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9
650화
강진과 황민성, 그리고 강상식은 마른 오징어와 육포, 그리고 조미채와 꿀 땅콩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원샷한 황민성이 문득 자신의 잔을 보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 여기서 맥주는 처음 마셔 보는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처음은 아니죠.”
“그런가?”
“다만 안주를 이렇게 놓고 마시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강진이 요리를 하지 않고 그저 간단하게 마른안주만 놓고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끔 이렇게도 좋지.”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TV를 보다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무슨 광고를 이렇게 빨리 만들었어?”
“길게 끌어서 좋을 것 있나요? 최대한 빨리 만들었어요.”
“그래도 닷새 만에 만든 건 너무 빠른 것 아니야? 무슨 삼 분 카레도 아니고 일 년 장사를 책임질 광고를 닷새 만에 만들어?”
황민성이 황당해할 정도로 광고가 뚝딱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TV 방영까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니 황민성이 걱정하는 것이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이 광고로 제품 판매에 영향이 있을 테니 말이다.
“광고 이상하게 나오면 너희 회사 타격 있을 텐데.”
정말 걱정스러운지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하고 화보 편집해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어요.”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나요.”
“돈 막 쓴 것 아니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광고 시간 잡는 건?”
방송국에도 정해진 틀이 있으니 광고를 갑자기 넣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희 제품 광고 들어가는 시간대에 이번 거 넣는 거라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쪽에도 아는 사람 있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문지나였다.
“지나 씨.”
문지나가 들어오는 것에 강상식이 급히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강상식의 환대에 문지나는 살짝 당황스러워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네.”
“여기 앉…… 아!”
강상식은 황민성을 보았다.
“여기는 저와 친한 황민성 형님입니다. 그리고 저를 보육원에 소개해 준 분이기도 합니다.”
강상식의 소개에 황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황민성입니다.”
“문지나입니다.”
문지나의 인사에 황민성이 고개를 숙였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민성의 예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마주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일어났다.
“전에 저도 조문했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못 갔습니다. 저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문지나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강상식이 오늘 여기에서 볼 수 있냐는 것만 물었던 터라 영문을 알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오늘 광고 방영하거든요.”
“…….”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오늘요?”
“네.”
“그…… 벌써요?”
문지나도 너무 빠른 광고에 놀란 듯하자, 강상식이 웃었다.
“빨리 나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광고가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
강상식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한 십 분 후에 나올 겁니다. 앉으시죠.”
강상식이 자리를 가리키자 그곳에 문지나가 앉았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드릴까요?”
“아…… 감사합니다.”
문지나가 빈 잔을 들자 강상식이 맥주를 따라주었다.
“혹시 드시고 싶은 안주 있으세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말을 하던 문지나는 TV를 보았다.
“혹시 여기에서 하는 건가요?”
문지나의 물음에 강상식이 TV를 보며 말했다.
“빠르게 만든 광고라 광고 시간대를 잡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어렵지 않…….”
툭!
황민성이 재빠르게 강진의 다리를 툭 찼다. 그에 강진이 돌아보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형 잔에 술 떨어진 지 오래다.”
“아 네!”
강진이 잔에 맥주를 따르자 황민성이 작게 속삭였다.
“눈치는 있어야지. 앞으로 상식이 공놀이 네가 해 줄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아!’하는 표정으로 강상식을 보았다.
‘이거 참…… 내가 눈치 없이.’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강진 많이 죽었네.’
눈치 좋다고 임상옥 교수가 회사에 인턴으로 보내주기도 했고, 회사에서도 빠릿하다고 좋은 점수 받았었는데…….
하지만 강진의 눈치는 먹고살기 위해 만들어진 생존의 눈치였다.
지금처럼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편한 자리에서는 눈치 봐야 할 일이 드물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둔하게 행동하고 만 것이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은 피식 웃고는 잔을 들었다.
‘그럼 어디 지금부터라도 눈치를 잘 봐야지.’
“지나 씨, 날씨도 더워서 목도 마르실 텐데 한잔하시죠.”
“아, 네.”
문지나가 잔을 들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형도 잔 드세요.”
그에 강상식이 잔을 들자 황민성도 잔을 들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다.
쭉 들이켜는 셋과 달리, 문지나는 친한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가볍게 목만 축이는 정도만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숙였다.
“네.”
“이제 광고 나가고 곧 언론 플레이하면……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때 강상식이 TV를 가리켰다.
“이거 끝나면 바로 나옵니다.”
강상식의 말에 사람들이 TV를 보았다. TV에서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는데, 곧 끝이 났다.
그리고 광고가 몇 개 지나간 후 문지혁이 나타났다.
생전 인터뷰를 내레이션으로 쓴 듯, 문지혁의 목소리와 함께 그가 연기했던 모습들이 하나씩 지나갔다.
