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95
496화
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조순례는 카스에게 관심이 가는 듯 손을 내밀었다.
“이리 오렴.”
조순례의 손길에 카스의 꼬리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카스가 슬쩍 일어나서는 조순례에게 다가가자 황민성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그…….”
황민성이 막으려 하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카스 순해서 사람 잘 따라요.”
“그래도 개는 무는 것이 본능인데.”
“안 물 거예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하는데, 우리 카스는 정말 사람 안 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에 한 아이가 카스 꼬리를 심하게 잡아당겼을 때도 물지 않았습니다.”
오동민의 말에도 황민성은 걱정 어린 눈으로 카스를 보았다. 하지만 황민성의 우려와는 달리 카스는 조순례의 손길을 가만히 받으며 기분 좋게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그에 차달자도 웃으며 카스의 몸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애가 참 착하네요.”
차달자의 말에 오동민이 웃으며 카스를 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런 오동민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툭! 하고 황민성의 무릎을 살짝 치자, 그가 강진을 보았다.
“어머니 좋아하시는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어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서는 어딘가에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을 본 황민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핸드폰에 찍힌 문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이런 것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럼…….”
황민성은 박스에 적힌 글을 보고는, 조순례를 보았다.
“어머니.”
황민성의 부름에 조순례가 그를 보았다. 카스를 만지니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우리가 카스 키울까요?”
“카스를?”
“여기 어르신도 좋은 가족을 찾는 것 같은데…… 저희가 좋은 가족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이슬 씨는 어때요?”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 마당도 넓어서 키우기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머니도 좋아하시고요.”
김이슬도 허락을 하자 황민성이 조순례를 보았다. 황민성의 시선에 조순례가 카스를 잠시 쓰다듬다가 오동민을 보았다.
“어르신 생각은 어떠세요?”
조순례가 물었지만, 오동민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카스를 한참 쳐다보던 오동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아이 저희 가족으로 입양해도 되겠습니까?”
조순례의 말에 오동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게…….”
망설이는 오동민의 모습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마음인지 알아요.”
“네?”
오동민이 보자 조순례가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은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지만…… 떠나보내기는 싫으시잖아요.”
“그건…… 네.”
“왜 안 그러겠어요. 동민 씨한테는 카스가 가족이고 막내 자식일 텐데.”
조순례의 말에 오동민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조순례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던 카스가 냉큼 다가와 그의 손에 몸을 들이밀었다.
그런 카스를 쓰다듬으며 오동민이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스윽!
오동민이 뒤에 놓인 간판을 들어 보였다.
“개 분양한다고만 적었습니다. 사람들이 돈 받고 개 파는 줄 알고 보지도 않더군요. 내심…….”
오동민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진이 보자 오동민이 한숨을 쉬며 카스를 보았다.
“보내야 하는데…… 애가 잘 살려면 보내야 하는데, 애를 보내면…… 나는 어쩌나 싶고.”
고개를 저은 오동민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겁이 많이 났습니다.”
“겁이요?”
“사람들이 우리 카스 귀엽다고 다가오면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라…… 우리 카스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잠시 말을 멈춘 오동민이 한숨을 쉬었다.
“카스를 더 보고 싶은 욕심에…… 겁이 났습니다. 카스를 다시는 보지 못할까 봐.”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오동민이 카스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애를 좋은 가족에게 보내야 하는데…… 애를 데려가겠다는 가족이 너무 빨리 나오면 어쩌나, 하고 불안했습니다.”
오동민은 카스의 얼굴을 양손으로 쥐고는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카스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 내렸다.
스윽! 스윽!
“카스야…… 아빠가 네가 미워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거……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오동민의 목소리에 카스가 작게 끼잉거리더니 그의 얼굴을 혀로 핥았다.
짐승이라고 해도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치는 사람보다 더 좋아서 말투를 통해 주인의 기분을 아는 것이다.
지금 카스가 느끼는 오동민의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래서 카스도 슬펐다.
끼잉! 끼잉!
작게 울음을 토하며 얼굴을 핥는 카스의 머리를 껴안는 오동민의 모습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동민 씨.”
조순례의 부름에 오동민이 눈가를 닦으며 카스를 놓았다. 그런 오동민을 보며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같이 지내세요.”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우리 카스 잘 부탁드립니다.”
카스를 안 데려갈까 싶어 걱정을 하는 오동민을 보며 조순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에요. 나중에…… 몸이 많이 불편해서 카스 밥 주는 것이 힘드실 때 전화 주세요. 그때 저희가 카스의 가족이 될게요.”
“아…….”
“그리고…….”
조순례가 공원을 보며 말했다.
