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4
465화
(※ 이번 에피소드는 VR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를 참고하여 집필되었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 시간에 강진은 이강혜가 있는 테이블에 음식을 올리고 있었다.
“주문하신 김치찌개와 분홍 소시지 나왔습니다.”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런데 저녁이 늦으시네요.”
“오늘 일이 좀 많아서요.”
“드셔 보세요. 오늘 돼지고기가 좋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떠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요. 돼지고기도 고소하고.”
그러고는 이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이거 선물이에요.”
이강혜가 옆에 놓인 쇼핑백을 내밀자 강진이 의아한 듯 그것을 받았다.
L 전자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받은 강진이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뭐예요?”
쇼핑백 안에 담긴 상자를 보며 강진이 묻자, 이강혜가 말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출시한 VR 기기예요.”
“VR? 가상현실요?”
“맞아요. 아직은 기기 크기도 크고, 착용하기 불편해서 사람들이 많이 쓰지는 않지만 몇 년 이내에 사람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사용하게 될 거예요.”
“그래요?”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자를 보자 이강혜가 가게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손님도 없으니 앉아서 해 보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다가 문득 말했다.
“그런데 도 실장님은?”
“퇴근했어요.”
“그럼 혼자 오셨어요?”
강진이 묻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누구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퇴근하면 집에 올 건데 뭐 하러 기다리게 하겠어요. 그리고 저도 운전 정도는 할 줄 아니까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분홍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고는 밥을 먹었다.
“보세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고글처럼 생긴 VR 기계와 장갑이 들어 있었다.
“장갑이 들어 있네요?”
“가상현실 속에서 물건도 집고 명령 입력도 해야 하니까요. 블루투스라 따로 선 연결할 필요도 없어요.”
이강혜가 박스 안에 있는 VR 기기를 집어서는 강진에게 말했다.
“핸드폰 줘 보세요.”
강진이 핸드폰을 주자, 이강혜가 화면을 몇 차례 터치하며 말했다.
“L VR이라는 앱을 통해서 가상현실 영상하고 게임들을 다운로드해서 쓰면 돼요. 앱은 제가 지금 받을게요.”
“무료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지금은 유료보다 무료가 더 많아요. 아직은 대중화가 목적이니까요. 일단 거기 보면 동물 가상현실이 괜찮아요. 제가 동물을 좋아해서 좀 투자를 했어요.”
“사심 들어간 연구 같은데요?”
“후! 대한민국 애견 인구가 천만이래요. 그럼 동물 좋아하는 고객층이 천만이라는 건데 이 정도면 사심이라도 투자할 만하죠.”
앱을 다운로드한 이강혜가 몇 가지를 더 조작하고는 장갑을 받아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저 밥 먹을 동안 해 보세요. 감상도 듣고 싶네요.”
이강혜가 기기에 핸드폰을 연결하고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 줬다.
그 설명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기를 머리에 쓰고 장갑을 손에 꼈다.
기기를 머리에 쓰자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명령어들이 보였다. 신기한 광경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글자들이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신기하네. 3D 자막 보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은 이강혜가 알려 준 대로 장갑을 움직였다.
장갑이 두둥실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강진이 허공에 떠 있는 명령어를 손으로 눌렀다.
그리고 기본으로 깔려 있는 동물 영상을 틀었다. 그러자 잠시간 로딩이 되더니 초원에 놀고 있는 동물들이 보였다.
“와…….”
눈에 보이는 영상에 강진이 감탄을 토했다. 살짝 어색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같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둘러본 강진이 뒤를 보았다. 강진의 뒤에도 동물들이 있었다.
“와…… 360도로 다 보이네요.”
강진의 감탄성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하늘도 보세요.”
강진이 고개를 틀어 하늘을 보았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와.”
강진이 재차 감탄을 내뱉자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면 이동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화면이 앞으로 움직이며 발소리가 들렸다.
손짓과 함께 발소리가 들리니 자신이 정말 앞으로 걷는 것 같았다.
초원에서 뒹굴고 있는 강아지와 나무를 타고 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간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멍!
자신의 손길에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반응을 하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강아지를 보았다.
“반응을 하네요?”
“보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손이 다가오면 그에 맞게 반응을 하도록 되어 있어요.”
“와…….”
강진은 조심스레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강아지가 배를 드러내며 발라당 누웠다.
그에 천천히 손으로 배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자, 강아지가 기분 좋은 듯 발을 허우적거렸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없었지만, 시각과 청각 덕분에 충분히 현실감이 있었다.
강아지를 만지던 강진이 기기를 벗었다.
“어때요?”
“대단하네요. 힐링되는 느낌이에요.”
대단하다는 듯 기기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사정이 있어서 동물 못 키우는 집에서는 좋은 장난감이겠는데요.”
장난감이라는 말에 이강혜가 피식 웃었다.
“장난감이기는 하죠. 아! 거기 보면 제주도 용연폭포, 금강산 사시사철 영상도 있어요. 사운드도 직접 가서 녹음한 거라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될 거예요.”
“관광지도 들어 있군요.”
“나중에는 파리나 외국 명소들도 업데이트할 거예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따로 봐야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이강혜가 미소를 짓다가 살며시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거 제 욕심 채우려고 개발 중이에요.”
“욕심요?”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어요.”
