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5
456화
아침 일찍 일어난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호텔에 사우나를 하러 가고 있었다.
고경수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강진이 말했다.
“아침 일찍 오시게 해서 죄송하네요.”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제 술을 마신 황민성이 고경수를 불렀다. 그래서 아침 일찍인데도 고경수가 차를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 오 실장님은?”
강진의 물음에 옆에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몸을 묻고 있던 황민성이 말했다.
“휴가 드렸어.”
“휴가?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전에 오 실장님 따님 결혼 이야기 들었지?”
“그 틀어졌다고 했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내색은 안 하시지만 기분이 많이 상하셨을 거야.”
“그렇겠죠. 그 집안이 이상한 집구석이기는 해도…… 실장님 입장에서는 자기 직업 때문에 딸 결혼이 틀어진 거니까요.”
오 실장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데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열심히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이번에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상대 집안이 무슨 재벌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가족들끼리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휴가를 좀 드렸어.”
“잘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관자놀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직업 가지고 사람 무시하고…… 참 나쁜 집안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잘 된 거죠. 그런 집안하고 엮였으면 오 실장님 따님만 고생하는 거니까.”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문득 고경수를 보았다.
“경수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네?”
“기사라는 직업요.”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가 웃었다.
“나쁜 짓 하는 것 아니고 돈 잘 벌면 가장 좋은 직업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 시선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오 실장이 당한 것처럼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사람들 시선이 밥 먹여 주나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 저 취직했다고 하니까 무척 좋아하십니다.”
“운전한다고 뭐라 안 하십니까?”
황민성의 말에 고경수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수행 비서로 알고 계십니다.”
고경수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직업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대학까지 나온 아들이 운전기사를 한다고 하면 싫을 것이다.
괜히 자신의 직원들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에 황민성은 속이 좋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차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 황민성과 강진이 내렸다.
둘을 내린 승용차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들어가자.”
황민성이 호텔로 들어가자 강진이 주차장 쪽을 보고는 말했다.
“경수 씨하고 같이 들어가시죠.”
“경수 씨는 일해야지.”
“일요?”
호텔에서 무슨 일을 하나 싶어 황민성을 보자 그가 걸음을 옮겼다.
“기사님들 쉬는 곳이 있어.”
“기사님들요?”
“나 같은 사람들 태우는 기사님들도 어디서 쉬어야 할 것 아니겠어.”
“그렇죠.”
“그래서 호텔이나 좀 좋은 곳은 기사님들 쉴 휴게실을 주차장 근처에 만들어 놔.”
“그럼 경수 씨는 그 휴게실에 가는 건가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오신 김에 같이 사우나 하시지.”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일하러 가는 거라니까.”
“무슨 일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답을 하지 않은 채 프런트 직원에게 말했다.
“갈아입을 옷 좀 올려주세요.”
황민성의 말에 직원이 강진을 보았다.
“이 분 옷도 올려 드릴까요?”
직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왜, 너도 갈아입지?”
“여기 형 옷은 다 정장이잖아요. 그리고 저 집에서 속옷은 갈아입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을 보았다.
“제 옷만 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런 황민성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탄 강진이 웃었다.
“왜?”
“강상식 씨 여기서 봤던 것이 떠올라서요.”
“그때에 비하면 사람 됐지.”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경수 씨 일하러 갔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우리 같은 사람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경수 씨요?”
“맞아.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많고 개인적이거나 사업적으로 통화를 하는 공간도 차 안이지. 그래서 운전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회사 사정이나 그런 쪽으로 정보통들이야.”
“아…… 그럼?”
“거기 가서 기사님들하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회사 정보 듣는 거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리고 경수 씨도 인맥 쌓기도 해야 하고.”
“인맥요?”
“기사님들 사이에도 인맥이 존재하거든. 그리고 경수 씨는 이쪽 기사님들 바닥에서는 막내이니 가서 커피도 한 잔씩 돌리고 인사도 해야지.”
“커피도 돌려요?”
“기사님들 바닥도 텃세가 심하거든. 커피라도 한 잔씩 드려야 자리를 내주는 거야.”
“그 바닥도 텃세가 있군요.”
“텃세 없는 곳이 어디 있나?”
말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황민성이 직원에게 카드를 주고는 로커 열쇠를 두 개 받았다.
그것을 챙겨 사우나에 들어가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럼 커피 값도 꽤 들겠어요.”
기사님들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커피를 모두 돌리려면 돈이 꽤 들 것 같았다.
“당연히 회사에서 경비 처리 해 주지.”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경수 씨가 형 정보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요?”
“당연히 안 되지.”
“다른 기사님들도 경수 씨한테 정보 얻으려고 할 텐데? 경수 씨가 형에 대해 아무 말 안 하면 그들도 이야기 안 하는 것 아니에요?”
“나한테 필요 없는 정보 정도는 말하게 하지. 정보전하고 비슷해.”
