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59
660화
황태수의 씁쓸한 얼굴에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 가서 갈아입을 옷 챙겨올래?”
“가자, 미소야.”
황태수가 황미소를 데리고 옷을 챙기러 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이 정도는 미소 혼자 할 수 있지?”
“네.”
황미소가 자신이 사는 방으로 냉큼 뛰어가자 강진이 황태수를 보았다.
“태수야.”
“네.”
“네가 무슨 걱정 하는지 알아.”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미소가 우리 집 가서 놀고 다시 여기 왔을 때 더 외롭고, 힘들까 봐 걱정하는 거지?”
“그…… 네.”
강진은 그를 보다가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왜 이리 철이 빨리 들었니.’
이 나이대면 부모님에게 장난감 사달라고 가게에서 드러눕는 경우도 있을 텐데…… 태수는 동생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황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이 말했다.
“형도 알아. 미소가 우리 집 갔다가 내일 여기 안 오겠다고 울고 떼를 쓰고…… 다시 여기 와서 며칠은 힘들어할 거라는 거.”
“아세요?”
“형도 보육원 출신이니까.”
강진은 가끔 후원자들의 집에 다녀온 아이들이 며칠 동안 힘들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야 나이 먹고 보육원에 들어가서 후원자의 집에 갈 일은 없었지만, 그런 경우를 자주 보았던 것이다.
강진은 황태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형 너희하고 친하잖아.”
황태수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즐겁고 내일은 힘들 수도 있어. 내일 미소 막 울고 안 가겠다고 할 수 있고, 나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할 수도 있지.”
강진은 미소가 갔던 방향을 한번 보고는 다시 태수를 보았다.
“그동안 나한테 연락을 하지 않은 건 미소가 나하고 살고 싶다고 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할까 싶어서지?”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태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마음 같아서는 너희들하고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네 말대로 그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알고 있어요.”
강진은 사실 두 아이와 같이 살고 싶기도 했다. 다만 아이 둘을 책임질 상황이 아니었다.
가게에서 먹고 자고 하는 상황이라 애들도 한끼식당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럼 귀신을 접하게 될 테고 신수 형제들처럼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신수 형제들이 나쁘게 사는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사니 말이다. 다만 귀신을 보는 문제는 쉽게 결정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려가는 건 즉흥적으로 결정을 할 일도 아니었다.
길 잃은 고양이를 집에 데려갈 때도 심사숙고를 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니 말이다.
다행히 황태수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자 미소를 지은 강진이 말을 이었다.
“같이 살 수는 없지만, 형은 여전히 너희가 자주 오는 식당 단골 사장님이자, 친한 형이야.”
“네.”
“가끔 너희 데리고 우리 집에서 자고, 또 여름에는 어디 놀러 갈 때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미소가 힘들다고 너희 둘을 안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
“그건…….”
잠시 머뭇거리던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힘들어도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이 있어. 그리고 나는 너희가 우리 집에서 맛있는 것 먹고 놀다가 가는 것도 적응했으면 좋겠어. 일종의 일상에서의 휴가지.”
“일상에서의 휴가요?”
“방학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방학이 시작되면 좋은데 끝날 때는 서운하고 학교 가기 싫고 그러잖아.”
“나는 학교 좋은데…… 밥도 주고.”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같이 학교 좋아하는 애들만 있으면 세상 어머니들의 아침이 조금은 편할 텐데.”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자. 미소가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것도 익숙해질 거야.”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입맛을 다셨다.
“익숙해지는 건…… 너무 싫네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황태수는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배고픈 것도 익숙해지면 그냥 그렇고, 엄마 보고 싶은 것도 익숙해져요. 그리고 할머니 보고 싶은 것도 익숙해지고…… 그리고 이제는 아빠 보고 싶은 것 참는 것도…… 익숙해지려고 해요.”
황태수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과 황희승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 애기…….”
“태수야…… 너…… 그렇게 참고만 살았던 거니? 아빠한테 말을 하지.”
두 귀신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강진도 한숨을 쉬며 황태수를 보았다.
“왜 이리 다 늙었어.”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익숙해지는 것이 많아지는 게 저는 싫어요.”
바닥을 보며 이야기하던 황태수가 고개를 들었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밝은 황태수의 표정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래서 형하고는 안 익숙해질래요.”
“나하고?”
“형은 볼 때마다 고맙고, 좋고, 즐거울래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앞으로도 너하고 나는 처음 본 것처럼 익숙해지지 말자.”
“네.”
황태수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머리를 마저 쓰다듬다가 말했다.
“형 핸드폰 번호 기억하지?”
“네.”
“그럼 앞으로도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해. 돈 없을 때는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걸어도 되고.”
“네.”
황태수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황미소가 봉지를 들고 뛰어오는 것에 웃으며 말했다.
“그거면 돼?”
“네.”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태수가 말했다.