이강혜는 동물을 좋아하니 강아지를 키웠을 것이다. 그리고…… 애들이 평생 살지는 못하니 죽었을 테고 말이다.
뒷말을 듣지 않았지만 상황을 짐작한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통해서 애를 만날 수가 있어요.”
“아…….”
강진은 다시 기기를 보았다. 확실히 이 기계면 죽은 애완동물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
강진이 기기를 볼 때,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이거 차고 공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봐서 부끄럽기는 한데…… 그래도 재밌더라고요.”
“공원에서 이걸 사용하세요?”
강진이 묻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VR은 세 종류가 있어요. 첫째가 방금 강진 씨가 본 것처럼 영상을 보는 거고, 두 번째는…….”
이강혜가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어플을 켠 뒤 만들어 식당을 비췄다.
“이 화면에 가상현실 캐릭터나 동물이 뛰어다니는 모습이에요. 예전에 유행했던 몬스터고고 알죠?”
“그거 알아요. 카메라로 몬스터 잡고 하는 거죠?”
“맞아요. 게임 자체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것이지만, VR 기기로도 즐길 수 있죠. 그리고 세 번째는…….”
이강혜가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런 세트를 지어 놓고 그 안에서 가상현실 캐릭터를 배치하는 거예요.”
“가상현실 캐릭터요?”
“배그 아시죠?”
“배그는 알죠.”
“이런 세트를 만들어 놓고 안에서 적이 나오면 총을 쏘는 거예요.”
“아…… 그럼 세트 내를 움직이면서 은폐, 엄폐도 가능하겠네요?”
“맞아요. 그리고 게임이 아니더라도 유명 연예인들을 배치할 수도 있죠. 그럼 만들어 놓은 세트에서 연예인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죠.”
“재밌겠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공원에 디지털 맵을 이용해서 세트처럼 입력을 해 놨어요. 그래서 우리 애가 공원에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저와 같이 산책을 하는 거죠.”
“아…… 그런 것도 되나요?”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전자 회사 사장이라 행복한 경우라고 할까요?”
“아…….”
말을 하던 강진이 기기를 만지다가 말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캐릭터화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돼요?”
강진이 재차 묻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인도 캐릭터화하는데 일반인이라고 못 할 이유는 없죠. 다만…… 대중적으로는 힘들죠.”
강진이 왜냐는 듯 보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연예인 캐릭터를 찾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일반인 캐릭터를 누가 찾겠어요.”
이강혜가 기기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저야 제 욕심에 우리 둘둘이 캐릭터화해서 저 혼자 보고 있지만 일반인은 하기 어렵죠.”
“돈이 많이 드나요?”
“캐릭터 3D 작업도 해야 하고…… 돈이 들죠.”
그러고는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일반인끼리는 그냥 만나면 되지, 뭐 하러 이런 가상현실에서 보겠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기기를 만지작거렸다.
“사장님이 둘둘이를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분들도 있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아, 하고는 다시 기기를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잠시 VR 기기와 핸드폰을 번갈아보던 이강혜가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이강혜가 말을 꺼냈다.
“전에 우리 회사 핸드폰 광고에 이런 것이 있었어요.”
강진이 보자 이강혜가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해서는 내밀었다.
화면에는 L 전자 핸드폰 광고 영상이 떠 있었다.
평화로운 식사 시간에 교복을 입은 딸이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그걸 본 엄마가 뭐 하냐고 웃으며 묻자, 딸이 마주 웃으며 “우리 예쁜 엄마 밥 먹는 것 좀 찍으려고.”라고 말했다.
그렇게 다정한 모녀를 비추던 카메라는 줌 인되어 핸드폰 속 엄마만을 보여줬다. 잠시 후, 핸드폰을 기준으로 줌 아웃되자 딸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교복이 아닌 오피스 룩 차림새인 딸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 엄마 너무 예쁘네.]“아…….”
광고 마지막에 떠오르는 문구를 본 강진이 “아…….” 하며 작게 신음을 토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부모님 나이 드시면 틈틈이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많이 찍으라고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고는 작게 한숨을 토했다.
‘핸드폰을 챙길걸…….’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십 년이었다. 그때 핸드폰 화질은 지금보다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핸드폰에 두 분의 사진들이 남아 있을 텐데…… 미처 그 생각을 못 하고 부모님의 핸드폰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짐도 잘 챙기지 못해서 부모님 사진조차 없었다. 그래서 강진은 부모님의 얼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핸드폰을 챙겼다면…… 기억은 날 텐데.’
한 번 더 광고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애가 죽었습니다.”
이강혜가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예전에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죽은 아들의 핸드폰을 정지시키지 않는 어머니의 이야기였죠.”
“죽은 아들 핸드폰요?”
“네.”
입맛을 다신 강진이 입을 열었다.
“가끔씩 아들 핸드폰 꺼내 놓고 전화를 거신대요. 그럼 아들 핸드폰에 사랑하는 엄마라고 수신이 뜨는데,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전화를 받는대요.”
“아……”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그렇게라도 아들을 느끼고 싶은 거겠죠.”
영수 이야기였다.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아들의 핸드폰을 정지 안 시켰군요.”
“정지시키지 않은 핸드폰을 통해 아들을 느끼고 싶은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에게 이 사장님의 이 기술은…….”
강진이 기기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꿈같은 일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