“그럼 그 정보는 형이 말해 주는 건가요?”
“내가 직접 알려주지는 않고, 오 실장님이 말해도 되는 선을 알려줬을 거야.”
“오 실장님이 참 하시는 일이 많네요.”
“그래서 내가 오 실장님에게 억대 연봉을 드리면서 모시고 있는 것 아니냐.”
회장님 운전기사 정도면 운전만 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벗은 강진은 황민성을 따라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우나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사람들이 일찍 나와요.”
“목욕도 하고 강상식처럼 사업도 하는 거지.”
말을 하며 황민성이 샤워 부스로 가서 가볍게 씻고는 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 강진도 몸을 씻고 탕으로 들어갈 때 뒤를 따라 한 남자도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목소리에 뒤를 보니 강상식이 탕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를 보며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방금 강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그가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강상식이 살짝 웃으며 탕에 몸을 담갔다. 그 모습에 강진도 슬며시 앞을 가리며 탕에 들어갔다.
강상식의 뒤에 장은옥이 서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시선에 장은옥이 인사를 하려다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 나가 있을게요.”
말을 하며 장은옥이 서둘러 사우나 밖으로 나갔다. 귀신이라 사람들이 보지 못하니 그냥 남탕에 들어와 있었지만…… 강진이 자신을 볼 수 있으니 민망한 것이다.
빠르게 나가는 장은옥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남탕 안 들어오셔도 될 텐데.’
수호령이라 강상식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 없다 해도, 대기실에 있는 정도는 괜찮을 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곧 고개를 저었다.
‘하긴 대기실이라고 사람들이 옷 입고 있는 건 아니니까.’
탕 안이든 대기실이든 남자들이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그러니 탕이든 대기실이든 별로 차이가 없었다.
장은옥이 나가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자세를 넓게 했다. 양팔을 올려 탕 가장자리를 잡고 다리도 살짝 벌리고 말이다.
그제야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낀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으! 좋다.”
강진이 탄성을 내뱉자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어제 술을 좀 하셨나 봅니다.”
“얼굴 많이 안 좋습니까?”
“조금 그러네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물을 떠서 얼굴을 한 번 훔치고는 말했다.
“그런데 강상식 씨는 매일 오세요?”
“그런 편입니다.”
강상식이 사우나에 매일 오는 이유는 이곳이 강남에서 회장님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인물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서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강상식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강상식이 이곳에 자주 오다 보니 여기 다니는 사람들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다.
전에 황민성이 강상식에게 틈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강진과 이야기를 하던 강상식이 슬며시 황민성을 보았다.
“황 사장님.”
강상식의 부름에 황민성이 눈을 떠서는 그를 보았다.
“저기 L 전자에서…….”
“사업 이야기는 이따 밥 먹으면서 하시죠.”
“알겠습니다.”
조금은 딱딱한 말투로 답이 돌아왔지만 강상식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밥 먹으면서 말하자는 건 일단 밥을 같이 먹자는 것이니 말이다.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상식에게 말했다.
“사우나 할 때는 조용히 하루 일과 생각하는 것이 제 낙이라서요.”
“괜찮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황민성이 뭔가 생각이 났는지 강진을 보았다.
“여기 한식 맛있더라.”
“한식 드실 거면 저희 가게에서 드시죠.”
“요리사면 맛있는 음식 먹어 보는 것도 공부되지 않아?”
“그야 그렇죠.”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여기서 먹어 봐. 공부도 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일석이조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한식 총괄 셰프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운암정 숙수를 초빙했다고 합니다.”
“오! 그래서 맛이 변했군요.”
“요즘 저도 여기서 아침 먹는 것이 즐겁더군요.”
말을 하던 강상식이 아차 싶어서는 강진을 보았다.
“이 사장님 식당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맛이야 이 사장님 가게 음식이 더 맛있죠.”
“괜찮습니다.”
“아니…… 그게…….”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제가 조식을 일찍 하는 편이라…….”
이 말은 진짜였다. 강진의 식당이 아침 일찍은 문을 열지 않으니 조식은 여기에서 하는 것이다.
“정말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침은 제가 사겠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을 듣던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탕에 몸을 담갔다.
“여기 때 잘 미는데 때나 밀어라.”
“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때 잘 밉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몸을 일으켰다.
“오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볼 때 황민성이 툭 그를 쳤다.
“가서 때 밀어.”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저 때 많아 보여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때를 꼭 때가 많아야 미냐. 가서 받아봐. 하루가 다를 거니까.”
재차 권유하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강상식을 보았다.
그러자 강상식이 오라는 듯 손을 드는 것에 강진이 억지로 웃었다. 어쩐지 강상식은 자기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집 자랑하는 아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때라…… 많이 나오면 어쩌지?’
때를 민다 생각을 하니 강진은 문득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어렸을 때 아빠하고 같이 때를 밀기는 했지만,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한 번도 때를 밀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