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
48화
“이런…….”
작게 혀를 차는 허연욱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빨리 말해.’
그리고 그런 강진의 모습에 유미선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저 어디 안 좋아요?”
유미선의 말에 허연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환…… 아니 사모님은 속이 냉한 체질입니다. 분류를 한다면 소음인에 해당합니다.”
“소음인요?”
“소음인은 속이 냉하기에 차가운 약재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럼 지치가 차가운 약재라는 건가요?”
임호진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묻자 강진이 답을 했다.
“지치는 토혈, 코피, 소변, 출혈, 홍역에 효과가 있고, 피부 소독약으로 사용이 됩니다. 또한 암과 백혈병에도 사용을 합니다. 거기에 강심 작용이 좋아 잘 놀라거나 심장병 환자에게 좋고 악성 빈혈에도 좋으니 좋은 약재입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유미선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지치는 차가운 약재라 소음인과는 상극입니다. 꼭 써야 할 때는 음기를 다스리는 법제를 한 후 써야 하는데 그냥 드셔서 몸에 음기가 승합니다.”
“그럼 병이 든 것은?”
“아직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나중에는 병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건가요?”
“저한테 진맥을 받지 않고 계속 드셨다면 몸에는 당연히 안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아셨으니 안 드시겠죠?”
“그야 그렇죠.”
“그래서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미선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을 찡그렸다.
“지치 좋은 거라고 했는데…….”
“아까 설명을 한 대로 좋은 약재입니다. 다만 사모님의 체질과는 안 맞을 뿐입니다.”
“그거 비싼 거라고 했는데. 비싼 것은 맞나요?”
“비쌉니다. 제 기억에 좋은 지치 가루는 300그램에 15만 원 정도 할 겁니다.”
“비싼 건 맞네요.”
그나마 지치 준 사람이 좋은 의도로 줬다고 생각을 했는지 유미선의 얼굴이 한결 좋아졌다.
싸구려 선물 받고 몸에 나쁘다면 기분이 더 나쁠 텐데, 그래도 비싼 선물이기는 하니 말이다.
“비싸다고 몸에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사모님에게는 옻이 좋습니다.”
“옻?”
“옻닭을 해 드시는 것도 좋고, 옻꿀 사다가 따뜻한 물에 타서 한 잔씩 드시는 것이 사모님에게는 가장 좋은 보약입니다.”
“옻꿀?”
옻꿀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처음 들어보는 꿀이었다.
“옻하고 꿀을 섞은 건가요?”
“벌이 옻꽃에서 꿀을 모아 온 것입니다.”
“그럼 지치는 어떻게 하죠?”
“꿀에 섞어서 드시면 좋지만…… 사모님은 굳이 드실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그럼 남편 먹일까요?”
비싸다고 하는데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임호진을 보았다.
“진맥부터 해 보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과장님 손 좀.”
“긴장되는군요.”
“재미로 보는 것일 뿐입니다.”
“마누라가 먹은 약재도 맞추지 않았습니까.”
“제가 오랜만에 진맥을 해서 바로 맞추지를 못했습니다.”
물론 강진이 한 말은 허연욱이 한 말이었다. 몸이 냉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한 것 같아 유심히 보다가 약성을 느낀 것이다.
“어쨌든 대단하십니다.”
말을 하며 손을 내미는 임호진의 손목을 강진이 쥐었다. 그리고 허연욱이 그 손을 다시 잡고는 맥을 살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으시군요.”
“스트레스야 직장인들과 한 몸과 같죠.”
“그렇기는 하지만 가슴에 화가 가득 차 있습니다.”
말과 함께 강진의 눈에 허연욱의 손이 임호진의 가슴을 짚는 것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그가 가리키는 임호진의 가슴 한 곳을 손가락을 대고는 눌렀다.
“크윽!”
그리 강하게 누르지 않았는데도 임호진의 입에서 신음이 나오자 강진이 급히 손을 땠다.
“많이 아프세요?”
“아프군요.”
“그리 세게 누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프군요.”
강진이 누른 곳을 손으로 누르는 임호진을 보며 허연욱이 말했다.
“화가 많이 쌓여서 아픈 겁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앞에 앉은 오성실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고 누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이분은 전에 진맥을 했을 때, 가슴에 화가 많이 없더군요. 이분은 눌러도 아프지 않을 겁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 오성실의 옆으로 가며 말했다.
“오 부장님 잠시만요.”
“저도 누르시게요?”
“오 부장님은 속에 화가 많이 없으셔서 눌러도 아프지 않습니다.”
“그래요?”
“오 부장님은 건전하게 운동으로 화를 다스리시는 편이라 괜찮습니다.”
“하긴 제가 스트레스 쌓이면 뛰는 걸로 풀기는 하죠.”
그러고는 오성실이 가슴을 내밀자 강진이 임호진을 눌렀던 강도로 가슴을 눌렀다.
꾸욱!
“어떠세요?”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자신의 가슴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은데요.”
말을 하며 오성실이 임호진을 보았다.
“많이 아팠나?”
오성실의 물음에 임호진이 오히려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 아프세요?”
자신은 무척 아팠는데 오성실은 전혀 아픈 기색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안 아픈데.”
“저는 아팠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오성실이 강진을 보았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아픈 곳입니까?”
“네.”
