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
59화
강진이 멀리서 서류 표지에 적힌 글을 볼 때, 고영우가 서류를 다 집어서는 탁자에 올렸다.
그에 강두치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고객님 앞에 놓인 서류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변호사 불러줘.”
“불러드리고 싶기는 하지만…… 지금은 딱히 불러드릴 변호사가 없습니다.”
“변호사가 없으면 나는 한마디도 안 할 거야.”
“흠…….”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일단 고지는 해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죄송한데 냉수 한 잔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뿌리면 폭행으로 고소하겠어.”
고영우의 말에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부탁드립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수를 물통으로 가져다주었다.
강두치가 물을 잔에 따라 고영우에게 내밀었다.
“일단 정신부터 차립시다.”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경계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며 냉수를 마셨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이혜선의 옆에 앉으며 작게 물었다.
“그런데 귀신도 취해?”
“막 죽은 귀신은 살아 있을 때의 마지막 모습을 반영해요. 죽기 직전에 취해 있었다면 귀신도 취해 있는 거죠.”
“그럼 계속 술에 취한 채로 있는 거야?”
“자신이 죽었다는 걸 인지하고, 시간 좀 지나면 취한 건 사라져요.”
말을 한 이혜선이 고영우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도 고영우를 보았다.
고영우는 강두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고객님이 아직 정신이 없으셔서, JS 입국 관리자의 말을 이해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JS 입국 관리자? 아까 너하고 같이 온 검은 옷 입은 놈?”
“그렇습니다. 일단 고영우 씨는 오늘…… 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군요. 어제 23시 37분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하셨습니다.”
“사망?”
무슨 말인가 싶어 강두치를 보던 고영우가 놀라 소리쳤다.
“내가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웃었다.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누구야! 누가 이런 장난을 쳐? 오청식이, 너지!”
고영우가 카메라를 찾기라도 하겠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벨 소리에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회 배달 왔는데요. 가게가 안 보입니다.]“어디신데요?”
[주소대로 왔는데…… 한끼식당이 안 보이네요.]“잠시만요.”
전화를 받으며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길가 한쪽에 오토바이를 탄 채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기, 손 한 번 들어봐 주실래요?”
강진의 말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손을 들자, 강진이 전화를 끊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회 배달 오셨죠?”
“한끼식당요?”
“네.”
강진의 답에 배달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게가 안 보이던데?”
“저기 있잖아요.”
배달원의 시선에 강진이 바로 앞에 있는 한끼식당을 가리켰다. 그에 배달원이 그제야 한끼식당을 보고는 웃었다.
“코앞에 두고 못 찾았네요.”
“눈에 잘 띄지 않나 보네요.”
귀신들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귀신들이 있으면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한끼식당을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배달원처럼 눈앞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알고 오는 손님이 아니면 살아 있는 손님들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받은 강진이 회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회를 이혜선 일행의 테이블에 놓고는 이지선 일행을 보았다.
“회 좀 드릴까요?”
“제주도에서 많이 먹고 왔으니 우리는 됐네.”
이지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비닐을 벗기며 강두치 쪽을 보았다.
고영우는 여전히 화가 나고 황당해하는 얼굴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죽었다고?”
“손을 보세요.”
강두치의 말에 고우영이 자신의 손을 보았다.
“어? 내 손이 왜 이래?”
고우영의 몸은 반투명한 뿌연 모습이었다. 죽은 지 삼 일이 되지 않았으니 아직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그 중간에 있어, 가게 안에서도 완전히 현신을 못하는 것이다.
“죽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금 저 여자들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당신 말대로 내가 죽었으면 어떻게 저 여자하고 이야기를 하고…… 아! 저 여자는 내 머리를 병으로 후려쳤다고!”
고우영이 이혜선 쪽을 보자, 이혜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또 놀고 싶으면 말해. 여기 빈병 많으니까.”
이혜선의 말에 고우영이 움찔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는 강두치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나를 보잖아. 내가 귀신이면…… 어? 당신도 나를 어떻게 보고 이야길 하는 거야?”
“그거야 저는 죽은 자를 상대하는 JS 금융 직원이라 그런 것이고, 저기 있는 분들도…… 당신처럼 죽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 헉! 그럼…… 귀…… 귀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서는 고우영의 모습에 이혜선이 혀를 길게 내밀고는 눈을 위로 치켜떴다.
“에비!”
“헉! 귀…… 귀신이다!”
놀라 소리치며 급히 가게를 도망치려는 고우영의 모습에 강두치가 한숨을 쉬고는 그 뒷목을 낚아챘다.
덥석!
“크윽!”
뒷목이 잡히자 고통스러워하는 고우영을 자리에 앉힌 강두치가 말했다.
“고객님, 당신도 귀신입니다.”
“하지만…… 귀신이.”
“쉿!”
진정하라는 듯 쉿 소리를 낸 강두치가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다른 고객들도 봐야 하니 빠르게 설명을 드리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서류를 들어 보였다.
“일단 이 서류는 고객님께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낸 사망 사고에 대한 대출 증서입니다.”
“사망 사고?”
“기억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고객님께서 음주 후 운전하던 차가 차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를 박았습니다. 그로 인해 상대방 차 운전자가 사망을 하였습니다.”
“사망?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줄 합의금이 필요합니다.”
말과 함께 강두치가 서류를 들이밀었다.
“음주 운전 교통 사망 책임 대출 증서?”
“내용 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내가 죽었다며?”
“그렇습니다.”
“죽었는데 무슨 합의금이야? 죽으면 땡 아냐?”
고영우의 말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냉수를 한 잔 따랐다.