사극, 현대물, 군대, 그리고 의학드라마…… 다양한 연기 모습이 지나가고, 스태프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문지혁이 보였다.
뒤이어 문지혁이 세수를 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문구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문지혁과 그 옆에 있는 중년의 남자가 같이 웃는 모습으로 광고가 끝이 났다.
잠시 광고를 보던 문지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문지나를 보던 강진은 티슈를 뽑아 강상식에게 내밀고는 황민성과 함께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화장실.”
“둘이 같이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은 작게 혀를 차고는 강진과 함께 화장실로 걸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온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광고 마지막에 나온 분, 그 아빠죠?”
“맞아.”
“그럼 이제 언론 플레이인가요?”
“일단 상식이 계획을 알아야지.”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이건 언제 터뜨리느냐가 중요하니까. 잘못 터뜨리면 오성화학 쪽에도 이미지 타격이 갈 수 있어.”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화장실에 강상식이 들어왔다.
“뭐하세요?”
“볼일 보는 중이지. 왜?”
“지나 씨 화장실 가신다고 해서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은 여자, 남자가 나누어져 있지만 들어오는 문은 하나니 말이다.
강진과 황민성이 밖으로 나오자 문지나가 고개를 숙이고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에 세 사람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잔을 들었다.
“그럼 언론은 언제야?”
“이미 시작되고 있을 겁니다.”
“벌써?”
“나쁜 쪽은 아니고, 고 문지혁 씨에 대한 것과 광고에서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으로 기사 나가고 있을 겁니다.”
강상식이 핸드폰으로 문지혁의 뉴스를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그 말대로 기사가 몇 개 나오고 있었다.
“응? 문지혁 씨가 좋은 일을 많이 했었네?”
“문지혁 씨가 유기견 보호 센터하고 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했었데요.”
“병원?”
“전에 병원 의사 역할 맡았을 때, 안쓰러운 분들 많이 본 모양이에요. 그래서 병원 봉사 활동을 자주 한 것 같더라고요.”
“댓글 올라온다.”
황민성이 댓글을 보여주었다.
댓글들을 보며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고 있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본격적인 언론 플레이는 내일 점심 전에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빨리?”
“속전속결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내일 점심에 하면 사람들이 광고를 많이 못 볼 텐데?”
“언론에 알려지면 실시간 검색어에 뜰 테고, 사람들이 찾아서 볼 겁니다. 그럼 TV에서 하는 것보다 더 사람들 눈에 들어올 겁니다.”
“하긴, 사람들이 이런 것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
“게다가 이 뉴스 퍼지면 그전에 있었던 이와 비슷한 사건들도 같이 뜰 겁니다.”
“이미 기자들하고는 말이 다 됐나 보네?”
“언론 플레이할 때 기자들하고 입 맞추는 거야 기본이죠.”
“너…… 기자들 많이 이용해 봤나 보다?”
“예전에…… 조금요.”
조금 민망해하는 강상식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 회사 대응은?”
“한 세 시간 정도 언론에서 터뜨리고 뉴스 좀 더 내보내고 난 후에 기자회견 해야죠. 그 자리에서 사과한 뒤에 광고도 좀 바뀔 겁니다.”
“바뀐다고?”
“마지막에 웃는 그 사람 옆에 문지혁 씨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으로요.”
“우는 건 좀 과하고 화내는 건 패륜처럼 보이니까?”
“잘 아시네요.”
강상식은 미소를 지었다.
“광고 기획사나 저희 직원들, 문지혁 씨 사정을 듣고는 정말 열성을 다 해서 만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라 이렇게라도 돕고 싶었겠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말했다.
“직원들하고 기획사 보너스 좀 주지 그랬어?”
“보너스 줬습니다. 그런데…….”
강상식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너스 기부하겠다네요.”
“진짜?”
“네. 그래서 그 보너스에 제 돈 보태서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직원들을 두고 있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람 욕심이 많아서요.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을 두고 있습니다.”
“대우 잘 해 줘. 좋은 사람이 있어야 일도 잘 되는 거야.”
“업계 최고로 대우해 주고 있습니다.”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강진은 힐끗 화장실 쪽을 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 거예요. 형이 잘 챙겨 주세요.”
“내가?”
강상식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챙겨 줄까? 형 이혼 당하면 네가 책임질래?”
“아닙니다. 제가 자주 연락해 보고…….”
“밥도 사 주고 술도 한 잔씩 사 주고 해.”
“제가요?”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위로를 해 줘야 지나 씨도 이야기가 잘 나올 것 아니겠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은 잠시 생각했다.
‘하긴…… 내가 일에 대해 잘 아니 속 털어놓기도 좋기는 하시겠네.’
강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답에 황민성이 탁자 밑으로 주먹을 내밀자, 강진은 웃으며 자신의 주먹을 뻗어 가볍게 맞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