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3
564화
이소연에게 새 비빔국수를 가져다준 강진이 자리에 앉으며 김봉남을 보았다.
김봉남도 다른 직원들처럼 잔디밭에 앉아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두 그릇을 놓고 먹고 있었다.
“입에 맞으세요?”
강진이 묻자 김봉남이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음식 솜씨는 용수가 생각이 나.”
김봉남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 손질할 때 보니 딱 용수 생각이 나더군요.”
‘용수가 옆에서 하나하나 다 가르쳐줬으니까요.’
웃으며 강진이 비빔국수를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김치와 파김치, 깍두기 국물을 섞어서 양념을 만들었다. 그래서 양념에서 묘한 맛이 났다.
거기에 깍두기의 식감이 좋았다. 크지 않아서 적당히 한입에 씹혔고 아삭했다.
강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비빔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국수를 다 먹은 강진과 직원들은 잔디밭에 앉아 매실차를 마시고 있었다.
커다란 물통을 두고 마실 만큼 따라 마시는 직원들을 보며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러고 있으니 살았을 때 같네.”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날 좋을 때면 간식을 먹고 이렇게 햇볕 쬐면서 잡담도 하고 쉬었거든. 이 시간이 참 좋았는데.”
말을 하며 배용수가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주방 막내를 도와 여자와 남자 둘이 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물론 막내일 때는 저게 참 힘들었는데.”
“막내들이 치우는 거야?”
“어딜 가나 막내가 힘든 법이지.”
“힘들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을 보았다. 이진웅은 김봉남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옆에서 임수령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소연이 이진웅 옆에 앉아 웃고 있었다. 그녀는 부모님을 보다가 김봉남을 봤다가 잔디밭에서 쉬고 있는 직원들을 보고 있었다.
귀신이 섞여 있긴 했지만, 무척이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잘 노네.’
그런 생각을 할 때, 김봉남이 이진웅에게 물었다.
“요즘도 아침에 김밥하고 라면을 먹나?”
이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김밥하고 라면이 좋더군요.”
이진웅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다가 어깨를 두들겼다. 위로해 주고 싶지만…… 해 줄 말이 없었다.
이소연이 죽은 후로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식 잃은 부모에게는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잠시 침묵하던 김봉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라면 먹을 때 스프 다 넣지 말거라. 짜.”
김봉남의 말에 이진웅이 웃었다. 그리고 그건 배용수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는 다 넣고 물은 조금 잡아야 라면이 맛있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그래야 하니 말이다.
물론 김봉남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알고 있다. 짜게 먹으면 몸에 나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으려면 라면을 먹을 이유가 없다. 라면은 맛있게 한 끼 때우려고 먹는 것이니 말이다.
“라면 먹는 만큼 다른 몸에 좋은 것 잘 챙겨 먹겠습니다.”
그러고는 이진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족구나 한 판 하자.”
그에 남자 직원들 몇이 급히 일어났다.
“좋죠!”
일어난 직원 중 한 명이 어디로 뛰어가더니 축구공을 몇 개 들고 왔다.
직원이 축구공을 던지자 이진웅이 그것을 가볍게 발로 받아서는 톡 머리 위로 올렸다가 가볍게 떨구어 손으로 잡았다.
“강진이 공 좀 차?”
“잘은 못 하는데…….”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웃었다.
“누구는 잘해서 하나. 같이 한 판 하자.”
강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이진웅이 공을 차 주자, 강진이 그것을 가볍게 받아서는 발로 툭툭 찼다.
그 사이 직원들 몇이 의자에 줄을 연결해서는 잔디밭에 놓았다.
그것을 라인으로 하려는 모양이었다.
배용수는 이소연과 함께 이진웅과 강진이 팀을 먹고 족구를 하는 것을 구경했다.
“올려! 올려!”
이진웅의 외침에 강진이 공을 가볍게 톡 치며 올렸다. 그에 이진웅이 발을 크게 올려서는 그대로 내리찍었다.
탓!
공이 상대방 진영에 떨어진 채 굴러가는 것을 보던 이진웅이 웃으며 손을 들자 팀원들이 와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이스 샷!”
“나이스!”
팀원들의 외침에 이진웅이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한편, 아빠의 활약에 이소연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환호하고 있었다.
“우리 아빠 최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소연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진웅 형 잘한다.”
“응! 우리 아빠 정말 잘한다.”
“진웅 형이 족구를 정말 좋아하지.”
“맞아. 아빠 저거 좋아해. 늘 저거 했어.”
이소연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연의 말대로 이진웅은 족구를 정말 좋아했다.
배용수도 그와 자주 공을 찼다. 사람이 많고 골대가 있는 곳에서는 축구를 했고, 사람이 없고 골대가 없는 곳에서는 족구를 즐겼다.
그래서 이소연도 이진웅이 족구를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운암정에 놀러 오면 아빠가 직원들과 족구를 늘 했었던 탓이다.
아빠가 즐겁게 공을 차는 것을 보던 이소연이 웃다가 엄마를 보았다.
엄마가 웃으며 손뼉을 치거나 응원을 하는 것을 보던 이소연이 웃었다.
“우리 엄마도 즐거워 보인다.”
아빠,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는 이소연의 얼굴에 미소가 진하게 어리자 배용수가 그녀를 보았다.
‘가려는구나.’
이소연을 보던 배용수가 살며시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소연아.”
“응?”