“봉지 줘 봐.”
“왜?”
“잘 챙겼는지 보게.”
“자.”
황미소가 봉지를 주자, 황태수가 내용물을 보고는 말했다.
“잠옷 위하고 아래 세트가 아니잖아.”
“그냥 입으면 돼. 그거 입고 밖에 나갈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그러고는 황태수가 강진을 보았다.
“저 옷 좀 챙겨올게요.”
“그래. 다녀와.”
황태수가 서둘러 방으로 뛰어가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 뭐 먹고 싶어?”
“고기!”
“알았어. 오늘 미소 전에 먹은 오색 찹 스테이크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먹자.”
“응!”
그저 좋아하는 황미소를 보며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애들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태수는 너무 철이 들었어. 구명조끼를 몇 겹을 입어도 물에 빠지면 바로 가라앉아 버리겠어.”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용수도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니…….
기다리고 있자 황태수가 쇼핑백에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 됐어요.”
“그래. 가자.”
강진은 황미소를 안아 들고는 보육원을 나섰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차에 태운 뒤 출발을 했다.
부웅!
강진은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잠이 든 아이들을 조심히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2층 자신의 방에 하나씩 눕혀 놓고는 황희승을 보았다.
“내려가시죠.”
“저희는 여기에서 애들 보고 있겠습니다.”
아주머니 귀신이 강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애들한테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애들이 예쁘고 착해서 보고 있으면 제가 행복합니다.”
웃으며 고개를 숙인 강진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제가 아직 어머니 성함을 모르네요.”
“임선혜입니다.”
“곧 있으면 저승식당 영업시간이거든요? 밑에 내려가서 식사라도 하세요.”
강진이 한 번 더 권하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애들도 자야 하고.”
황희승의 말에 임선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그런 귀신들을 데리고 방을 나온 강진이 불을 끄고는 문을 닫았다.
여름이라 밤에도 더웠지만, 한끼식당은 귀신의 영향으로 딱 잠자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선풍기를 틀 필요도 없었다.
귀신들과 함께 가게로 내려온 강진이 잠시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음식은 이따가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드세요. 지금 드시는 것보다 그게 더 맛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황희승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애들이 보육원에 있기는 하지만, 보육원이라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황희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내보니 원장님이나 일하는 분들이 아이들을 많이 생각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같이 지내는 원생들도 동생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 보니 마음이 많이 놓입니다.”
말을 하던 황희승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 퇴근하고 올 때까지 아이 둘만 머물던 우리 집보다는 오히려 보육원이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그런 말은 마세요. 보육원이 아무리 좋아도 아버님과 같이 사는 것이 더 애들한테는 좋죠.”
“하아!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애들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안 좋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해 줄 말이 없었다. 가진 게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황희승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TV라도 보고 계세요. 일단 저는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서는 음식 준비를 하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에 식재를 다듬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애들은 자?”
“응.”
“이빨 닦고 재워야 하는 것 아냐?”
“넌 어렸을 때 이빨 닦는 것 좋아했어?”
“안 좋아했지.”
“하루에 몇 번 닦았어?”
“어렸을 때, 컸을 때?”
“그게 달라?”
“다르지. 어렸을 때는 이빨 닦기 싫어서 아침에 한 번 닦고, 커서는 요리하다 보니 이빨을 하루에 여러 번 닦았지. 아니면 가글이라도 자주 하든가.”
요리사는 미각이 생명인 만큼 입에 남은 잔맛들을 닦아내느라 이빨을 자주 닦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애들한테는 이빨 닦으라고 해?”
“그게 좋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나는 애들한테 나쁜 형이 되련다.”
“나쁜 형?”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참는 것이 익숙한 아이잖아. 나와 있을 때는 조금은 참지 않았으면 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게 두고 싶어.”
“그러다가 애 어긋나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네가 보기에 태수가 어긋날 애로 보이냐?”
“그건 아니지.”
“하루쯤 풀어줘도 괜찮아. 그리고 이빨이야…… 나도 어렸을 때 한 번밖에 안 닦았어. 그래도 이렇게 이빨도 멀쩡하고.”
강진이 이빨을 드러내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하긴, 하루쯤이야.”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를 정리하기 시작하다가 문득 홀을 보았다.
“드시고 싶으신 것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문득 임선혜를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만들어 주던 계란탕이 먹고 싶네.”
“계란탕요?”
“응.”
황희승의 말에 임선혜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근데 나 귀신인데 어떻게 해?”
“그러게.”
임선혜의 말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진이 말했다.
“오케이! 태수 아버님, 오늘 저녁 메뉴는 아내분 음식으로 하죠.”
“네?”
의아해하는 황희승을 보던 강진이 임선혜를 보았다.
“어머니 들어오세요.”
“저요?”
“오랜만에 가족 음식 좀 만들어 보세요.”
“제가요?”
강진이 웃으며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자, 임선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