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4
565화
[으음…… 여보세요.]잠결에 받는 듯 잠겨 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주무세요?”
[잠깐만…….]침대에서 일어나는 듯 잠시 조용하던 수화기 너머로 문 닫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아무래도 아내가 자는 옆에서 통화하기 그래서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괜찮아. 말해.]“카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황민성이 말을 했다.
[어떻게 알았어? 할아버지 오셨어?]귀신으로 왔냐는 물음이었다.
“카스가 왔어요.”
[카스가? 혼자?]“네.”
[귀신?]“아니요. 살아서요.”
[집에서 너희 가게까지 많이 먼데…… 거길 어떻게 왔지?]“도와달라고…… 온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카스가…….]“오다 많이 다쳤나 봐요. 피가 많이 나네요.”
[아…… 알았어. 일단 형이 네 가게로 갈게.]“아뇨. 할아버지 집 주소 주시면 제가 먼저 갈게요. 형은 뒤따라 오세요.”
[그래. 알았어. 내가 주소 문자로 보내 줄게.]그걸로 전화를 끊은 강진이 카스를 보고는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할짝! 할짝!
물을 다 마신 카스가 입가에 하얀 거품을 보이며 그의 손을 핥았다.
그런 카스를 강진은 꼼꼼히 살펴보았다. 수건으로 닦았다고 해도 여전히 몸 여기저기에 피 묻은 흔적이 있었다.
측은한 마음으로 카스를 보던 강진은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자 카스를 안아 들었다.
스윽!
자신의 품에 순순히 안기는 카스를 본 강진이 가게 문을 닫고는 뒷문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조수석에 카스를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주소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 빌라 단지였다.
멍! 멍!
자신의 동네에 온 것을 아는지 연신 짖는 카스를 보며 강진이 골목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조수석을 열어주자 카스가 튀어나갔다.
멍.
카스가 아주 작게 짖는 것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렇게 깜깜할 때 짖으면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을 카스는 아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차에서는 크게 짖다가 밖에 나오니 작게 짖는 것이다. 그런 카스가 참 똑똑하다고 생각하던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그러다 카스가 뒤를 돌아보고는 작게 짖는 걸 보았다.
멍. 멍.
어서 따라오라는 듯, 앞으로 갔다가 뒤를 돌아보길 반복하는 카스를 강진은 따라갔다.
“카스야!”
그렇게 따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의 귀에 카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오동민이 있었다. 귀신보다 조금 더 뿌연 모습을 한 오동민은 카스를 향해 뛰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르신!”
강진의 외침에 오동민이 그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 응?”
말을 하던 오동민이 의아한 듯 갸웃거렸다.
“지금…… 나를 보는 건가?”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가 저를 찾아왔더군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한숨을 쉬고는 자신을 보며 작게 짖는 카스를 보았다.
멍. 멍.
어서 오라는 듯 작게 짖는 카스의 모습에 오동민이 서둘러 다가갔다.
“녀석이 갑자기 뛰쳐나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장님을 찾아간 모양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되신 건가요?”
오동민은 재차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틀 전에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다시 떠보니 이렇더군요.”
그러고는 오동민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를 보시는 겁니까? 저 죽은…… 사람인데?”
오동민은 그것이 계속 이상한 듯했다.
“제가…….”
잠시 말을 멈췄던 강진은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저희 식당은 귀신들에게 밥을 해 주는 곳입니다.”
“귀신에게 밥을요?”
“이렇게 되셨으니 귀신이 있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압니다.”
죽고 나서 마을에 떠도는 귀신들을 오동민도 본 것이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고 황당했지만…… 자신도 그와 비슷한 신세라 이제는 귀신이 있다는 걸 받아들인 것이다.
“JS 직원들 보셨죠?”
“네.”
“그쪽 의뢰로 귀신들에게 밥을 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더 이상 설명하면 길어지는 만큼, 강진은 짧게 설명을 했다.
“그럼 무당?”
오동민이 최대한 자신의 상식 내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듯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카스는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을 하는 듯했다.
카스의 뒤를 따르던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쓰러지신 지 이틀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동안 아무도?”
“노인네 혼자 사는 곳이라…….”
오동민은 한숨을 쉬고는 카스를 보았다.
“그래도 카스가 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요?”
“문이 닫혀 있어서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굶어 죽을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녀석이 밖으로 나가기에 걱정돼서 쫓아갔는데…… 어찌나 빨리 뛰어가는지 놓쳤지 뭡니까.”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 뛰어가는 것을 사람이 쫓을 수 없다.
“그럼 카스 찾아서 나와 계셨던 건가요?”
“이 녀석이 어디를 갔는지 걱정이 돼서요. 그리고 많이 다치기도 했고.”
이야기를 나누며 카스를 따라가다 보니 한 빌라에 들어설 수 있었다.
빌라 1층 문을 발로 긁고 있는 카스를 보던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저희 집입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카스에게 다가가다가 문득 문을 보았다. 일반 아파트 문처럼 도어록이 붙어 있었다.
카스가 나갔다고 해서 열린 문틈으로 나갔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카스가 어떻게 나온 거죠?”