이소연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엄마하고 아빠는 너를 잊은 것이 아니야. 엄마, 아빠는 늘 너를 생각해. 알지?”
“알아. 엄마도 아빠도 아침마다 내 사진 보면서 말을 걸어.”
-소연아, 잘 잤니?
-소연아, 밥 먹자.
이소연이 웃으며 말하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임수령에게 다가갔다.
“엄마 안아주자.”
“응.”
이소연은 임수령에게 다가가 살포시 안았다.
“엄마, 사랑해.”
잠시간 가만히 안아주고는 몸을 떼어냈다. 그런 이소연의 손을 잡은 배용수가 이진웅을 보았다.
“아빠도 안아주자.”
이소연은 이진웅을 보다가 후다닥 뛰어갔다.
“아빠!”
공을 차는 이진웅에게 간 이소연이 그를 뒤에서 안았다.
“아빠! 사랑해!”
그 자세 그대로 올려다본 이소연이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도 웃으면서 살아야 해.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 보러 와. 그때는 내가 면도도 해 줄게.”
이진웅을 껴안은 이소연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사랑해.”
화아악!
그와 동시에 이소연의 몸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으로 헤딩을 하려던 이진웅의 몸이 순간 멈췄다.
퍽!
헤딩하지 않고 공에 그대로 맞은 이진웅의 모습에 사람들이 살짝 놀란 듯 그를 보았다.
“형 괜찮으세요?”
“숙수님?”
팀원들의 말에 이진웅이 손을 저었다.
“괜찮아. 괜찮아. 잠시 딴 생각이…….”
말을 하던 이진웅은 문득 느껴지는 액체에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눈물?”
아프지 않은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이진웅이 눈을 닦는 것에 팀원이 걱정스레 물었다.
“형 괜찮으세요?”
이진웅은 눈가를 닦다가 말했다.
“괜찮아.”
“눈……물 흘리시는 것 같은데.”
“그러게……. 갑자기 눈물이 나네.”
눈가를 벅벅 닦아낸 이진웅이 웃으며 공을 잡고는 말했다.
“자, 다시 하자.”
그러고는 공을 힘차게 차올렸다.
펑!
펑!
다시 족구에 집중하는 이진웅을 보던 강진이 슬쩍 임수령을 보았다.
임수령 또한 웃으며 눈가를 손으로 닦고 있었다. 그녀 역시 영문 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승천한 것을 느끼지 못할 텐데…… 부모는 그런 겁니까?’
귀신을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인데, 딸이 승천함과 동시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
새벽 늦은 시간, 강진은 잠을 자고 있었다.
“…….”
열대야가 생기네 마네 하는 시기였지만, 강진의 식당은 잠자기 딱 좋은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워낙 많은 귀신이 오고 가니 그 자체로 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자고 있던 강진을 누가 툭툭 찼다.
“뭐야?”
강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다가 배용수가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들어왔어?”
귀신들은 강진의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올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강진의 사생활을 존중해서였다.
“나와 봐라. 옷 입고.”
“응? 왜?”
강진이 의아한 듯 보았으나 배용수는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그 모습에 조금 불안함이 든 강진이 옷을 입고 찬물로 얼굴을 대충 씻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띠링! 띠링! 띠링!
식당에 내려온 강진은 가게 문이 계속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가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덜컥! 띠링!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은 눈을 찡그렸다.
“카스야.”
가게 문 앞에서 문을 흔든 것은 진돗개, 카스였다. 그 옆에는 여직원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카스를 돌보고 있었다.
강진은 가게에서 새어 나온 불빛을 통해 카스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카스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
“많이 아프지?”
강진은 몸을 숙인 뒤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손에 묻은 피가 따뜻한 것이 흘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몸의 열기로 따뜻한 걸 수도 있고…….
몸과 머리에 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에 강진이 놀란 눈을 할 때, 카스가 크게 짖었다.
멍!
카스는 뒤이어 강진의 바지를 조심히 물어서는 당겼다. 마치 같이 가자는 뜻 같았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소리가 계속 들려서 나와 보니까 이러고 있더라고…….”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카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짖지 않고 문만 긁더라.”
강진은 카스와 시선을 맞추며 조심히 물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니?”
카스는 헥헥거리며 강진을 보았다. 눈이 살짝 충혈되고 입가에 거품이 있는 것이……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나 데리러 온 거야?”
멍!
마치 답을 하듯 크게 짖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한끼식당을 자주 와서인지 오는 길을 기억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타고 다녔으니 말이다.
잠시 카스를 보던 강진은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면서 배용수에게 수건을 가지고 오라고 하려 할 때, 이미 그는 한 손에 물그릇과 수건을 가지고 오고 있었다.
물그릇을 받아든 강진이 카스의 앞에 그것을 놓았다. 그에 카스가 강진의 바지를 다시 물고는 끌었다.
그에 강진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일단 물부터 좀 마시자. 그리고 몸도 좀 닦으면 형이 할아버지 보러 갈게.”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다가 물그릇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정신없이 혀를 날름거리며 물을 마시는 카스를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건으로 카스의 몸을 닦아냈다.
상처가 있을 수 있기에 천천히 몸을 닦던 강진이 배용수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나 전화 좀 할게.”
수건을 받아든 배용수가 카스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진은 할아버지의 집이 어딘지 모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태워다 준 적이 있던 황민성에게 묻고자 전화를 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