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3
604화
강진은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에 모였기에 유훈과 유인호 둘 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콩나물국에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이고 있었다.
거기에 계란찜도 했으니 해장으로는 좋을 것이다. 계란의 단백질이 숙취에 좋으니 말이다.
음식을 만들던 강진의 눈에 뭔가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툭!
강진은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잡힌 것을 확인한 강진이 천장을 보았다.
‘지은 씨…… 아니, 형수님 가셨구나.’
천장을 잠시 보던 강진은 쥐고 있던 종이를 펴 보았다.
‘무당?’
뜬금없는 이야기에 의아해하던 강진은 글을 마저 읽었다.
임지은의 걱정 어린 글에 강진이 웃었다.
“뭘 이런 걱정을 다 하시고…… 그냥 편하게 올라가시면 될 것을.”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글을 마저 읽었다. 내용 대부분은 유훈 잘 살게 앞으로도 좀 살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글귀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미령 씨는…… 안 가셨구나.”
강진은 조금 입맛이 썼다. 자신과 같은 신세인 언니를 만나서 조금은 위안이 됐을 텐데…… 혼자 남은 그녀가 걱정되는 것이다.
임미령을 생각하던 강진은 종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 분이라도 가셨으니 다행이지.”
그러고는 임지은이 보낸 편지와 수표를 주머니에 넣었다.
강진은 수표의 금액을 보지도 않았다. 그저 잘 뒀다가 나중에 유훈이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하면 그때 아기 신발을 사려고 넣어둔 것이다.
강진은 주머니에 종이와 수표를 잘 넣고는 마저 요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준비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 올라가서 깨우고 올게.”
같이 아침을 준비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오자, 이혜미가 말했다.
“2층 치우지 마시고 사람들만 데리고 내려오세요.”
“죄송해서.”
“에이! 공짜로 하나요. 우리도 다 월급 받고 하는 건데.”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이혜미를 보며 웃어준 강진은 2층으로 올라갔다.
마음 같아서야 자신이 치우겠다고 하고 싶지만 아침에 사람들 깨워서 밥 먹이고, 공원 가서 애들 밥 주고 오는 동안 이혜미와 직원들이 청소를 다 해 놓을 것이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라는 걸 아니 그냥 고마움을 표시했다.
2층으로 올라온 강진은 진한 남자 냄새와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누워 있는 두 사람과 유인호의 팔을 베고 누워 있는 임미령을 볼 수 있었다.
강진이 올라오는 것에 임미령이 몸을 일으키지 않고 말했다.
“다 깨어 있어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방금…… 지은 언니 승천했어요.”
강진은 슬쩍 유훈을 보았다. 유훈은 눈을 뜬 채 멍하니 자신의 옆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포즈가 이상했다. 한쪽 팔은 쭈욱 편 채였고 반대 팔은 마치 무언가를 안고 있는 듯한 포즈였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멍하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유인호를 보았다.
유인호도 눈을 뜬 채 멍하니 옆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이들을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유훈이 입을 열었다.
“강진아.”
유훈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 점심때까지 누워 있다 가도 되냐?”
“되기는 하는데, 회사는요?”
“아파서 병가…… 낼 거야.”
“어디 아프세요?”
유훈은 말없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유훈의 모습에 강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나도 병가.”
둘 다 병가라는 말에 강진이 둘을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쉬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슬며시 1층으로 내려왔다.
강진이 내려오자 배용수가 말했다.
“씻고 내려온대?”
“병가 내신대.”
“병가? 어디 아프대?”
“……마음이 아프시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2층을 볼 때, 이혜미가 씁쓸하게 말했다.
“지은 씨가 승천할 정도면 뭔가 이야기가 있었겠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일단 우리끼리라도 먹자.”
배용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란물이 담긴 뚝배기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계란찜만 하면 돼.”
“알았어.”
그러고는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위에 분들 점심때쯤 내려올 것 같으니…….”
“주방에서 놀게요.”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강진이 내려가는 소리를 듣던 유훈이 입을 열었다.
“인호야.”
유훈의 부름에 유인호가 그 자세 그대로 답했다.
“네.”
“형 중얼거리는 소리 다 들었니?”
답이 돌아오지 않자, 유인호를 보며 유훈이 입을 열었다.
“형은 결혼할 거다.”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도 그걸 원하실 거예요.”
“그래. 그걸 원할 거야. 우리 지은이는 착하고…… 좋은 여자니까.”
그러고는 유훈이 말을 이었다.
“미령 씨도 너 혼자 이러고 있는 것 보면 힘들어할 거야.”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미령이도 착하고…… 좋은 여자니까요.”
그러고 잠시 있던 유인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형.”
유인호는 슬쩍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미령이한테 정말, 정말 미안한데…… 저는 미령이 조금만 더 품고 있겠습니다. 지금은 놓을 수가 없네요.”
