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89
590화
말없이 핸드폰 화면을 보는 신인성을 보던 황민성은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다시 잔을 내려놓고 지그시 신인성을 보았다.
영상을 다 본 신인성은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나는…… 조폭이었습니다.”
“조폭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신인성에게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학교 다닐 때는 애들 패고 다니는 일진 노릇을 했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잘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아…….”
신인성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보통 그런 애들이 하는 대로 방탕하게 살면서 조폭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다가 감옥도 갔습니다.”
황민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신인성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 그런 이…….”
이야기를 하느냐는 신인성의 물음을 황민성이 손을 들어 막았다.
“일단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신인성이 그를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황민성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머니가 면회를 자주 오셨는데, 오실 때마다 어머니께 화를 냈습니다. 뭐 좋은 모습이라고 이렇게 오냐고, 오지 말라고…….”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은 잔을 들려다 입맛을 다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는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생수 하나를 꺼내 가지고 왔다.
드르륵!
뚜껑을 따서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신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교도소에서 나오는 날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픈데 왜 왔느냐는 말에 어머니는 웃으며 도시락을 건넸습니다. 밥 먹자고…….”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은 재차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도시락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빈 도시락 통을 왜…….”
신인성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어머니가 치매였습니다.”
“아…….”
신인성은 작게 탄식을 토했다.
도시락을 제대로 쌌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교도소까지 황민성을 마중 왔다는 것에 가슴이 찡했다.
그런 신인성을 보며 황민성이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거기 화면에 있는 인성 씨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제 어머니의 예전 모습입니다.”
“네?”
신인성이 핸드폰을 보자, 황민성이 말했다.
“혼자 식사하게 하고, 혼자 머물게 하고…… 어머니를 늘 혼자 있게 한 것이 저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됩니다.”
황민성의 말에 신인성이 입술을 깨물며 핸드폰을 보았다. 핸드폰 속에서…… 어머니는 혼자 있었다.
밥도 혼자, 가게에도 혼자…… 혼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 신인성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서 저는 인성 씨를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를요?”
“나중에 저처럼 후회하는 삶 살지 말라고요. 저야…… 후회하고 후회해도 다시 돌이킬 수 없지만 신인성 씨는 아직 어머니가 젊지 않습니까.”
신인성이 말을 잇지 못하자,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누구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황민성의 말에 신인성은 재차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신인성을 보며 황민성이 한마디를 더 했다.
“어머니는 그저 어머니로서 열심히 살았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욕을 하고 비웃는다고 해도 자식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황민성은 신인성을 잠시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말은 다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말이 안 통한다면…….
‘두들겨 패버려야지.’
황민성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손을 내밀었다.
스윽!
핸드폰을 쥐는 황민성을 보며 신인성이 급히 말했다.
“방금 영상…… 저에게도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보내 드리죠.”
“여기 제 명함입니다.”
신인성이 명함을 건네주자, 황민성이 번호를 확인하고는 그에게 동영상을 전송해 주었다.
전송받은 동영상을 다시 플레이해서 보는 신인성을 보던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슬며시 말했다.
“유트브 보세요?”
“유트브요?”
“이번에 L 전자에서 VR 광고를 찍었더군요. 한 번 보세요.”
“광고요?”
“다큐멘터리 같은 건데…… 한 번 봐 보세요.”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신인성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신인성의 말에 황민성과 강진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사무실을 나온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어떻게, 잘 될 것 같죠?”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나 황민성…… 아직 주먹이 뜨거운 남자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인성 씨 그 불주먹 맛 안 보려면 말로 했을 때 잘 알아들어야겠네요.”
“그래야지. 형 이번에 들어가면 못 나와.”
황민성이 농과 진담을 섞어서 말을 하자 강진이 다시 웃었다. 올 때는 조금 걱정도 되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다.
“아까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인성 씨 갈군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타이밍이 좋았어.”
가장으로서 더러운 꼴을 보고 난 후에 이야기를 들었으니…… 소월향이 가장으로서 일했던 것을 그도 더 느꼈을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런데 형 말 참 잘하던데요.”
“내 일의 반은 말로 하는 거니까.”
“그래요?”
“사람들 지갑에서 말 몇 마디로 돈 꺼내게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줄 알아? 내가 이쪽으로 잘 풀려서 사업가 소리 듣지, 길 조금만 잘못 갔어도 사기꾼 소리 듣고 있을 거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받는다는 건 일단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대단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사무실을 보았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사업 투자할 때도 거의 다 되었으니 이제 사인만 하면 되겠다 싶었던 일이…… 마지막에 틀어지는 경우가 많거든. 오늘 신인성이 움직이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거야.”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 황민성과 강진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오 실장과 임방혁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잘 나누셨습니까.”
