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5
566화
119와 함께 온 경찰이 실내를 조사할 때, 강진은 경찰에게 일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개가 선생님 가게에 왔다는 말인가요?”
경찰관이 조금은 황당한 눈으로 오동민 시신 옆에서 멍하니 있는 카스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 식당이 논현역에 있는 한끼식당이고요.”
“네.”
강진의 말에 경찰관이 카스를 한 번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저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이야기네요.”
그는 차로 20분은 가야 할 논현까지 개가 와서 사람을 데려갔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카스가…… 똑똑하거든요.”
강진의 말에 경찰관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카스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애 몸에 피가 묻은 것 같은데…….”
말을 하며 경찰관이 시신을 보았다. 가끔 독거노인과 살던 개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마침 오동민의 옷에는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피를 흘렸던 카스가 몸을 문댈 때 묻은 것이다.
“저기 방충망 뚫고 나오면서 다친 것 같습니다.”
경찰관은 방충망 쪽을 보았다. 날카롭게 뜯겨 나간 방충망을 보던 경찰관의 눈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그럼 방충망을 뚫고 나와 선생님 가게에 가서, 선생님을 모셔 왔다는?”
“네.”
“하아…….”
경찰관이 작게 한숨을 쉬며 카스를 보았다. 여전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
개가 방충망을 뚫고 집 밖으로 나가서 논현에 있는 식당에 가서 사장님을 데리고 왔다는 것이 말이다.
“할아버님 몸이 안 좋으셨어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거든요. 그래서 카스가 온 것 보고 일이 생겼다 생각했습니다.”
“아…… 아프셨군요.”
경찰은 오동민의 시신을 보다가 기특함과 안쓰러움이 어린 눈으로 카스를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에게 물었다.
“카스는 앞으로 가족들이 데려가는 겁니까?”
“가족들은 개를 키울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요. 제가 아는 형님이 데려다 키우시겠다고 했습니다.”
“아…… 그래도 다행이네요.”
경찰관이 따뜻한 눈빛으로 카스를 보자 강진이 말했다.
“개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동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 녀석처럼 똑똑하면 데려다 키우고도 싶네요.”
웃으며 카스를 보던 경찰관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애 짖는 것이 좀 이상하던데?”
아까 경찰과 119가 왔을 때, 카스는 작게 ‘멍.’하고 짖었었다.
“여기가 주택가라서 그런지 작게 짖더군요.”
“일부러 작게 짖는다고요?”
“상황에 따라서 짖더군요. 아마 할아버지께서 카스에게 작게 짖는 것을 연습시킨 것 같습니다.”
“하긴, 개 짖는다고 들어오는 민원도 많으니……. 거참, 짖는 것도 조절하고 정말 신통하네요.”
경찰이 웃으며 카스를 볼 때, 열린 문으로 황민성이 한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경찰이 그를 막자, 강진이 말했다.
“방금 말했던 형입니다. 제가 연락을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경찰이 황민성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도 현장이라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현관에 멈춰 선 황민성은 그를 보다가 카스를 보았다.
“그럼 카스를 데리고 나가도 됩니까?”
“카스는 괜찮습니다.”
경찰의 말에 황민성이 쓰러져 있는 오동민의 시신을 보고는 말했다.
“잠시만 옆으로 비켜서 주시겠습니까?”
경찰이 옆으로 서자 황민성이 오동민의 시신을 보다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카스는 제가 잘…… 가족처럼 보살피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민성의 예에 귀신 상태인 오동민이 그의 앞에 가서는 고개를 숙였다.
“카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동민의 인사에 황민성이 잠시 그대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카스를 보았다.
“카스야.”
황민성의 부름에 카스가 그를 보았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것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카스 좀 데리고 나와라.”
“그냥 여기 두시는 것이…….”
“카스 다쳤다면서. 의사 선생님 모시고 왔어.”
황민성이 옆에 같이 온 중년 남자를 가리키자, 강진이 카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 정리해야 하니까 잠시만 나하고 가자.”
강진은 카스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그렇게 카스를 데리고 나오자 오동민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이쪽으로 데리고 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가 말한 곳으로 갔다. 황민성의 자동차 보닛에는 녹색 천이 펼쳐져 있었다.
“저에게 주시겠어요?”
중년인은 카스를 대신 안아서는 녹색 천 위에 올려놓고는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그러고는 카스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가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툭 쳤다.
“왜?”
“방금 보셨잖아요.”
“아.”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집 쪽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 카스를 이리저리 살핀 중년인이 말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럼…….”
“날카로운 것에 긁혀서 피부가 좀 찢어지긴 했는데 소독하고 약 바르면 괜찮을 겁니다.”
“방충망을 뚫고 나오면서 다친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중년인이 말했다.
“그런데…… 밥을 좀 못 먹은 것 같습니다.”
“이틀 정도 굶었어요.”
“물은요?”
“제가 물은 먹였습니다.”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황민성을 보았다.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 치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려던 황민성은 문득 카스의 시선을 느끼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집을 물끄러미 보는 카스를 보던 황민성이 중년인을 보았다.
“여기서 치료 가능합니까?”
“되기는 하는데…….”
중년인은 카스가 여전히 집을 보고 있는 것에 입맛을 다셨다.
그 또한 방금 집 안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왔기에 무슨 상황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중년인은 들고 온 가방에서 수액 팩처럼 생긴 것을 몇 개 꺼내며 말했다.
“피가 좀 흐를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녹색 천을 깔았다고 하지만 차에 피가 묻을 수 있다는 말에 황민성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중년인은 수액 팩을 강진에게 내밀었다.
“이걸 안고 있어 주시겠어요?”