그 또한 자신이 이렇게 있는 게 혹시라도 곁에 있을 그녀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녀를 보낼 수가 없었다.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런 마음을 먹기까지 10년하고도 수년이 걸렸다. 하지만 유인호는 몇 년 되지 않았으니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강진이가 정말 신기가 있으면…… 너와 내가 만난 거 우연이 아닐 거야.”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가만히 옆에 놓여 있는 자신의 팔을 보았다.
정말 임미령이 곁에 있다면 지금쯤 자신의 팔을 벤 채 누워 있을 것이었다. 잠시 자신의 팔 위에 시선을 주던 유인호가 말했다.
“강진이한테 신기가 있다고 믿으세요?”
“…….”
잠시 말이 없던 유훈이 웃으며 답했다.
“지금은 믿을래.”
“왜요?”
“그래야…… 내 말을 지은이가 들었을 테니까.”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잠시 자신의 팔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믿을래요.”
그래야 임미령을 조금은 더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유인호의 말에 유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멍하니 허공을 보았다.
***
조금은 북적거림이 줄어든 점심시간 끝 무렵에 황민성이 오 실장, 고경수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김치찌개네.”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등심 수육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단백질 등심 수육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등심 수육은 사실 좀 힘들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다른 분들은 맛있게 드시던데요?”
“그분들이야 가끔 먹는 거고, 나는 거의 매끼 먹는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이슬 씨한테 내 식단 이야기했어?”
“밥상이 좀 변했어요?”
“밥 양은 줄고 고단백에 야채들이 많이 나와.”
“몸에 독소 빼는 데는 야채가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침에 디톡스에 좋다는 무슨 즙 먹고 있다.”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젓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수육을 가리켰다.
“김치에 싸서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오 실장과 고경수를 보았다.
“두 분도 많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고경수가 웃었다.
“요즘 우리 사장님 덕에 이렇게 특별식을 잘 먹어서 몸이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고경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이 점심을 여기에 먹고 가다 보니 두 사람도 본의 아니게 정력왕 식단으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으로 차별하는 것만큼 서운한 것도 없으니, 황민성 먹을 음식 만들면서 다른 사람 것도 같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점심 식단에 고단백질 메뉴가 하나씩 포함이 되어 있었다. 물론 장어처럼 조금 가격대가 나가는 음식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식사 건강하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수저를 들었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오 실장이 슬쩍 젓가락으로 수육의 반을 밀어 선을 만들었다.
“이만큼은 드셔야 합니다.”
“아니, 무슨…….”
“건강 생각해서 이 사장님이 만드신 건데 이만큼은 드셔야죠.”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등심을 집어 입에 넣었다.
나름 퍽퍽하지 않도록 만들었지만 지방이 거의 없이 살코기만 있는 등심은 퍽퍽했다.
처음 먹어 본 사람은 담백하고 맛있다고 하겠지만, 요 며칠 이런 음식을 계속 먹은 그로서는 질릴 수밖에 없었다.
느릿느릿 고기를 먹는 황민성을 보며 작게 웃은 오 실장이 등심을 집어 김치에 싸서는 먹었다.
“맛 좋네요.”
오 실장의 말에 고경수도 고기를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아주 좋네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좀 더 드시죠.”
황민성이 슬쩍 고기 몇 점을 선 너머로 옮기려 하자 오 실장이 웃으며 고기를 집어 먹었다.
“저희는 이거면 됩니다.”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젓가락으로 집은 고기 몇 점을 그대로 입에 넣고 씹었다.
작은 실랑이가 끝나고 식사가 이어지는 사이, 2층에서 유훈과 유인호가 내려왔다.
“일어나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던 유훈은 황민성을 보고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민성아.”
유훈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황민성은 그를 보고는 웃으며 일어났다.
“형님.”
형님이라는 말에 유훈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한 번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형님 동생 하기로 했던 터라 황민성이 “누구?”하면 민망했을 터였다.
“밥 먹으러 왔어?”
“네. 그런데 여기서 주무셨어요?”
“어제 강진이하고 술 마시다가 자 버렸네.”
“어! 그럼 식사하셔야죠. 여기 앉으세요.”
황민성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고는 강진을 보았다.
“여기 밥만 한 그릇 가져다줘라.”
황민성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저었다.
“나 일행 있어.”
그러고는 유훈이 유인호를 가리켰다.
“여기는 유인호.”
“동생이세요?”
같은 유 씨라 친동생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에 유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동생.”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그를 보고 한 번 웃고는 황민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훈이 형 동생 유인호입니다.”
“나는 황민성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강진이 옆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세요. 식사 낼게요.”
강진의 말에 유훈과 유인호가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음식을 준비해서는 가지고 나왔다.
음식을 하나씩 내려놓던 강진은 문득 두 사람 옆자리를 보았다. 분명 빈자리인데, 숟가락과 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