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7
458화
아이들은 죽으면 대부분 저승으로 바로 간다. 그래서 강진도 아이 귀신은 몇 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 한 명 더 본 것이다.
아이 귀신을 보는 강진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너는 무슨 한이 있어서 남은 것이니.’
귀신의 삶이 힘든 것을 알기에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운 것이다.
아이를 보던 강진이 슬쩍 이진웅을 보았다.
‘이진웅 씨 수호령인 것 같은데…… 딸인가?’
강진이 아이를 볼 때, 황민성과 이야기를 마친 이진웅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러곤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를 강진이 급히 불러 세웠다.
“저기…….”
강진의 부름에 이진웅이 그를 보았다.
“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아이 귀신을 보고는 지갑에서 슬며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논현역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아! 동종 업계 분이시군요.”
이진웅이 웃으며 명함을 받았다.
“한끼식당…….”
명함에 써진 식당 상호를 읽던 이진웅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한끼식당?”
아는 듯한 이진웅의 말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김봉남 숙수님이 몇 번 저희 가게 오셨는데.”
“아! 혹시 용수하고 친구라는?”
“용수를 아세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웃었다.
“제 밑에서 숙수로 있던 녀석인데 제가 모르겠습니까.”
“셰프님 밑에요?”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함을 보다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용수 친구가 식당을 한다고 해서 한 번 가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는군요.”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이진웅이 말했다.
“다음에 한 번 가겠습니다.”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아이 귀신을 도우려면 그와 친분을 쌓아야 하니 좀 더 대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손님들 식사하는 것을 다 이렇게 챙기시는 건가요?”
강진이 묻자 이진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만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만요?”
“당일 새벽에 들어온 식재들로 처음 만드는 음식이니, 손님들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첫 번째 음식 살피는 거군요.”
“좋은 요리사가 좋은 식재로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먹는 손님 마음에 안 들면 좋지 않은 음식입니다. 그러니 오늘 나가는 첫 번째 음식에 대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저희 운암정 전통입니다.”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전통이네요.”
그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목례했다.
“그럼.”
“아, 저도 명함 한 장 주시겠습니까?”
“네.”
이진웅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강진이 받자 이진웅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기는 이진웅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암정에 있었다고 하더니 사람 괜찮네.”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나 음식이 역시 운암정 숙수다웠다.
손님을 생각하는 셰프의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 황민성이 생선 살을 발라서 밥 위에 올려 먹었다.
그리고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황민성이 만족스럽게 밥을 먹는 것에 강상식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식사 중에 죄송한데 아까 하던 이야기…….”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L전자 불화수소 독일 합작 건 말이지요?”
“아시는군요?”
“오성화학 불화수소 사업, 제 사업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일단 오성화학에서는 국내 최초 국산화라는 이미지 가져갔고, 지금 오성에서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국내에서 다 쓸 것…….”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힐끗 주방 쪽을 보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주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에 잠시 생각하던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안 오고…… 응?”
배용수가 식당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야, 호텔 레스토랑인가 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귀에 가져다 댔다.
“레스토랑.”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한 번 보고는 황민성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집에 와서 밥 먹지. 뭐 하러 여기 와서 밥을 먹냐?”
말을 하던 배용수가 식탁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민성 형 먹으라고 콩나물국 끓여 놨는데.”
“호텔 음식 먹어 보는 것도 음식 공부 될 것 같아서 와 봤어.”
“그건 맞는 말이지. 여러 음식을 먹어 봐야 요리사도 여러 음식을 할 수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민성이 힐끗 그를 보았다.
“용수?”
“네.”
황민성이 강진 주위를 보자, 강진이 자신의 옆을 슬쩍 보았다.
그에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강상식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주방에 운암정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더라.”
“운암정에서? 누구?”
“이진웅 셰프.”
“진웅이 형?”
배용수가 놀란 듯 말했다.
“진웅이 형이 여기 있어?”
“주방에 있더라.”
“진웅이 형이 왜 여기에…….”
배용수가 주방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자, 강진이 말했다.
“딸하고 같이 있는 것 같던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돌렸다.
“딸? 소연이?”
배용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귀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배용수가 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딸을 아는 것 같은데…….’
같은 주방에서 일을 오래 했으면 가족 관계 정도는 알 법했다. 직접 만나봤을 수도 있고 말이다.
‘용수 속 안 좋겠는데.’
자신이 아는 사람과 귀신으로 재회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 상대가 아이라면 더욱…….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한편, 강진을 뒤로하고 주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배용수는 곧 바쁘게 움직이는 요리사들을 볼 수 있었다.
“호박볶음 좀 짜다. 소금 좀 줄여.”
그들 사이에서 이진웅은 음식 간을 보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 이진웅을 보던 배용수는 그의 옆에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소연이?”
이소연을 본 배용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이는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에 비해 꽤 커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아이인 것은 맞지만 말이다. 이소연을 보던 배용수가 입을 열었다.
“소연아.”
