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24
625화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손님 몇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그들에게 서빙을 하고는 웃으며 최종수 쪽 테이블을 가리켰다.
“오늘 저 학생이 생일이라 좀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조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생일이구나.”
손님은 최종수 쪽을 보다가 말했다.
“여기서 생일 파티도 하나 보네요?”
“저희 식당이 맛집이기도 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학생들이라서요.”
맛집이라는 말에 손님이 웃었다. 몇 번 여기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어서 강진의 말에 그냥 웃은 것이다. 맛집이라는 게 사실이긴 하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은 뭐가 좋나요?”
“혹시 미역국 좋아하세요?”
“미역국 좋아하죠.”
“그럼 미역국 백반 어떠세요? 미역국에 제육볶음 같이 나오는데.”
“좋네요. 어머니가 집에서 해 주는 저녁밥 느낌이네요.”
“정답!”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었다.
“미역국 파는 집이 없어서 미역국은 잘 못 먹었는데 좋네요. 그럼 미역국 백반 주세요.”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미역국 백반을 준비하는 사이, 임호영은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유심히 보던 임호영이 강진을 보았다.
“저 사장님.”
강진이 보자 임호영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제 아이템 좀 팔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이템요?”
강진이 의아한 듯 쳐다보자 임호영이 그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에는 여전히 열혈성주가 켜져 있었다.
“제 게임 속 아이템들입니다. 제가 살았을 때 운영하던 혈은 해체되고 성도 이미 다른 사람이 장악했지만, 제 아이템과 돈은 그대로네요.”
임호영이 씁쓸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가도 아바타는 남네요.”
뭔가 묘했다. 생각을 해 보면 이예림의 아빠도 딸이 하던 게임을 이어 하고 있었다. 딸의 캐릭터로 말이다. 현실에서는 죽어도 게임 속 캐릭터는 살아 있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서 게임 아이템을 좀 팔았으면 합니다. 어차피 하는 사람도 없고 저도 이미 이렇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돈이 되겠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이템들도 많이 패치 되고 했을 텐데?”
임호영이 옛날에 좋은 아이템을 썼다지만, 시간이 꽤 지난 터라 옛날 아이템이 지금도 좋을지는 미지수였다.
강진의 물음에 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할 때에 비하면 아이템 시세가 조금 하락하기는 했더군요.”
“조금요?”
“제가 하던 게임은 아이템 시세를 잘 조정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쓰던 아이템들 지금도 현역입니다.”
웃으며 임호영이 말을 이었다.
“물론 제가 할 때는 몇 개 없던 아이템이 지금은 몇 개 더 생긴 것 같지만요. 그리고 게임 머니는 시세가 많이 안 떨어져서 제가 할 때와 비슷합니다.”
“아…….”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임호영을 보았다.
“그 성주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성주면 성에서 세금을 걷는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게 또 수입이 좋다고 하던데요?”
“제가 한창일 때는 한 달에 현금으로 오백 정도 가능했습니다.”
“세금으로요?”
강진이 놀라 보는 것에 임호영이 웃었다.
“한 달에 오백이 큰 것 같지만 저 혼자 먹는 것이 아닙니다. 밑에 간부들 나눠 줘야 하고 길드원들도 지원해 줘야 하고. 세금 들어오면 거기에 제 돈 얹어서 길드원들한테 돌려줄 때가 많았습니다.”
“자기 돈 나가는 거면 성주를 왜 해요?”
“그래야 힘이 생기고 이기니까요.”
임호영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자기 돈 들여서 길드를 키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곧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이해 못 하겠지만, 그때 피시방에서 봤던 형들이나 아저씨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었고 즐거움이었을 것이었다. 눈앞에 있는 임호영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이템을 팔고 싶다고요?”
“이거 팔아서…… 종훈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종훈이한테요?”
“저희 집이야 이미 불편하지 않을 만큼 있습니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이 적당한 게 좋은 거지, 조금 있으면 불편하고 많이 있으면 욕심이 생깁니다. 저희 집은 지금이 딱 좋습니다.”
자신이 남겨 놓은 건물도 있고, 애 엄마 이름으로 남겨 놓은 연금도 있다.
거기에 동생들이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도 있으니 임대강이 대학 가고 사회 나와서 결혼할 여자 데려오면 좋은 아파트 하나 사 줄 정도는 될 것이었다.
이 정도면 되었지, 더는 욕심이었다.
강진이 임호영의 캐릭터와 화면에 뜬 아이템들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이건 좀 불법이라서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한숨을 쉬었다.
“아이템 거래가 불법이기는 하죠.”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요.”
강진은 재차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사실 귀신이 이승에 영향을 끼치는 건 저승에서 막고 있거든요.”
“아…… 하긴, 귀신이 이승 일에 관여하면 문제가 되겠네요.”
실망하는 임호영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건…… 어쩔 수 없죠.”
임호영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힐끗 천장을 보았다.
“혹시 임호영 씨 VIP인가요?”
“저는 VIP는 아닙니다. 그런데 위는 왜 보십니까?”
