물을 부어 비눗기를 씻어내고는 말했다.
“끝났습니다.”
원 실장의 말에 강진이 멍하니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원 실장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룸을 나왔다. 그리고 탕을 본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식이 보이지 않는 것에 간단하게 샤워를 한 번 더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식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옷까지 다 갈아입은 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을 본 강진이 락커 룸으로 가서는 자신도 옷을 갈아입었다.
“저…….”
강진이 옷을 갈아입을 때, 아주머니 귀신이 다가왔다.
“저승식당 주인이시라고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 뒤를 보았다. 뒤에 장은옥이 있었다.
아마도 장은옥이 아주머니 귀신에게 설명을 해 준 모양이었다.
“네.”
강진의 답에 아주머니 귀신이 놀란 듯 말했다.
“세상에…… 정말 신기한 일이네요.”
그러고는 아주머니 귀신이 장은옥을 보고는 말했다.
“온옥 언니한테 저승식당이라는 곳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말 귀신한테 밥을 주는 식당이 있을 줄은 생각을 못 했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런데 수호령이나 지박령은 아니신 것 같은데, 왜 목욕탕에 계세요?”
원 실장과 같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강진이 보기에 아주머니 귀신은 보통 귀신이었다.
설마 남자 귀신들처럼 여탕 구경하러 온 것인가 싶기도 해서 물어본 것이다.
“승환이 고모예요.”
“고모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결혼을 안 해서 애가 없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오빠 아들인 승환이가 귀엽고 예뻤는데…… 죽고 보니 갈 곳도 없고 심심하기도 해서 그냥 승환이 옆에 있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귀신들은 보통 어둡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귀신은 무척 밝았다.
아니, 결혼을 안 했으니까 아가씨지만…… 어쨌든 그녀는 말 어투도 그렇고 얼굴 표정도 무척 밝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수호령이 아닌 이상 사람하고 가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강진의 말에 그녀는 표정을 굳히고는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어요. 근데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원승환에게 붙어 있지 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이미 그녀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너무 오래 붙어 있지는 마세요. 그리고 시선을 주지 마시고요.”
“시선?”
“귀신이 계속 쳐다만 봐도 사람은 영향을 받더군요.”
“아…… 네.”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저 따라오세요.”
“사장님을요?”
“저희 가게에 귀신들의 귀기를 지우는 향수가 있습니다. 가게 가서 그거 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저희 가게 오세요. 그러면 조카 분 옆에 있어도 몸이 상하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진짜요?”
“그리고 저승식당에서 식사도 하시고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너무 고팠는데 정말 감사해요. 아! 나는 원희진이에요.”
“이강진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락커 룸에 황민성이 들어왔다.
“무슨 옷을 그리 오래 갈아입어?”
“다 입었어요.”
강진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가자.”
“네.”
그러고는 강진이 원희진을 보았다.
“귀신 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얼마 안 됐어요. 일 년 정도 됐나?”
강진이 허공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황민성이 물었다.
“귀신?”
“네.”
강진이 대답하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귀신이 없는 곳이 없네.’
편하게 목욕을 하러 오는 곳에도 귀신이 있다니…… 그것도 발가벗고 있는 곳에 귀신이 있다니 한숨이 나올 일이었다.
황민성은 락커 룸에서 나오는 강진에게 물었다.
“형 사우나 옮겨야 할까?”
“왜요?”
“귀신 있다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내 집 아닌 이상 귀신 없는 곳이 어디 있나요?”
“내 집에도 귀신이 있으니 문제지.”
입맛을 다시던 황민성이 힐끗 강진이 있던 곳을 보며 물었다.
“남자야, 여자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원희진을 한 번 보고는 웃었다.
“남자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그래도 남자 귀신이라 다행이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자신도 여자 귀신이 보고 있어서 민망했으니 황민성이 무슨 마음인지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 귀신이라고 말을 한 것이고 말이다.
강진과 함께 황민성이 나오자 강상식이 말했다.
“한식 레스토랑에 식사 예약했습니다. 가시죠.”
그에 황민성이 앞장을 서자 강진도 그 뒤를 따라 나왔다.
한식 레스토랑의 창가에서 강진과 일행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해장에 좋은 콩나물국과 생선구이를 먹는 강진을 보며 강상식이 물었다.
“맛 어떠세요?”
“맛 좋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호텔이라고 해도 그릇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 빼고는 난 한끼식당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음식에 우열이 어디 있나요. 그냥 맛있으면 맛있는 거죠.”
길거리 맛있는 음식이나 호텔 맛있는 음식이나, 그냥 다 맛있는 음식인 것이다.
강진은 밥을 떠서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밥이 정말 맛있네요.”
다른 음식도 맛이 있었지만, 밥이 정말 찰지고 윤기가 돌면서 입에 넣었을 때 단맛이 도는 것이 맛있었다.
밥맛만 따진다면 한끼식당 밥보다 더 맛이 좋을 정도로 말이다.
강진이 음식을 먹을 때, 하얀 주방장 복장을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말을 걸었다.
그러고는 강진과 황민성 테이블로 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셰프 이진웅입니다. 음식 불편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이진웅의 말에 황민성이 입을 닦고는 말했다.
“음식이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밥맛이 아주 좋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이진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운암정에서 밥만 삼십 년을 지으시는 분께서 직접 만드시는 밥입니다.”
“호오! 운암정에서 삼십 년이나 계신 분을 모셨군요.”
“모시기 힘든 분이었습니다.”
이진웅이 뿌듯한 얼굴로 하는 말에 황민성이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강진은 이진웅의 허리 쪽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허리 쪽을 붙들고 있는 자그마한 손을 보는 것이었다.
‘아이 귀신…….’
그 손의 주인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아이 귀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