“저희 집이 북한산 산자락에 있어요. 카스가 뛰어다니기 충분한 마당도 있고 산도 있어서 애가 놀기 좋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카스가 살 곳도 보시고, 카스도 미리 저희 집에 적응하면 나중에…….”
잠시 말을 멈춘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아주아주 먼 나중에 카스가 저희 집에 왔을 때 낯설지 않을 거예요.”
자신의 죽음을 머나먼 나중으로 표현하는 조순례의 말에 오동민이 카스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우리 카스…… 좋은 할머니가 생겨서 좋겠구나.”
오동민의 얼굴에 생기가 흐르는 것에 카스가 크게 짖었다.
멍!
방금 전까지 주인의 분위기에 같이 우울해하던 카스였는데, 주인의 얼굴이 밝아지자 카스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 카스 기분 좋아요? 아빠도 기분이 좋아요.”
웃으며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동민을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그런데 차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몸이 안 좋으시면…… 위험하실 텐데요.”
황민성의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정신을 차리려고 하지만 가끔 의식을 잃을 정도로 아프기도 하니까요.”
황민성의 우려가 이것이었다. 몸이 심각하게 아프면 운전을 하다가 운전대를 놓치거나 브레이크를 못 밟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흔히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술을 마신 사람이 자기의 몸을 잘 안다면 음주운전을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자기 몸을 너무 과신하니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운전하기 힘드시겠군요.”
황민성의 말에 오동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리기사님을 불러서 운전을 맡깁니다.”
“대리를요?”
“대중교통 이용하면 좋겠는데…… 이 녀석 데리고 탈 수가 없더군요. 택시도 안 태워주고.”
오동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래서 대리기사님을 불러서 타고 갑니다. 돈은 좀 들지만…… 그래도 이 녀석하고 같이 다니려면 그게 가장 좋더군요.”
오동민이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했다.
“평소에는 이렇게 멀쩡한데…… 운전하다가 아프면 다른 가족들에게 죽어서도 용서를 구하지 못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돈을 쓰는 것이 낫지요. 죽어서 돈을 가져갈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 말이 맞지요.”
“저기.”
고경수가 입을 열자 오동민과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고경수가 말했다.
“제 친구 중에 개 키우는 애가 있는데, 그 애는 펫 택시인가를 타고 다니던데요.”
“펫 택시?”
“여기 어르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애견이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데, 펫 택시는 그런 손님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한국 애완동물 인구가 천만이라고 하더니…… 그런 서비스가 나올 만하군요.”
“그렇습니다.”
“음…….”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경수에게 말했다.
“거기 전화번호 좀 알아봐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경수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황민성이 자신의 명함을 꺼내 뒷면에 자신의 집 주소를 적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오동민에게 내밀었다.
“뒷면은 저희 집 주소이니 펫 택시 타고 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소 밑에는 제 아내 전화번호이니 오실 때 전화 주시면 됩니다.”
오동민이 명함을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오실 때 남의 집이라 생각지 마시고 아들 집이다, 하고 편히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오동민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일 때 고경수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기 펫 택시?”
‘아기 펫 택시’라는 상호와 함께 적힌 번호를 본 황민성이 그것을 오동민에게 내밀었다.
“이런 것이 있었군요.”
오동민이 종이에 적힌 번호를 보며 미소를 지을 때, 조순례가 카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리 온.”
조순례의 부름에 카스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하지만 오동민의 무릎에 머리를 올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르신 옆이 좋은가 봅니다.”
“평소에는 도둑놈이 불러도 따라갈 것 같은데, 가끔 제가 좀 힘들어하면 꼼짝도 하지 않고 옆에 있더군요.”
웃으며 오동민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괜찮으니 할머니한테 가 봐. 가서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오동민의 말에도 카스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꼬리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조순례가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장 여사가 그녀를 부축했다.
장 여사의 부축을 받으며 조순례가 카스의 옆에 앉아서는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개를 키울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머니가 좋아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것이 황민성이었다.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정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강진이 조순례 쪽을 보았다.
조순례는 오동민이 준 커다란 개 껌을 가볍게 던지고 있었다. 그러면 카스가 쪼르륵! 뛰어가 입에 물고는 다시 돌아왔다.
내려놓고 주워오기는 반복하는 카스를 조순례가 예쁘다는 듯이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개 키우는 것 쉽지 않아요.”
“생명을 키우는 건데…… 쉽지 않겠지. 이제부터 많이 배워야지.”
“힘든 거나 궁금한 것 있으면…….”
강진이 지갑에서 소기진의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좋은 분이니 여기에 도움 구하세요.”
“고맙다.”
황민성이 소기진의 명함을 보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황민성이 카스와 오동민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슬프네.”
“애잔하죠.”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하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