강진이 갑자기 허공을 보며 말하자 임호영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허공을 보며 말을 하나 싶은 것이다. 그에 임호영이 같이 허공을 볼 때, 강진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짧은 신수호의 답에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보던 강진은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잠깐?’
뭔가 생각을 하던 강진은 고개를 돌려 주방 벽을 보았다. 정확히는 소월향이 있는 핸드폰 가게 쪽이었다.
‘내가 말은 못 해도 무당은 말해도 되지 않나?’
무당이 하는 말을 믿느냐 마느냐는 사람이 선택해야 할 사안이지만, 잘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무당은 귀신의 말을 전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소 사장님하고 상담 좀 해 봐야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임호영을 보았다.
“저희 옆에 핸드폰 가게 있는 것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거기 가서 제가 보냈다고 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오시겠어요?”
“…….”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보았다.
“사장님…… 제가 귀신인 것을 잠시 잊으신 건?”
귀신인 자신이 어떻게 핸드폰 가게에 가서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임호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거기 사장님이 무당이셔서 아저씨를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무당?”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무당이 귀신을 보는 겁니까?”
“무당 안 믿으세요?”
“미신 같은 건 안 믿어서요. 그리고 죽어서도 저를 보는 사람은 사장님이 처음입니다.”
“그럼 한 번 만나 보세요. 핸드폰 가게 사장님은 진짜 귀신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무당이세요. 가서 그 게임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퇴근하시기 전에 어서 가 보세요.”
예전 소월향은 퇴근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퇴근을 해서 집에 가고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급히 가게를 나섰다.
핸드폰 가게와 강진의 가게는 가까이 붙어 있으니 수호령인 임호영이라고 해도 충분히 다녀올 거리가 되었다.
강진이 임호영의 뒷모습을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손님 음식 다 됐어.”
“미안. 이야기하느라 너 혼자 했네.”
“괜찮고 어서 가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쟁반에 담아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손님에게 음식을 갖다 준 강진은 힐끗 시간을 보고는 임대강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어머니하고 할머니 언제 오신다고 했어?”
“다섯 시 반요.”
임대강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늦는 게 아니라 이쪽이 일찍들 온 거였구나.’
아직 다섯 시 반이 되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에 강진이 물었다.
“뭐 좀 드시고 계시겠어요?”
“괜찮아요.”
어머니가 사양하자 강진은 아이들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음료수라도 마실래?”
“아니요. 이따가 맛있는 것 많이 먹을래요.”
최종수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한 테이블 더 받고 서빙을 할 때, 김영지와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옷차림은 수수했다. 평소도 화려하지 않고 조금은 평범하게 입었지만, 오늘은 정말 평범하게 입었다고 할까?
아무래도 임대강 집이 좀 못 사는 것을 아니 그에 맞게 수수하게 입고 온 모양이었다.
다만…… 김영지의 옷 스타일은 조금 달랐다. 평소엔 좀 젊은 스타일로 옷을 입었는데 오늘은 일부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오늘 신경 많이 쓰셨네.’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나는 자리라 조금 나이가 드는 스타일의 옷을 입은 듯했다. 하지만…… 얼굴이 깡패라고, 너무 동안이다 보니 그냥 어색할 뿐이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인사를 하자 김영지가 고개를 숙이고는 임대강이 있는 테이블을 보았다.
김영지와 할머니가 들어오는 것에 최종수가 일어났고, 최종훈과 그의 어머니도 눈치를 보고는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가 조금 늦은 것 같습니다.”
김영지가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어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금방 왔습니다.”
“저는 대강이 엄마 김영지입니다. 이쪽은 대강이 할머니 되세요.”
김영지의 소개에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종수 엄마 유미라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큰아들 최종훈입니다.”
유미라의 인사에 최종훈이 고개를 숙였다.
“최종훈입니다.”
“아들이 듬직하고 잘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유미라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차라도 먼저 드릴까요?”
“고마워요.”
유미라의 말에 강진이 컵을 가져와서는 탁자에 놓인 물을 따라주었다.
“돼지감자차입니다. 몸에 좋대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수하고 맛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세 분 이야기 편히 나누세요. 음식은 말씀하시면 바로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김영지가 들고 온 쇼핑백을 유미라에게 내밀었다.
“당뇨에 좋다는 환이에요.”
“뭘 이런 걸 다.”
“아닙니다. 이거 아침하고 저녁에 한 스무 알씩 집어서 드시면 된대요. 대충 수저로 반 정도 떠서 드시면 된답니다.”
“거절해야 하는데 건강 생각해서 주신 거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웃으며 쇼핑백을 받은 유미라가 김영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미인이세요.”
“아닙니다. 어머니도 미인이세요.”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두 사람은 금세 아이들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었다.
강진은 음식을 준비하며 힐끗 홀을 보았다.
“생각보다 주문이 늦으시네.”
“이야기 좀 하다가 드시려나 보지.”
강진이 배용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 문을 뚫고 임호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기 다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식사 끝나고 가족들 보내시면 자기가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합니다.”
“아! 잘 됐네요.”
자신의 생각처럼 잘 된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소 사장님 이야기가 잘 되면 나는 그 판매처를 알아봐 주면 되겠네.’
오랜만에 예전에 일하던 피시방 사장님에게 연락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