쪼르륵!
물을 따르며 강두치가 말했다.
“사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태어나는 것이 땡이고, 죽는 것이 시작입니다.”
“뭐?”
“당신이 이승과 저승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 물잔에 있는 시간이라고 할 때…… 사람으로 보내는 시간은…….”
강두치가 숟가락을 집어서는 물잔에 살짝 담갔다가 꺼냈다. 숟가락에 살짝 묻어 있는 물기를 보여주며 강두치가 말했다.
“고작 이 정도입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바로…….”
강두치가 물잔을 가리켰다.
“이 잔 안에 담긴 물만큼의 시간을 저승에서 보냅니다.”
“그건…… 평생이잖아?”
“그런 셈이죠. 그래서 이런 합의금이 필요한 겁니다.”
“왜?”
“당신 때문에 아직 이곳에 오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으니, 그 사람의 시간에 대한 보상입니다.”
“합의를 안 하면?”
“어떻게든 합의는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형식적인 겁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서류를 다시 가리켰다.
“일단 보고 서명하세요. 다시 말하지만, 저도 바쁜 직장인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서류를 펼치고는 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강두치가 한숨을 쉬고는 몸을 일으켜 이혜선의 탁자로 왔다.
의자를 끌어다 앉은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요즘 장사 잘 된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JS 금융에 퍼진 건가요?”
“그런 셈이죠.”
말을 하며 강두치가 이혜선을 보았다.
“나도 한 잔 줘.”
“업무 중에 술 마셔도 돼요?”
“저런 놈한테 시간 쓰는 것이 아까워서라도 한잔해야겠어.”
강두치가 손을 까닥이자 이혜선이 잔에 남은 소주를 입에 털고는 내밀었다.
그러고는 소주를 따라주자 강두치가 한 입에 털어 넣고는 젓가락으로 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회 맛있네. 우럭인가?”
강두치가 회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회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요. 모둠으로 시켜서.”
모둠이라 색이 다른 것이 몇 종류 있었다. 하지만 회를 자주 먹어 본 적이 없는 강진이니 뭐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서류를 보는 고영우를 힐끗 보았다.
“음주 운전 하다 죽은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소주를 다시 한 잔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음주 운전을…….”
요즘처럼 사회 문제로 음주 운전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니.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때와 상관없이 어느 때라도 음주 운전은 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건…… 그렇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말했다.
“이승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누가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이상은 심하게 처벌하지 않죠. 걸리면 벌금 내고 운전면허 취소나 정지 정도인데…… 저승은 다릅니다. 음주 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든 안 내든, 했다는 것만으로도 지옥을 여러 곳 거쳐야 합니다.”
말을 하는 강두치를 본 강진이 슬며시 소주를 들어 빈 잔에 따라주었다.
“어떤 지옥에 가게 되는 겁니까?”
나중에 자신도 죽으면 저승에 가게 되니 그전에 저승의 법이라는 것에 대해 좀 알아두면 좋을 듯했다.
“일단 부모님이 걱정을 하시게 되니 효의 법을 어깁니다. 한빙지옥에서 판단을 하는데…… 거기 엄청 춥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춥죠. 돈 있는 사람들은 롱패딩도 입고, 방한장갑과 신도 있지만…… 없는 사람들은, 음…….”
잠시 생각을 하던 강두치가 예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남극에서 팬티 한 장만 입고 100킬로미터 걷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그냥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지옥이네요.”
“저승에 있는 지옥들이 다 그렇습니다. 어딜 가도 돈 없으면 끔찍한 곳이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일이니 독사지옥에도 걸리고, 음주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거짓말도 했으니 발설지옥과 거해지옥에도 걸리죠. 일단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이 이 네 곳인데…… 저놈은 음주 운전으로 사람까지 죽였는데 돈도 한 푼 없이 대출까지 이십억이 넘으니……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지옥일 겁니다.”
“크게 다루네요.”
“크게 다룰 수밖에 없는 일이죠. 저기 현실이 있잖습니까.”
강두치가 고영우를 힐끗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죽이고 남도 죽인다라…… 크게 다룰 수밖에 없겠네요.”
음주 운전 금지 캠페인에 나오는 문구를 떠올리는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소주를 입에 털고는 일어나 고영우에게 다가갔다.
“서류 다 보셨습니까?”
“합의금이 2억인데…… 그럼 다 되는 겁니까?”
아직 얼떨떨하기는 하지만 고영우도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됐는지 목소리가 많이 진정이 되어 있었다.
“다 된다는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겁니다.”
“어떻게?”
“그건 가서 보시면 되고. 거기 이름 쓰인 곳 옆에 엄지 대세요.”
강두치의 말에 고영우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삼일장이 끝날 때까지는 이승에서 대기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삼 일 후에 JS 입국 관리자가 와서 저승으로 데려갈 겁니다.”
“그러고 난 후에는…….”
고영우의 물음에 강두치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네가 입으로 지은 죄, 돈으로 지은 죄, 몸으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 너의 행동과 마음으로 사람들이 운 눈물이 네 숨통을 조일 것이며, 너에게 고통을 받은 사람들의 고통이 네 사지를 끊어낼 것이다.”
강두치의 서슬 퍼런 말에 고영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런 고영우를 보며 강두치가 살짝 웃었다.
“뭐…… 앞으로 천천히 겪으며 될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마하니…… 이미 죽었는데 또 죽기야 하겠습니까? 하하하!”
정말 기분 좋게 웃으며 강두치가 일어났다.
“자, 그럼 가시죠.”
“어디를?”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주인이 밖에 있으면 되겠습니까? 고영우 씨 장례식장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