고개를 숙이는 임방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았다.
“경수 씨는요?”
“차 빼러 갔습니다.”
오 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임방혁을 보았다. 황민성이 보자 임방혁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성공하고 싶습니까?”
“네? 네.”
임방혁의 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네?”
“세상 모든 일…… 사람이 하는 겁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돈을 아무리 줘도 얻기 힘듭니다.”
임방혁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보았다.
그러나 황민성이 더는 말하지 않고는 걸음을 옮기자 임방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래는 거야?’
임방혁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진이 힐끗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네.’
황민성의 말은 그가 이때까지 살면서 느낀 인생의 철학이었다. 사람이 있어야 일이 진행이 되고, 믿을 사람이 있어야 일이 성공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임방혁에게는 그저 명언에 불과했다. 명언이 담긴 책을 수십 권 읽어도 그 명언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말이다.
임방혁을 뒤로하고 황민성을 따라가던 강진이 말했다.
“저 친구라는 사람 별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친구로서는 몰라도 상사로서는 별로인 건 맞아 보이네.”
“사람 자체가 별로인 건 아니고요?”
“사람 자체가 별로였으면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사업을 하겠어? 저기 안에 있는 친구들도 인생 걸고 하는 사업일 텐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업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서로 친했겠네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 거야.”
“상황요?”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했다.
“보니까 그 임방혁이라는 친구가 돈 관리하면서 친구들 월급 챙겨 주는 것 같던데…… 그럼 돈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지.”
“하긴 돈 관리가 힘들기는 하죠.”
“사무실 임대료야 아버지 건물이니 그냥저냥 넘어가겠지만…… 다섯이서 월 이백이라도 챙겨 가려면 월 순수익 천은 찍어야 하는데 쉽지 않지. 그러니 날카로워지고 돈돈 하게 되는 거야.”
“아…….”
친구를 막 대하기에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황민성의 말을 들으니 상황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사람이 싸가지가 없는 건 마찬가지지. 최소한 고객이 주문한 것은 제대로 해 주는 것이 상인의 신용인데, 컴퓨터 잘 모른다고 속여서 팔아먹고…….”
컴퓨터 부품을 빼돌린 것을 말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장사든 컴퓨터 장사든…… 파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오래 못 가죠.”
“내 말이 그 말이야. 상인은 신용이거든.”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고경수가 끌고 온 차에 타서는 강남으로 향했다.
한편, 강진과 황민성이 가고 텅 빈 사무실에서 신인성은 어머니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까 봤음에도 한 번 더 보는 것이었다. 영상을 물끄러미 보던 신인성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화면을 확대했다.
스윽! 스윽!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확대되면서 구석에 있던 전자 벽시계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벽시계를 보던 신인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날짜가…….’
신인성은 손가락으로 재생 시간을 앞으로 당겼다.
다시 재생되는 초반부를 본 신인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자 벽시계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날짜가 시간처럼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며칠 동안 같은 곳을 촬영해 만든 영상이었다.
영상을 두 번이나 봤음에도 날짜가 흐르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은…… 소월향이 늘 같은 복장으로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옷을 한 벌로 살아.’
속으로 한숨을 쉰 신인성이 핸드폰에 있는 소월향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이 홀을 정리할 때 최호철이 가게에 들어왔다.
스윽!
문을 뚫고 들어오는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향수를 꺼내 뿌려 주는 동안, 최호철이 말했다.
“핸드폰 가게 이상한 놈이 쳐다보더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상한 놈요?”
“응.”
강진은 혹시 하는 생각에 가게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디에요?”
“저기 ATM 옆에.”
최호철이 가리키는 곳을 본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ATM 옆에 몸을 숨긴 신인성이 핸드폰 가게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 사장님 스토커인가?”
최호철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에요.”
“아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보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아들이라고?”
“네.”
“아니, 소 사장님 너하고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데 무슨 저렇게 큰 아들이 있어?”
소월향의 나이를 모르는 듯한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동안이래요.”
“아무리 동안이라도…… 무슨 그런 사기 동안이 있어?”
최호철이 놀란 눈으로 핸드폰 가게를 보는 사이, 강진은 신인성을 향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