배용수의 부름에 이소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를 보고는 흠칫 놀란 듯 이진웅의 뒤로 숨었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쓰게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그의 얼굴은 사실 보기 좋은 편은 아니다.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피가 흐르니 말이다.
그래서 배용수를 처음 본 강진도 뒤로 자빠질 뻔했었다.
입맛을 다신 배용수가 이소연을 향해 말했다.
“소연아, 용수 삼촌이야. 용수 삼촌 기억 안 나?”
배용수의 말에 이진웅 뒤에 숨어 있던 이소연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용수 삼촌?”
“응. 용수 삼촌.”
그러다 아예 옆으로 나와서는 그를 보다가 기억이 났는지 환하게 웃었다.
“용수 삼촌!”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이소연의 모습에 배용수가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주었다.
“너…… 왜…….”
이렇게 죽어 있느냐는 말을 속으로 삼킨 배용수가 이소연을 보았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근데 삼촌 안 아파?”
이소연이 피가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안 아파.”
“정말 안 아파?”
“그럼. 안 아프지.”
웃으며 배용수가 이소연을 고쳐 안았다.
“소연이는 안 아파?”
“나는 안 아파.”
이소연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아이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호텔 입구에서 황민성은 여전히 강상식과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강진의 옆에는 원희진과 배용수, 장은옥까지 총 세 귀신이 모여 있었다.
원희진과 장은옥은 웃으며 뭔가 이야기를 나눴고, 배용수는 굳은 얼굴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아는 아이였나 보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과 강상식의 앞에 승용차가 멈춰 섰다.
곧 운전수가 나와 뒷좌석을 열자 강상식이 차에 오르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다음에…….”
강상식이 뭔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소주 마실 때 연락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전에 같이 소주를 먹어서 그런지 조금은 친해진 듯하지만, 아직은 소주 한 잔 같이 하자는 말이 강상식에게는 어려운 것이다.
한층 밝아진 얼굴이 된 강상식을 태운 차가 멀어져 갈 때, 강진은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조금은 질투가 어려 있는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웃었다.
“상식 씨보다는 형님이 저에게는 더 우선입니다.”
“그 마음 잊지 마라.”
황민성의 말에 피식 웃은 강진이 그의 차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이 앞에 타세요.”
“앞에? 왜?”
“저하고 같이 가야 할 귀신들이 있거든요.”
“용수?”
“용수하고 한 분 더요. 형이 뒤에 타면 귀신하고 같이 앉아야 해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두말하지 않고 조수석으로 향했다.
그에 강진이 뒷좌석 문을 잡고는 고경수를 보았다.
“제가 닫을게요.”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석으로 가자 강진이 원희진과 배용수를 보았다.
그에 배용수가 먼저 차에 오르자, 원희진이 그 뒤를 따라 올랐다.
“저 저승식당 처음 가 봐요. 거기 가면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와! 정말 기대가 돼요.”
자리에 앉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원희진과 달리 배용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얼굴로 창밖을 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이와 친했나.’
하지만 지금은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고경수가 운전석에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식당에 가서 하기로 결심한 강진이 차 문을 닫았다.
부릉!
부드럽게 차가 나가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슬며시 의자에 몸을 눕혔다.
‘좋다.’
때를 밀고 마사지를 받은 데다 배부르게 먹기까지 했으니 노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황민성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에 들어온 강진은 차달자와 마주 섰다.
“오셨어요?”
“민성 형하고 목욕탕 다녀왔습니다.”
“혜미 씨가 이야기해 줬어요.”
“그랬군요.”
강진은 카운터에서 향수를 꺼내 원희진에게 칙하고 뿌려주었다.
“뭔가 묘하네요.”
자신의 몸에 뿌려지는 향수에 미소를 짓는 원희진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식사 챙겨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로 맛있는 건 저녁 11시부터 나오니 그때 다시 오세요. 혼자 찾아오실 수 있겠어요?”
“물론이죠.”
환하게 웃으며 가게를 둘러보는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차달자에게 말했다.
“오늘 식재 어때요?”
“오늘 온 돼지 앞다리 살이 지방도 적당한 것이 김치찌개 끓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점심에는 김치찌개에 소금돼지볶음으로 할까요?”
“맛있을 것 같네요.”
“그럼 점심 메뉴는 그걸로 하고, 먼저 한상 차려서 희진 씨 식사 좀 부탁드릴게요.”
“네.”
차달자가 주방으로 향하자 강진이 이번에는 이혜미에게 말했다.
“이모님이 음식 차리면 그거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좀 올려주세요.”
“네.”
강진은 카운터 밑에서 사료를 챙겼다. 사우나에 다녀오느라 오늘은 아이들 식사 챙겨 주는 것이 늦었다.
그래서 차달자와 이혜미에게 점심 영업 준비를 부탁한 것이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가게 밖으로 나섰다. 그에 강진이 쇼핑백에 사료와 물을 챙겨서는 급히 그 뒤를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