강진이 수액 팩을 안자, 중년인이 라인을 잡고는 카스의 상처에 가져다 댔다.
주르륵! 주르륵!
투명한 액체가 나오자 카스가 쓰라린지 낑낑거렸다. 하지만 짖거나 이빨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쓰릴 텐데. 녀석, 아주 착하구나.”
중년인의 말에 오동민이 웃었다.
“동물 병원 갈 때는 안 들어가려고 낑낑거려도 들어가면 얌전히 있습니다.”
강진이 보자 오동민이 말을 이었다.
“자기가 얌전히 있어야 빨리 끝나는 것을 아는 거지요.”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 사이 중년인은 수액 팩을 교체하며 상처를 깨끗이 씻어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연고를 꺼내서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안이 정리됐는지, 오동민의 시신이 실려 나왔다.
천으로 덮인 오동민의 시신을 본 카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탓!
말릴 사이도 없이 카스가 보닛에서 뛰어내렸다.
멍! 멍!
그러고는 후다닥 뛰어가더니 오동민의 시신 곁에 서서 크게 짖었다.
멍! 멍!
그 모습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입맛을 다셨다. 그들도 카스가 강진을 데리고 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상황이…… 참…… 말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방금까지는 작게 짖던 녀석이 주인을 데리고 가자 크게 짖는 것을 보니…… 더 가슴이 아팠다.
멍! 멍!
이때까지 크게 짖지 않던 카스가 목청이 찢어지라 짖는 것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할아버지 쉬게 보내줘야 해.”
멍! 멍!
강진의 말에도 카스가 크게 짖어댔다.
“카스야, 괜찮아. 아빠는…… 쉬러 가는 거야.”
카스가 짖는 것에 오동민이 한숨을 쉬며 그 머리를 쓰다듬을 때, 베드에 있던 오동민의 팔이 밑으로 떨어졌다.
툭!
그 손은 우연히도 카스의 머리에 떨어졌다. 자신의 머리에 닿은 오동민의 손에 카스가 혀를 날름거렸다.
그 손을 몇 번이고 혀로 핥던 카스가 손에 머리를 비볐다.
끼잉! 끼잉!
“흑!”
그 모습에 구급대원 중 한 명이 손으로 입을 막고는 고개를 돌렸다.
“후우!”
경찰도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카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제 보내드리자. 쉬셔야지.”
경찰의 말에 낑낑거리던 카스가 오동민의 손을 한 번 핥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에 경찰이 오동민의 손을 다시 베드에 넣고는 천을 덮었다.
“가시죠.”
경찰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병원은 어디로 가나요?”
“이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갑니다. 그런데 보호자들은요?”
“제가 연락해서 지금 서울로 오시는 중이세요.”
“알겠습니다.”
경찰이 경례하고는 자리를 뜨자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구급차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구급차를 향해 다가가려 하자 강진이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지금은 아니야.”
강진의 말에 멈춰 선 카스는 구급차가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구급차가 가자 오동민의 영혼도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카스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동민이 크게 외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스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형이…… 어르신 가기 전에 너하고 만날 수 있게 해 줄게.”
저승 음식을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돼랑이처럼 영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영물이 된다 하더라도, 말귀를 더 잘 알아듣게 되니 황민성이 키우기도 좋을 터였다.
한 가지 결심을 한 강진은 카스를 데리고 가게로 돌아갔다.
***
[장례식은 내가 아는 숙박시설에서 하기로 했다.]“숙박시설요?”
[장례식장엔 카스가 들어갈 수 없잖아.]“그건 그렇죠.”
[그래서 내가 아는 숙박시설에서 하기로 했어.]“유가족들이 그렇게 하겠대요?”
[내가 카스 데리고 가기로 한 사람이라고…… 잘 설득했어.]“그럼 카스는요?”
[관 옆에 있어.]“치료는 잘 됐고요?”
[병원 데려가서 약 바르고 치료도 했어. 그리고 링거도 하나 맞았다.]“링거요?”
[개도 링거를 맞히더라고.]“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카스 아버지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그래서 넌 언제 올 거야?]“저녁 장사 마치고 갈게요.”
[푸드 트럭 가지고 와라.]“음식 부족해요?”
[설마. 할아버지 좀 만나게 해 드리게.]“알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마친 강진에게 배용수가 물었다.
“장례식을 숙박시설에서 하는 거야?”
“아무래도 카스가 못 들어가니까.”
“민성 형이 신경 많이 써 줬네.”
“민성 형도 할아버지하고 자주 봤으니까.”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가게를 보았다. 어느덧 점심 장사가 끝나서 여자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나 JS 금융 갔다 온다.”
“뭐 사게?”
“카스 먹을 사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 많은 거로 사 와라. 카스 많이 먹더라.”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있는 조립식 문을 바닥에 놓았다.
철컥! 철컥!
간단하게 조립을 마친 강진이 문을 통해 JS 금융로 넘어갔다.
***
저녁 장사까지 마무리한 강진은 푸드 트럭을 타고 서울 외곽에 있는 펜션으로 향했다.
차에서 강진이 내리자 최호철이 손을 들었다.
“왔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용케 잘 찾아오셨네요.”
“나야 나쁜 놈들 잡으러 다니는 사람인데 길 하나 못 찾겠어?”
“그래서, 귀신들 좀 찾으셨어요?”
“오는 길에 귀신들 보일 때마다 여기서 저승식당 오픈한다고 말을 해 놨어. 그들이 사방에 알리겠다고 했으니 소문은 금세 퍼질 거야.”
강진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동민 식사를 챙겨 주는 김에 오늘은 이곳에서 저승식당을 오픈하려는 것이다.
한끼식당 단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지역 귀신들도 먹고살기는 해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