강진의 답에 오성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호진을 보았다. 지금이야 부서가 달라도 임호진은 입사 초기에 오성실의 부사수였다.
그렇다 보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자네 몸 관리 좀 해야겠어.”
“저도 좀 당황스럽네요.”
임호진이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는 흔한 것이다.
직장인이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저 손으로 누른 것에 자신은 엄청 아팠는데, 오성실은 멀쩡하니 말이다.
그걸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임호진은 자신의 가슴을 이리저리 눌러 보았다. 그리고 유미선도 걱정스럽게 그를 보다가 강진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해야 해요?”
유미선의 물음에 강진이 답을 했다. 물론 허연욱이 해 주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대추와 감초로 차를 만들어 드시면 좋습니다.”
“차요?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스트레스가 심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 그리고 두 분 모두 대추와 감초가 잘 맞으니 만들어서 두 분이 같이 드시면 좋겠네요.”
“그래요?”
“대추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줍니다. 속이 냉한 체질은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으니 잘 맞으실 겁니다.”
“아…….”
“그리고 두 분 다 반신욕을 하시면 좋습니다.”
“반신욕요?”
“중국에서 말하기를 돈 있는 사람은 보약을 먹고, 돈 없는 사람은 목욕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뜻한 물로 하는 목욕은 돈 안 들이고 하는 보약과 같습니다.”
“반신욕이라…….”
유미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손을 들었다.
“자! 여기까지는 사이비가 재미로 한 말이니 너무 진지하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몸을 일으키자 유미선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그럼 다음에 또 찾아 주세요.”
“그럴게요. 그런데 지치는 어떻게 하죠?”
유미선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몸에 열 많다는 분들 좀 주세요. 아!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됩니다.”
“그래요?”
“지치는 피임 효과가 있어서 잘못하면 애한테 안 좋습니다.”
“고마워요.”
사람들이 일어나며 가게를 나서다가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다시 한 번 눌러 봐 주시겠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손가락으로 위치를 다시 찍어주었다.
그에 강진이 그곳에 손가락을 대고는 눌렀다.
“크윽!”
다시 한 번 신음을 토하는 임호진이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말했다.
“괜찮으세요?”
“스트레스가 무섭기는 무섭네요.”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은 임호진이 유미선을 보았다.
“스트레스 받으면 안 좋대.”
“알았으니까 집에 가서 반신욕해.”
“알았어.”
유미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강진에게 작게 눈짓을 했다.
그리고 강진은 알았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눌러 달라고 한 것은…… 유미선에게 다시 한 번 보여주려 한 것이다.
자신은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 사람이니 혹시 모를 바가지를 긁지 말라고 말이다.
‘확실히…… 바가지를 안 긁으시면 스트레스가 줄기는 하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손님들을 배웅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전쟁 같은 점심이었네.”
아르바이트로 단련이 된 강진도 참 정신없이 보낸 점심시간이었다.
귀신들을 상대할 때는 음식은 내 줘도 서빙까지는 안 한다.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면 가져가니 말이다.
그런데 여러 손님들을 상대로 서빙도 하고 음식도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카운터에 있는 아크릴 통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아크릴 통에는 돈이 있었다. 그것도 꽤 많은 돈이 말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온 손님들은 대략 오십 명이 넘었다. 그 말은 7천 원짜리 해장국 50인분이 팔렸다는 것이고, 거기에 반주로 마신 소주까지 합치면 점심 장사로만 50만 원 정도 수익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기분 좋은 얼굴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아크릴 통에서 돈을 꺼내 세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슥!
기분 좋은 얼굴로 돈을 센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47만 8천 원…… 나이스.”
웃으며 그중 만 원과 천 원짜리 몇 장을 통 안에 다시 집어넣은 강진이 남은 돈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덜컥!
아크릴 통을 다시 카운터 위에 올린 강진이 문득 시간을 보았다.
세 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다.
“동해는 안 올 모양이네.”
오늘 오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온 것을 보면 안 올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강진의 머릿속에서 최동해에 대한 것은 사라졌다.
나 싫다는 사람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강진의 인생 경험치가 만만하지 않았다.
나한테 잘하는 사람한테 잘해 줄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일투성인데, 나 싫다는 사람한테 똑같이 못 되게 굴 생각까지 하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설거지는 유미선이 다 해 놔서 할 것이 없지만, 정리와 같은 것은 다시 해야 했다.
이곳은 유미선의 주방이 아니라 강진의 주방이니 말이다.
그릇들을 원래 있던 곳에 넣으며 강진이 주방을 정리하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저녁 11시 이후의 한끼식당은 늘 그렇듯이 귀신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귀신들의 수가 적었다. 오늘은 처녀귀신들이 온 것이다.
이혜선과 강한나, 그리고 막내 조명희가 오랜만에 가게에서 술을 먹고 있었다.
“오랜만이시네.”
“어머! 우리 보고 싶었어요?”
이혜선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남자 귀신들만 보다가 예쁜 너희 보니까. 좋지.”
“우리가 예쁘기는 하지.”
웃으며 말을 한 이혜선이 부엌 쪽을 보았다.
“그런데…… 귀신이 하나 있네.”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부엌을 보았다. 부엌에서는 오순영이 일요일 날 팔 선지해장국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할머니 귀신도 여자기는 한데…… 처녀귀신한테는 상대가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