“방충망을 부수고 나갔습니다.”
“방충망을요?”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그래서 많이 다친 거니?’
카스는 연신 문을 긁었다. 그에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비밀번호가?”
“그…… 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라서…….”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 초입인 만큼, 이틀 전에 죽은 시신의 모습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도 잠시 망설이던 오동민은 카스를 보았다.
끼잉! 끼잉!
문을 발로 긁으며 우는 카스를 보던 오동민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8105 별입니다.”
그대로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카스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멍!
그런 카스의 뒤를 따라 들어간 강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거실에 쓰러져 있는 오동민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을 본 강진이 한숨을 쉬며 집의 불을 켰다.
달칵!
집 이곳저곳을 둘러본 강진이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말이다.
119에 전화해 현재 상황을 전달한 강진이 신발을 벗고는 방에 들어왔다.
집안에 들어오는 강진을 물끄러미 보던 카스는 오동민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그런 카스를 보던 오동민이 입을 열었다.
“저기…….”
강진이 보자 오동민이 말을 이었다.
“카스 이틀 동안 밥을 못 먹었습니다. 사료를 좀 챙겨 주시겠습니까?”
“사료요?”
“저기 싱크대 위에 있습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싱크대 위를 보았다. 그곳에는 개 사료가 담긴 봉지가 있었다.
“바닥에 두니 가끔 봉지 뜯어서 꺼내 먹길래 위에 올려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밑에 둘 것을 그랬습니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봉지를 잡았다.
부스럭!
강진이 사료 봉지를 들자 카스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한쪽에 있는 사료통과 물통을 들었다.
사료통과 물통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을 텐데…….’
통을 보던 강진이 거기에 사료와 물을 담아서는 밑에 내려놓았다.
“카스야, 밥 먹자.”
카스는 사료를 보다가 오동민의 곁에 몸을 눕혔다.
“녀석아 밥 먹어야지. 배고프잖아.”
오동민이 말을 걸었지만, 카스는 그저 시신의 옆을 지킬 뿐이었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오동민을 보았다.
‘그런데 카스가 어르신을 못 보나?’
배용수와 이혜미를 똑바로 보던 카스가 오동민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못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 진짜 귀신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시신 옆에 있던 카스가 아예 배를 깔고 누웠다.
스륵!
그러고는 고개를 오동민의 팔에 올리는 카스를 보던 강진은 슬쩍 집을 둘러보다가 한쪽에 눈이 닿았다.
집은 거실과 방 하나로 이뤄져 있었다. 열려 있는 방은 창문이 있고 그 앞에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열려 있는 창문은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밑이 찢겨나가 있었다.
카스가 책상을 올라가서 방충망을 찢고 나간 모양이었다.
스윽!
창문으로 다가간 강진은 피 묻은 방충망과 그 사이로 끼어 있는 털들을 볼 수 있었다.
요즘 방충망은 철사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지니…….
‘얼마나 아팠을까?’
강진이 방충망에 묻어 있는 털들을 볼 때 오동민이 다가왔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성 형한테도 연락했으니 곧 오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족들한테 연락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잠시 있다가 책상에 놓인 핸드폰을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쥐고는 버튼을 눌렀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2G폰이라 따로 지문인식 같은 걸 할 필요는 없었다.
화면에 불이 들어오자 오동민이 말했다.
“일 번부터 삼 번까지가 제 자식들입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숨을 고르고는 1번을 꾸욱! 눌렀다. 그러자 잠시 연결음이 나오다가 끊기고는 남자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마찬가지로 잠결에 받은 듯 잠겨 있는 남성의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저…….”
강진은 문득 뭐라고 해야 하나 싶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자 상대가 당황한 듯 말했다.
[누구십니까? 그거 저희 아버지 핸드폰인데?]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이런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당신 누구냐고!]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 듯 사내가 거칠게 말하자, 강진이 말했다.
“오동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잠시 답이 없는 전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후우!]거친 숨을 몰아쉬던 남자는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 입니까?]“지금 자택입니다. 그리고 119는 방금 불렀습니다.”
[방금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누구신지?]“저는 오동민 어르신이 자주 오시던 식당 사장입니다.”
[혹시 한끼식당?]평소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지, 바로 식당 이름을 말하는 상대에게 강진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희 아버님 집에?]“카스가…… 새벽에 저희 집에 왔습니다.”
[카스가요?]“가게 문에서 긁는 소리가 나길래 나와 보니 여기저기 피 묻은 카스가 와 있더군요.”
[카스가?]“그거 보고 상황이 이상한 것 같아서 어르신 집으로 와 봤는데…….”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아…… 그럼 아버님은?]“지금 119 오고 있습니다. 제가 병원에 따라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여섯 시 전까지는 서울 도착할 겁니다. 감사합니다.]“형제분들에게는…….”
[제가 연락하겠습니다.]그걸로 통화를 마친 강진은 오동민을 보다가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강진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오동민의 얼굴을 혀로 핥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너도…… 이별은 아는구나.”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고는 작게 낑낑거렸다. 그러고는 오동민의 몸에 머리를 들이밀고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긴 한숨을 토했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 저렇게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